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설교 구성의 실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설교자여, 준비된 스토리텔러가 돼라"의 원제는 "How to Preach a Parable" 이고 Designs for Narrative Sermons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비유를 설교하는 일은 '범상한' 설교자가 함부로 못할 일이라 여겨서 비유 자체를 아예 멀리하는 설교자들이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재능 있는 소수의 설교자들만이 내러티브 설교(narrative sermons)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의 이유대로라면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못한 평범한 설교자들이 비유와 내러티브 설교를 할 수 있게 돕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쓰는 목적이다.
유진 로우리(Eugene L. Lowry)는 미국 미조리 주 켄사스 시에 있는 성 바울 신학교의 설교학 교수로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설교가 중 한 사람이다. 설교가로서도 유명할 뿐 아니라, "이야기식 설교구성(The Homiletical Plot)", "설교단 위에서(Doing Time the Pulpit)" 등과 같은 설교와 관련한 책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비유 설교와 내러티브 설교라는 이중의 과제를 한 책에서 다루기 위해, 실제로 행한 설교들을 분석해서 독자로 하여금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모델로 되고 있는 네 분은 설교가로 그리고 설교학자로 유명한 분들이다. 프레드 크래독, 린더 켁, 데니스 윌리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유진 로우리. 이 네 사람의 설교를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도 이 네 사람의 설교를 네 개의 축으로 분석하고 독자로 하여금 연습할 수 있는 가교를 만들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일이다. 이 네 축은 '설교를 이끌어 가는 네 가지 방식'이라고 정의된 네 가지 형태이다.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스토리 진행(running the story), 스토리 보류(delaying the story), 스토리 유예(suspending the story), 스토리 전환(alternating the story)이라는 이 네 가지 형태는 그 예를 통해 잘 전달된다.
스토리 진행(running the story)은 성경본문을 내러티브 설교로 형상화하는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으로 성경본문의 스토리(비유나 내러티브적 설명 등)를 성경본문 자체가 제시하는 실제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설교자가 세련되고, 창조적으로 꾸밀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 보류(delaying the story)는 본문이 설교의 이슈에 대한 해답을 가진 경우에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다른 소재를 가지고 설교를 시작하여,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성경본문에 시선을 모으는 방법이다. 잘 알려진 본문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설교이기도 하다.
스토리 유예(suspending the story)는 내러티브 설교 기법 중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으로 '스토리 진행'처럼 성경본문으로 설교를 시작하지만, 다른 무엇이 스토리 진행 상에 돌출 할 수 있다는 점이 구별된다. 스토리 진행 중에 설교자가 현재의 상황으로 들어오거나, 혹은 본문의 앞뒤문맥을 살펴보는 것 등은 스토리 유예 기법이다.
스토리 전환(alternating the story)이라는 기법은 본문 스토리의 흐름이 부분별로 삽화별로 또는 짤막짤막한 사건별로 나누어지면서 성경에 나오는 스토리가 다른 소재들로 더욱 퐁성해지게 하는 설교이다.
이 네 가지 기법은 저자의 방법대로 전형적인 모델이 제시되고, 그 설교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고인(故人)이 된 데니스 윌리스(Dennis M. Willis) 목사의 "노아는 의인이요"라는 제목의 설교가 이 스토리 진행의 예로 노아의 이야기가 제시된다.
창세기 7장에서 9장까지의 우리가 잘 아는 성경본문을 가지고, 아주 세련되면서도 창조적인 방법으로 성경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독자(청중)들이 논리적으로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구체적인 장면 속으로 안내되는 느낌을 주는 설교이다. 이렇게 빨려 들 듯한 설교를 그대로 소개하고 나서 저자는 아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소재로 어떻게 설교가들이 자신의 설교를 만들어가고, 성경본문을 원활하게 진행시켜 나갈지를 학문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책의 진행 형식은 스토리 보류(delaying the story), 스토리 유예(suspending the story), 스토리 전환(alternating the story) 에서도 같다. 너무도 좋은 설교라는 느낌을 채 지우기도 전에, 그 설교가 왜 좋은 설교인지를 분석하는 저자의 분석은 너무도 탁월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설교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챔피언을 만드는 좋은 복싱 스파링 상대처럼, 설교자들이 연습을 통해 실력을 배양하기 좋은 책이다. 서평/하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