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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박명수의 팬으로써 ,
최근의 제8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박명수의 인기비결에 대해
방금 화장실에서 똥을 누며 생각해본 내용을
짧게나마 글로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히 올릴 게시판이 떠오르지 않아 이 곳에 남긴다.
뭐 여기는 기자준비생만 있는게 아니라 피디준비생도 오는 곳이니
피디준비생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좋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뭐 믿거나말거나 나는 박명수가 그저 그런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부터 좋아했고 주목했다.
아주 가끔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이 누구냐는 그런 류의 질문을 받으면
마땅히 대답하지 못하다가 박명수(혹은 조혜련)라고 곧 잘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보통 반응들이 피식 웃거나 특히 여자인 경우 어우 무슨 박명수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그런 그가 최근 박명수 표현대로 급인기를 얻어 최고 개그맨 반열에 오르니
대부분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스타는 또 잘 안좋아하는
이상한 나의 성격탓에
지금은 어디 양자보낸 자식처럼 그전과는 다르게 거리를 두며
박명수를 수많은 익명의 대중속의 한 팬으로서 지켜보고 있다.
제8의 전성기 이전에 박명수를 좋아했던건
그의 못난이 개그때문이다.
박명수가 툭툭 던지는 말들을 들어보면
막 웃기다가 그렇다고 양심상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그런 개그.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이유는
그의 개그에서 드러나는 삶, 가치관 등이 속물적이고, 못나보여서
한편으로는 동정심같은 것이 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런 모습들이 아주 까발려진 못나빠진 나와 주변친구들의 못난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류의 블랙코미디를 가장 잘 구사하는 개그맨이 박명수였고,
더 꼽자면 지상렬쯤 될것이다.
못난이들이 못난 상황에서 못난 행동을 하면서
못난이 나름대로는 무척 진지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웃음을 주는
그러한 블랙코미디를 영화건(코엘형제), 드라마건(김운경 작가),
특히 좋아하는 나의 취향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제8전성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블랙코미디 취향인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러한 블랙코미디가 벌어지는 공간과 인물들이 칙칙하고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내가 보기에 더 많다.
그렇다면 블랙코미디 외에 더 생각해볼만한 요소들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제8전성기에 대해
급히 정리된 부족한 나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기존의 연예인들과 차원이 다른, 한차원 더 나가버린
박명수식의 '솔직함'이라고 일단 정의하고 싶다.
척박한 일상생활에서 못나기 마련인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박명수의 솔직함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박명수식의 솔직함에 사람들은 환호를 하는가.
박명수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모습이 거의 없다.
기존의 연예인(개그맨뿐이 아니라 가수,배우 등)들도
솔직함을 컨셉으로 인기를 얻으려 했고, 인기를 얻었다.
이게 가장 잘 활용되는 무대가 토크쇼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중스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친근함'이다.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범접하긴 힘든 왕자님, 공주님같은 연예인보다는
친근함이 드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쪽으로 대중의 취향이 조금씩 바뀌었다.
급하게 예를 들자니 언뜻 생각이 안나지만 god, 이효리가 해당될 것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토크쇼에 나오는 연예인들은(특히 예쁜 여자연예인들은)
자신은 솔직, 털털한 성격이라고 어필하려 애를 쓴다.
개그맨도 마찬가지다. 실제의 본인 모습과 무대 위의 본인 모습이 거의 같을것이다라고 믿게 만들게끔
솔직함은 기본 옵션이다.
강호동, 유재석, 김재동, 이혁재 등
그렇다면 이들이 보여주는 솔직함과 박명수의 솔직함은 어떻게 다를까.
여타 개그맨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보여줘왔던 솔직함은, 적당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강남식 솔직함, 서울 깍쟁이식 솔직함, 쁘띠 부르조아식 솔직함이라면,
박명수가 보여주는 솔직함은
종적, 횡적으로 더 들어가는 솔직함으로
강북 변두리식 솔직함,
못난 지지리 궁상같은 이웃집 동네형 내지는 사촌형을 보는 듯한 솔직함이다.
기존 연예인들의 솔직함과 털털함은 나름 그들이 털털한 장소라고 믿는
강남이나 압구정동 포장마차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보일 법한 솔직함이라면,
박명수의 솔직함은
변두리 동네 투다리 술집에서 4000원짜리 안주먹으며 접할듯한 솔직함이다.
(여기서 쁘띠 부르조아식이라는 건,
쁘띠 부르조아들의 취향인, 혹은 쁘띠 부르조아들이 보여주길 원하는
대충 이런 뜻이다.
여기서의 쁘띠 부르조아는
실제 쁘띠 부르조아는 물론이고, 쁘띠 부르조아적인 삶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적당히 괜찮은 대학 나와서 강남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고,
요가학원이나 럭셔리한 헬스클럽을 좋아하며
일은 일대로 열심히, 사랑은 사랑대로 적당히 조건맞는 사람과 열심히 하려 애쓰며,
휴 그랜트식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부류.
지난해에 방영됐던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추구하는 나름 잘살고 계시는 젊은이 부류다.
그리고 쁘띠 부르조아적인 삶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함은
강남 취향의 여자애들한테서 잘 볼 수 있는데,
특히 사이월드 미니홈피에 패밀리 레스토랑 사진이나 혈액형, 별자리 같은 글을 펌질하기 좋아하는 부류를 들수 있다.)
스타들이 보여주는 솔직함과 친근함을
대중들도 처음엔 좋아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니 이제는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는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스타들이 보여주려 애쓰는 그 솔직함에서조차
가식적인 면이 보인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그래 너 솔직하고 털털하다 됐냐? 식의 피로현상까지 느껴온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이 상황에서 박명수가 보여주는 무대뽀식의 솔직함에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완전 까발려지는 무대뽀 솔직함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건
기존 매체에서 볼수 없었던 적나라한 욕, 비판, 호통, 솔직함을 통해
인터넷 스타로 군림했던 김구라, 황봉알의 개그였다.
(황봉알의 욕설 호통이 보여주는 카타르시스와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박명수의 솔직함은 공중파에서 통할만한,
그러면서 그나마 있던 가식의 틀을 깨버리는 솔직함이다.
그러한 예로써 (막상 떠올리려고 하니 잘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 집안은 돈문제로 화목하지 않다 ('토요일'에서),
앨범 낸다고 가수들이 활동중단하고 그러는데, 그 기간동안 가수들 뭐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는데 그냥 노는거다.
앨범 낼려면 요즘은 싱글앨범으로 많이 하기때문에 3일이면 충분하다. 거기 기계들 다 돈주고 임대한건데 놀리면 뭐하나,
한번 부르면 기계가 알아서 바이블레이션 넣어주고 고음처리해서 나온다('놀러와'에서)
는 거침없는 솔직한 발언,
건방진 돼지('토요일'에서 정형돈을 지칭. 그냥 느낀대로 별명을 붙인다),
시한부 개그(특히 가장 잘나가는 유재석,노홍철을 견제하면서 어차피 전성기는 끝난다는 식의)를 함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기에 불안해하는 모습,
돈벌이에 집착하며 모든 가치를 돈으로 연결하는 모습 등.
위에서 말한 솔직함은 종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솔직함이라면,
박명수는 횡적으로도 더 나아가는 솔직함도 보여준다.
즉 다른 개그맨들 같으면 그냥 지나치는 조그마한 요소들, 어디선가 주워들은듯한 짧은 지식들을
개그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상렬에게 재테크를 호통치면서 cd(양도성 예금증서)를 언급하거나,
후배들에게 업소에서 랩할때 쓰라고 적어준 쪽지에는
오호츠크해, 양쯔강 유역, 계단식 영농과 같은
중고등학교 사회수업시간에나 들을법한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나열돼있다.
이는 평소에 박명수가 책을 많이 읽거나 메모를 열심히 하거나
이런 성실함보다는
그때그때 주워들은 짧은 지식을 머리 속에 각인시켜 저장해놓는
박명수만의 안테나가 따로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막 짧은 지식들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에서도
아는 척하기 좋아하고, 한마디하기 좋아하는
평상시 잘나지못한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솔직함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박명수의 이러한 종적, 횡적인 무대뽀 솔직함, 나름 열심히 사는 악착같고 잡초같은 이미지 등이
처음에는 어이없는 웃음을 일으켰겠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러면서 속물적 근성과 못난 면을 안고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종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첫댓글 똥 누며 너무 긴글을 생각해 적으신듯.....- - 나도 명수 팬이지만...눈 마이 아파....
나도 박명수 옛날부터 좋아했었는데..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웃기다고 얘길해도 아무도 안믿어줬다규~~ 근데 박명수가끔 쇼프로 나오면 진짜 지금처럼 웃겼었삼.~!!! 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치겠다..이 글도 웃긴다..ㅋ하여간 분석 이런거 집어치우고 박명수 쳐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분석조아 ㅋㅋㅋㅋㅋ 사랑해요 박명수 ........
정말 저도 박명수 오래전부터 좋아했는데..사람일은 정말 모르는것 같아요..정말 박명수의 진가는 라디오인데..
저두 박명수 완전원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