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5. 4. 2. 수요일.
봄인데도 은근히 추워서 윗도리는 겨울 쉐타를 입고는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오늘서부터 5일간 벚꽃 축제(2025. 4. 2. ~ 4. 6.)가 시작되었다.
석촌호수 동호 쉼터에서는 축제가 진행 중이다. 많은 상춘객이 들락거리고, 간이천막을 친 음식가게에서는 음료수 등을 판다.
외국인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은근히 추워서 나는 얼렁뚱땅 걷는 체를 하며, 빨리 귀가를 서둘렀다.
내일 오전 11시에 대전 C고교친구들이 석촌호수로 산책하러 나온다 하니 나도 그들과 함께 석촌호수를 돌면서, 짬을 내어 벚꽃축제 현장을 다시 둘러봐야겠다.
밤중에 내 컴퓨터에 저장된 아래 글을 발견했기에 퍼서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린다.
내가 2008년 6월 말 직장에서 벗어난 뒤에서야 고향에 내려갔고, 시골집 주변을 에워싼 텃밭 세 자리에서 건달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던 때의 일기이다.
6774번 망초, 개망초도 구별 못하는 농사꾼
최윤환 (2010. 7. 5.)
내가 1970년대 중반에 고향*을 떠난 뒤로 홀로 남은 노모는 점차로 연로해서 밭농사를 더 이상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다. 늙은 어머니가 가꾸는 텃밭은 정말로 손바닥만한 크기 면적으로, 그것조차도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었다.
내가 객지생활 수십년 뒤 정년퇴직한 뒤(2008. 6. 30.)에서야 내려간 시골. 화망마을 회관이 있는 동네 한 가운데의 텃밭 세 자리는 온통 풀밭이었다. 아흔살 엄니가 겨우 흉내를 내는 몇 평 남짓한 두둑 이외의 나머지 땅에는 잡초와 잡목이 가득 찼다. 억새가 하늘을 가리고, 왕대나무 대섶이 뒷산 시야를 가로막고, 환삼덩쿨이 온통 집 주위를 덮었다.
내가 이런 밭을 지난해부터 쇠스랑과 삽으로만조금씩 일궈 나갔다. 손바닥이 부르트고, 발바닥에 티눈이 옹골차게 박히도록 일했지만 그 흔적은 극히 미미했다. 농기계로 밭을 갈고, 로타리 치고, 농약을 살포하면 잡목과 잡초 제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농약 한 방울, 비료 한 알도 뿌리지 않았던 밭은 거름기 한 방울도 없어서 투박한 땅이 되어 있었다. 이런 땅일수록 쑥, 민들레, 바랭이, 강아지풀, 뱀딸기, 명아주, 나승게, 멧꽃 등이 득실거렸다.
낫으로 잡초를 베어내고, 잡초들이 지나치게 무성한 곳에는 새로 구입한 농기계 예초기로 풀을 깎았다. 깎은 풀을 쌓아 둔 뒤 몇 개월 뒤에 이를 거둬내면 땅은 자연스럽게 습기가 차서 물렀다. 무른 땅을 삽으로 쇠스랑으로 파 엎은 뒤에 씨앗을 뿌렸다. 그런데 씨앗보다 먼저 발아하는 잡초란.... 정말로 새까망했다. 온통 잡초만이 싹 튀웠다. 손으로 풀을 뽑고, 날이 선 호미로 김매기를 한 뒤에 뒤돌아보면 어느새 잡초가 고개를 내밀었다.
올봄 대전에서 사는 사촌동생이 시골에 와서 내 텃밭에서 민들레를 캐고 있었다.
"아내가 몸이 허약해요. 민들레를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 캐러 다닙니다"라고 게면쩍게 대답했다.
"그려? 다라도 캐 가."
내 말에는 생기가 배었다. 맛이 씁쓸한 민들레가 항암에 좋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그 민들레(멈들레)도 시골에서도 보기 힘이 든다. 병이 깊이 든 동네 노파도 '이제는 민들레 캐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너도나도 다 캐 간다는 뜻. 몸이 아픈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인가 웰빙붐(well-being boom )이 지나친 탓일까?
내 시골집 바깥마당 잔디밭에도 그토록 많이 나던 민들레. 요즘에는 내가 지쳐서 민들레를 뽑아내지 않았다. 잡초로 보면 민들레 번식이 지겹지만 하나의 먹을거리, 약재로 쓰인다면 민들레도 소중한 자원이다.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풀도 작물이 되며, 잡초로 분류한다. 나는 어느새 잡초를 작물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풀 뽑고, 김매기에 지친 내가 덜 힘들어 할 터이니까.
올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흰민들레 씨앗 한 봉지를 살 뻔했다. 스무 낟알 쯤 든 씨앗의 값이 2,000원이었다. 흰민들레면 어떻고, 노랑민들레면 어떠한가? 민들레의 효능은 거의 같을 터. 색깔에 따라 민간요법의 약 효능의 다르지는 않을 터.
밭에다가 까마중, 메꽃, 나팔꽃, 비름 등을 캐다가 심었다. 대전 C고교 동창생(손선웅)은 서해안 산골에 사는 내 시골집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이를 보고는 "밭에다 풀을 심는 엉터리 농사꾼을 처음 본다"며 껄껄 웃었다. 그래도 나는 지난해 여행길에서 채종한 코스모스, 유홍, 골드메리, 분꽃 등의 씨앗을 올 봄에도 뿌렸다. 힘들여서 땅을 일궈낸 텃밭에 작물 대신에 이름 모를 꽃씨도 뿌렸다. 아쉽게도 작물, 꽃 씨앗보다 다른 풀(잡초가 정확한 호칭일 듯)이 먼저 싹을 틔웠다. 여행지에서 캐 온 타래붓꽃, 해당화 뿌리도 심고, 시골 장터에서 돈 주고 사 온 花木도 심었다. 내 밭에서는 작물도 자라고, 꽃도 자라고, 과수목도 자라고, 잡초도 한데 어울려서 자란다.
올봄 이웃집 조씨네 아주머니가 나눠준 옥수수 모종 20포기를 심었는데 그 가운데 겨우 열 포기쯤 살았다. 내가 심은 옥수수는 배배꼬이고, 겨우 겨우 자라는데 비하여 그 아주머니네의 옥수수는 정말로 탐스럽게 잘 자랐다. 잘 자란 이유가 검정비닐 피복때문일까? 거름기 한 방울도 없는 황토인 내 텃밭의 작물들은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정말로 부실하게만 배배꼬였다. 이런 땅일수록, 척박한 환경일수록 잡초들만 번성했다.
계란 후라이 부침한 것처럼 꽃을 피우는 개망초. 참으로 많다. 멀리서 보면 그럴 듯하게 핀 흰 꽃이 예쁘다. 계란꽃보다 더 작게 피우는 꽃이 망초? 망초와 개망초는 잎새, 꽃 모양새는 조금은 유사하다. 어느 것이 망초이며, 개망초인지를 명확히 구분 못하는 나. 그토록 많은데도? 왜? 내가 관심을 덜 가졌다는 이유가 정답이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며, 아는 만큼 즐긴다'는 뜻이다.
내가 모를수록 산야초, 텃밭 가꾸기 등의 책은 내 서가에서 자꾸만 늘어나 자리매김을 했다. 농업 관련 책과 사진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서서히, 천천히 익히며 배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책, 인터넷 등에서 살펴보는 잡초, 잡목의 이름도 조금씩 늘어나며 내 시골 텃밭에서 웃자라는 잡초들이 조금씩 '소중한 풀'로 보이기 시작했다. 미움덩어리의 잡초란 사실은 나의 무지와 게으름때문에 나쁘게 인식되고, 잘못 분별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약이 되는 잡초음식' 책 저자인 변현단 저자처럼 나도 잡초를 하나의 소중한 자원으로 재인식해야겠다. 그래야만 내가 덜 지치니까.
서울에 올라와 이틀 밤을 잤으니 이제는 시골로 내려가 텃밭을 가꿔야 하는데도 자꾸만 꾸물거린다. 게으른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 얼치기 농사꾼, 초보 농사꾼이기에 또 게으름을 피운다.
* 고향 :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
2010. 7. 5. 월요일 아침. 최윤환
망초
망초, 개망초의 어린 잎을 뜯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봄나물로 먹음
망초꽃 : 꽃잎이 복잡하게 지저분하고 많다.
사진은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용서해 주실 것이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인다.
2025. 4. 2. 수요일. 사진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