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필수로 지정된 성경2독 과목은 나의 대학원 생활에 정말이지 커다란 혹을 몇 개 더 추가시키는 진퇴양난에 직면하게 했다. 다행히 2010학년도 입학생이라 한 학기만 수강하면 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느끼는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무엇보다도 늘 6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듣기 위해서 1분 1초를 두고 숨가쁜 시간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나에게는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잔이었다. 왜냐하면 6시부터 수업에 참석해야 하는 성경2독은 월요일만큼은 정상적인 직장근무시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정말 부끄러운 고백이긴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배우는 신대원에 다닌다고 하면서도 사실 나는 성경 통독을 제대로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예전에 교회에서 연말에 한 번씩 성경을 통독한 분들을 격려하게 위해서 시상하는 장면을 접할 때마다, 늘 부러운 시선으로 그 분들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산적해있지만, 이번 기회에 나도 성경2독에 기꺼이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3월 첫 수업부터 성경2독에 돌입했다. 문제는 성경통독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했는데, 우선은 KTX를 타고 오고 가는 시간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KTX에 승차하자마자 부지런히 성경을 통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성경통독을 위한 보조도구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사실 처음에는 보조도구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음), 하루하루 성경읽기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성경2독이 아니라 성경1독조차도 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당신은 올해 들어 벌써 몇 독했다는 경험담을 언급하실 때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다행히 같이 강의를 듣는 전도사님으로부터 입수한 보조도구를 활용하여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강독하시는 목사님의 발음이 너무 빨라서 때로는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정상괘도를 찾아 열심히 성경2독을 향해 주행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거의 성경1독을 마무리하고 있는 즈음에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많은 은혜와 몇 가지 수확을 허락하셨다. 첫째는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성경통독을 나도 일 년에 몇 번씩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셨다. 비록 보조수단을 활용한 성경통독이긴 하지만,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는 성경통독에 대한 두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기존의 산발적이고 파편화된 내용으로 있었던 성경내용들을 하나의 전체적인 틀 속에 조금씩 구조화․체계화시키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비록 이제 겨우 1독을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이라 성경의 전체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목을 형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만, 2독, 3독을 거듭하다보면 성경이해의 지평이 훨씬 넓어지고 깊어지리라 기대해본다.
셋째는 성경통독은 단지 성경을 1독, 2독 했다는 단순한 사실적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나의 목회 및 신앙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무엇인가를 깨닫게 했다. 이를테면, 성경통독은 신대원생이라면 앞으로 반드시 추구하고 구축해야할 자신만의 신학에 색깔을 입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 간직해온 자신의 신앙을 더 성숙하고 고차원적인 단계를 상승시키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넷째 기존에 가졌던 성경통독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성경통독보다는 정독을 선호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성경내용을 깊이보고 묵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 성경1독을 통해 성경통독은 정독과 더불어 성경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며, 말씀의 의미를 더 깊게 파헤치는데 반드시 필요한 선결조건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소위 성경말씀을 말씀으로 풀기위해서는 계속적인 성경통독을 통한 거시적인 차원의 성경이해와 성경정독을 통한 미시적인 차원의 성경이해가 균형잡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성경통독을 하고 있지만, 때로 말씀을 강독하시는 목사님과 혼연일체가 되어 성경말씀을 읽어갈 때에, 갑자기 하나님 말씀에 대한 은혜가 밀려올 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과 안식,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끝으로 이번 성경통독을 통해 정말이지 모든 일들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립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