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를 한국산 칵테일로 아는 이가 적지 않지만 그 원조는 서양이다. 미국 사람들은 폭탄주를 ‘보일러 메이커’라 부른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한 ‘흐르는 강물처럼’은 1920년대 몬테나 산골 마을을 깊은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듯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아름답기 이를 데 없이 묘사한 플라이 낚시 장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술꾼이라면 ‘폭탄주’ 제조장면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는 형 크레이그 셰퍼를 데리고 도박장에 갔다가 맥주컵에 위스키 잔을 빠뜨려 마신다.
항만 하역노조 이야기를 다룬 걸작 ‘워터프런트 1994’에서는 말론 브랜드가 독주 한잔을 원샷으로 마시고 곧바로 맥주 한 컵을 들이킨다. 이 역시 폭탄주 일종이다. 보일러 메이커는 광범위하게 맥주와 독주를 섞은 술을 가리킨다. 그렇듯 폭탄주는 주로 탄광, 벌목, 부두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다. 금방 취하게 되므로, 싼값에 효율적으로 취하려는 사람들이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자주 찾게 마련이다. 이 악성 칵테일은 뭐든 빨리 해치우려는 한국 사람 취향에 안성맞춤으로 들어맞아 크게 유행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