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ㅣ감독 : 허진호ㅣ주연 : 정우성, 고원원
[호우시절] 이 영화를 모르고 넘어갈 뻔 했는데, 미루가 영화 작업에 ㅁㅁㅁ가 참여했다며, 한 번 보라고 권한다. "평은 그렇게 좋지 않은가봐ㅡ" 그 곁에는 은진도 있었다. 은진은, "재영, 추억할 만한 연애담이 있던가?" 라고 묻고, 내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아 있지ㅡ" 하며 '너 그 영화 봐도 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웃는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을 짐작해본다.
허진호 감독에 정우성, 그리고 중국의 여배우가 주연이란다. 허진호 영화인데 포스터가 '봄날은 간다'가 아니라 그냥 '봄날'이다. 내가 허진호 감독을 좋아했던가ㅡ [호우시절]에 앞서 내가 본 그의 영화는 두 편이다.
대학생 때 극장이 아니라 비디오로 봤던 듯 한 [8월의 크리스마스]와 중앙시네마에서 봤던 [봄날은 간다]
누가 그랬었다. '한 번 사랑했다'라는 말은 한 사람을 만났을 때가 아니라, 한 사람과 헤어졌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듣고 보니, 거 그렇구나 싶다. 그 정의에 의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았던 때에 나는 어설프고 소중했던 누군가와 이별하기 전이었으므로, 사랑을 한 번도 못해본 채로 그 영활 본 거다. 그래서였는지, 심은하와 한석규의 관계보다, 자신에 죽음 앞에서 아버지를 대하던 한석규를 더 많이 기억한다.
[봄날은 간다]를 봤던 그 해 가을은, 통장에 매달 용돈이 아니라 월급이 들어오던 첫 해였고, 수건과 이별을 하고도 두어개의 계절을 보낸 후였다. [호우시절]에서 동하와 메이가 서로의 연애담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했던 것 처럼 나도 수건과의 이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후에 내가 겪었던 그 어떤 이별과 비교해도 아픔이 엷다. 가장 오래된 이별이라 나쁜 기억을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라면,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는 감정의 계절을 아는 자, 유지태는 모르는 자였으므로, 좋은 이별이란 것이 원래 없다쳐도 유지태에게 좀 더 가혹했다. 그런데 우리는 둘 모두가 유지태였다. 둘 모두가 사랑 후를 몰랐으므로ㅡ 모든 것이 어설프고 느렸다. 느린 이별, 엷은 통증
[호우시절] 정우성이 평소 가지고 있는 범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잘생긴 기럭지에 설레이는 허리라인, 쓰러지는 옷빨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보통의 남자(물론 여전히 보통보다 키가 크고 보통보다 잘 생기긴 했지만)인 박동하와 사람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이쁘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 조용한 존재감이 정우성보다 한 수 위인듯도 보였던 메이(중국 발음은 모르지만, 우리식 발음으로 그녀의 본명은 메이보다 더 이쁘다. 고원원, 자꾸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다. 고원원)
청두에서 우연히 만난 동하와 메이, 메이의 머리에 떨어진 복숭아 꽃잎을 떼어주는 동하의 손길이 설레인다. 그 두 사람이 영화 앞부분에서 머뭇머뭇, 그러나 숨겨지지 않는 설레임을 온 얼굴에 담고서 내내 웃고 있다. 미소라는 것이 원래가 고운 것이지만, 둘 각자의 미소가 아니라 그 둘 사이의 미소가 참 이쁘다. 나도 그들을 따라 웃는다. 동하와 메이의 미소를 따라 내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이, 이야기의 힘 때문인지, 연출 때문인지, 정우성 때문인지, 고원원 때문인지, 청두의 연두 때문인지, 두보의 비 때문인지, 너와의 추억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포스터만큼이나 포근하게 살랑살랑 마음이 촉촉하다. 봄날의 연두처럼, 봄날의 바람처럼, 봄날의 비처럼ㅡ
겉으로 드러나기에 영화의 진폭은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지만, 동하와 메이의 내면은 그렇게 평화롭지만은 않았을거라 짐작된다. 제 아무리 지난 계절의 감정이라 하더라도, 봄은 봄이고, 여름은 여름ㅡ

; 쥐죽은듯 고요한
첫댓글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해하는 것...그게 영화의 재미인것 같네요.....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모두 좋은 영화였지만.....호우시절은 아마도 지금 현재의 비슷한 입장에서 볼수 있는 영화여서 그런지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두사람의 눈빛, 그와 그녀의 미소....지나간 기억은 그냥 지나간 것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영화의 결론은 해피엔딩이어서 좋더군요...다음에도 또 조조영화!!!...언제나 콜~
ㅍㅍ,.ㅍ 내가창구에엇조조할인안해줘요? 했더니, 우리중누군가조조아니예요! 이랬잖아요!! 일요일12시영화가조조가아니라니!! >_< 애니웨이 영화콜콜!! 영화보는동안, 무타님나만큼크게웃었어 :)
조금은 울적해질 수 있는 영화지만 중간중간 터져주는 중국인 같은 지사장님의 활약이 돋보였죠!!
정우성 넘 멋있다. 정원이가 있다지
:)
8월의 크리스마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걸 봤는데 정말 잘된 영화다 라는 걸 느꼈던 영화였죠.
영화 리뷰가 한편의 수필같은 느낌이 듭니다~~ 살랑살랑 봄바람같은....^^
리뷰를 쓸 때, 평소에도 제 기억과 연결지어 많이 쓰지만, 이번엔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이라 더 그런가봐요. 저도 다 쓰고 나서, 좀 웃었어요. 살랑살랑, 봄 바람ㅡ 이 가을에, 계절도 모르고 말이죠 :)
영화 보는 내내 같은 장면에서 웃고..영화 보고 나온뒤 정우성이 멋있었다고 같이 말할 수 있었던 쥐와 함께여서 즐거웠어요..^^*
ㅇㅇ 내가 극장에서 좀 크게 자주 웃어서 내 친구는 나랑 극장 가는거 챙피해하는데, 이번엔, 코난 어르신 빼고 다들 같은 타이밍에 크게 웃었어ㅡ 암만요, 즐거웠어요, 즐거웠어요 :)
극장가면 크게 웃어야죠......^-----------^.....소리내서 웃는거 좋아요...
40대로 다가서는 기혼자들이 설레이는 연애감정을 그리워며 보고 싶어하는 영화같더군요....
40대로 다가서는 기혼자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어 무척 아쉽지만 :) 30대 막 들어선 싱글에게도 설레임을 주는 영화였어요ㅡ
40대로 다가서는 기혼자들이 설레이는 연애감정을 그리워며 보고 싶어하는 영화같더군요....
시월의 마지막 밤에 건대입구역까지 가서 보고 왔어요. 백김치처럼 슴슴한 영화, 토핑이 조금 부족한 듯한 영화였어요. 아, 그래도 봄날에 피는 분홍색 복숭아꽃을 닮은 듯한 화사한 미소와 연초록 대숲을 적시며 부는 바람과 녹우가 오랫동안 아른거릴 영화였어요.
부족하다 심심하다 별로 느끼지 못하고, 저는 참 많이 웃으면서 봤습니다. 끄덕끄덕, 복숭아꽃을 닮은 화사한 미소와, 연초록 대숲을 적시며 부는 바람과 녹우에 아른거림 ... 그 어설프고 소중한 봄날의 감정선ㅡ
^^ 드뎌 봤답니다.. kring에서 하더라구요. 거의 전세내고 봤어요.. (8명 있었나.???) 역시나.. 리뷰가 많은 만큼 느낌을 많이 주는 영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