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최북단, 북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영광군.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 볼 것 없는 교통의 외지에 불과했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고 서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호남 서해안권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법성포의 영광굴비, 염산과 백수의 대규모 염전 등등 서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역.
안타깝게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여 16만명이었던 인구가 어느덧 6만명 밑으로 주저앉았지만,
서해안 시대의 중심축으로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곳이다.
서해안 시대의 중심축이 될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영광터미널.
신(新)과 구(舊)가 어우러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참으로 여러 가지의 느낌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여러 사람들 틈새에 끼어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만들었던 특별한 장소.
그 터미널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영광터미널은 조금 특별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건물이 시외, 고속버스 전용과 군내버스 전용 두 개로 나뉜다는 점이다.
시외, 고속버스터미널 건물이 도롯가와 바짝 인접해 있는 반면,
군내버스터미널은 주변에 큰 도로가 하나도 없어 정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시외, 고속터미널 옆의 재래시장 좁은 골목길을 통해서 들어가거나,
아님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이동을 해야 한다.
중간에 버스 하차장도 있고 군내버스 승차장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군내버스터미널로 들어가는데 있어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영광의 모든 군내버스가 종점으로 삼는 터미널인 만큼,
접근성을 어느 정도 보완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입구는 없고 출구만 있는 구조의 복잡한 터미널.
왼쪽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입구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점들로만 빼곡히 가득차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뜩이나 좁은 터미널 내부는 더욱더 혼잡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명색이 영광군내의 모든 버스들이 기.종점으로 삼는 터미널인지라,
화이트보드 시각표를 설치해 각 방면별로 시간을 표기해놓고,
개정사항이 있으면 그때그때 펜으로 수정해주는 방식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
확실히 바닷가와 인접한 동네인지라 바다와 관련된 지명들이 속속 보이는데,
유명 관광지냐 아니냐에 따라서 배차간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염산과 같은 경우는 얼마 전부터 시외버스의 운행이 중단된 탓에 군내버스의 중요성이 훨씬 부각되고 있다.
굳이 염산뿐만 아니라 인구의 감소와 함께 서서히 쇠퇴해갈 시외버스의 대안으로,
군내버스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는 추세다.
배차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홍농, 법성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비록 아직은 시외버스의 공세에 밀리는 추세지만 언젠가는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
영광과 함평을 잇는 지리적인 이점을 가진 신광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말이다.
이 곳에선 영광군내만을 운행하는 버스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이웃 장성과 고창을 오가는 버스들도 자주 드나든다.
비록 둘 다 그리 많은 편수가 운행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타지와의 교류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군 지역이나 소도시의 시내버스들은 구간요금을 적용한다.
영광도 예외는 아니어서, 군내버스 요금표를 따로 부착해 행선별로 다양한 요금을 징수한다.
대부분이 2,000원 내에서 해결되는 수준이지만 두우리, 향하도, 대신리, 창평과 같은 일부 지역은 꽤나 비싼 요금을 받는다.
영광군의 면적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닌지라 멀리 가는 군내버스도 편도 30km가 넘는 버스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타지역에서 발견되는 천문학적인 요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2007년 6월까지만 해도 경기도의 수원-죽산, 안성-여주 시내버스 요금이 5,700원이었고,
현재도 강원도나 경북 북부 등 산간지역에서는 3,000원~6,000원의 천문학적인 요금을 징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광에서는 최고 높아봤자 2,600원이 전부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요금이 높지 않다라는 뜻은 아니지만...
사실 대부분의 군 소재지는 군내버스를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시켜 운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영광만큼은 통합하지 않고 각각 따로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광터미널의 수요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시외버스터미널 포스팅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터미널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넘실댄다.
수도권만 봐도 강남뿐 아니라 동서울, 인천, 부천, 성남, 안산, 안양행까지 운행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행선지를 확보하고 있고,
광주로 가는 버스들도 굉장히 자주 운행할 정도로 배후인구에 비해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건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관계로,
터미널 맞은편에 조그만 간이건물을 지어놓고 군내버스 전용터미널을 따로 만든 것이라고 추정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시외터미널과 군내터미널을 가득히 메운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면,
나름대로 일리있는 추측인 것 같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자가용의 보급으로 수요가 확 줄어든 오늘날에도 이 정도인데,
인구가 지금의 2배가 넘고 자가용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많았을까...
건물 오른쪽 끝에 나 있는 유일한 입구이자 출구.
하지만 수많은 자가용과 버스가 지나다니는 큼직한 도롯가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광의 재래시장 골목과 바로 이어져 있기 때문.
군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좋던 싫던 재래시장을 거쳐야 하고,
반대로 군내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재래시장을 거쳐야만 한다.
바로 이 길이 시외터미널과 군내터미널을 이어주는 복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습은 명백한 재래시장의 모습을 띄고 있다.
각종 해산물을 담아 파시는 할머니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잡화와 음식점 등이 즐비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보는 사람들과 터미널 이용객이 한데 겹쳐 굉장히 혼잡한 모습이다.
외부에서 바라본 군내버스터미널 건물은 더욱더 경악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지은지 50년도 더 되어 보이는 이 낡디낡은 건물이 군내버스터미널 역할을 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런지?
저 안에 수많은 상점들이 널려있고 대합실과 시간표가 당당히 걸려있다는게 믿기는가?
시장골목 오른쪽으로 난 조그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옆에 이런 허름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군내버스터미널 입지와 건물의 위치가 놀랍도록 겹치는 것을 봐서는 이 건물이 확실하다.
비록 외진 골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터미널이라는 것을 알리는 별다른 흔적은 없지만 말이다.
여태까지 방문했던 터미널들 중 가장 경악스런 위치에, 경악스런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분명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조차 이용하기 곤란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터미널 이용을 위해선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을 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서로간의 짧은 정을 나누고,
그 지역을 여행하면서 많은 감회를 남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영광 군내버스터미널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값진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댓글 진정,하삼에 살짝 웃음이 나오는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