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는 이따금씩 기존에 없던, 실험적인 콘셉트 모델 같은 바이크를 양산해 시장에 선보인다. 이번에는 미래에서 빌려온 것 같은 디자인에 실험적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갖춘 새로운 투어러 CTX1300을 출시했다.
CTX는 Comfort Technology eXperience의 약자로 오늘 시승한 CTX1300은 CTX700에 이은 시리즈 두 번째 모델이다. CTX700이 NC시리즈에서 가져온 엔진과 프레임을 베이스로 했다면 CTX1300은 혼다의 베스트셀러 스포츠 투어러 ST1300을 베이스로 한다. 물론 설계의 기본을 ST1300에서 가져왔을 뿐 1261.4cc의 세로배치형 V4엔진을 실용 토크위주로 다듬고 프레임역시 스타일에 맞게 설계를 변경한 뒤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혀 재탄생시켰다.
735mm의 낮은 시트고는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으며 키가 큰 라이더도 어색함이 없도록 포지션을 세심히 설정했다.
기본적인 스타일은 최근의 혼다 아이덴티티를 담뿍 담고 있다.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임에도 CTX700을 먼저 본 뒤에 접한 모습이라 충격적이지는 않다. CTX700은 첫인상은 별로였다가 자꾸 보니 마음에 들었는데 그게 눈에 익어서인지 1300은 첫눈에도 괜찮아 보인다. 700을 먼저 출시한 이유가 이런 완충작용을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옆모습의 낮고 긴 실루엣은 CTX700과 빼다 박았지만 정면에서 보면 좌우로 넓어져 체급의 차이가 한눈에도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크루저의 느낌보다는 박력과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투어러의 기운이 느껴진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헤드라이트는 풀LED 램프를 적용했다. 미간부터 사이드미러까지 길게 뻗은 라인이 프론트의 인상을 결정하는데 일체감과 날렵함을 준다. 전체적인 외장은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하고 좌우로 툭 튀어나온 엔진 헤드와 배기파이프는 금속질감을 살려 V4엔진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기본으로 장비된 패니어케이스는 무광과 유광 투톤으로 나뉘어있으며 아래로 그어진 벨트 라인이 뒤로 갈수록 낮게 깔리는 시각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좌우 35리터의 용량을 확보하였으며 폭이 사이드미러 너비보다 좁기 때문에 주행 시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200미리의 광폭타이어와 LED라인이 멋지게 들어간 리어램프로 박력 있는 뒤태를 완성한다.
시트에 앉으면 극단적으로 짧은 윈드쉴드와 낮게 깔려 좌우로 긴 계기반이 눈에 들어온다. 계기반의 질감이나 디자인은 영락없이 고급세단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다. 프론트 페어링과 연료탱크가 한 덩어리로 매끈한 바디디자인은 볼트구멍이 하나도 안 보여 신기하다. 최근 혼다바이크의 특징이기도 하다. 앉은 상태로 발착지성도 좋고 허리가 자연스럽게 서는 전형적인 크루저바이크의 포지션이 연출된다. 무거운 무게에도 발이 잘 닿으니 정차 시에도 부담이 적다. 시트의 앞뒤 공간이 충분해 키가 작거나 큰 경우 모두 편안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으며 엉덩이 뒤쪽을 받쳐주는 디자인으로 강력한 토크에 대비하고 있다. 탠덤시트는 넓고 평평해 앉았을 때 편하고 주행 시에는 안정감을 준다.
시동을 걸면 엔진과 배기음이 ST1300의 전기 모터 같았던 고주파음과 다른 부드럽고 낮은 음색이 터져 나온다. 실용 영역에서의 토크를 풍부하게 다듬은 엔진은 338kg의 무게가 무색하게 아이들링에서 클러치를 붙여도 가볍게 밀어낸다. 그리고 두툼했던 토크는 회전이 상승하면 4기통다운 폭발적인 가속감이 느껴진다. 처음 바이크에 타서 내릴 때 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엔진이다. 부드럽지만 심심하지만은 않은 재밌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ST1300과 같은 5단 리턴기어인데 6단 기어가 보편화 된 요즘에 5단이라니 부족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넓은 토크밴드 덕분에 기어 단수가 많을 필요가 없음은 직접 타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납공간 안쪽에는 USB포트를 기본으로 지원해 메모리나 휴대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순정 사이드케이스는 폭이 넓어지는것을 최소화 한 디자인으로 좌우 36리터의 넉넉한 용량을 갖추고 있다.
화끈한 토크와 함께 속도를 붙여 가면 귓가로 기분 좋게 흘러가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윈드 스크린은 없다시피 하지만 큼직한 전면의 페어링만으로도 주행풍의 정류효과가 커서 절묘하게 어깨를 스치듯 바람이 넘어간다. 좌우의 미러가 그립으로 향하는 바람까지 갈라버려 몸 전체가 바람의 저항을 크게 받지 않는 느낌이다. 여기서 좀 더 완벽한 방풍을 원한다면 대형 투어링 쉴드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도 있다.
낮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LED라인으로 한눈에도 CTX1300을 알 수 있을 만큼 개성적인 카리스마를 뿜는다.
브레이크는 혼다 특유의 전후연동 ABS시스템을 장착해 간편하고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보여준다.
와인딩로드가 이어지는 유명산에서 코너링 실력을 제대로 테스트 해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태가 되는 ST1300에서 주행의 기본기를 잘 물려받았다. 허용하는 뱅킹각도 느긋한 설정치고는 꽤 깊어 제법 빠른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다. 중립적인 핸들링 감각으로 깊은 뱅킹으로 돌아 갈 때도 안정적이며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다루기 쉽고 엔진은 기어가 몇 단이든 몇 RPM에서든 스로틀만 열면 여유로운 파워를 쏟아낸다. 중량이 제법 나가는 모델임에도 코너에서 안정감이 탁월한데 이는 서스펜션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론트에는 직경 45mm 프론트 도립식포크를 리어에는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는 트윈 쇽업소버를 장착하고 있다.
자동차 계기반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감각에 화면 중앙에는 흑백TFT화면으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오디오 시스템은 블루투스를 지원해 스마트폰과 헤드셋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F6B는 분명 더없이 멋지지만 3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와 거대한 크기로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CTX1300은 그에 못지않게 쿨 한 스타일과 성능으로 라이더를 두루 만족시켜줄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움은 빠졌다. 경쟁모델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인 카테고리다 보니 무언가와 비교해서 매력을 어필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국내시장에서는 타깃도 불명확한 느낌이라 시장의 반응도 예측하기도 힘들다. 다만 낮은 시트고에 충분한 힘과 주행성능, ABS와 TCS를 기본 장착하고 패니어케이스와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어디서도 꿀리지 않을 독특함을 갖춘 디자인까지 이정도면 국내 시장에 ‘잘 먹힐만한 요소’는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 2014 HONDA CTX1300 SPECIFICATION
-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90˚ V형 4기통
- 보어×스트로크 78 × 66(mm)
- 배기량 1261cc
- 압축비 10:1
- 최고출력 84hp / 6000rpm
- 최대토크 105.9Nm/40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퓨얼인젝션
- 연료탱크용량 19.5ℓ
- 변속기 5단 리턴
- 서스펜션 (F)45mm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업쇼버
- 타이어사이즈 (F)130/70 R18 (R)200/50R17
-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315mm싱글디스크
- 전장×전폭×전고 2380×940×1170mm
- 휠베이스 1645mm
- 시트높이 735mm
- 건조중량 338kg
- 판매가격 22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