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4월과 5월 ◀Rose-◼이하이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The Rose ◼베티 미들러(Bette Midler) ◀장미 가득한 저녁에 (Erev shel shoshanim) ◼해리 베라폰다
◉흔히 장미를 ‘5월의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장미는 5월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피지만 5월 장미가 가장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5월 들어 처음 만나서 더 반갑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노지(露地)에서 장미를 보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지만 장미가 주변을 아름답게 꾸밀 날이 바로 눈앞에 와 있습니다.
◉장미꽃 필 무렵인 5월 10일을 전후해 여기저기서 장미 축제가 열리곤 했지만 코로나19 땜에 올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연인들끼리 장미를 주고받는 Rose Day가 14일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날이기는 하지만 장미의 달을 되새길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넓은 의미의 장미는 6-7 천 가지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해마다 2백 종 이상의 새로운 장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만난 찔레꽃도, 해당화도 모두 장미과에 속합니다. 대부분 의미를 알 수 있는 이름을 지녔지만 장미는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아리송합니다.
◉한자로 봐도 장미 薔자에 고비 薇자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두 글자 모두 획이 17개로 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명나라 시대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담에 기대어 자라는 식물’ 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 거의 유일합니다. 뜻이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장미 하면 금방 이미지를 떠올릴만큼 친해졌으니 뜻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종류도 많고 색깔도 다양한 장미이다 보니 상징하는 이미지도 많습니다. 꽃말도 색깔마다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는 역시 사랑입니다. 서양에서도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Rose)는 사랑과 미와 풍요의 여신인 비너스를 상징하는 꽃이 돼 있습니다. 그 사랑을 얘기하는 장미 노래와 함께합니다.
◉‘장미’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기에 적당한 이름을 가진 사월과 오월입니다. 1971년부터 활동한 포크 듀오지만 몇 차례 멤버가 바뀐 뒤인 1979년에 ‘장미’라는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얻습니다. 백순진과 이수만 김정호가 거쳐 간 사월과 오월이 4기인 김영진과 이지민으로 멤버를 재정비해 부른 노래입니다. 포크 블루스의 거장인 가수이자 기타리스트 이정선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장미 같은 여인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은 7080세대에게 익숙한 노래입니다. https://youtu.be/1VkeOoNuB2o
◉장미는 가시를 왜 달고 있을까? 장미가 가진 삶의 지혜입니다. 장미의 가시를 들여다보면 가시가 식물이 자라는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식물을 타고 자라는 넝쿨식물의 특성을 지닌 장미는 가시를 갈고리로 삼아 다른 식물에 붙어 다닙니다. 또 초식동물을 비롯한 외부환경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어제 찔레나무에서 얘기한 ‘망토 식물’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가시와 향기가 장미가 지닌 특권입니다. 그 특권 때문에 장미와의 사랑은 조건이 붙습니다. 치명적인 유혹을 받아들여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가시의 위험을 이겨내야 하는 조건입니다. 2013년에 나온 이하이의 ‘Rose’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향기롭겠지만 가까이할수록 널 다치게 할걸 Every rose has it’s thorn’ 발매 당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관심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비긴 어게인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가 훨씬 더 이하이다운 노래가 됐습니다. 적재의 쓸쓸한 기타선율도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합니다. https://youtu.be/cq-A2RJC7fg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다룬 영화입니다. 동시에 그녀의 대표적인 사랑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장밋빛 인생과 같은 달콤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항상 무대에서 고집했던 검은 옷처럼 어둡고 애절해서 가슴이 아리는 삶입니다.
◉그녀의 노래 ‘장밋빛 인생’은 그래도 잠시 사랑했던 연하의 이브몽땅과 즐거웠던 시절에 나온 노래입니다. 광대의 딸로 태어나 출발부터 기구했던 그녀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콕도의 도움으로 인기를 얻어 ‘물랑루즈’ 무대에 설 때 만난 무명 가수가 이브몽땅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부두 노동자 출신의 23살 청년은 6살 연상의 에디트 피아프와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이 유명해지자 1년 만에 그녀를 버리고 떠납니다. 한때 행복한 순간을 노래했던 ‘장밋빛 인생’입니다. https://youtu.be/kFzViYkZAz4
◉에디트 피아프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는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입니다. 하지만 미국 공연 중이던 피아프의 보고 싶다는 요청에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피아프의 마지막 남자는 21살 연하의 제자였습니다. 그는 죽어가는 스승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 결혼까지 했습니다. 48살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장례식에는 10만이 넘는 추모객이 몰렸고 수많은 장미꽃이 놓였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사랑한 많은 프랑스인이 있고 죽음을 지켜준 제자도 있었으니 그녀의 인생은 어찌보면 사랑으로 채워진 ‘장밋빛 인생’으로 마무라된 셈입니다.
◉에디트 피아프처럼 천재적인 뮤지션이었지만 27살의 젊은 나이로 떠난 락의 우상 재니스 조플린 (Jenis Joplin)의 삶도 일찍 시든 장미꽃 같습니다. 남성이 지배하는 락 계에서 성공한 여성으로 그녀는 여성라커의 시조로 꼽힙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여린 성격으로 약물 중독에 빠지면서 일찍 떠나갔습니다. 그녀의 생을 다른 영화 ‘The Rose’는 가수 베트 미들러 (Bette Midler)가 조플린 역을 맡아 열연하고 주제가까지 불렀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던 이 영화의 영상에 실린 그녀의 노래 ‘The Rose’입니다. https://youtu.be/jxvPjuREDpE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장미의 노래는 꽤 있습니다. 심수봉의 노래로 잘 알려진 ‘백만 송이 장미’의 러시아 버전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배우를 짝사랑한 화가가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를 수백만 송이 받치기 위해 집 팔고 그림 팔고 피까지 팔지만 끝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미 향기 나는 밝은 사랑의 노래를 골라 마무리합니다. 이스라엘 민요 ‘Erev shel shoshanim’ (장미 가득한 저녁에)을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로 듣습니다. https://youtu.be/fKpUGzCS7QY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우중충해진 하늘입니다. 오늘부터 내일 오전까지 늦은 봄비 소식이 있습니다. 천둥 번개에 돌풍까지 부는 꽤 요란한 비가 될 모양입니다. 양도 꽤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린이날 휴일인 내일 오전에는 그친다고 하니 휴일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듯합니다. 어린이날인 내일 하루 쉬어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