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업식이나 집들이 축하 선물로 안고 가는 화분 중에 ‘금전수’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습니다.
천남성과에 속하며 케냐가 고향인 그 식물을 서양에서는
학명(Zamioculcas zamiifolia)의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지플랜트(ZZplant)’라고 부릅니다.
일찍이 중국에서부터 금전수라고 불렀는데 우리 원예업계에서도 그것을 따라 부릅니다.
도톰한 잎 한 장 한 장이 마치 고대의 조개 화폐를 닮았고
이파리 홑잎이 고르게 배열되어 이룬 겹잎이 그 화폐를 한 냥 한 냥 엮은 듯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살림살이에 돈이 많이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금전수 화분 하나를 앞에 놓고도 우리는 은근히 ‘대박’을 꿈꾸는 것 아닐까요?.
우리 토종식물 중에는 아예 대놓고 ‘돈’이 이름 그 자체인 나무가 있습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남부지방 해안가에 자라는 돈나무가 그 주인공입니다.
별명이나 유통명이 아니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제안하는 정식 이름이 돈나무이거든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과 대만과 중국 남부지방에 자라는 동아시아의 난대식물입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이 이국적인 아시아 식물을 금전수만큼이나 아껴 기른다네요.
돈나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열매가 익습니다.
노란색 껍질이 벌어지면 붉은 씨앗이 나오는데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덮여 있고요.
그 돈나무의 원래 이름은 똥나무였습니다.
똥나무라는 고약한 이름이 어쩌다 보니 반전을 일으켜서 지금의 이름 돈나무가 되었습니.
식물학자들은 꽃과 열매에 파리가 많이 꼬인다고 해서 ‘똥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수긍이 가서 주억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요.
아니, 돈나무 말고도 숱한 식물들이 갖은 수를 써서 곤충을 불러 모으지 않던가요?
무엇보다 우리 식물 이름은 한자식 표기에서 온 경우가 많은데
돈나무의 한자 이름이 해동(海桐) 인 것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목재의 성정이 오동나무와 비슷하고 바닷가에서 자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짐작하기로 갯동나무가 개똥나무로 바뀌었다가 똥나무가 되고,
그리하여 지금의 돈나무라는 이름에 이르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돈나무를 처음 한글로 기록한 <조선식물향명집>은
똥나무가 아니라 ‘섬음나무’라고 적었거든요.
음나무는 인삼과 같은 혈통의 두릅나무과 식물로 사포닌이 많아서 약재로 널리 쓰입니다.
돈나무 역시 사포닌이 풍부해서 예로부터 섬사람들은 그 효능을 훤히 알고 있었겠지요.
책을 편찬한 조선박물연구회가 섬음나무라고 기록한 이유를 그렇게 짐작하는 까닭입니다.
안방 철제탁자 위에서 시푸른 돈나무 잎을 닦아주면서
오래 전에 선물해준 지인의 안부를 궁금해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