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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절 과천(果川)
○ 과천의 별장에서 자고 다시 한강을 건너 / 김양진
○ 과천 별장에 놀러가서 3수 짓다 / 김양진
○ 과천가는 도중에서 읊다 / 장유
○ 낮에 과천의 점사에서 읊다 / 장유
○ 과천에서 숙박하면서 읊다 / 장유
○ 과천 도중에서 / 김창협
○ 정월 16일 서울에서 충청도로 / 이형상
○ 12월 14일 서울을 떠나서 영남으로 / 이형상
○ 23일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다가 / 이형상
○ 새벽에 과천을 출발하면서 / 신유한
○ 남충 아문에서 읊다 / 영조대왕
○ 남충현문의 부림헌에서 / 영조대왕
○ 과천 가는 도중에서 / 이덕무
○ 부림관 밖에서 잠자는 전옹 / 정조대왕
○ 과천읍 행궁에 머물렀을 때 / 정조대왕
○ 관악산을 바라보며 / 정조대왕
○ 노량진을 지나다가 육신묘를 보고 / 정조대왕
○ 남충 이궁에서 들으니 문엄리에 / 정조대왕
○ 은행정 마루에 행차를 머물고 / 정조대왕
○ 신기경이 과천 시골집으로 / 정조대왕
○ 과천 동각에서의 조촐한 잔치 / 박제가
○ 낮에 과천의 주막에서 쉬다 / 김조순
○ 과천 주막에서 묵으며 벽상의 / 하백원
○ 과천의 우거할 때의 일 / 김정희
○ 과천의 시골 집에서 / 김정희
○ 과천 가는 도중에 / 이효원
▣ 과천의 별장에서 자고 다시 한강을 건너, 환구동(췧丘洞)을 돌아 빙고(氷庫)의 북쪽 고개에 갔더니, 별제(別提)【주】1)가 와서 술자리를 베풀었다. 3수(三首) 짓다.
김양진(金楊震: 1467∼1535)
1.
전원(田園)에 흉년이 들지 않아
마을에서 비로소 맑은 술을 걸렀다.
달빛에 노란 벼를 찧고,
서리 묻은 푸른 채소 뜯어온다.
숲이 깊으니 소반에 깐 밤이 오르고,
시내가 가까워 밥상에 물고기가 놓였다.
그칠 줄 알아 언제나 먼저 물러나고,
농사에 밝으니 즐거움 넉넉하다.
○ 宿果川別墅 還渡漢江 循췧丘洞 過永庫北嶠 別提來設酌 三首
田園無失歲 村酉始淸쳦
對月췍黃稻 和霜?翠蔬
林深盤剝栗 溪近飯供魚
知止當先退 明農樂有餘
2.
○○이 강가에 우거졌고
쪽배는 혼자서 돌아온다.
바위 비탈에 기수(琪樹)【주】2)가 어둑하고,
숲 골짜기에 화창(畵窓)이 환하다.
운(運)이 가니 신선놀음 아스랗고,
시가 완성되니 손[客]의 더부살이가 슬퍼진다.
처량한 옛 공관(空館)에서
누가 다시 금배(金盃)에 취하리.
(이 때에 함종 어씨가 영남(嶺南)으로 가니, 전송하러 온 조정(朝廷) 관원들이 끊이지 않았다. 강가에 이월성(李月城)의 옛 집이 있었다.)
○○簇江홭 扁舟獨自回
巖崖琪樹暗 林叔+石턛窓開
運去仙遊遠 詩成客寓哀
凄쪱舊空館 誰復醉金盃
(是時魚咸從向嶺南 朝官來餞者不絶 江上有李月城舊宅)
3.
구름나무 속으로 찾아가며,
잔잔한 시냇물을 건넌다.
떨어진 밤을 사람들이 다투어 줍고,
달콤한 복숭아는 새가 쪼아 먹고 남았다.
비탈진 언덕 아래서 술자리를 열고,
돌아가는 말을 멈추게 하며 손을 맞는
정중한 친한 벗의 뜻으로
만나서 한 번 실컷 즐겨보세나.
行尋雲樹裏 澗水渡潺湲
墮栗人爭拾 甛桃鳥?殘
開樽依斷쫿 邀客駐歸鞍
鄭重親明意 相逢磬一歡
【출전】 『虛白堂集』
▣ 과천 별장에 놀러가서 3수(三首) 짓다
김양진(金楊震: 1467∼1535)
1.
교외(郊外)에 나와 천막을 치고,
자리를 깔고서 석기(石磯)【주】1)를 내려다본다.
비가 많이 내려 시냇물이 불어났고,
날씨가 차가우니 물고기가 살이 쪘다.
소반에 회는 가늘게 썰어져 향긋하고,
마을 술은 취기가 미약하다.
배회하면서 늦은 취미를 찾느라
해가 넘어 간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 遊果川別墅 三首
設幕依郊外 鋪茵俯石磯
雨多溪水闊 天冷?魚肥
盤膾香絲細 村?醉力微
徘徊深晩趣 不覺日斜暉
2.
저믄녁에 외로운 주점(酒店)에 들어,
옷깃을 헤치니 밤이 고요하다.
풀이 무성한데 피곤한 말이 짓밟고,
밥이 충분하니 어린 종이 놀아난다.
토란과 밤은 새로 깍아서 생생하고,
양하(촿荷)【주】2)는 맛이 더욱 좋다.
푸른 등불이 시원하게 벽을 비추니,
한가로운 이야기에 어초(魚樵)【주】3)가 화제에 오른다.
帶暝投孤店 披衿夜寂寥
草稠疲馬蹴 飯足小쪌驕
췜栗鮮初剝 荷촿味更饒
靑燈凉照壁 間話雜魚樵
3.
남으로 양재역을 지나가니,
평평한 들판이 몇 리 남짓하여라.
그물을 쳐 들메추리를 몰고,
버들을 꺾어 시내의 물고기를 꿰었다.
붉은 기장이 마을 길을 둘러 있고,
국화가 길가 빈 터에 환하게 피었다.
가을이 이제 이미 깊어가는데,
행락(行樂)을 천천히 할 수 있으랴.
南過良才驛 平郊數里餘
張羅驅野鷸 折柳貫溪魚
赤黍圍村徑 黃花照路墟
秋光今巳晩 行樂肯徐徐
【출전】 『虛白堂集』
▣ 과천가는 도중에서 읊다
장유(張維: 1587∼1638)
나그네의 노는 뜻이 적합하지 못하니,
가을이 다 지나가도 오히려 쓸쓸하다.
흙으로 만든 성은 언덕에 기울어 황폐해졌는데,
위교(危橋)는 원(院) 서쪽에 폐허되고 말았네.
해가 기울자 채찍 같은 그림자가 넓어지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모자 차양 낮게 한다.
날이 저물어 외로운 점포에 투숙하니,
그런대로 잠자는 새와 함께 깃들었네.
○ 果川途中韻
客遊宜不適 秋盡轉悽悽
古텎荒原側 危橋廢院西
日斜鞭影? 楓急帽?低
向晩投孤店 聊同宿鳥栖
【출전】 『谿谷集』
▣ 낮에 과천의 점사(店舍)에서 읊다
장유(張維: 1587∼1638)
아홉 길거리에 차와 말은 각기 바쁘게 달리는데,
술이 있으나 어떻게 객을 불러 맛보게 하리.
나그네는 초췌한 모습이 많다고 말하지 말라,
가신(佳辰)에는 도처에서 가득한 술잔을 마시노라.
○ 果川晝店韻
九街車馬各奔忙 有酒那能喚客嘗
休道旅人多?퀝 佳辰到處把深觴
【출전】 『谿谷集』
▣ 과천에서 숙박하면서 읊다
장유(張維: 1587∼1638)
과천현 둘레의 성곽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고,
마을의 허름하고 외진 곳에는 들쑥이 있다.
넓고 험한 곳의 여우고개 바위이며,
넓고 넓은 동작 나루의 거룻배이다.
허겁지겁 냇가를 건너 멀리 나아가니,
풍상(風霜)의 기후가 높아지네.
추운 밤에 꼬리치는 말을 마주하니,
누가 이 나그네의 초조하고 피로함을 위로해 주랴.
○ 宿果川縣韻
縣郭多喬木 村墟帶野萬
漸漸狐嶺石 泛泛雀津?
跋涉川塗? 風霜氣候高
寒宵對쫂馬 誰慰客情勞
【출전】 『谿谷集』
▣ 과천 도중에서
김창협(金昌協: 1651∼1708)
지난 해 중양절엔 내가 손을 보냈는데,
올해엔 나 역시 서울을 떠난다.
슬피 우는 기러기는 무슨 뜻이 있는 것일까,
수유(茱萸)꽃 꽂은 집은 얼마나 될런지.
높은 산 오른들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어떻게 술 없이 국화를 대할 수 있겠나.
북녁의 여러 친구들도 분명히 나를 그리워하겠지,
혹시나 시를 써서 바닷가 벗에게 보내 주려나.
○ 果川途中
去歲重陽吾送客 今年莪亦發京華
哀嗚鴻雁有何意 亂揷茱萸知幾家
縱使登高非故里 可令無酒對黃花
北隣諸子應相憶 ?復題詩問海涯
【출전】 『農巖集』
▣ 정월 16일 서울에서 충청도로 가다가 이날 과천에 도착해서 짓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산 골짜기 남은 눈 하얗게 아직 있고,
산 아래 흐린 물은 황토색이 더 짙다.
기러기도 봄의 뜻을 아는 것인지,
저녁 노을 뚫고서 용사(龍沙)【주】1)를 향해 간다.
○ 正月十六日自京向忠淸道是日到果川作
山谿殘雪白猶才 山下混流黃更多
鴻雁亦知春意杏 亂穿西日向龍沙
【출전】 『甁窩集』
▣ 12월 14일 서울을 떠나서 영남으로 향하다가 과천에서 자고 15일 수원에 들어가 부사(府使) 이창지(李昌之)에게 주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
북녘 사람이 남으로 동도(東都)【주】1)를 향해 가는데,
해는 상유(桑楡)【주】2)에 가깝고 눈은 앞길을 막는다.
듣자니 사군(使君)【주】3)이 손을 좋아한다는데,
싸늘한 서재라도 즐겨 빌려줄려는지.
○ 十二月十四日發京向嶺南宿果川十五日八水原贈府使李昌之
北人南去向東都 日?桑?雪擁送
聞道使君能喜客 不知肯借冷齋無
【출전】 『甁窩集』
▣ 23일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다가 사근천원(沙斤川院)의 시냇가에 당도하여 느낌이 있어 짓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
어젯 밤 내린 비에 봄 물이 불어
오늘 아침 석간수(石澗水)는 온전히 맑지 않다.
물 가에서 양치질하니 차가워 이가 시리다.
선니(宣尼)【주】1)의 감탄하던 뜻 불쑥 느껴진다.
○ 二十三日自果川向水原到沙斤川院溪邊有感
?夜얶몡春水生 今朝石澗未全淸
臨流酌嗽寒永齒 쪢覺宣尼感歎情
【출전】 『甁窩集』
▣ 새벽에 과천을 출발하면서
신유한(申維翰: 1694∼?)
황량한 성(城) 애잔한 나팔소리 바람결에 메아리치는데,
먼동이 트자 달리는 말 동쪽으로 향한다.
깊은 마을 새벽닭이 울고 외로운 달도 어두운데,
먼 숲에 사람 소리 등불 하나 붉어라.
몸은 역사(驛使)【주】1)가 가지고 가는 매화의 빛을 따라 가지만,
꿈은 회산(淮山) 계수(桂樹)의 숲을 찾아간다.
오늘 밤 님 계신 대궐은 얼마나 추울까!
말없이 오색 구름 에워싼 대궐로 고개 돌리네.
○ 曉發果川
荒城殘角響天風 明發??馬首東
深巷鷄嗚孤月黑 遠林人語一燈紅
身隨驛使梅花色 夢八淮山桂樹叢
今夜瓊樓寒幾許 촒然回首五雲中
【출전】 『大東詩選』
▣ 남충 아문(南充衙門)에서 읊다
영조대왕 이금(英祖大王 李昑: 1694∼1776)
지난 해 온천에 모시고 온 일 어제인 듯 싶은데,
양조(兩朝)의 거둥을 오늘 다시 이었도다.
아! 오늘이 그 어떤 날인가
청아(菁莪)【주】1)의 시를 세 번 외우며 추모하는 마음 새롭다.
○ 南充衙吟成
往歲陪溫턫若昨 兩朝臨幸斷今辰
呼嗟今日是何日 三復莪篇追慕新
【출전】 『果川邑誌』
▣ 남충현문(南充縣門)의 부림헌(富林軒)에서
영조대왕(英祖大王: 1694∼1776)
남충 고을 부로(父老)들 의례로 맞아주는데,
아홉 해 동안 이 걸음 몇 번이런가.
거둥 거마짓 깃발 보고 반기는 빛 가득한데,
부끄러워라, 어진 정치로 백성의 어려움 구제 못함이여.
○ 南充縣門 富林軒
南充父老慣相迎 九載之間幾此行
車馬羽쭨欣有色 愧無仁術濟民生
【출전】 『果川邑誌』
▣ 과천 가는 도중에서
이덕무(李德懋: 1741∼1793)
밭 사이에 있는 가을의 수확물들 눈에 들어오니 즐거워라
완두콩은 가늘고 길며 옥수수는 거칠고 거칠다.
아구새 서리 받으니 빛이 으리 비치고,
기러기들 추위를 사직하니 그림자가 처음으로 얽히는구나
○ 果川途中
田間秋物眼堪娛 豌豆織長쿦黍퀎
鴉舅受霜光欲映 雁以辭冷影初紆
【출전】 『雅亭遺稿』
▣ 부림관(富林館) 밖에서 잠자는 전옹(田翁) 신기경(愼基慶)을 불러 그 뜻을 묻다
정조대왕 이산(正祖大王 李?: 1752∼1800)
부림관 밖의 전옹(田翁)에게 뜻을 물으니,
흰머리에 검은 관을 쓰고 나와서 몸을 굽히네.
스스로 부끄러워 하면서 경(卿)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후하나 갚은 예는 박하다 하니,
뜻밖의 옛 부풍(扶風)잎을 이해하더라.
○ 富林館外召眼田愼基慶問志
富林館外問田翁 큯髮玄冠來鞠躬
自愧於鄕恩禮薄 瞿然識得舊扶風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과천읍 행궁에 머물렀을 때 온온사(穩穩舍)에서 쓰다【주】1)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남충(南充)의 노인들은 상견(相見)하고 영접하는 데 습관이 되어 익숙한데,
9년 동안 이런 예의를 얼마나 치루었는가.
길에 가득한 군인들은 기쁜 기색이 있는데,
인술(仁術)로 백성들을 구제하지 못함이 부끄럽네.
○ 駐킞果川邑行宮題穩穩舍
南充父老慣相迎 九載之間幾此行
滿路羽毛欣有色 愧無仁術濟民生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관악산을 바라보며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바닷가의 한 관악산 기운이 강태사(姜太師)에 모였는데,
태사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다시 어디에 태어나랴.
○ 望冠岳
海上一冠氣鍾姜太師
太師久不返冠岳更生誰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노량진을 지나다가 육신묘를 보고 느낀 바 생각을 쓰다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외롭고 쓸쓸한 묘에 숙초(宿草)는 어우러져 있는데,
바람소리는 적막하게 한강가에 있다.
헛된 죽음에 본래 무슨 보덕(報德)이 있겠는가,
육신(六臣)이 어찌 옛 삼인(三仁)과 같으리오.
○ 過鷺粱津指六臣墓感懷
宿草孤墳共作隣 風聲寂寞漢之瀕
虛死由來寧報德 六臣何似古三仁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남충(南充)【주】1) 이궁(離宮)에서 들으니 문엄리(門掩里)에 강씨 노유(老儒)가 살고 있는데 지금 나이가 86세라 한다. 그러나 독서를 부지런히 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선전관(宣傳官)을 보내 이 노인을 불렀더니 죽은 지 3일이 지났다 한다. 이 말을 듣고 슬피 여겨 이 시를 쓴다. 그리고 후에 현(縣)에 명하여 리(里)의 명칭을 문원(文原)이라 고치게 하고 예의로 쌀과 포를 내려주어 장례를 돕게 하였다.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신선의 신발은 청성(靑城)에서 멀리 구름을 건너는데,
응봉(鷹峯) 아래 꿈은 헛되이 이별하였네.
이 노인은 이미 물을 지나 해[歲]를 낚는데,
나는 용렬한 덕으로 주문(周文) 읽음이 부끄럽다.
○ 南充離宮 聞門掩里姜老儒年今八十有六 讀書不撤 遣宣傳召之 則別世?三朝也 慨然題 後命知縣改里曰文原 禮米布助葬
仙챲靑城遠涉雲 鷹峯之下夢虛分
此老巳過版釣歲 愧吾庸德誦周文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은행정(銀杏亭) 마루에 행차를 머물고 사람을 보내 진일리(眞逸里)에 사는 여계(茹溪)의 후손을 찾았다. 그러나 한 사람도 모이는 사람이 없으니 탄식한 후 동네의 이름을 가일(假逸)이라 고치고 그 곳의 가역(家役)을 모두 면제해 주었다.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진일리(眞逸里)가 가일(假逸)이 되었으니,
은행정 서쪽에 있는 삼가(三家)가 몰락하였구나.
생장할 때 가난한 곳에서 있었으니 배우지 못하여,
어찌 조상이 여계(茹溪)였음을 알지 못하는가.
○ 駐킞于銀杏亭峴 遣人召眞逸里茹溪後 則無一人?召者 嘆吟後改里名假逸 里除家役
眞逸里作假逸圭 三家荒落杏亭西
生長窮名人不學 焉知厥祖有茹溪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신기경(愼基慶)이 과천 시골집으로 돌아가자 시를 써주다
정조대왕(正祖大王: 1752∼1800)
연주대 앞에서 그대를 보내니,
관악산을 바로 앞에 두고 나 그대를 생각하네.
영화로움은 마땅히 금의환향한 지현(知縣)처럼 해야 하나니,
노래가 넘쳐 총총마 피해가니 옛날의 윤성(尹城)과 같도다.
그물을 엮으면 장차 기린과 봉황도 기필코 잡을 수 있으니,
수레 매달아 놓고 학과 원숭이에게 맹세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나.
초연히 관직에서 떠날 뜻을 터득하였으니,
벼슬길 세파가 세상의 정(世情)이 아니더라.
○ 쳵愼基慶歸果川鄕第
戀主臺前送子行 冠山咫尺我懷生
榮宜還錦會知縣 歌溢避?久尹城
結網將期쬧鳳獵 懸車休說鶴猿盟
쿌然攄得乞骸意 ?海風濤不世情
【출전】 『正廟朝御製國朝玉韻』
▣ 과천 동각(東閣)에서의 조촐한 잔치
박제가(朴齊家: 1750∼1805)
작은 고을 현가(絃歌)【주】1)를 빙그레 웃으며 만났는데,
홀연 눈물 흘리며 당현종(唐玄宗)【주】2)을 이야기한다.
가인(佳人)들 모두가 현도(玄都)【주】3)의 복숭아나무 같고,
쫓겨난 손은 막 장락궁(長樂宮)【주】4)의 종소리를 듣는다.
달빛을 받으며 잔 기울이니 화병(畵餠)【주】5)이 아니요,
매화를 바라보고 갈증 멎게 하니 용(龍)의 얘기【주】6)보다 낫다.
갈래에 하얀 이슬 내리니 오늘 밤이 무슨 밤인가,
흰머리 되어 남북으로 떠도는 신세.
○ 果川東閣小宴
小邑絃歌浣爾逢 忽焉淸淚說玄宗
佳人總似玄都樹 遂客初聞長樂鍾
吸月傾杯非畵餠 望梅止渴勝談龍
??白露今何夕 晧首飄零南北路
▣ 낮에 과천의 주막에서 쉬다
김조순(金祖淳: 1765∼1831)
오흥빈(吳興彬)의 술맛이 제법 향기로와,
양근(楊根) 서덕창(徐德昌)의 것 못지 않더라.
따뜻하게 한 잔 마시고 책을 펴고 누우니,
이 주막이 산방(山房)임을 누가 알리요.
○ 午憩果川店舍
吳興彬酒味殊芳 不減楊根徐德昌
煖飮一杯큀卷臥 誰知是店是山房
【출전】 『楓皐集』
▣ 과천 주막에서 묵으며 벽상(壁上)의 시를 차운(次韻)하다
하백원(河百源: 1781∼1845)
산을 깎아 바다를 메꾸면 그 언제나 평평해질 것인가.
인간 세상 가는 곳마다 모두가 다 험한 길인 것을,
벼슬길에 나서면서 이미 세상의 그물에 걸림을 알았노니,
장사(長沙)에 귀양간 것【주】1)이 꼭 몸을 잘못되게 함은 아니지.
○ 宿果川店舍次壁上韻
칻山塡海何時平 行處人間摠險程
出脚已知쵥世網 長沙未必誤身名
【출전】 『圭南文集』
▣ 과천의 우거할 때의 일
김정희(金正喜: 1786∼1856)
들가에 피어있는 복사꽃,
어이 가랑비 속에 울고 서 있는지.
주인이 병환을 오랫동안 앓으니,
봄바람 불어와도 웃지를 못하나 보다.
○ 果寓卽事
庭畔桃花泣 胡爲細雨中
主人沈病久 不敢笑春風
【출전】 『阮堂集』
▣ 과천의 시골 집에서
김정희(金正喜: 1786∼1856)
가난한 아낙은 고을 서쪽에 병들어 누웠는데,
시냇물 소리는 밤새도록 몹시도 청허(淸虛)하다.
여윈 소 비척거리는 말 다리 앞의 길을 가니,
그림 소재로 아스라한 저것들이 될 만 하다.
○ 果寓村舍
寒女懸西擁病居 溪聲徹夜甚淸虛
쵣牛劣馬橋前路 畵科蒼茫也屬渠
【출전】 『阮堂集』
▣ 과천 가는 도중에
이효원(李孝源)
맑은 시내 구비따라 길은 돌고,
귓가엔 시냇물 소리 요란스레 들린다.
산새는 말머리에 날고,
아침 해는 소나무 문 위로 떠오른다.
풀 빛은 평평한 밭과 어우러졌고,
구름 그늘에 먼 산이 어둑하다.
같이 배를 타기로 한 사람 약속을 어겼으니,
자하촌(紫霞村)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 果川途中
路轉淸溪曲 溪聲八耳喧
山禽飛馬首 朝日上松門
草色平田合 雲陰遠岫昏
同舟人失約 應待紫霞村
【출전】 『風謠續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