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나 나의 탓이지 남의 탓이 아니다. 나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가지고 살면서 여섯 가지 감각대상과 접촉해서 여섯 가지 아는 마음으로 산다. 결국,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서 아는 것은 나의 마음이다. 무슨 일이나 대상이 가진 진실과 관계없이 내 마음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한다. 이때 감각대상과 접촉해서 이런 마음이 생겼다고 해서 상대 때문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눈이 상대를 볼 때 상대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며 이런 조건을 받아들여서 인식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그대로 있는데 공연히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면서 이런 기분이 상대 탓이라고 하면 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가 있어서 내 마음이 판단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순간의 상대는 단지 접촉한 대상일 뿐이다. 이때의 대상은 단지 유발된 현상이다.
하지만 상대가 어떠하건 결정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므로 이것은 자발이다. 이때의 유발은 여러 가지 조건 중의 하나다. 상대가 어떻든 받아들여서 아는 것은 나의 자발적인 마음이다. 모든 일은 반드시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생긴다. 하지만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라고 알면 세상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