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경기도 안성군 보개면 상삼리 마전초등학교는 월요일마다 애국조회를 선다. 교문 밖 양버즘나무 까치집에만 올라가도 손바닥만한 운동장에 차돌멩이 아이들 여남은 명 세워놓고 웬 목청을 그리 돋우는지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 마이크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이고 목이 터져라 말씀하신다. 일찍 일어납시다. 거짓말하지 맙시다. 전기를 아낍시다. 이웃 산동네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날이라도 흐리면 교장선생님 말씀은 더 가까이에서 들려 침이 다 튈 지경이다. 상삼리 하삼리 마전리 사람들은 어느덧 지루한 애국조회에 허리를 꼬기도 하고 군대항 사생대회에 나가 상을 타온 4학년 김경미에게 박수도 치며 마전초등학교 어린이가 되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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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전초등학교 교문 밖 양버즘나무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한 건 아마도 여름방학식을 할 때 였겠지 교장선생님 훈화말씀보다 먼저 매미소리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겠지 4학년 김경미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구름 동물원을 그리는 동안 '인생은 여름방학보다 짧다' 는 말이 매미가 한 말이 아닐까 다독상을 받은 5학년 채송화는 그런 생각을 하고 6학년 김바다는 생각의 파도에 종이배를 띄우겠지 ...
첫댓글 다수의 어수선함에는 강을 건네 줄 노군을 찾기 어렵고, 침묵 속의 군중이 더 빛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사소한 일상도 시라는 프리즘으로 아름답게 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