오병이어
이창수
숱한 노력 끝에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재주를 얻었다
어제는 술값 밥값 교통비 포함해 3만 7천원에
서울에서 지리산까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신기에 가까운 재주라고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 분이 가진 재주에 비하면 나는 겨우 숨만 쉬는 정도다
“쓴 사람 또 쓰고 또 쓰고 또 쓰는 물레방아 인사 창안하시고, 기도회에서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절절한 신앙심을 보여주시고, 지도에서는 사찰 이름 다 지워 예수천국 실현하시고, 물가가 올라가면 소비를 하지 말라 가르치시고, 천안함 폭침 안 믿으면 간첩이라며, 이 나라에 물 半 간첩 半의 기치를 드높이시고, G20 한 방으로 400조원 벌어들여 온 국민 먹여 살리시고, 벽에다 쥐 그림 그린 자 잡아들여 도시 미화에 열정을 쏟아 대시고, 광우병 PD수첩 무죄판결 받게 하여 사법정의 실현하시고, 국민혈세 이용하여 부동산 투자하는 방법도 일깨워 주시고, 국민과 소통을 위해 ‘속청수’ 선생 다시 불러들이시고 ‘어륀지’ 강조하며 본인의 연설문 작성도 미국업체에 맡겨주시고, 온 국민을 ‘이사모’ 회원 만들어 국민통합 이룩하시는 둥…”*
칠불암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그 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그 분에 비하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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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에 있는 글을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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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 2000년 《시안》등단. 시집 『물오리 사냥』『귓속에서 운다』.
—《불교문예》2011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