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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2년 전 양상문(55) 감독이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덕아웃 벽에 걸어 놓은 글귀다. LG는 사령탑의 메시지대로 생각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며 KBO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기적'으로 기억되는 2014년의 LG다.
이듬해 2015년, 이 문구는 '나'를 '우리'로 바꿔 LG의 시즌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였다. 자신감의 차원을 개인에서 팀으로 넓혀가자는 의도. 그러나 LG는 시즌을 9위로 마감하며 품고 있는 '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4년 꼴찌까지 추락했던 LG는 놀라운 반전드라마로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다.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릴 때다. 당시 LG는 김기태 감독(현 KIA 타이거즈 사령탑)의 시즌 초반 갑작스러운 사퇴와 함께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이 빠르게 위기 상황을 수습하며 팀을 정상화시켰다.
승패 마진이 '-16'까지 벌어졌던 LG는 위닝시리즈를 거듭하며 꼴찌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LG의 2014년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62승2무64패. 가을잔치에서도 정규시즌 3위 NC 다이노스를 격파,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 후반기 반등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올 시즌 초반 LG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5월까지 중위권을 지켜 가을잔치 참가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6월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더니 7월부터 급격히 기세가 꺾였다. 결국 LG는 한화 이글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도 1승2패로 밀리며 34승1무45패를 기록, 8위까지 추락했다.
다시 2년 전을 떠올려보자. 2014년 LG가 극적인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뭉친 것도 있지만 양상문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양 감독은 투수 운용 시스템을 정립하며 마운드의 힘으로 승수를 쌓아나갔다. 투수 전문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부진에 빠져 있던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을 원포인트 레슨으로 부활시키기도 했다.
지난 업적으로 양상문 감독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양상문 감독은 큰 위기에 빠져 있다. 팬심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2년 전만 해도 양상문 감독이 위기의 팀을 구해낸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팀 운영의 무게중심이 세대교체 쪽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팀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른 2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시의 교훈을 바탕으로 올 시즌 남은 후반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실망 가득했던 전반기에 대한 반성이 더해져야 한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 강점을 살려라! 마운드의 힘으로 반격해야
2년 전이나 지금이나 LG의 강점은 마운드에 있다. 마운드가 살아나야 반등도 가능하다. 타격은 어차피 믿을 것이 못된다. 마운드로 기본적인 팀 전력의 뼈대를 세우고, 타격으로 그 뒷받침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2014년에도 LG는 양상문 감독의 부임 전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9개 구단 중 7위(5.11)에 그쳤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의 부임 이후로 따지면 1위(4.38)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위(4.58)였다. 팀 타율은 최하위(0.279)에 불과했다. 9위에 머물렀던 지난해 역시 LG의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이 2위(4.62)로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6위(5.40)다.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팀 타율 8위(0.284)에 그치고 있는 방망이보다는 마운드가 믿을 구석이다. 기복이 심했던 스캇 코프랜드를 방출하고 '현역 메이저리거' 데이비드 허프를 영입한 빠른 승부수 또한 기대를 걸어볼 대목이다.
선발진은 갖춰졌다. 외국인 투수 소사와 허프, 토종 듀오 류제국과 우규민, 그리고 전반기 막바지에 가능성을 보여준 신예 유경국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전망. 여기에 이준형이 무릎 부상에서 회복되면 다시 1군에 가세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준형과 유경국 둘 중 한 명에게 불펜의 롱맨 역할을 맡기면 된다.
불펜은 기존 신승현 - 임정우로 이어지는 필승조에 김지용의 페이스가 좋다. 진해수도 각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정우는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구속을 시속 150㎞ 초반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근 부진한 불펜의 맏형 이동현이 살아난다면 금상첨화. 체력안배를 위한 철저한 로테이션 기용으로 혹사가 거의 없다는 것도 LG 불펜의 장점 중 하나다.
관건은 마운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다. 전반기 동안 LG는 투수 교체가 거듭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던지던 선발 투수를 오랫동안 마운드에 올려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고, 구원 투수들이 등판하자마자 리드를 빼앗기는 장면도 여러차례 연출됐다. 선발 로테이션을 무리하게 당기지 말고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도 전반기의 반성할 부분이다.
2014년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양상문 감독
LG의 마운드는 2년 전의 메시지처럼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 아직까지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코칭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다.
◆ "할 수 있다"는 팀 분위기도 중요
2014년의 반전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4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한 선수는 "그 때는 정말 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고, 그 힘으로 4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쟁팀들의 동반 부진 속에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 기회를 잡은 것은 LG는 선수들의 단합된 힘이었다.
올 시즌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강 구도를 굳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어느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LG가 8위까지 처져 있지만 5위와의 승차는 3.5경기에 불과하다. 4위와도 6경기로 따라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행히 올 시즌도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선수들 모두 아직까지 "어떻게든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 새 캡틴 류제국이 만들어 놓은 젊은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는 분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팀이 젊어진만큼 한 번 상승세를 타면 무섭게 치고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반기 한 차례 6연승을 달렸을 때처럼 말이다.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기도 하다. 경기를 뛰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그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력을 극대화하고,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의지를 꺾이지 않게 해야 한다. 2014년 LG의 마운드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투수들 각자에게 확실한 역할이 주어져 있었던 데 있다.
◆ LG는 팬들과 함께 달릴 수 있을까
LG 팬들은 지쳐 있다. 전반기 LG의 모습에 실망한 것은 꼭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타구단으로 떠나보낸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하고 있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에 상응하는 희망을 팬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것이 현재 LG의 과제다.
LG의 응원은 선수들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열광적이다.
당장 올 시즌이 아닌,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LG 팬들의 실망감을 달래고, LG가 설정한 방향성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팬심을 잃고서는 시즌을 치러나가기 어렵다. 반대로 팬들의 진심어린 응원은 선수단에 엄청난 힘이 된다. 특히 최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LG는 더욱 그렇다.
지금은 LG를 떠나 지방 구단으로 이적한 한 선수는 LG의 응원이 그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2014년 적지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선수다. 먼 길을 달려와 펼친 팬들의 원정 응원이 선수들에게 전율과 힘을 안겨줬다는 말이었다. "소름이 돋았다"는 표현도 있었다.
그만큼 팬들이 보내는 응원의 힘은 무섭다. 다가오는 후반기, LG는 팬들의 응원과 함께 희망가를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