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전 일입니다.
대안학교인 간디고등학교 1차서류전형에 합격한후 2차 면접은 2박3일동안 숙박을 하면서 치루어야 했기에
기숙사에 내려놓고 돌아설때 만감이 교차했었습니다.
나름대로의 교육관을 갖고 대안학교라는 특수한 환경에 아이를 보내기 까지는 사실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인식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도권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도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대안학교는 아이들 각자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일깨워 줄수 있고 정서적 교육을 할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간디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사랑과 자발,전인교육'이라는 학교 교육이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아이가 육지에서 걷기도 하고 물에서 수영도 할수 있는 뭐든 잘하는 수륙양육형의 오리가 되는
획일적 교육보다는 하늘높이 날수 있는 독수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고 싶다고 해서 다 갈수 있는것은 아니란 것을 서류 접수하고 난후 알게 되었습니다.
1학년 학생정원수는 20명인데 서류접수한 학생수는 200명이 넘었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 꼭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것은 바로 인가받은 학교이면서 학생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26명의 선생님을 만나본 다음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얼굴에서 넘치는 사랑을 느꼈을때 더욱더 애착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학부모 자기소개서, 학부모인생관, 학생자기소개서, 성적증명서로 판단하는 1차 서류는 합격했지만,
2차면접을 위해서 온 다른 아이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저 있는것을 보았을때,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간디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차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11명이니 외부에서 원서를 접수한 학생은 결국
9명만 선발될수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특히 제 딸은 학교 성적이 그렇게 상위권도 아니었고, 어디하나 특출한것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2차전형때 학부모 면접을 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만약 아이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4명의 학부모가 같이 면접을 받았는데, 같은질문에 재수를 시켜서라도 보내겠다는 학부형도 있었고,
그냥 포기하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여러갈래 길이 있는데, 그 길이 직선이든, 굽은길이든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설사 선택하지 않은길을 가게될 경우라 하더라도
그 길은 결코 실패자의 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길이 직선이면 시간을 절약해서 빨리갈수 있겠지만, 굽은길은
시간이 걸리는 대신 다른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나쁜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든 우리아이에게는 모두 좋은결과라 생각한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인생은 길고 그 길고 긴 인생길에 어떤 경험을 해야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수 없는
것이기에 합격을 하든, 떨어지든, 나름대로 삶에 모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딸애한테도 그런 엄마의 생각을 전했고, 설사 떨어진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를 했습니다.
딸아이 역시 그런 엄마의 생각에 동감했지만, 꼭 붙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눈망울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합격을 했고 3년동안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이 하고싶은 공부를 했습니다.
정규수업외의 어떤 공부도 강요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좋아하는 특기 적성공부를 할수 있는 환경에
무척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3년동안 입시준비를 하지 않아 시간이 자유롭다보니, 많은 책을 읽었고, 열심히 토론하고,
정체성을 찾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도자기를 열심히 빚었고, 장구를 열심히 치고, 수지침을 배워
보는사람마다 뜸을 떠주고 침을 놓아주었습니다.
춤에 빠져 춤도 열심히 추고,옷도 열심히 만들고 농사도 열심히 지었습니다.
그때 배운 바느질 솜씨로 지금도 자기가 쓰는 생리대를 만들어 쓸 정도랍니다.
제도권에서 밤낮으로 공부만 학생들과 대학입시 경쟁력에서 떨어질것은 명약관화 한 일이었지만
하나도 걱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대학입시를 걱정하며 간디고등학교입학을 반대하는 아빠에게
자신이 꼭 대학에 갈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든 원하는 대학에 갈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딸아이의 확신에 찬 말 때문이었습니다.
대학공부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딸아이였기에 스스로 알아서 잘 할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더도 덜도 말고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 만족하기를 바랬고, 선택한 그대로의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바램뿐이었습니다.
간디학교 졸업후 아이는 자신이 꼭 하고싶은 공부를 찾지 못했다면 대학원서는 쓰지 않았고,(수시로 대안학교 특별전형으로 갈수있는 대학이 있었음에도) 인도에 가서 1달, 몽골에가서 1달 캄보디아에 가서 1달동안 봉사활동을 했고,
정토회 법륜스님 밑에서 4년동안 숙식을 하며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배우고 익혔던 일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환경을 위해 생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생리대를 만들어 삶아 쓰는것은 물론이고, 세제도 친환경 세제만
골라 쓰고 있습니다.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저한테 스프레이도 못쓰게 하고, 늘 자기컵을 소지하고 다니며 실천하는 딸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기특하기도 합니다.
교육은 배운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 교육일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지식을 쌓았을 지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책상위의 이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 우리 아이는 자신이 배운것,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잘 실천하고 사는것 같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사는 천원짜리 옷에 만족해 하고
명절때 집에 들어온 선물셋트를 우리 가족이 다 못먹을 거라면서 몽땅 싸서 아름다운 가게이 보내는 딸,
수첩보다 이면지를 묶어서 노트로 쓰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차고 넘칩니다.
아마도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그런마음, 그런 행동이 저절로 배어지게 된것 같습니다.
법륜스님이 20살만 넘으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된다고 하셨다며, 정토회에서 나온후에는
편한 집보다 한집에 여러명이 함께사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6년전에는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며 모아놓은 돈으로 대학 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안학교 교사를 근무하고 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며,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고, 양가부모의 허락하에 2년전 둘이 살림을 합쳐 아이낳고 살고 있습니다.
아이낳고 키우면서 천 기저귀를 쓰고 있고, 집에서 음식물쓰레기로 지렁이를 키우고 주변 아기엄마들과
공동육아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수 있는일 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것은 결코 틀린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검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성적, 좋은학교, 좋은직장만이 꼭 삶의 질을 높여주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몰라이프'를 선택하며 매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딸을 보며 깨닫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일에 책임질수 있는 판단력과 의지와 용기만 있다먼 어떤 선택이든 모두 가치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엄마도 대단하시고 따님도 대단하시네요~~어떤 선택이든 모두 가치있는 선택이라지만 길을 만들면서 가는길이 얼마나 어려운질 알기에 용기에 박수드립니다~~
네.. 공감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길을 새로 만들어 가는길, 어려운 길인데
스스로 즐겁게 일궈나가는 딸을보면 참 기특하게 생각하는
팔불출 엄마랍니다. ^^
훌륭한 엄마에 훌륭한 딸
제가 40년간 미술학원 하면서 소리쳐 강조했던 맥락과 일치해서 너무 좋으네요
아버지가 계신 병실은 3인실이라
고3 교사로 지내던분과
현재 고3 남학생과 아버지가 계셰요
남학생이 공고를 갔고
3학년1학기에 포항제철 합격하고
축구놀이하다가 다리다쳐 수술했는데
너도 나도 잘했다
몇년만 작업복 입으면
외국으로출장다니며 대학 다니는거 만큼 안목을 키우고 배우면 된다고
칭찬해 주시네요
아.. 그러셨군요..
역시 이젤님하고 저는 통하는것이 많은것 같아요. ^^
맞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철학만 확고하면
잘 해낼수 있지요. 일만 잘하면 회사에서 공부도 시켜주고
얼마든지 기회가 있으니까요. ^^
딸도 딸이지만 엄마의 철학이 분명하니 ㅎㅎ
그런데 나중에 시집갈때 사위는 큰일입니다 ㅎㅎ
ㅎㅎ 이미 살림차려서 살고 있어요.
사위는 건축설계사무실에 있어요. ^^
비혼주의였던 딸의 마음을 바꾼 사위입니다.
@박지연 천만다행 ㅎㅎ
@지 존 ㅋㅋ 네.부창부수라 다행입니다..^^
저는 저의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대안학교
가는 것 반대없이 적극 지지할겁니다.
저의 애들도 스스로 선택하라 했었고...(^_^)
감사합니다. 다른것은 몰라도 주도적인 삶을 사는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박지연
애들을 자기가 낳았다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게
아니고 묵묵히 격려하고 지켜봐줘야 될 것 같아요
@적토마 네..맞는 말씀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긴글 읽어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똑같은 최고의 탑을 바라보며 남을 밟고 내가 1등이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깨여있는 부모의 선택이 자녀분께 일조하신듯 하구요
요즘은 인성교육이 우선시 되야 참다운 인간이 되는듯하더라구요
인생에 있어서 공부가 최고가 아니라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크나큰 자양분이 무엇인지를 부모님께서 잘 이끌어 주셨네요
탁월한 선택에서 결과는 너무나 확연히 다른 삶을 가꾸어나가는 사회에 일조하는 구성원이 됐다는것이 너무나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좋은부모로써 바르게 인도 하셨네요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의 생각이 밝아서...
현명하게
딸 교육을 시키는거 같읍니다
대단 하십니다
엄마는 방목했고 저 스스로 제 길을 잘 찾아서 사는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참다운 자식 교육이었네요.
눈앞에 이익이나 자신의 부족함을 자식에게서 찾으려는~
일종의 보상 심리를 가진 부모가 꽤 있죠.
해서..부족한 능력의 자식에게 올인하며~
바랬던 성과를 못내 세상을 한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야기 몇마디 나눠보면 어느 정도 알게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연님의 자식에 대한 교육관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비범함이 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몇 아래시지만~
생각의 깊이는 절 훨씬 뛰어 넘으시네요.
장하십니다.
잘 봐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 눈앞의 성과물에 매달려 아이들을 닥달하는 요즘
참 대단하신 엄마 또 대단한 딸 입니다
다섯 손주가 모두 중고등 학생이고 금년에 당장 수험생이 있는 제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쨋든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라 생각 합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일 중요한것은 자녀의 행복권 이라 생각합니다.^^
아하~~~~감탄합니다,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박수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딸을 믿어준 엄마에게 실망 시키지 않는 딸이네요
누구보다 야무진 엄마이고 교사가 될듯 싶네요
네..홍실이님 믿음에너지가 제 딸 앞날에 큰 빛이 되어줄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도 따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아니지만 제 딸은 그 또래에비해 대단한 의지를 갖고 사는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이담에 이 지구상에는 쓰레기 외에는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껍니다.
지금도 수억명의 사람들이
쓰레기의 심각성을 모르며 살아갑니다.
네..맞습니다..정말 심각합니다. ^^
다양한 대안학교 정착 된것 같아요
처음 접할 때 는 약간 불안 했거던요
홈스쿨링 가정도 많더라구요
정답은 없기에 필 받는대로,
아이 성향 마춤 교육이니 제일 좋은 교육아닐지요 구태여 잠 덜자고 공교육 고집만 할건 아니죠 행복한 마음이라면 믿고 잘 시행 했어요 보통 엄마들은 못 합니다
집안에 정보맨 있어
울 애들 초딩부터 공부 공부하지 마라 했어요 뛰어내린다고 헐 그때는 그런일 없던 시절이라 이해도 안됐는데 ...
요즘엔 공부 잘해도 못해도 시험 망쳐도점수 강박으로 부모 가슴에 대 못질을 하고 떠납니다
한창 맞벌이 시절
큰딸 학원에서 수업 며칠 빼 먹었다는 전화를 받고 잡으려고 하다가 겁나서 참았어요 또래보다 엄청 큰키 초딩 때 걸스카우트 대장을 하고 암튼 친구들 좋아하고
중2병 걸려서 훗훗 고딩까지! 다행히 사립 여고 공부는 많이 시키는 바람에 원하는 대 학과에 들어갔어요 담임쌤이 어머니 걱정마세요 대학가면 잘 할겁니다 위로를 ㅎ
지금까지 사회생활 넘 잘하고 있지요
범생이고 공부 잘 한 작은딸은 결혼전 부터7년 사회생활 애들 키우라고 종치게 했어요 한번씩 저가 그래요 4년제 대학 등록금이 아깝다고 농 수긍할때 넘 귀요미ㅎ삶이 그래요 행복하세요🤗
네..공부에 정도도 없고 인생에 정답도 없다는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공작새님도 자녀분들 참 잘 키우셨을것 같아요..^^
따님도 훌륭하시지만,
지연님도
훌륭하십니다.
"본인이 설사 선택하지않은 길을 가게될 경우라 하더라도 ~~~~~"고
답변하신 말씀
지연님의 인생관이
녹아 있네요.
박지연님,따님 두분모두
존경스럽습니다.
건안하심을
기원합니다.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격려와 응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 대단하세요. 박수 칩니다. 훌륭하게 생활합니다.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어려운 선택에서 자신이 이룬 성과,
부모님의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응원과 격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