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을 비웃었던 이들이 놀라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GM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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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의 부도기업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세계 곳곳에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대우는 절망적이었다.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절반이나 떨어져 10%로 주저앉았다. 노동조합은 강성으로 치닫고 있었다. 게다가 대우라는 브랜드는 세계에서 이미 망각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GM이 비웃음을 살 만도 했다.
그러나 GM의 경영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GM은 대우 인수를 승률이 절반인 도박으로 간주했다. 한국과 그 밖의 몇몇 지역에 자동차를 더 많이 팔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생각했다. 글로벌 전략은 막강한 견인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GM은 대우에 원대한 야심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시아 전역, 그 중에서 특히 경기 활황세를 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생산라인 가동을 대폭 줄여야 했던 대우는 오늘날 가동률이 배로 늘었다. 대우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아시아 ·유럽·북미 등 120개 국가로 수출된다. 미국에서 대우라는 브랜드는 오래전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우가 만든 자동차는 미국에서 ‘시보레 아베오(Chevrolet Aveo ·한국명 칼로스)’, ‘스즈키 포렌자(Suzuki Forenza)’, ‘스즈키 베로나(Suzuki Verona)’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대우가 설계한 자동차는 중국 등지에서 ‘대우’ ·'뷰익(Buick)’ ·'시보레' ·‘스즈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GM대우는 올해 자동차 80만 대를 생산하고 내년에 이익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은 아시아의 전초기지 대우를 2억5,000만 달러의 지분투자 조건으로 헐값에 사들였다. GM이 기대했던 글로벌 시너지효과는 출발부터 흔들렸다. 피아트(Fiat)와 이스즈(Isuzu)에 투자했던 30억 달러는 거의 대부분 대손상각 처리됐다. 피아트의 자본 재구성으로 GM 지분은 20%에서 10%가 됐다. 이스즈의 경우 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이를 묻어두고 잊어버린 듯 몇 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산재한 협력업체들의 엔지니어링 ·생산 · 유통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브(Saab)는 일본에서, 폰티악 GTO(Pontiac GTO)는 호주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GM은 글로벌 전략으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고 제품 개발 속도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신흥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듯하다. 글로벌화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GM의 CEO 리처드 왜고너 (Richard Wagoner)는 “이제 길 건너편 경쟁자와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한국 ·일본 ·유럽이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느슨하게 운영됐다. 독일의 오펠(Opel), 호주의 홀던(Holden)은 북미와 별개로 각각 자체 제품개발 ·조립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제 중복되는 엔지니어링과 100%에 못미치는 공장 가동률은 사치일 뿐이다.
글로벌 전략이 세계적으로 똑같이 생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디자인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차체 하부의 부품은 같은 것을 쓰고 같은 방식으로 조립한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GM이 세계 전역의 공장을 개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이 생산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탄력적 설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 결과 GM은 과거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효율성 ·탄력성을 얻게 될 것이다. 가동률이 낮은 미국의 시보레 공장에서 사브를 생산하는 식이다.
파트너업체들, 부품 ·조립방식 공유로 효율 높여
왜고너는 글로벌 전략을 ‘장기 전략’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글로벌 전략이 실질적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년 더 걸릴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내년에 당장 수익이 껑충 뛸 것이라고 떠벌릴 생각은 없다.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왜고너의 ‘GM은 하나’ 전략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수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모델 폰티악 GTO는 GM의 호주 자회사 홀던에서 만든 날렵한 모나로(Monaro) 쿠페형을 발전시킨 것이다. GM의 로버트 루츠(Robert Lutz) 부회장에 따르면 GTO를 미국에서 개발했다면 공장 설비 등으로 6억~8억 달러가 들어갔을 것이다. 기껏해야 1만8,000대 정도 팔릴 틈새 제품에는 걸맞지 않은 비용이다. GTO를 홀던의 모나로 생산라인으로 호주에서 생산하는 데는 1억 달러밖에 안 들어갔다.
모나로에 GTO 마크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에서 1960년대 처음 선보인 GTO는 무엇보다 강력한 남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보레의 보닛 장식을 새로 고쳐 뷰익이라는 이름으로 값만 올려 판다면 고객은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GM의 엔지니어들은 GTO 보닛 밑에 350마력 8기통 코르벳(Corvette) 엔진을 탑재하고 배기 시스템도 새로 설계했다. 오리지널 GTO와 유사한 소음이 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몇몇 다른 부분도 설계를 바꿔 가상현실 실험실에서 테스트했다. 실험실에서 두 대륙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서로 토론할 수 있었다.
GM의 몇몇 자회사에 글로벌 전략은 비용 절감 말고 다른 의미도 있다. 시장에서 사라질지 모를 브랜드를 글로벌 전략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사브를 꼽을 수 있다. 2000년 초반 GM은 1억2,500만 달러로 사브의 나머지 50%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하지만 사브 인수가 성공작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사브는 지난 10년 가운데 8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2002년에만 5억 달러를 손해봤다. 사브의 ‘9-5’와 ‘9-3’ 모델 판매량은 연간 13만1,000대에 불과하다.
요즘 GM의 파트너업체 간 협력이 활성화하고 있다. 고급 소형차 시장에서 BMW ·아우디 ·벤츠와 경쟁해야 할 사브의 CEO 페터 아우구스트손(Peter Augustsson)은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다. 그는 스바루(Subaru) 4륜 구동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의 파트너 후지중공업(富士重工業)에 눈돌렸다. GM은 후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사브와 후지는 수개월에 걸쳐 머리를 맞댔다. 여기에 루츠도 관여했다. 그 결과 날렵한 고성능 왜건 ‘사브 9-2X’ 개발에 성공했다. 9-2X는 스바루의 콤팩트형 임프레자(Impreza)와 사촌격인 고성능 WRX를 발전시킨 것이다.
9-2X는 15개월이라는 기록적인 단기간에 개발됐다. 신모델을 개발할 경우 보통 7억5,00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되지만 9-2X는 5분의 1밖에 들지 않았다. 9-2X는 일본의 스바루 공장에서 생산해 올 7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다. 대당 판매 가격은 2만5,00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GM이 글로벌 전략만 추구하다 사브의 브랜드 전통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사바루(Saabaru)’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사브 9-7X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9-7X는 GM이 온갖 차량에 적용하는 시보레 트레일블레이저(Chevy TrailBlazer) 섀시로 개발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다.
루츠는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그는 지금도 2차대전 당시 사용됐던 전투기를 조종한다. “전투기가 화염에 휩싸일 경우 가만히 있다가는 결국 죽게 된다. 반면 탈출하다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낫다.” 루츠의 말이다.
루츠에 따르면 사브 엔지니어들은 신모델 개발과정에서 안전하고 운전이 즐거운 사브의 특성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그는 “사브 신모델을 스바루로 생각할 고객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사브에 좋은 것이 스바루에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스바루 역시 자체 브랜드에 좀더 새로운 면을 더하기 위해 애써 왔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스바루 WRX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인기 있는 WRX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다. 이제 스바루의 가장 인기 있는 모델 WRX가 사브와 경쟁하게 될 판이다. 하지만 사브는 9-2X와 WRX의 고객층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GM은 하나’라는 새로운 전략 아래 각 지역 사업단위는 특정 모델군이나 동력전달장치의 전문센터 역을 맡게 될 것이다. 일례로 홀던은 대형 후륜 구동 자동차와 4륜 구동 크로스오버 차량들에 적용될 섀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신세대 자동차들은 오는 2007년부터 세계 전역에서 여러 브랜드로 시판될 예정이다.
지역마다 전문 영역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GM대우는 소형차 개발의 중추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GM대우는 소형차 개발의 중심축 될 듯
GM은 보따리를 잃어버린 곳에서 금덩어리를 찾아내곤 했다. 이스즈 ·피아트의 디젤엔진 덕에 미국에서 튼튼한 픽업 제조업체로, 유럽에서는 승용차 제조업체로 속히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피아트와 합작 설립한 구매법인을 통해 지난해 상반기 배터리 ·타이어같은 부품에서 8억6,000만 달러 이상이나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존 케이서사는 피아트를 둘러싼 투자에 대해 “피아트가 아직까지는 돈먹는 하마인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손해본 투자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스즈키 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결국 성공할 것이다. GM은 81년 처음 스즈키의 주식을 3% 매입했다. 당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GM은 8억3,900만 달러나 쏟아부으며 스즈키 지분을 20%로 끌어올렸다. 캐나다 소재 한 합작법인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그리 잘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미에서는 새로 고안한 스즈키 마크를 붙인 자동차가 효자로 떠올랐다. 왜고너는 스즈키를 “세계 최고의 경차”라고 극찬했다. 스즈키는 GM과 함께 대우 ·중국에 투자했다. 왜고너에 따르면 GM과 스즈키는 조만간 신흥시장에서 서로 긴밀히 협조하게 될 것이다.
왜고너는 GM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언급하는 가운데 협력관계를 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것은 점진적 과정이다. 어떻게 보면 러시아 역사와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즈키에 대한 투자는 잘한 일이 아닌가. 경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80년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미리 예상했더라면 더 근사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때로 성공도 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GM은 과거에도 지금과 유사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그렇고 그랬던 캐딜락 카테라(Cadillac Catera)와 새턴 L(Saturn L) 시리즈를 한 번 생각해보자. 모두 독일의 오펠과 합작으로 개발한 모델이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랐으면 하는 게 GM의 바람이다.
지구를 한 바퀴
GM은 일찌감치 글로벌 전략을 구사했다. 그동안 실패작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전략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GM
현재 지분율 : 50%
총투자 : 자료 없음
강점 : 중국시장에 일찍이 접근(97년)
결과 :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工業公司)와 합작 설립. 15억 달러 규모. 현재 뷰익을 생산하지만 곧 캐딜락도 만들 예정. GM이 중국으로 일찍 진출한 덕에 폴크스바겐 다음 업체로 자리잡았다.
피아트 오토 홀딩스
현재 지분율 : 10%
총투자 : 24억 달러
강점 : 구매 시너지효과, 동력전달장치
결과 : 아직까지는 ‘돈먹는 하마’. GM의 지분 가치가 2억2,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스즈
현재 지분율 : 12%
총투자 : 12억 달러
강점 : 상업용 트럭, 디젤엔진
결과 : 99년 GM이 지분율을 49%까지 늘렸으나 2001년 모두 대손상각 처리. GM은 2002년 5억 달러를 더 투자했다. 디젤엔진 부문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대우
현재 지분율 : 44.6%
총투자 : 2억5,100만 달러
강점 : 한국 시장 접근, 아시아 ·유럽으로 소형차 수출
결과 : 2002년 GM이 일정 자산 매입. GM의 세계 소형차 전략기지.
스즈키
현재 지분율 : 20%
총투자 : 8억3,900만 달러
강점 : 경차, 디젤엔진, 캐나다의 합작공장
결과 : 81년 제휴. 남미 시장 공략에 큰 성과. 조만간 아시아 ·북미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사브
현재 지분율 : 100%
총투자 : 1억2,500만 달러 이상
강점 : 유럽에서 알아주는 고급 브랜드
결과: 2000년 GM이 잔여 지분 50%까지 인수. 신제품 개발 부진으로 지난 10년 가운데 8년이 적자다.
후지중공업
현재 지분율 : 20%
총투자 : 13억 달러
강점 : 4륜 구동, 변속기, 소형 SUV
결과 : GM이 2000년 지분 인수. 현재 스바루 섀시를 사브와 공용.
진베이GM
현재 지분율 : 50%
총투자 : 자료 없음
강점 : 픽업, SUV
결과 : 중국 측 여러 파트너들과 합작투자. 규모 2억3,000만 달러. 시보레 블레이저 SUV를 생산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에 적절치 못한 모델로 밝혀져 매출이 저조하다.
아우토VAZ
현재 지분율 : 41.5%
총투자 : 1억 달러
강점 : 시보레 SUV
결과: 러시아 자동차업체와 합작투자. 2002년부터 생산 시작. 올해 가동률 100% 목표.
첫댓글 global motors가 아니라 general motors입니다. -.-
아..오해의 소지를...이 기사는 포브스 지에 기고되었던 global motors(세계 자동차 업계 관련 기사를 싣는 섹션이죠)에 실린건데요.띄어쓰기를 안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