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손원평의 '타인의 집'에서 보는 청년세대의 아픔
민병식
이 작품은 손원평(1979- ) 총 8편이 들어있는 작가의 소설집인 '타인의 집'제목과 같은 표제작이다.
사진 네이버
전세를 살고 있는 남자 ‘쾌조’와 그의 방에 한 칸씩을 세 들어 살고 있는 화자인 ‘나’의 이야기이다. 사촌형과 방3칸 아파트에서 전세 살던 쾌조라는 남자는 형이 귀향하자 방마다 전 전세를 놓기로 한다. 자신은 베란다와 거실만 사용하며 방은 시연, 작품의 화자인 희진, 재희 언니 이렇게 3명의 여자들에게 세를 준다. 화장실과 베란다가 딸린 안방은 전에 전 전세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는 이유로 가장 쌌기에 시연이 그 방을 이미 먼저 세 사람이 살고 있었고 시연이 나중에 합류한 상태다.
서로 각기 다른 네 사람이 한 집에 사는 이유는 돈을 아끼기 위함이다. 셋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몇 달을 살고 있을 때 진짜 집주인이 보일러를 고치러 찾아온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전 전세를 통해 넷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감추어야 했기에 들키지 않도록 각자의 방을 그럴 듯 하게 꾸민다. 그러나 집주인은 집을 내놓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작품 속 네 명은 다시 집이 없는 불안한 존재로 회귀한다.
작품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실현할 생각조차 못하는 현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세로 집을 계약했지만 전세에도 안정된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욱의 상태, 쉐어 하우스’라는 독특한 주거형태에 사는 시연, 희진, 재화의 모습은 오늘날 청년들의 모습이다. 공유형 주택은 청년들이 최근 선호하는 주거형태다. 적절한 독립성, 함께 쓰는 공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경제성 등 즉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공동의 공간을 공유하며 비용은 절약하는 그러면서도 외롭지 말자는 거다. 그러나 공유형 주택에도 등급이 있다. 각자의 비밀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방안에 각각의 화장실 등이 있고 주방이나 거실은 공유하는 형태이면 그나마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지만 작품 속 공유형 주택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그곳에서도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화장실 위생에 대해 민감한 재화는 방에 화장실이 없기에 아침마다 관리사무소까지 내려가서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결국 견디다 못해 화장실 사용비를 지불할 생각으로 시연에게 제의해 보지만 시연은 냉정히 거절한다.
화자인 시연은 대학 졸업 후, 고시텔에서 생활했고 남자친구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 장거리 연애를 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결국 헤어지고 만다. 원인은 둘이 같이 살 집이 없어서였다. 바로 이 점이 작품이 말하는 핵심이라고 하겠다. 초등학생이면 다 알고 있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라는 의식주 중에서 주가 해결되지 않는 거다. 이는 집이 연인의 결혼과 결혼을 통한 출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설은 시연이 절망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고 살아내야 하는 삶, 다 똑같이 잘 살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삶은 언제 찾아올 것인지, 우리의 세대가 청년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세대로 남는 것은 아닌지 착잡하기만 하다.
사진 네이버
첫댓글 내 집이 없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