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주고 햇빛을 쬐는 청춘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대학교 반값 등록금과 함께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수면위에 떠올랐다. 요즘 젊은 세대를 일컬어 보통 3포 세대(취업, 결혼, 연애 포기)라고도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이란 단어에서 ‘희망’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치열한 입시를 거쳐 대학의 문턱에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대학 등록금과 어디까지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취업준비 그리고 불안정한 주거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대학교를 자신의 집과 다른 지방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주거생활비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일례로 대학교가 많은 신촌일대에는 전세는 주거시장 경기 악화에 이미 구하기가 힘들고 월세는 고시원 쪽방도 월 30~40만원 대라고 한다.
조금만 찾아보면 대학생들이 최저주거면적인 14㎡(4평) 이하의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곳에 살다보면 방음, 위생 등 기본적인 주거생활의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고, 각종 편의시설 이용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 벌어진다. 햇빛을 보고 싶어 창문 있는 방을 선택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아쉬운 데로 복도로 뚫려있는 창문이라도 가지려면 더 돈을 줘야 하는 현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 살면서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심화되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위험성도 있다. 실제로도 원룸텔에서 자취를 하면서 우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단순히 생활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잠만 자는 곳을 찾다가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점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고 공감이 커지는 것 같다. 오죽하면 대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뭉쳐 대학생주거네트워크, 민달팽이 유니온과 같은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활동으로 서울시에서 ‘주거정보 조사단’을 뽑아 대학생 자원봉사자 200명에게 봉사시간을 주기로 했다. 신촌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대학가 인근 원룸·고시원·하숙 등의 임대정보를 대학생 주거정보 공유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로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학생들 입장에서는 주거문제가 당장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것이다.
사실 민간 주택시장에서 찾기 전에 먼저 짚고 가야 할 곳이 학교 내 기숙사이다. 대학생들이 주거 생활을 할 곳으로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를 먼저 찾는데, 문제는 턱 없이 모자란 수용규모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47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11.8%인데 전국 453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도 16.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대학들의 상당수가 건축적립금 등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적립금 총액이 6848억 원이지만, 기숙사 수용률은 8.2%에 불과했다. 홍익대는 5806억 원의 적립금 중 건축적립금이 5231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률은 4.2%(491명)에 그쳤다. 이러니 학생들이 1학년 때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학점 커트라인이 걸리는 2학년 때부터는 순위에 밀려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 기숙사에 입소하기도 어렵지만 입소조건이 불공평한 경우도 있고, 시설 자체가 열악한 곳도 많다.
학교 입장에서는 기숙사를 증축하고 싶어도 기존의 건축제한 때문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학진흥재단의 기숙사 수용률 목표치는 30%인데, 이에 훨씬 못 미치기에 일부 사립대에서는 민자 기숙사를 짓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민자 기숙사는 민간 사업자가 이익을 보아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부 학교는 이 증가비용이 너무 과도하여 학생들의 원성을 받고 있다.
건국대 쿨하우스(고급형 기숙사) 1인실 245만원, 2인실 175만원
고려대 구관 153만원→ 프런티어관 282만원
숭실대 학기당 40만원→ '레지던스홀' 1인실이 199만원, 2인실이 125만원 수준
서강대 벨라르미노 학사 105만원(4인1실)→ 곤자가 국제학사 185만원(2인1실)
*모두 식비 포함(식비도 무조건 입사비에 넣고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음)
이런 상황은 더 이상 기숙사가 학생들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 꾸준히 돈을 낼 여건이 있는 학생들만 받는 숙박업소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민자 기숙사 내에도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의 기숙사비 차이는 최고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여기에 임대료에 대학 측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 0원인 곳도 있다. 결국은 민자 기숙사가 생기면서 학생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결국은 정부의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기본적인 기숙사비 가이드라인도 없고, 기숙사의 운영 행태에 대해 공개되는 바가 없는 현실이다. 우선적으로 기숙사의 운영내역을 공개하고, 기숙사를 증축하기 위한 건축규제 제한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학교마다 기숙사 수용률을 고시해주고 이에 따르게 해야 실행방안이 잡힐 것이다.
핀란드의 학생주택 정책은 핀란드가 교환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도시마다 학생주택을 건축 보수 관리하는 조직을 만들어 학교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제일 큰 장점은 대학교 부근에 합리적인 가격의 안전한 숙소라는 점이다. 또 다른 대안 책으로 콜렉티브 하우스나 하우스 쉐어링 등이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점에서 기존의 기숙사 생활보다 더 긍정적인 주거 생활이 가능하다. 앞으로 지금과 같은 가정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1인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더 각광받게 될 대안주택이다. 이런 사례들을 더 연구하고 접목하여 청춘들에게 안정된 주거를, 돈 때문에 햇빛을 포기하는 현실을 바꿔야 할 것이다.
희망둥지 대학 공공기숙사처럼 어느 대학교이든지 상관없이 거주할 수 있는 공동체 기숙사를 늘려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기숙사들을 도심지와 먼 철도변 등과 같이 낙후된 지역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 통학거리가 멀어지면서 교통비도 많이 들지만,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자꾸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도 쪽방, 원룸 등의 생활로 조용히 침체되어가는 대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대학가 주변에 정부가 일정구역을 사들여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같은 나이 또래의 비정규직 알바생들, 그리고 청년실직자등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꾸 외진 골목한쪽 반지하방에 내몰리게 되면서 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간신히 두발을 뻗고 잘 수 있는 곳에서 청춘들이 무슨 희망을 느끼며 미래를 바라보겠는가? 어쩌면 대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적인 도움을 못 받는 계층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한 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듯, 한국에도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국형 프리터족’이 있다. 가정에서의 지원조차 없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앞으로를 살 수 있는 따뜻한 정책들이 나오길 희망한다.
첫댓글 황장수 소장님 존경해요ㅡ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