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아버님이 돌아가신지 어느덧 7년이 되었습니다.
80세에 폐암진단받으시고 3개월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입원은 진단받기위해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있는 친구가 있는 강남성모병원에 3일,
돌아가시기전 중환자실에 1일 입원한것이 전부였습니다.
진단받고 수술날짜를 잡은 후 갑자기 악화되어 돌아가셨습니다.
60이 되셨을때 담배도 끊으시고, 비교적 건강하셨었는데,
갑자기 체중이 많이 빠지시고 입맛이 없다고 하셔서 진단을 받은결과
폐암이셨습니다.
돌아가신후 장례식장에 아버님께서 생전에 봉사활동 함께하시던
동료분들중, 유독 눈물을 많이 쏟으시는 한분이 계셨는데,
바로 저희 시아버님의 여친이셨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시어머님과는 동갑이시며 초등학교도 같이 다니신
동네 혼사였습니다. 그 연세에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실 만큼
부농인 전주이씨 종갓집 차남이셨습니다.
장남에 비해 물려받은 재산은 턱없이 작았지만,
물려받은 땅에 열심히 농사지어 젖소를 사고, 또한 인삼농사를 함께 지으셔서
큰 재산은 아니지만, 남한테 손 안벌리고 사실만큼 재산을 모으셨지요.
5남1녀 모두 출가 시켰고, 비싼집은 아니더라도 결혼할때 집한채씩은 모두 장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전답을 모두 팔아. 집 근처에 공장과 창고를 짓고 임대를 주셔서 한달에
삼백만원정도 임대수입으로 두분께서 큰 걱정없이 사셨습니다.
60세에 운전면허를 따셔서 최신형 세단을 몰고 다니시고, 호남형이시라
복지관에서 인기도 엄청 좋으시다는 후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돌아가시지 3년전에 우연히 나가게된 복지관에서 '학춤'을 배우셔서
봉사활동도 다니시고 ( 한달에 20만원 받으셔서 며느리들 밥도 사주심)
노인대학도 다니셔서 상도 받으시고, 매사 열심히 즐겁게 사셨습니다.
반대로 저희 시어머님은 성격자체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아버님이 같이가자고 하셔도 절대로 안가시고
하루종일 집에서TV와 놀고 계시다 아버님 돌아가신지 1년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님은 날로 '회춘'하시고,
어머님은 날로 총기를 잃어가셔서 치매증상도 있으셨습니다. .
두분을 바라보는 5남1녀의 자녀들과 며느리들의 잣대가 흥미로왔습니다.
어떤 아들과 며느리는 아버님이 잘 사시는거라 하고,
어떤아들과 며느리는 아버님이 너무 이기적이라 했습니다.
딸은 어머님만 집에다 두고 매일 다른 할머니들과 어울려 맛있는것 먹으러 다니시고,
룰루랄라 여행만 다니시는 아버님이 야속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님은 원래 활달하셔서 어머님과 함께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여행도 자주 다니셨으니, 어머님께 그리 소홀하신 분은 아니었습니다.
똑같은 부모한테 태어난 자식도 생각이 다르고,
똑같은 환경에 있는 며느리의 잣대도 다릅니다.
지역사회다 보니, 아버님과 여친에 대한 소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습니다.
과연 어느잣대가 정확할까요??
어느것이 이기적인 잣대이고,
어느것이 객관적인 잣대일까?
아버님 병원다니시고 입원하셨을때 제가 모시고 다니셨는데,
전화가 오면 꼭 나가서 받으시는 낯선 시아버님이시긴 하셨는데,
먼발치에서 전화통화하면서 얼굴에 가득차 있던 미소는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와 나눈 대화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아버님삶에 있어 돌아가시기전 10년이 가장 황금기였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하신 말씀이셨습니다.
인생의 황금기... 그것은 아마도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던 세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네. '인명은 재천'이 맞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