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출발할 때 짐. 큰 배낭에 검은색 매달려 있는 게 킥보드. 배낭 왼쪽에 보이는 게 침낭. 옆에 우비도 보인다. 로마에 나와서 짐 찾으니까 우비는 없어졌더라. 한국에서 삼만 원이나 주고 사갔는데 두 번밖에 못썼다. 덕분에 나중에 비 잘 맞고 다녔다. 중요한건 항상 배낭 안에 넣어야 한다. 젠장..
가장 싼 거 골라서 예약을 하고나니 로마에 도착시간이 9월 18일 밤 10시 15분. 공항에서 이래저리 늦어지면 대충 열한시. 공항에서 로마까지 찾아 들어가면 대충 열두시는 되겠구나. 아.. 또 공항에서 1박을 해야 하나? 헬싱키공항에서 불편해서 세 시간도 제대로 못 잤던걸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나온다.
이번 호스트는 62세 할아버지. 늦은 시간이라 공항에서 하룻밤 때우고 간다고 하면 왠지 시간 늦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일단 오라고 할 것 같은 인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고 갈 거라서 19일 이른 아침에 도착 한다고 쪽지를 보냈다.
공항에서 로마 테르미니 역으로 가는 기차. 원래 14유로짜리 표 사야 된다는데, 주변에 있는 여행자들 다 8유로짜리 티켓 뽑아 사기에 나도 8유로짜리 샀다. 열차 안에서 검표도 했는데 암말 안 한 거 보면 8유로짜리도 문제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이었다. 막차시간 11시 반이니까 잘 잡아타고 오라하시네. 기차역으로 나오신단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죽어라 달렸다. 혹시라도 기차 놓치면 x된다. 열차 타자마자 앞에 있는 언니한테 핸드폰 빌려서 할아버지한테 막차 탔다고 문자 보내고
조금 기다리니 로마 테르미니역. 드디어 이탈리아까지 오긴 왔구나. 또 킥보드타고 달려 나가는데 저 앞에 인상 좋으신 할아버지 한 분 서 계시더라. 그냥 감이 좋았다.
자정의 아이스크림가게. 젤라또가 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이었단 걸 여기서 처음 알았다. 여기가 로마에서 유명한 곳이란다. 한국에 체인점도 하나 있다고 하고, 하긴 사람이 괜히 많은게 아니겠지.. 자정인데도 사람 미어 터졌다.
열정이 넘치는 할아버지셨다. 정신연령은 단연 이십대. 피곤하지도 않으신가, 늦은 시간인데도 멀리서 온 한국 청년 하나라도 더 보여 주시겠다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아이스크림도 먹고 집에 들어갔다. 자기 전에 와인도 한잔 했다. 정말 피곤을 모르는 분이셨다. 나는 졸려 죽겠는데 그래도 술 사양은 안하는 성격이라 감사히 한잔 했다. 이탈리아 와인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시던게 아직도 생생하다. 은퇴해서 하시는 일이 없으시고, 다음날 같이 다닐 거니까 푹 자라고 하신다. 어이쿠 감사해라. 사실 카우치서핑을 하더라도 각자 하는 일이 있어서 가이드까지 해주는 호스트는 많지 않다.
첫댓글 담엔 카우치서핑 야그좀 마이 해주세요 .. ㅎ
잘 보고 갑니다 ^^*
네 그러도록 하겠사옵니다 ㅋ
젤라또 가게를 보아하니 파씨네요~~ㅎㅎ
어어.. 파씨가 가게 이름인가요?
그 유명한 파씨를 모르시다니ㅡㅡㅋ
3대 젤라또 중에 하나죠~~ㅎㅎ
그렇군요. 유명하단 얘기는 들었는데 3대 젤라또 그런 곳이었군요 하긴 맛있긴 맛있더라 ㅋㅋ
너무 좋은분 만나셨네요. 저도 다음 여행때는 카우치서핑 도전해볼려고요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