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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
아니리)
송나라 원풍 말년에 황주 도화동 사는 봉사 한사람이 있었는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라 누대 명문 거족으로 명성이 자자 터니 가운이 불행하야 삼십전 안맹허니 낙수청운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지니뉘랴서 받드리요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부인이 있난디 또한 현철허사 주남, 소남, 관저시를 모르는 것 전혀 없고 백집사 가감이라 삯을 받고 품을 팔적
단중머리)
삯바느질 관대 도복 행의 창의 직영이며 섭수 쾌자 중치막과 남녀의복의 잔누비질 상침질 꺽음질과 외올띄기 꽤땀이며 고두누비 솔 올리기 망건 뀌며 갓끈 접기 배자토수 버선행전 포대 허리띠 단임 줌치 쌈지 약낭 필낭 휘양 볼치 복건 풍채이며 천의 주의 갖은 금침 베게모 쌍원앙 수도 놓고 오색모사 각대 흉배 학그리기 궁초 공단 수주 선주 낭능 갑사 운문 토주 갑주 분주 포주 명주 생초 통경 조포 북포 황저포 춘포 문포 제초리며 삼베 백제 극상 세몫삯을 받고 맏어 짜기 청황 적백 침양 오색 각색으로 다 염색허기 초상난 집 원삼제복 혼장대사 음식숙정 갖은제편 중계약과 백산과자류 다식정과 냉면화채의 신선로 각각찬수 약주 빗기 수팔년 봉오림과 배상허기 괴임질을 잠시도 놀지 않고 수족이 다진토록 품팔아 모일적의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양만들어 양을 지어 관돈 되니 일수체계 장리변을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한 곳 빚을 주어 실수 없이 받아 들여 춘추시향의 봉제사 앞 못보는 가장 공경 시종이 여일 허니 상하 일 이웃 사람들
아니리)
하로난 심봉사 먼 눈을 번뜩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슨 죄로 이생에 나를 만나 한시 반시 놀지 않고 어린아이 받들듯이 나를 공대 허니 나는 편타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우리가 사는 대로 살아가되 지원할 일이 있오 우리 연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 혈육 없어 초종행화 끊게되고 우리 내외 사후라도 초종장사 소대기며 년년이 오난 기일 뉘랴서 받드리까? 명산대찰 신공이나 드려 우리가 사십 후라도 남녀간에 무얼 하나 낳아 보았으면 평생의 한을 풀겠구만
곽씨부인 이말 듣고 공손히 대답하되.
창조)
가군의 경대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하였더니 이제 말씀 그리 허오니 지극 신공 허오리다.
아니리)
옛 글에 하였으되 불효 삼천 무후위대라 하였으니.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하리까
거 정성껏 빌어보오
중머리)
곽씨부인 그날부터 품팔아 모인 제물 왼갖 공을 다 드릴제 명산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석왕사며 석불미륵 서계신디 허유 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 인등시주 창오시주 십왕불공 칠성불공 나한불공 가지가지 다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든 나무 꺽어질까 갑자사월 초파일야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 반공하고 오채의 영롱 터니 하날의 선녀하나 옥경으로 내려오는디 머리의 화관이요 몸에난 원삼이라 계화가지 손에 들고 부인전 배례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 정신이 산상의 돋우의난 듯 남해 관음이 해중의 다시 온 듯 심신이 황홀 허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의 고운 태도 호치를 반개 허고 세옥성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 딸일러니 반도진상 가는 길에 옥진 비자 잠깐 만나 수어수작을 허옵다가 시각이 늦은 고로 상제전 득죄허여 인간의 내치시매 갈 바를 모르고 방황 터니 태상노군 후토부인 제불보살 석가님이 댁으로 지시 허여 이리 찾아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아니리)
양주 몽사 의논하니 내외 꿈이 꼭 같은지라 그날부터 태기가 있난디.
중중머리)
석부정부좌 활불정불식 이불청음성 목불시악색 입불중문 좌불중석 십삭일이 찬 연후에, 하로난 해부 기미가 있는디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봉사 겁을 내어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을 내여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집 한줌 쑥쑥 추려 정화수 새소반에 받쳐놓고 좌불안석 급한 마음 순산허기를 기다릴 제 향취가 진동 허고 채운이 두루 더니 혼미중에 탄생 허니 선인옥녀 딸이라.
아니리)
곽씨부인 정신차려 아이를 낳고 보니 딸을 낳았구나
곽씨부인 서운하야
창조)
만득으로 낳은 자식 딸이라니 원통허오
아니리)
심봉사 이 말 듣고
여보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못 두면 욕급선영 허는 것이요 딸이라도 잘 만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 범절 잘 가르쳐 침선방직 잘시켜 요조숙녀 좋은 배필 군자호구 가려 부귀다남하고 보면 외손 봉사인들 못하리까 그런 말 마오
그때여 곽씨부인은 산후 손대 없어 찬물에 손을 대 빨래를 허였더니 뜻밖에 산후 별증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도 못하고,
창조)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사대삭신 육천마디가 아니 아픈디가 전히 없네
아니리)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의 손길잡고 유언 허고 죽드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님 내평생 먹은 마음 앞못보신 가장님을 해로백년 봉양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초종장사 마친 후어 뒤를 쫓아 죽자 더니 천명이 이뿐인가 인연이 끊쳤는지 할일없이 죽게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가장 헌옷 뉘랴 지여 주며 조석공대 뉘랴 허리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 할 곳 바이없어 지평막대를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의 체여 넘어져서 신세자탄 우는 모냥 내 눈으로 본듯 허고 기한을 못 이기여 가가 문전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의 쟁쟁 들리난듯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리 명산대찰 신공 드려 사십 이후의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체 모르고 이지경이 왠일인고 이일저일 생각 허니 멀고먼 황천길을 눈물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서 어이 갈꼬 여보시요 가군님 뒷마을 귀덕어미 정친허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저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걸거들랑 앞을 세우고 길을 물어 내 무덤 앞을 찾아 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상봉을 허게 허고 헐 말은 장차 무궁 허나 숨이 가퍼서 못허것오.
중머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비단 금자 박어 진옥판 홍사수실 진주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워주오 나라에서 하사 허신 크드라큰 은돈 한 푼 수복강녕 태평안락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 교불 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워주오 나찌든 옥지환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여 주오 한숨쉬고 돌아 누어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내자식아 천지도 무심 허고 귀신도 야속허다 니가 진즉 삼기거나 내가 조금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치통을 널로 하여 품게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의 무삼죄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한숨 겨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 되었어라 폭깍질 두세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여 심봉사는 아무런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든다고 다 죽으리까 내 의가에 나가 약 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허오 심봉사 급한 마음 의가에 빨리가 약을 지어 돌아와 얼른 다려 짜들고 들어와
“여보 마누라 이약 자시오 이약 자시면 곧 즉효허리라 헙니다”
아무리 부르고 깨워본들 죽은 사람이 대답헐 리가 있것느냐
“허허, 식음을 전폐허였더니 기이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랴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허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나니 그제야 죽은줄 짐작허고 뛰고 미치난디 설움이라 허는것이 어지간허여야 울음도 나고 눈물도 나제 서름이 아람에 차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였다.
중중머리)
심봉사 기절허여 섯다 절컥 주잖으며 들었던 약 그릇을 방 바닥에다 미닺치고 아이고 마누라 이것이 웬일이여 허허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여 죽었네 병불능 살인이요 약능 활인 이라드니 약이 도리어 원수라 죽을 줄 알았으면 약 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 연화세계 환생차로 진언외고 염불이나 허여 줄걸 절통허고 분허여라 가삼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덜컥 내려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두고 죽단 말여 동지섣달 설한풍에 무얼입혀 길러내며 뉘젖먹여 길러낼거나 꽃도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것마는 마누라 한번가면 어느년 어느때 어느 시절에 오려나 삼천벽도 요지연의 서왕모를 따라가 황능묘 이비함끄 회포말을 허러가 천상에 죄를 짖고 공을 닦으러 올라가 나는 뉘를 따러갈거나 밖으로 우루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져 아이고 동네사람들 자소에 계집 추는놈은 미친놈이라 허였으나 현철허고 얌전한 우리 곽씨 죽었소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덜컥안고 낮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으로 이러나 농담으로 이러는가 아이고 일을 어쩔거나 내신세를 어쩌랴고 이지경이 왠일이여.
아니리)
곽씨부인 어진마음 뉘아니 칭찬하랴 동리 남녀 노소없이 모여들여 초종제례를 받치는디 곽씨 시체 소방상 댓뜰위에 덩그렇게 모셔놓고 명정 공포 삽선 등물 좌우로 갈라세우고 운상을 허여 가는디 운상을 허여가며 무슨소리가 있으리오만은 망노이가라 상부소리 허여가며 나가것다.
중머리)
요량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넘차 너와넘 어너 어어화 넘차 어이가리넘차 너화넘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저건너 안산이 북망이로구나 어넘차 너와넘 새벽종달이 쉰길 떠 서천명월이 다밝어온다 어넘차 너와넘 인경치고 바루를 치니 각대하님이 개문을 허네 그려 어넘차 너와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 치고 다람쥐 앉어서 밤을 줍난디 원산호랑이 술주정을 허내 그려 어넘차 너와넘 어너 어어넘차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여 심봉사는 어린아해를 강보에 싸 귀덕어미으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 얻어 입고 상부 뒤채를 검쳐잡고 아이고 마누라 날버리고 어데를 가오 나하고 가세 나하고 가세 산첩첩 로망망은 다리아퍼 어이가며 일침침 운명명은 주점이 없어서 어이를 갈꼬 부창부수 우리정분 날과 함께 가사이다 상여는 그대로 나가며 어넘차 너와넘
중중머리)
어너 어너 어이가리넘차 너와넘 여보소 친구네들 자네가 죽어도 이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길이로다 어넘차 너와넘 현철어신 곽씨부인 불쌍이도 떠나셨네 어넘차 너와넘 허너허너허너 허허어어으 넘차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아니리)
산천에 올라가 깊이파서 안장허고 평토제를 지낼적에
그때여 심봉사는 삼십전 안맹이라 배운것이 있어 축문을 지어 독축으로 외우난디.
축문)
차호부인 차호부인 요차 요조숙녀혜여 행불구혜 고인이라 기백년이 해로터니 홀연몰혜언귀요 유치자이 영서혜허니 저걸어이 길러내며 누삼삼이 천금혜여 지난눈물 피가되고 심경경이 소호혜여 살길이 전히없네
진양조)
주과포혜 박잔허나 만사를 모다잊고 많이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잡고 아이고 마누라 날버리고 어데를 갓소 마누라는 나를잊고 북망산천 들어가 송죽으로 울을삼고 두견이 벗이되어 나를 잊고 누었으나 내 신세를 어이허리 노이무쳐 환불허니 사궁중에는 첫머리요 아달없고 앞못보니 몇가지 궁이 되단말가 무덤을 검쳐안고 내둥굴 치둥굴며 함그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말류허며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죽은사람 따라가면 저 어린 자식은 어쩌시려허오 어서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이 동인들게 붙들리어 집으로 돌아올제
중머리)
집이라고 돌아오니 부엌은 적막 허고 방안은 휑 비었난디 심봉사 실성발광 미치는디 얼싸 덜싸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고 지평 막대 흩터 짚고 이웃집에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네들 혹 우리마누라 여기 아니 왔오 아무리 부르고 다녀를 봐도 종적이 바이없지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마누라 방으로 들어와서 쑥내 향내 피워놓고 통곡으로 울음을 우니 어린 아해는 기진 하야 응아응아 울음 우니 심봉사 기가맥혀 우는 아이를 안고 앉어 우지마라 우지를 마라 너의 모친 먼디 갔다 낙양동춘 이화정에 숙낭자를 보러갔다 죽상지루 오신 혼백 이비부인 보러갔다 가는 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를 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도 안 주느냐 그저 응아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해를 방바닥으다 미다 치며 죽어라 썩죽어라. 니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니가 초칠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죽으면 너도 못 사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앉어 아가 우지마라 어서 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끼야.
아니리)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더욱 기진 하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 허여 날새기만 기다릴제.
중중머리)
우물가 두레박소리 얼른 듣고 나갈 적에 한편에 아이를 안고 또 한손 지팽이 짚고 더듬더듬 나갈 적에 우물가 당도 허여 여보시요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 인들 아니 주며 도척 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 주며 여보시요 봉사님 예 이 집에도 아해가 있고 저 집에도 아해가 있으니 어려워 생각 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 하옵소서 이 집 저 집 다닐 적에 삼베 질삼 허느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가 여보시요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유월 뙤약볕에 김매고 쉬난 곳도 허유 허유 찾어가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어가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되씩 떠주며 맘쌀이나 허여 주오 심봉사 좋아라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 허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올제 어덕 밑에 쭈프려 앉어 아해를 어른다.
늦은 중중머리)
둥둥둥 내딸이야 오호 둥둥 내딸이야 아이고 내새끼 배불렀다 배가 이상 뺑뺑 허구나 이덕이 뉘덕이야 동네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을 헌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을 닮아 현철허고 얌전허여 아부귀염을 보이여라.
둥둥둥 내딸이야 백미 닷섬의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다 둥둥둥 내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 준들 너를 사랴 어덕 밑에 귀남이 아니냐 설설 기여라 어허둥둥 내딸이야.
자진모리)
어허 둥둥 내딸 어허 둥둥 내딸 어허 둥둥 내딸
금자동이냐 옥자동 주린 천하의 무쌍동 은하수 직녀성은 니가 되어서 환생 달가운데 옥토끼 댕기 끝에는 준주실 옷고름에는 밀화불수 쥐얌쥐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오호 둥둥 내딸 서울가 서울가 밤 하나 줏어다 두룸박속에 넣었더니 머리 깜은 새양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로 한쪽은 내가먹고 한쪽은 너를 주마 우루루루루 둥둥 허 둥둥 어허 내딸.
아니리)
아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포단덮어 뉘여놓고 동냥차로 나가는디
단중머리)
삼베전대 외동지어 왼어께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사 허유허유 다닐적으 그때여 심청이난 하날이 도움이라 일취월장 자라날적 십여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 아니잊고 헐줄알고 부친의 공양사를 의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이 이 아니냐
아니리)
하로난 심청이 부친전 단정히 꿇어 앉어
“아버지 오날부터 제가 나가 조석공양허오리다”
심봉사 이 말 듣고
“이애 청아 내 아무리 곤궁허나 무남독녀 너 하나를 밥을 빈단말이 될 말이냐 아서라 그런말 말어”
중머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난 현인으로 백리의 부미허고 순유딸 제영이난 낙양옥의 같힌 아부 몸을 팔아 속죄허고 말못허난 가마귀도 공림 저문날으 반포은 헐줄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만 못허리까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심봉사 이말듣고
“이애 청아 너 이제 허는말 어디서 다 들었느냐 니 성의가 그렇다면 한두어집만 얼른 다녀오너라 잉”
늦은 중머리)
심청이 거동봐라 밥빌러 나갈적에 헌베중에 다님매고 말만남은 헌초마의 깃없난 헌 저고리 목만 남은 길보선의 청목 휘향 둘러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쳐 나갈적에 원산에 해비치고 건너마을 연기일제 주적주적 건너가서 부엌문전 다달으며 애근히 비난 말이 우리모친 나를 낳고 초칠안으 죽은후에 앞어두신 우리부친 나를 안고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끔이나 자랐으되 앞어두신 우리부친 구안헐길 전히 없어 밥을 빌러왔사오니 한술씩만 덜 잡수고 십시일반의 주옵시면 치운방 우리 부친 구안을 허것네다 듣고보는 부인들이 뉘아니 슬퍼허리 그릇밥 김치장을 애끼잖고 후이주며 혹은 먹고 가라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치운방 우리 부친 날오기만 기두리니 저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의 먹것네다 한 두집이 족한지라 밥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올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때는 원산으 해가 아니 비쳤더니 발서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이 되었구나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허며 시장낀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오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에 갈치자밥 어머님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봉사 기가막혀 심청 손을 부어다 입에 넣고 후후불며 아이고 내딸춥다 불쬐어라 모진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지경이 웬일이냐
아니리)
세월이 여류 하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였구나 효행이 출전하고 얼굴이 또한 일색이라 이렇듯 소문이 원근에 낭자 허니 하로난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구나 심청이 부친 전 단정히 꿇어 앉어
"아버지! 무릉촌 장승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여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이말 듣고
이애 청아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하게 지내셨느니라 니가 진즉 찾아가 뵈올 것을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허고 수이 다녀 오너록 허여라
심청이 부친의 허락을 받고 무릉촌을 건너 가는디
진양조)
시비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댁을 찾어가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으 섯난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굽니난듯 뜰지키는 백두루미 사람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으다 지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루루 낄룩 징검 징검 와룡성이 고이허구나
단중머리)
계상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와 좌를주어 앉친후으 니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 니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계화로다 니 내말을 들어봐라 승상일찍 기세허고 아달이 삼형제나 황성가 미혼허고 어린자식 손자 없어 적적한 빈방안으 대하나니 촛불이오 보난건 고서로다 니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로 저렇듯 곤궁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어 예공도 숭상허고 문필도 학습허여 말년 재미를 볼가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냐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앞못보시는 아버지는 저를 아달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겸 모시오니 분명 대답 못허겠네다”
부인이 이말듣고
“기특타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알려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어라”
“치운방 우리부친 저오기만 기다리니 어서건너 가겠네다”
부인이 허락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이주어 시비와 함께 보낸지라
창조)
그때의 심봉사는 적적한 빈 방안에 딸 오기만 기두릴제.
진양조)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들제 먼데 절 쇠북을 치니 날 저문 줄 짐작 허고 딸 오기만 기두릴제 어찌 허여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 허느냐 길에 오다가 욕을 보느냐 백설은 펄펄 흐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르르르 날아들어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만 버석 떨어져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불러를 봐도 적막공산의 인적이 끊어지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쩌를 헐거나 신세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자진모리)
이래서는 못쓰겠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정신없이 나가면서 심청을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오느냐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더듬 정신없이 나갈적에 그때의 심봉사 딸의 덕에 몇 해를 가만히 앉어 먹어 노니 도량출입이 서툴구나 더듬더듬 나가다가 질 넘어 개천 물에 한발 잦혀 미끄러저 꺼구로 물에가 풍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심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정신도 말끔 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아니리)
한참 이리 요란할 제.
엇모리)
중 올라간다 중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오는디 이중은 올라간다 이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 화주승이라 절을 중창 허랴허고 시주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저물어져 흔들흔들 흐늘거리고 올라갈제 저 중의 생긴 모냥 얼굴이 검고 푸른 중 푸르고도 붉은 중 층암 절벽 상에 데그르르르 궁굴어도 한 점도 아니 깨아진 중이 흔들흔들 흐늘거리고 올라갈제 백적포 장삼의 분홍띠 띠고 굴갓 쓰고 장삼 입고 질구락 죽감투 호홉폭 눌러 쓰고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어 용두새긴 육환장 채 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뚝딱 짚고 흔들 흐늘거리고 올라갈 제 중이라 허는 것은 절에서도 염불 속가에 가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 간다드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아 어허 허허허 상래소수 불공회 회양삼천 실원만 원앙생 원앙생 시불중천 제갈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허고 올라갈제 한곳 당도 허니 어떠한 울음소리가 귀에 언뜻 들리거날 저 중이 깜짝 놀래 이울음이 왠울음 이울음이 왠울음 마외역 저문날에 하소대로 울고가는 양태진의 울음이냐 이울음이 왠울음 우멍한 것이 중이라 죽장을 들어 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갈제 한곳을 당도 허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거늘.
자진 엇모리)
저 중이 급한 마음 저 중이 급한 마음 굴갓장삼 훨훨 벗어 되는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단임 끄르고 고두누비 바지가래 따달딸딸 걷어 자감이 딱 부쳐 무논의 백로격으로 징검 징검 징검 거리고 들어가 심봉사 꼬두래 상투를 앳두룸이쳐
엇모리)
건져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봉사라.
아니리)
심봉사 정신차려
"거 뉘가 날 살렸오"
예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이온데 시주집 나려왔다가 올라가는 길에 다행히 심생원을 구하였습니다 그려
허어 활인지불이라 드니 대사가 날 살렸구만
저 중이 허는 말이
여보시오 심생원님 심생원 가세가 왠만허시다면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 불전에 시주만 허신다면 삼년내로 어두운 눈을 꼭 뜨실것이요 마는……
심봉사 이 말을 듣고
여 대사 공양미 삼백석을 권선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여보시오 심생원님 심생원 가세를 둘러보면 단 서홉도 없는 분이 어찌 함부로 그런 말씀을 허신단 말이요
뭣이 어째 니가 내 살림 속을 어찌 알고 허는 말이여 당장 안 적어 칼부림 날것인게
저 중이 권선에 적은 후에
여보시오 심생원님 부처님을 속이며는 앉은뱅이가 된답니다 부디 명심하십시요.
아니리)
중은 올라가고 심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창조)
적적한 빈 방안에 곰곰히 앉어 생각허니
중머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분명 내가 사 들렸네 공양미 삼백석을 내가 어찌 구하리요 살림을 팔자 허니 단돈 열냥 누가 주며 내몸을 팔자 헌들 앞못보는 봉사놈을 단돈 서푼 뉘가 주리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못보는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고 보면 꼼짝 딸싹 없이 죽것구나 수중고혼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석 외우고 가소 대사- 실성발광 기가 막혀 혼자 앉어 통곡 헌다.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저의부친모양 깜짝 놀래 발구르며 아버지 이것이 왠일이요 살 없는 두 귀밑에 눈물흔적 왠일이며 솜 없는 헌 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오 승상댁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만류 허여 어언간 더디었오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 허여 못살것오.
아니리)
심봉사 그제야 말을 허되
이 얘 청아 내 너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듬더듬 나가다가 이 앞 개천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었을제 뜻밖에 몽은사 화주승이 나를 건져주고 허는 말이 공양미 삼백석만 몽은사 불전에 시주하면 삼년내로 눈을 뜬다 허드라
창조)
그리하여 후사는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질러 놓았으니 이를 장차 어쩔끄나 아무리 생각 허여도 백계무책이로구나.
아니리)
심청이 이 말듣고
아버지 너무 염려 마옵소서 지성이면 감천이라 제가 정성껏 구하여 보것네다.
이렇듯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해 놓고 그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허고 지극정성을 드리는디
진양조)
후원의 단을 묻고 북두칠성 좌야반의 촛불을 돋워키고 정화수를 받쳐놓고 지성축수로 비는구나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전 비나이요 무자생 소경아부 삼십전 안맹허여 오십이 장근토록 시물을 못허오니 아비의 허물랑 심청몸으로 대신허고 아비의 어둔눈을 밝게 점지 허옵소서 인간의 충효절행 천신은 어이 모르리까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의 시주허면 부친눈을 뜬다허니 명천이 감동허사 공양미 삼백석을 지급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다시 빌어갈제
단중머리)
하루난 문전의 외난소리 우리는 남경장사 선인으로 인당수라 허는데는 인제수를 받는고로 십오세나 십육세나 먹은 처녀를 사랴허니 몸팔이 뉘 있십나
아니리)
심청이 이말듣고 천의 신조로 생각하고 이웃사람 아지 않게 선인 한사람을 불러 여짜오되
소녀는 방년 십오세온디 부친을 위하여 몸을 팔랴 하오니 저를 사 가심이 어떠하오
선인들이 이말 듣고
허허 출천지 대효로구만 그래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마옵시고 공양미 삼백석만 몽은사로 올려주오
글랑은 염려 마오 마는 내월 십오일이면 우리도 행선 날이오니 어찌하오리까
중값 받고 팔린 몸이 제 뜻대로 허오리까 염려 마옵소서
피차 약속 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속이난디 속이는 것도 또한 효성이라
“아버지 오늘 공양미 삼백서을 몽은사로 받치게 되었네다”
심봉사 깜짝놀래
“아니 청아 이게 대체 어찌된일이냐”
“아버지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 하신걸 분명대답 못했지요 그래서 오늘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부인께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허옵니다”
심봉사 이말 듣고
“허 그것 참 잘되었다 잘되었다 잘되야 아니 그럼 난 어쩌고”
“아버지도 모시고 가기로 하였네다”
“그러면 그러지야 눈먼놈을 나혼자만 둘것이냐 잘되었다 잘되어”
이렇듯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해놓고 행선 일을 생각허니 하루 밤이 격헌지라
진양조)
눈 어둔 백발부친 생존시에 죽을 일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십오세의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설움이 간장으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의복 빨래 허여 농안에 담어두고 갓망근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행선일을 생각을 허니 하로 밤이 격한지라 모친분묘 찾어 가서 주과포혜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 청이난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제수로 가게되니 년년이 오난 기일 뉘랴서 받드리까 제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흠향 허옵서서 사배 하직 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 진지 올린 후에 밤 적적 삼경 되니 부친은 잠이 들어 아무런 줄을 모르는 구나 잠이 깰까 염려되어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날볼날이 몇 날이며 날볼밤이 몇 밤이나 되오 지가 철을 안연후어 밥 빌기를 놓았더니 마는 내일부터는 동네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아버지를 어쩌고 갈꼬 오늘밤 삼경시를 함지에 머무르고 내일아침 돛은 해를 부상에다가 메량이면 불쌍허신 우리 부친 일시라도 더 뫼시련만 인력으로 어이 헐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기요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의 맹상군이 아니로구나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며는 나죽는다 나죽기는 설잖으나 의지 없는 우리부친을 어찌 잊고 가잔 말이냐.
중머리)
하량낙일 수운기는 소통국의 모자이별 정객관사 노기중에 오희월녀 부부이별 서출양관 무고인언 위성조우 붕우이별 이런이별 있건만은 우리부터 당헌이별 어느때나 다시뵈리
아니리)
벌서 동방이 밝아오거늘 심청이 부친 진지 망종 지어 드릴량으로 부엌으로 내려오니 벌써 문밖에 선인들이 서 있거늘 심청이 빨리나가
“여보시오 선인님네 부친 진지나 망종 잡수시게허고 떠남이 어떠허오”
선인들이 허락허니 아침밥 얼른지어 소반위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와
“아버지 일어나시어 진지 잡수시오”
“야야 오늘 아침밥은 별로 이르구나 그런데 청아 간밤에 내가 묘한 꿈을 꾸었어”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니가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보이든구나 거 수레라 허는것은 귀인이 타는거인디 내손세 해몽 허였지야 오늘 아마 장승상댁부인이 너 다려갈려고 가마를 보내실 꿈이여”
심청이 저 죽을 꿈인줄 짐작허고
“아버지 어서 진지나 잡수시오”
“그래먹자”
진지상 물리치고 담배붙여 올린후에 심청이 아무리 생각허여도 이제는 더 이상 부친을 속일수가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봐라 부친앞으로 우르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한번 부르더니 말 못허고 기절헌다 심봉사 깜짝놀래 아니 이것이 무얼먹고 체했나 잉 아니 어떤놈이 봉사의 딸이라고 정개를 허더냐 에이 말하여라 말하여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 청이난 아버지를 속였네다 아니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일을 속였간디 이렇게 아비를 놀래게 헌단말이여 말하여라 말하여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들게 제몸을 팔아 오날이 임당수 제수로 가는 날이오니 저를 망종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말을 듣더니 어쩔줄을 모르는구나
중중머리)
허허 이거 웬말이냐 이것이 웬일이여 허허 여봐라 청아 애비보고 묻도않고 니가 이것이 웬일 눈을 팔아 너를 살디 너 팔아 눈을 뜨면 뉘를 보자 눈을 뜰고 철모르는 이자식아 애비설음 니 들어라 너의 모친 너 낳고 칠일안의 죽은 후에 앞못보는 늙은 애비가 품안에다 너를 안고 이집저집 다니며 동양젖 얻어먹여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근심 햇근심을 널로하야 잊었더니 이것이 웬말이냐 아이고 나 눈 안뜰란다 그때의 선인들이 문전에 늘어 서서 심낭자 물때 늦어가오 심봉사 이말듣고 밖으로 우루루루루 에이 무지한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사서 제지낸디 어데서 보았느냐 옛말을 못들었나 칠년대한 가물적에 사람잡어 빌랴허니 탕임군 어진마음 사람잡어 빌량이면 내몸으로 대신가리라 몸으로 희생되어 전조단발 신영백모하야 상림뜰 빌었더니 대우방수천리라 풍년이 들었단다 나도 오날 내 몸으로 대신가리라 아이고 동네사람들아 저런 놈들을 그저둬 내 딸어린 청이를 꼬염꼬염 꼬여다가 인당수 제지내면 너 이놈들 잘 될소냐 돈도싫고 쌀도싫고 눈뜨기도 나는 싫다 가삼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덜컥 내려둥굴 치둥굴며 죽기로만 작정허는 구나
아니리)
그때여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이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여 심청을 청하였거는 심청이 부친전 여짜오되
“아버지 승상부인이 시비를 보내여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허오리까”
“웟다 그댁엔 열 번이라도 가고 백번이라도 다녀오너라”
선인들게 허락을 받고 무릉촌을 건너가는디
세마치)
시비따라 건너갈제 울며불며 건너간다 아이고 내일이야 어떤사람 팔자좋아 양친이 구존허여 부흥록을 누리며 부귀영화로 잘사는디 내신세는 어이허여 이지경이 웬일인고 울며불며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급히나와 심청손을 부여잡고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겼난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너의 효성은 장커니와 앞못보신 너의 부친을 뉘게 의탁 허자느냐 공양미 삼백석을 지금 내여줄것이니 선인들과 해약허라 심청이 엿짜오되 장사허는 선인들게 수삭만으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옵고 무고헌 많은 제물 제가어이 받으리까 이제 후회할일없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시고 다시권치 못허시고 니진정 그럴진데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널본닷이 보겠노라 화공을 급히 불러 네 여봐라 심낭자 생긴모양 수심겨워 않은모양 낮낮히 잘 그리면 중상을 줄것이나 착실히 잘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놓고 심청을 이만허고 보더니 화용월태 고운얼굴 모란화 한송이가 세우중 젖인듯이 난초같이 푸른머리 두귀밑에 따인것과 록의홍상 예뿐태도 역역히 그려내여 족자떠어 걸어놓니 심청이가 둘이로구나 부인이 보고 기가맥혀 화제를 쓰시난디 생지사지 일몽간허니 연장하필 뉘삼삼고 세간최류 단장처으 초록 강남 인미환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안고 이제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만날이나 일러를 주오
아니리)
하직허고 집으로 돌아오니 부친은 뛰고 궁굴고 선인들은 재촉을 허거늘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게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구나
중머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초마자락을 거듬거듬 걷어 안고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다 사무친다 업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 따라 갈제 건너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오월 단오야의 앵도 따고 노든 일을 니가 행여 생각느냐 금년칠월 칠석야의 함끄 결교 허잣드니 이제는 할 일 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뉠과 함께 허자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 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부친 슬하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다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은 어디 가고 음운이 자욱 허여 청산도 찡그난듯 초목도 눈물진듯 휘늘어져 곱든 꽃이 기울고 져 빛을 잃고 날아가는 저 제비도 나직이 떠 지지지지 울고 가고 춘조는 다정허여 백반제송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 허였는지 환우성 지여 울고 뜻밖의 두견이난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난 가지우의 앉어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죽고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 어이허리 길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 허니 선두에다 도판을 놓고서 심청을 인도 허는구나.
아니리)
심청을 배에 싣고 행선을 허여가는디
진양조)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리 어적이 여기련만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럿다
애내성중만고수는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를 지나가니 가태부 간곳 없고
멱라수를 당도허니 굴삼여 어복충혼 무량도 허시든가
황학루를 당도허니 일모향관 하처시오
연파강상 사인수난 최호의 유적이요
봉황대를 돌아드니 삼산반락 청천외요
이수중분 백로주는 태백이 놀든데요
심양강 당도허니 백락천 일거후에 비파성이 끊어졌다
적벽강 당도허니 소동파 놀던풍월 의구허여 있다만은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의 안재재 월락오제 깊은밤의
고소성외 배를 매니 한산사 쇠북소리는 객석의 뎅 들리난듯
진회수를 당도허니 격강의 상녀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롱한수 월롱사에 후정화만 부르는구나
악양루 높은집에 호상으 솟아난듯
무산의 돋난달은 동정호로 비쳐오니
상하천광이 거울속에 푸르렀다
창호산이 아득허니 황능묘 잠겼어라
삼협의 잔나비는 자식을 찾는 슬픈 소리
천객소인의 눈물을 몇몇이나 빚었든가
팔경을 다 본 후로
중몰이)
한곳을 당도허니 향풍이 일어나며 죽림사이로 옥패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사람이 선관을 높이 쓰고 신음거려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소저야 나의 말을 듣고가라
창오산붕상수절일허여 죽상제루를 내가 멸이라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 너를 보니 오죽이나 음전 허느냐
요순 후 기천년 지금은 천자 어느 뉘며
오현금 남풍시를 지금까지 전허더냐
수로천리 먼먼 길을 조심허여 잘 가거라
이난 뉜고 허니 요녀 순처 만고 열녀 이비로구나
오강을 바삐 건너 멱라수를 당도 허니
광풍이 대작 허고 찬 기운이 솟았더니 어떤 신이 나오 난디
키는 구척이나 되고 면여거륜하여 미간이 광활 허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릎 쓰고 우루루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소저야 아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슬프다 우리 오왕 백비의 참소 듣고 촉루검 나를 쥐어
목찔러 죽인 후어 가죽으로 몸을 싸 이물에 던졌더니
장부에 원통함이 월병의 멸오험을 내 일찍 눈을 빼어
동문상에다 달고왔네 세상에 나가거든 내 눈 찾어 전해주소
천추에 원통헌것 눈 없는 것이 한이로세
홀연 간곳없고 물결만 워르르르르 출렁 출렁
또 한곳을 당도 허니 어떤 신이 나오난디
슬피 통곡 우난 말이 진나라 쇡임 입어 삼년 무관의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이 되었더니 방낭퇴성 반겨듣고
속절없는 동정달의 헛 춤만 추었노라
뒤로 오난 한사람은 안색이 초최 허고 형용이 고고터니
이난 초나라 굴원이라 죽은지 기천년의 정백이 남어 있어
사람의 눈에 와서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내가 죽을 징조로다
진양조)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헌 사오삭을 물과 같이 흘러가니 금풍삽이 석기 허고
옥우곽이 쟁영이라 낙하여고목제비 허고 추수공장천일색이라
강안이 귤농 황금이 천편 노화으 풍기 허니 백설이 만점이라
신포세류지난잎은 만강추풍 흩날리고 옥로청풍이 불었난디
외로울사 어선들은 등불을 돋워 키고 어가로 화답허니
돋우난니 수심이요 일발청산에 봉봉이 칼날 되어 보이난 것 간장이라 일락장사 추색원허니 부지하처 조상군고
송옥의 비추부가 이여서 슬프리요
동녀를 실었으니 진시황의 채약밴가
방사는 없었으나 한무제의 구선인가
지레 내가 죽자 허니 선인들이 수직을 허고
살아 실려 가자고 허니 고국이 창망이로구나
엇모리)
한곳 당도 허니 이는 곳 인당수라 광풍이 일어나며 어룡이 싸우난 듯 대천바다 한가운데 닻 잃고 노 잃고 용총줄 끊어져 안개 뒤섞어
젖어 진 달 갈 길은 천리 만리나 남고 사면이 검어 어둑 점그러져
천지 적막 헌 디 도사공 영좌 이하 황황 급급 허여 고사지계를 차린다 섬쌀로 밥 짓고 온 소 잡고 동우술 오색탕수 삼색실과를 방위 찾어서 갈라놓고 산 돗 잡어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받쳐놓고 도사공 거동 보소 의관을 정히 쓰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자진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
헌원씨 배를 모아 이제 불통한 연후에 후생이 본을 받어
다 각기 위업을 하니 막대한 공이 이 아닌가
하우씨 구년제수 배타고 다스릴제 오복에 정한홍수 구주로 돌아들고 오자서 분노 헐제 노가로 건너 주고
해상의 패한 장수 오강으로 돌아들어 어선 대지 건너 주고
공명의 탈조화는 동남풍 빌어내어
조조의 백만대병 주유로 화공을 허니 배 아니며는 어이허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 주요요 경양허니 도연명의 귀거래 해활허니 고범주난 장안의 강동거요 임술지 추칠월의 소동파 놀아있고
지국 총총 어사화 허니 고여승유 무정거난 어부의 즐거움
계도난이 화장포난 오희월여 채련주요
타고발선 하고 보니 상고선이 이 아니냐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 우리선인 스물네명 상고로 위업허여
경세 우경년으 표백설한을 다니다가
오늘날 인당수에 인제수를 드리오니
동해신 안명이며 서해신 거승이며 남해신 축융이며 북해신 흑룡이며 강한 지장과 천택지군이 하감하여 보옵소서
비렴으로 바람 주고 화락으로 인도하야 환란 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 퇴를 내여
돛대 위에 봉기 꼽고 봉기우에 연화 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모신 후에 심청이 물에 들어라
성화 같이 재촉을 허니
심청이 기가 막혀
여보시오 선인님네 도화동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 가리키난디
도화동이 저기 운해만 자욱 한디가 도화동이요
심청이 기가막혀 두손을 합장하고 뱃장안에 엎더지며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 청이는 요만큼도 생각 마옵시고
어서 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고 좋은데
장가들어 아들 낳고 딸을 낳아 후사를 전케 하옵소서
어서 급히 물에 들어라
휘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바람 맞은 병신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정신없이 나가더니
초마자락 무릅쓰고 샛별 같은 눈을 감고
보금니를 아드드드드득
만경창파 갈매기격으로 떳다 물에가 풍.
진양조)
해당은 광풍의 흐날리고 명월은 해문에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도 울고 적군화장이 모다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년년히 사람을 사다가 이물에 넣고 가니
이 후사가 어찌 잘될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야 어기여 어기야 어야
우후청강 맑은 물은 묻노라 저 백구야
홍요월색이 어느곳고 일강세우노평생을 너는 어찌 한가허드냐
범피창파 높이 떠서 도용 도용 떠나간다.
아니리)
그때여 옥황상제께서 또다시 사해용왕을 불러 하교하시되
“오날 묘시에 유리국 심효저가 물에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셨다가 인간으로 환송허라”
용왕이 수명허고 내려와 팔선녀를 불러 분부허시되
“너희들은 이제 백옥교를 가지고 인당수에 빨리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효져가 물에 들터이니 착실히 모셔오도록 허여라”
팔선녀들이 백옥교를 가지고 인당수를 당도허니 때마침 묘시라
그때여 심효저는 물에 들듯 말듯 천지 명랑허고 일월이 조림커날 뜻밖에 팔선녀들이 백옥교를 앞에놓고 “예”하며 여짜오되
“저희들은 남해용궁 시녀로서 부왕의 분부듣고 심소저를 뫼시고저 왔사오니 이옥교를 타시옵소서”
심청이 여짜오되
“인간의 미천한 몸으로 어찌 그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타시오면 저희들은 수궁대죄를 면치 못할 것이오니 사양치 마시옵소서”
심청이 마지못허여 옥교에 오르니 수궁풍류가 낭자헐제
엇모리)
위의도 장할시구 위의도 장헐시구 천상선관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랴허고 태을진 학을 타고 안기생연을 타고 적송자는 학을타 청의동자 홍의동자 쌍쌍이 벌였난디 월궁항아 마고선녀 남악부인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였난디 풍악을 갖추올적 왕자진의 봉피래 니나노 나노 불고 곽처사 죽장고 쩌지렁 쿵 정쿵 장자방의 옥통소는 띳띠루 띠루 띠루 성현자 거문고 둥덩기 둥덩 혜강의 해금이며 곁들여서 노래헐적 낭자 한 풍악소리 수궁이 진동헌다 수궁폐궐은 응천상지 삼광이요 곤에수상은 비수궁지 오복이라 산호주렴 백옥한쌍 광채도 찬란허다 주잔을 드릴적의 세상음식이 아니라 유리잔 호박병에 천일주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를 떵그렇게 꽂았으니 세상의 못본바라 삼일에 소연허고 오일에 대연허여 극진히 봉공헌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내려오시난디 이난 뉜고허니 심봉사 아니 곽씨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는디 심청이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상봉차로 내려오시든가 보드라
세마치)
오색채단을 기린으다가 가득실고 벽도화 단계화를 사면에 벌려꼽고 청학백학은 전배서고 수궁에 내려오니 용왕도 황금허여 문전에 배례헐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손을 부여잡고 니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 낳은 곽씨로다 너의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되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는디 너는 부친 눈 띄우랴고 삼백석의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왔노라 귀와목이 의젓헌게 너의 부친 도습허구나 세상에서 못 먹든 젖 이제 많이 먹어보아라 심청얼굴을 끌어다 가삼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내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구나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줄 짐작을 허고 부인의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오 불효여식 청이난 앞어둔 백발부친 홀로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허오리까 내딸청아 우지를 마라 너는 일후에 너의 부친 다시만나 망종록을 누르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키로 오래지체 못허느니라 요령소리가 쟁쟁 나더니 오색채운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따라 갈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하루는 옥황상제께서 사해용왕을 또 다시 불러 하교허시되
“심소저 방년이 늦어가니 어서 임당수로 환송허여 인간의 귀한 배필을 정해주라”
용왕이 수명허고 심청을 환송헐제 꽃한봉을 조화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심청을 모시고 양대선녀로 시위허고 조석지공과 찬수범절 금은보배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선녀 모두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는 곳 인당수라 용왕의 조화인지라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로 둥덩 실 떠있을때 남경갔던 선인들이 억심만금 퇴를 내어 본국으로 돌아올제 임당수를 당도허니 심소저의 효행이 홀연이 감동이 되난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놓고 심효저 넉을 한번 위로허고 가는디 반소리요 반 신앙호것다
중머리)
북을 두리둥둥 울리면서 슬픈말로 제지낸다 넋이다 넋이로구나 이넋이 뉘넋인고 오장원으 낙성허든 공명으 넋도안이요 삼년무우간의 초혜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눈을 띠우랴고 삼백석의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되신 심낭자의 넋이로구나 넋이라도 오셨거든 많이 흠향허옵소서 제물을 물에 풀고 눈물씻고 바라보니 난데없는 꽃한송이 해상에 둥실 떠있거늘 도사공이 보고 허는말이 허허저것이 금이냐 금이란 말씀이 당치안소 옛날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을랴고 황금사만근을 초근중에 흩었으니 무슨금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것이 옥이냐 옥이란 말씀도 당치안소 옥출곤강 아니어든 옥 한쪽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않소 명사십리 아니어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무엇인고 가까이 가서보자 저어라 저어 어기야 뒤여 저어가니 향취진동허고 오색채운이 어렸구나
아니리)
가까이 가서 보니 꽃한봉이 떠 있거날 배에 건저 싣고보니 크기가 수레같고 향취가 진동커날 본국으로 돌아와 재물을 분배허는디 도선주는 재물을 마다허고 그 꽃봉을 차지하여 후원에 두었구나 그때여 천자 황후 홀연 붕하시사 천자께서는 납비를 안이 뜻이없고 각기 기화요초를 걷어들여 황극전 넓은뜰에 여기저기 심어놓고 주야로 구경허실제 이것이 바로 화초타령이였든가 보드라
중중머리)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 군자용 만당추수의 홍련화 암향부동 월황혼 소식 전턴 한매화 진시유랑 거후재난 붉어있다고 복성꽃 구월구일 용산음 소축식 국화꽃 삼천 제자를 강론허니 향단 춘풍의 은행꽃 이화만지 불개문허니 장신궁중 배꽃이요 천태산 들어가니 양변재 작약이요 원정부지 이별허니 옥창오견의 앵도화 촉국 한을 못이기여 제혈을 허든 두견화 이화도화 계관화 홍국백국 사계화 동원도리 편시춘 목동요지가 행화촌 월중단계 무삼경 달가운데 계수나무 백일홍 영산홍 외철쭉 진달화 난초파촌 오미자 치자 감과유자 석류능나 능금 포도머루 어름 대추 각색화초 가진향과 좌우로 심었난디 향풍이 건듯 불면 벌나부 새 짐생들이 지지울어서 춤을춘다
아니리)
그때여 도선주는 천자깨옵서 왼갖 기화요초를 구하신다는 말을 듣고 임당수에 떳든 꽃을 어전에 진상허니
중머리)
천자보시고 대기허여 저꽃이 왠꽃이냐 저꽃이름이 무엇인고 요지벽도화를 동방삭이 따온지가 삼천년이 못다 되니 벽도화도 아니요 극락세계 연화꽃이 떨어져서 해상에 둥실 떠왔는디 그 꽃이름 강선화라 지으시고 주야로 구경허실제 일야는 천자 심신이 살란허여 화계상을 거니난디 뜻밖에 강선화 벌어지며 선녀둘이 서있거늘 천자 괴이 여기시여 너희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선녀 예 하여 여짜오되 남해용궁 시녀로서 심소저를 뫼시고 세상을 나왔다가 불의천안을 범하였사오니 황공무지로소이다 이말이 지듯마듯 인홀불견 간곳없고 한 선녀 서있거늘
아니리)
천자보시고 니가 인간의 심효제냐
“예 지당하오리다”
궁녀로 시위허고 별궁에 모신지라 이튿날 조회 끝에 간밤 꽃봉 사연을 말을하니 만조 대신들이 여짜오되
“국모없으심을 하느님이 아옵시고 국모를 내리셨사오니 즉시 택일하여 국모로 정하시옵소서”
그말이 옳다허고 국모로 정하였구나 심황후 입궁후에 년년이 풍년이요 가가호호 태평이라 요순천지 다시보시고 순민직거 되었더라
창조)
그때여 심황후는 부귀는 무쌍이나 부친 생각이 날날이 깊어 가는디
하루는 옥난간에 높이 앉어.
진양조)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 비쳐 들 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의 높이 떠서 뚜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에 편지 전튼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허신 우리 부친전에 편지일장 전하여라
방으로 들어와 편지를 쓰랴 헐 제
한자 쓰고 눈물짓고 두자 쓰고 한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마다 수묵이 되니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보니
기럭은 간 곳 없고 창망헌 구름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이때여 황제 내궁으로 들어와 황후를 살피시니 황후 수색이 만면하여 황제 괴히 여겨 물으시니 심황후 여짜오되
솔토지민이 막비왕토요 천하가 막비왕민이라 이 세상에 불쌍한 것이 맹인이라 원컨데 폐하께서는 천하맹인을 불러들여 한때 위로함이 어떠할까 하옵니다
황제 들으시고 칭찬하시여 맹인잔치를 뫼시난디
각도 각읍으로 행관 하되 대소인 민간의 맹인잔치에 참여하게 하되 만일 빠진 맹인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은 봉고파직 하리라
각처로 전령을 하였구나.
세마치)
그때의 심봉사는 모진목숨이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 지내갈제
무릉촌 승상부인이 심소저를 보내시고
강도에 망사대를 지어놓고 년년이 제향헐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소저 효행에 감동 되어
망사대 곁에 타루비를 세워놓고 춘추로 제향헐제
비문에 허였으되
지우노친 평생한허여 살신성효 행선거라
연파만리 행심벽허니 방초년년 환불귀라
이렇듯 비문을 허여 세워 노니 오고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퍼하리 심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더듬더듬 길을 물어
딸의 비문을 찾아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도 심봉사 마음이 산란 허여
지팽막대를 흩어 짚고 더듬더듬 딸의 비문을 찾어가
후유 아이고 내자식아 내가 또 왔다
너는 내 눈을 띄우랴고 수중 고혼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지경이 왠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가거라 나를 잡어 가거라 산신 불악귀야
나를 잡아를 가려무나 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눈뜨기도 나는 싫다
비문 앞에가 엎드러져 내려 둥굴 치 둥굴며
남지 서지를 가르치는 구나.
아니리)
이렇듯이 낮이면 강도에가 울고 밤이면 집으로 돌아와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적에
그때여 심봉사는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 없어 사람 하나를 구하랴 할 제
마침 본촌 사는 뺑덕이라는 여자가 있는디
이 여자는 심봉사가 전곡 꽤나 있단 말을 듣고
누가 중매헐것도 없이 자원출가를 하였난디
이 여자의 입정과 행실이 꼭 이렇게 되었든가 보드라.
자진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먹고 쌀 퍼 주고 고기 사먹고 통인 잡고 패악 허고 정자 밑에 낮잠 자고
한 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들께 담배 달라 실란허기
빼쭉 허고 빼쭉 허면 삐쭉 허고
힐끗 허면 핼끗 허고 핼끗 허면 힐끗 허고
남의 혼인 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을 잘허기와
신부, 신랑 잠 자는디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문 앞에 들어서서
손뼉치고 불이야 이리하여도
심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어떻게 탁정이 되었든가
나무칼로 귀를 썰어가도 모를 지경이 되었든가 보드라.
아니리)
하루난 관가에서 심봉사를 불러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다고 노수까지 후히 주니 심봉사 받어 들고 집으로 돌아와
여 뺑파 오늘 나를 관가에서 불러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다고 노수까지 후히 주니 나 혼자 어찌갈께
아이고 영감도 여필종부라니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같이 가지요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덕이네 같은 사람은 없드라 원 그런디 돈냥이나 있는 것 뉘한테 맡기고 갈고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은 살림 속을 몰라 낳도 못하는 아이 선다고 살구값, 팥죽값, 떡값 이리저리 제하면 무슨 돈이 있겠소
심봉사 기가 막혀
에이 죽일년 그 돈이 왠 돈이라고 속담에 계집 먹은 것 쥐 먹은것이라고 그것은 그만두고 황성길이나 떠나세
뺑덕이네 앞세우고 황성길을 떠나가는디 막상 떠나려고 허니
좀 섭섭허였든가 보드라
중머리)
도화동아 잘 있거라 무릉촌도 잘 있거라
내가 인자 떠나가면 어느년 어느 때 돌아 오리
어이가리너 어이를 갈꼬 황성천리를 어이를 갈꼬
조자룡의 월강허든 천총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앞 못보난 요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갈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 소리나 좀 멕여주소 다리 아퍼 못가것네
뺑덕이네가 길 소리를 멕이난디
어디서 들었다는 지 저 경상도 메나리조허고
전라도 밭메기 소리를 들었든가 섞어서 한번 멕여 보는디
어이가리너 어이를 갈꼬 황성천리를 어이 갈꼬
날개 돛인 학이나 되면 수루루루 펄펄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보난 봉사가장 다리고 몇 날을 걸어 황성 갈꼬 일색이다
일색이여 우리 뺑덕이네가 일색이여
단중머리)
이렇닷이 올라갈 적 일모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 잘 적에
그때여 뺑덕이네난 황봉사와 눈이 맞어 심봉사를 잠 들여놓고
밤중 도망을 허였난디 심봉사는 아무물색을 모르고
첫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여 뺑파 아 어서 일어나 여름길은 시원해서 한 이,삼십리는
쳐야 하는 법이여
아무리 부르고 깨워본들 도망간 뺑덕이네가 대답헐리가 있겠느냐
심봉사 그제야 겁이 벌컥 나
여 주인 혹 우리 마누라 거기 아니 갔오
예 새벽에 어떤 젊은 봉사허고 시원해서 올라간다고 일찍 허니
갑디다
아니 뭣이 어쩌고 어쩌 아니 이녀석 주인 녀석이 되어 가지고
인제사 그런 말을 혀
아 같이 간 봉사하고 내외간인줄 알았제
누가 영감님하고 내외간인줄 알았소
창조)
심봉사 기가막혀
진양조)
섰던 자리에 버석 주저앉더니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야 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없는 요년아
당초에 니가 버릴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고 허지
수백리 타향에 와서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될소냐
귀신이라도 못되리라 요년아 너 그럴 줄 내 몰랐다
아서라 현철허신 우리 곽씨도 잊고 살고
출천대효 내 딸 청이도 생이별도 하였는디
너 같은년을 생각하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뺑덕이네 황성천리 먼 먼길을 뉠과 함끄 가드란 말이냐
중머리)
날이 차차 밝아오니 주인 불러 하직을 허고
황성길을 올라갈적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아이고 뺑덕이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야 세상천지 독헌년아
눈 뜬 가장 배반기도 사람치고는 못할 터인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되겠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그렁저렁 올라갈 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유월 삼복 성염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휘 뿌릴제 한곳을 점점 당도허니
치어다 보느냐 만학은 천봉이요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 땅 일래라
허리 구부러진 늙는 장송은 푸른빛을 띄여 있고
시내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골 물이 쭈르르르 저골물이 콸콸
열에 열두골물이 한테로 합수쳐 천방져 지방져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큼져 떠나갈 제
청산유수난 골골이 흘러서 사람의 정신을 돋우아 낸다.
중중머리)
심봉사 좋아라 심봉사가 좋아라 물소리 듣고서 반긴다
목욕을 헐 양으로 상하 의복을 훨훨 벗어서 시냇가에다 접쳐놓고
물에 풍덩 들어서며 에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 주먹을 덥벅 집어 양치질도 퀄퀄 치고
또 한 주먹 덥벅 쥐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 올라간들 이어서 시원하며
동해유수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 헐 꺼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풍덩풍덩의 좋을씨고 .
아니리)
이리 한참 목욕을 허고 나와 보니
어떤 무상한 도적놈들이 심봉사 의관행장을 모두 싹 가져 가 버렸제
심봉사 기가 맥혀 강변을 두루 더듬으며
창조)
“내 옷 가져 오너라 옷을 가져 갈려면은
먹고 입고 쓰고 남은 부자집에서 가져가지
하필이면 이 눈 없는 놈 것을 가져간단 말이냐
어떤 놈이든지 봉사 옷 가져 간 놈은 열두대 떼봉사 날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백수풍신 늙은 몸이
위 아래를 벗었으니 올라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로 내려 갈수도 없고”
체면이 있는 양반이라 앞 거기만 딱 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시거든 다 돌아서 가시오 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부렀오”
자탄하고 앉었을적
때마침 무릉태수가 그 앞을 지나가시던가 보드라
창조)
에이 찌루 에이 찌루 워라
아니리)
심봉사 반겨듣고
옳다 어디서 관장님이 지나 가시나부다
관은 민지부모라니 한번 억지나 좀 써볼 수밖에 수가 없다 허고
창조)
아뢰어라 아뢰어라 사령 아뢰어라
여쭈어라 여쭈어라 급창통인 여쭈어라
황성가는 봉사려니 배알차로 여쭈어라
아니리)
행차가 머무르더니 만은
“그래 어디 사는 봉사이며 어찌 옷은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고”
중머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 사옵난디
황성잔치 가는 길에 오다가 계집을 잃고 날이 하도 더웁기에
목욕 허고 나와 보니 의관행장이 간 곳 없으니 찾어 주고 가시든지
별반처분 허옵소서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 허였으니
태수장 덕택으 살려주오
아니리)
이 행차는 무릉태수라 수배 불러 하직 허고
급창 불러 의롱열고 의복 한 벌 내여 주며
“너는 수건 써도 일없으니 저 양반 갓 망근 다 벗어드려라”
노수까지 후이 주셨구나
“황송한 말씀으로 그 무지한 놈들이 제 담배대까지 가져갔사오니 어찌하면 좋을련지요 허허허”
태수 허허 웃고 담배대까지 내어주었것다
심봉사 좋아라고
은혜백골 난망이요 백배사례 하직 허고 황성길을 올라 갈 제
낙수교를 지내여 녹수정을 건너 한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네들이 모여 방아를 찧다가 심봉사를 보고 조롱을 허것다
“근래봉사들 한시게 주든고만 저기 앉어 있는
봉사도 황성 잔치 가는 봉사인가보지
거기 앉어 있지 말고 이리 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심봉사 그 말 듣고
“고기반찬에 점심만 잘 주면 내 찧어주고 말고”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터니 방아 찧어주시오”
“허 거 실없이 여러가지 것 준다”
심봉사가 점심을 얻어 먹을양으로 방아를 찧어 보는디
모두 방아소리를 허여 가며 찧것다
중중머리)
허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떨크덩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라 천왕씨는 이 목떡으로 왕 허였으니 남기 아니 중할손가
어유와 방아요 유소씨 구목위소 이 남기로 집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 만든 따부 이 남기로 만들었는가 어유화방아요
방아만든 제작을 보니 사람을 비했튼가 이상 허고도 맹랑 허구나
허어유화 방아요 옥빈홍안의 비녀련가 가는 허리에 잠이 질렸구나
어유화 방아요 머리 들어 오르는 양은 창해 노룡이 성을 낸들
어유화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문왕의 돈수련가
어유화 방아요 오고대부 죽은 후 에 방아소리가 끊쳤더니
우리 승상 즉위허사 국태민안 허옵 시니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 방아소리나 허여보자 어허유화 방아요
아니리)
“여보시오 봉사님”
“왜그러시오”
“아 이렇게 방아를 찧다가는 몇 날이 걸릴지 모르것소
좀 자주자주 찧어봅시다”
“거 방아라는것이 자주 찧면 자주 찔수록 더 재미가 있제”
“아 그러지라우”
자주 한번 찧어 보는디
자진모리)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어유와 방아요
만첩청산을 들어가 굵고 곧은 솔을 베어 이방아를 놓았는가
어허유와 방아요 호호 맵다 고초방아 허유와 방아요
꾀솝구나 깨 방아로다 어허유와 방아요
한 다리 올려 딛고 한 다리 내려딛고
오르락 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가 이상 허다 어허유와 방아
보리쌀 뜬 물에 풋 호박국 끓여라 우리방아꾼 배 충복허자
어허유와 방아
중중머리)
떨크덩 떵 잘 찧는라 전세 대동이 늦어간다 어허유화 방아요
아니리)
심봉사 점심을 잘 얻어 먹은 후 에
그렁저렁 길을 걸어 황성을 당도 허니
노중에서 어떠한 여인이 심봉사를 청허는 구나
심봉사 괴이여겨
“어허 이곳에서 날 알 리가 없을텐데 댁이 혹 의단 있소
나는 독경 같은 것 은 못하는 봉사요”
“다른 염려 마옵시고 나를 따라 가사이다”
방으로 들어가 좌를 주어 앉은 후에 어떠한 여인이 나와 말을 허는디
창조)
소녀는 안가요 저도 역시 맹인으로
부모일찍 기세하고 어려서 복술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라
이십오세의 길년이 있는디 금년이 이십오세요
간밤에 꿈을 꾸니 하날에서 일월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거늘
심맹인 만날 줄 짐작 허고
아니리)
“오늘 제가 사람을 놓아 다행이 심생원을 만났으니 이것이 인연인가 하옵니다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심봉사 이 말 듣고
“내게는 천부당 만부당 하는 소리요”
어떻게 되었든지간에 그 날 밤 동방화촉에 호접몽을 꾸웠든가 보드라 심봉사 자고 일어나 수심으로 앉었 으니 안씨부인 민망하여
“어찌 그리 수심 허나이까”
창조)
내 평생 수심일러니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벳겨 북을 매여보이고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이 아니 흉몽이요
아니리)
안씨부인 이말 듣고 꿈 해몽을 허는디
창조)
신입화허니 길락할 꿈이요
거피작고 허니 소리가 날것이요
낙옆이 귀근허니 자녀를 가봉이라
아니리)
“그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늘 궐문안을 들어가면
무슨 증험이 있으리다”
심봉사 이 말 듣고
“내게는 하나도 불가능이요”
심봉사 아침밥을 먹고 궐내안을 들어가니 사방이 소경 빛 이라
심봉사도 저 말석에 참석이 되었든가 보드라
진양조)
그때여 심황후는 산호주렴을 내려놓고 부친 오기만 기두릴 제
탄식허여 우난 말이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그나 내가 영영 임당수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타가 세상을 떠나셨나
부처님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셨나
오시다가 노중에서 무슨 낭패를 당허셨나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아니리)
이렇듯이 자탄을 하시다 하루난 외부상서 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맹인 중에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 안으로 입실토록 허여라령을 내려놓니
중중머리)
정언 사령이 나온다 정언사령이 나와
각도 각읍 소경님네 오늘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 어서 허오
골목골목 다니며 이렇듯 외난 소리 원근 산천이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봉사 성명을 차레로 물어갈제 심봉사 앞에 당도하야
봉사 성명이 무엇이요
성명이고 뭣이고 시장해 죽것으니 먹을 것이나 좀 주시오
글쎄 성명만 일러주면 밥도 주고, 술도 주고, 고기도 주고,
또 마누라 없는 사람은 마누라까지 쨈메줄것이니 얼른 얘기 허시오
아따 거 실없이 여러 가지 것 준다
그렇다면 저 황주 도화동에서 올라온 심학규라는 사람이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우 하고 달려들어 심봉사를 별궁 안으로 입실을 허랴허니
창조)
그때여 심봉사는 아이고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베설키는 수맹인 만좌중에 날 잡어 죽일려고
베설을 허였구나
아니리)
에라 사람이 한번 죽지 두 번 죽을랍디여 자 내 지팽이 잡으시오
더듬더듬 어전에 입실을 허여 놓니
심황후 분부 허시되
그 봉사 거주성명과 처자가 있는가 알아 보아라
창조)
심봉사가 처자 말을 듣더니 먼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뚝 떨어지며.
중머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난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을 산후 달로 상처하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 젓을 얻어 먹여 겨우겨우 길러 내여 십오세가 되었는디
이름은 청이 옵고 효행이 출천 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 지내 갈 제
우연한 중을 만나 공양미 삼백석만 불전으로 시주하면
소맹 눈을 뜬다하기로 효성 있는 내 자식이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 제수로 죽은지가 우금 삼년이나 되었소
눈도 뜨지도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이 말 듣고 산호주렴 걷어 쳐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 아버지라니 아버지라니 누구요
아이고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이거 왠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임당수 풍랑중에 빠져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떠서 소녀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을 듣더니 어쩔쭐을 모르는구나
내 딸이라니 내 딸이라니 내가 죽어 수궁천지를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 참말이냐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 오다니 웬말인고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갑갑 허여라 어디 내 딸이면 좀 보자
눈을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끔적 허더마는 두 눈을 번쩍 떳든가 보드라
아니리)
이것이 하늘의 뜻이요 부처님의 조화였다 심봉사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모두 허적허적 허제 심봉사 눈 뜬 바람에
수백명 봉사들도 개평으로 눈을 뜨는디
자진모리)
만자맹인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띠는 소리로
짝 짝 짝 허드니마는 일시에 눈을 떠 버리난디
석달안에 참례 허고 내려가는 봉사들도 제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 헌 맹인 중도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어 뜨고 누워 뜨고 서서 뜨고
회 내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뜩거리다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가며 뜨고 지 맘대로도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봉사 눈을 떠 사면을 바라보니 칠모금관 황홀 허여
딸이라니 딸 인줄만 알지 전후불견 초면이었든가 보드라
심봉사가 곰곰히 생각을 허더니마는
중머리)
옳제 인제 알것구나 이제야 내가 알것구나
갑자사월 초파일밤 꿈속에서 보든 얼굴 분명한 내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 허여 온가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꿈이냐 이것 생신가 꿈과 생시 분별을 못허것네
아까 까지 내가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집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을 아느냐 올 줄을 알았느냐
지금부터서는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구나
피루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좀도 좋네
중중머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감었던 눈을 번쩍 뜨고 보니 황성궁궐이 왠일이며
창해만리의 먼 먼바다 임당수 죽은 딸이 환세상 황후 되니
천천만만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듬침침 빈 방안에 불킨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 싸움의 좌룡 본듯이 반갑네
흥진비래 고진감래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봉사들도 춤을 춘다
얼씨구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이 덕이 뉘 덕이냐 심황후 폐하의 덕이라
일월이 밝아 중도 허니 요순 천지가 되었네
태고적 시절 이래로 봉사 눈 떳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부원군도 만만세
여러 내빈들도 만만세 천천만만세를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나 절씨구 어 좋네 얼씨구 얼씨구 좋을씨구
아니리)
한참이리 노닐적에
엇중몰이)
그때여 심생원은 어전에 입시허여 부원군에 봉허시고 안씨부인 교지를 내려 정절부인을 봉하시고 무릉태수 형주좌사 좌수사로 보내시고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은 별급상사 허시고 그 아들은 직품을 돋우어 예부상서 시키시고 젖먹이든 부인들과 귀덕어머니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을 없앴으니 어화세상 여러분들 인간의 백행 근본 효도 밖에는 없는것이니 심청같은 효를 받어 천추 유전을 허옵시다 그뒤야 뉘알리요 그만 더질 더질 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