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전성시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1월 중순 현재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말 수탁고 9조4000억원에 비해 10배 넘게 성장한 셈.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물론 전 세계적인 증시 상승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펀드투자자들은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던 중국 펀드가 주춤하는 데다 아시아 증시도 연일 널뛰기 장세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투자자들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PB들은 내년에도 해외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다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브릭스, 동유럽 등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유했다. PB들이 추천한 국내와 해외 펀드 비중은 6 대 4에서 5 대 5 정도.
최철민 하나은행 골드클럽 선릉역지점 PB팀장은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국내와 해외 비중을 3 대 7 정도로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국내법에 의해 설정된 해외 펀드(역내펀드)는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도 있다. PB들은 해외 펀드 투자 시 한두 국가에 집중 투자하는 ‘컨트리펀드’보다는 여러 국가에 나눠 투자하는 ‘멀티 컨트리펀드’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변동성이 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의 전망이 밝다 하더라도 국내 펀드의 비중은 일정 부분 이상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게 PB들의 의견이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재옥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2008년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주가 등 일부 통계자료에만 의존해야 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 시장은 전문가 의견 수렴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도 국내 펀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일부 PB들은 지금처럼 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수익률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 비중을 줄이는 대신 혼합형 펀드나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정우일 농협 강남PB센터 팀장은 “현금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한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여윳돈을 변동성이 큰 장에 잠시 묻어뒀다가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다시 재투자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고 말했다.
■ 기존 중국 투자자, 일부 환매 필요 ■
최근 급격히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중국 펀드에 대해 최철민 하나은행 골드클럽 선릉역지점 PB팀장은 “1~2년 전부터 중국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린 투자자라면 지금 시점에서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환매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연일 널뛰기장세를 거듭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제 어느 정도 차익을 실현해야 한단 의미다. 실제 일부 자산가들은 중국 펀드를 환매한 후 조정기에 다시 재투자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국 펀드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자자들도 환매해야 하는 것일까.
한덕수 삼성증권 Fn아너스 삼성타운 팀장은 “직접투자가 아닌 펀드인 만큼 성급한 환매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10~15% 하락하며 조정을 받겠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의 호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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