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통영의 작은 섬,
통영 연대도
탄소중립을 통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늦추고자 하는 시도가 일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연대도’예요. 이곳은 2011년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해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한 ‘에코 아일랜드’이면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탄소없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청정·무공해 섬인 연대도, 그 모습을 함께 감상해봐요!
에너지 자급자족 실현 에코 아일랜드
▶출렁다리로 연결된 연대도(오른쪽)와 만지도 ©통영시
경남 통영은 아름다운 섬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욕지도, 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등 수려한 풍광 덕에 인기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는 섬들이 꽤 되죠. 그런 섬들에 비해 연대도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인데요. 약 40가구, 주민 80명이 전부인 작고 호젓한 섬으로 걸어서 4km 남짓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두어 시간이면 충분해요. 화려한 볼거리나 소문난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이 섬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태양광발전소 ©통영시
하지만 요즘 연대도는 명품 녹색섬으로 거듭나며 통영을 대표하는 섬으로 부상했어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화석에너지 제로의 에코 아일랜드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섬 전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모두가 전기를 쓸 만큼 쓰고도 남습니다. 폐교였던 옛 조양분교에 대안 에너지를 학습하는 태양열조리기, 자전거발전기 등을 설치해 다양한 시설을 경험해볼 수 있는 ‘에코체험센터’를 만들었죠.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탄소중립 여행’에도 앞장서며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연대도는 6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참가자를 모집해 ‘탄소없는 여행’을 두 차례 실시했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2~4인 규모의 캠핑 형태로 진행했는데 체류하는 24시간 동안 화석연료 사용 안 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재활용 불가 쓰레기 배출 안 하기 등 ‘세 가지 안 하기’를 실천하도록 해 탄소중립 여행의 가능성을 살폈어요. 한국관광공사는 탄소없는 여행을 11월 5일까지 매주 금요일(1박 2일) 운영합니다. 예약은 통영테마여행 ‘통영이랑’ 누리집(www.erang87.modoo.at)을 이용하면 돼요.
섬 주민들의 애환 따라 걷는 지겟길
▶연대도 지도 ©통영시
에코캠핑도 의미 있지만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청정·무공해 섬인 연대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탄소없는 여행이 시작됩니다. 연대도엔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명소도 많은데요. 통영 달아항에서 배로 15분 거리,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머물다 가는 사람만 배에 오르면 돼요.
연대도는 이웃섬 만지도와 출렁다리로 이어져 있고 해변을 따라 데크가 설치돼 있어 산책하기 그만입니다. 특히 연대도의 동쪽 숲을 연결하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인 ‘지겟길’이 걸을 만하죠. 예전 마을 주민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220m)까지 오르던 길인데요. 호젓한 숲길이 약 2.2km(1시간 30분)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대도 있어요. 선착장 맞은편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시작해 섬의 5부 능선을 따라 도는데 특별히 가파른 구간도 없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주변의 수려한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죠.
▶몽돌해변 ©통영시
파도에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듣기 좋은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이 두 곳(몽돌해변과 연대해변)이나 됩니다. 몽돌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파도가 칠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예요. 연대해변 주변엔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이어진 다랭이밭이 인상적인데요. 가난했던 섬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약 30층이나 되는 다랭이밭이 요즘 화려한 다랭이꽃밭으로 변신해 볼거리가 쏠쏠합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양귀비, 수레국화, 백일홍, 분꽃 등이 피고 지며 장관을 이뤄요.
80명이 모여 사는 마을길에선 섬마을 특유의 정취가 묻어납니다. 집 주인의 사연이 담긴 문패들이 인상적인데요.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연대도에서 태어나 연대도로 시집온 허우두리 할머니댁’… 문패를 따라가다 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고입니다.
©정영주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