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의 특성과 현황을 살펴봤다. 한국의 GDP는 세계 11위에 오를 만큼 크지만, 미술품 거래 시장은 참여자 숫자(Width)와 투입 자본(Depth) 모두 적은 ‘좁고 얕은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1+0은 1, 0+1도 1이다. 1+1=2를 만들려면,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을 GDP에 어울리는 ‘넓고 깊은 시장’으로 키우려면 시장 참여자 숫자와 투입 자본을 함께 늘려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결론도 냈다.
미술품 거래 시장에 투입될 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 ▲ 수요-공급의 법칙 등에 따라 시장 논리에 맡긴다 ▲ 미술품이 투자할 만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만든다 ▲ 미술 시장에 투자할 요인을 제공한다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세번째, 투자할 요인을 제공하는 안을 주목할 만하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술품을 자본의 원천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를 투자 요인으로 분석한 해외 은행과 연기금, 보험사와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금융 주체가 미술품 거래·투자를 감행한다.
투자는 ‘불확실성이 수반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자본을 투입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미술품 투자는 ‘미술품에 자본을 투입해 원하는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미술품 투자를 위한 자본 조달 방법으로 ‘미술품 담보대출’을 이용한다.
미술품은 동산(動産)에 속한다. 미술품 거래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는 1920년부터 ▲ 동산 감정평가 ▲ 현장 조사(Field Examiner) ▲ 담보 처분(Liquidator) 등 자산담보대출(ABL, Asset Based Lending) 및 동산 관련 금융이 활발했다. 부동산 담보대출(37%)보다 동산 담보대출(63%) 규모가 더 클 정도(2018년 금융위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 발췌)다.
미술품 담보대출은 개인은 물론 화랑도 이용한다. 개인 미술품 담보 대출은 미술품을 가진 개인이 상속세나 만기 대출금, 브릿지 론(단기 대출금)을 지불할 유동 자본을 만들 때 주로 쓴다. 또다른 투자를 위해 유동 자본을 확보하려는 개인에게도 인기다. 자본 공급 주체는 은행뿐 아니라, 경매 기관과 부티크(Boutique, 양품점)도 해당한다.
화랑 미술품 담보 대출은 은행의 기업금융대출(Business Finance Loan)과 유사한 형태다. 미술품을 판매하는 딜러 혹은 화랑에 운전자본(Working Capital,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본) 유치권을 주려는 목적에서다. 대출기관은 딜러 혹은 화랑이 가진 미술품의 목록, 현금 흐름과 매출 채권 등을 고려해 자본을 투입한다.
미국의 연간 미술품 담보 대출 규모는 15억~19억달러(1조7540억~2조2218억원, 2017년 기준)에 달한다. 덕분에 미국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 역시 지난 5년간 매년 15~20%(대출 잔액의 가치로 측정했을 때) 성장했다. 개인과 화랑이 미술품을 거래하기 위해 담보 대출을 이용하자 시장도 함께 성장한 사례다.
사실 한국에서도 몇 차례 미술품 담보 대출이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왜일까?
다음 칼럼을 통해 한국 미술품 담보 대출 사례와 결과, 현황을 분석하고자 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