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매칼럼] 윤승병 / 편집국 경제부국장
우리 시대 悲戀의 女人, '장밋빛 인생' 접다
2008.10.07 00:01
고(故)최진실 씨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국민요정'과 '줌마렐라'라는 생전의 찬사를 뒤로 하고 모든 이들의 애도 속에 '하늘로 간 호수'에 몸을 담갔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서둘러 길을 재촉해야 만 했을까. 이제 더는 그이의 미소를 볼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허전해진다. 내가 너무 감성적이고 예민해서 그런가. 아니다. 대한민국 온 국민이 모두 다 슬픔속에 비통해 했을 것이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코드가 다르겠지만, 내게 최진실씨는 몸부림이다. 다시 일어나 어떻게든 재기해 보려는 억척스런 몸부림. 속으로 울고 울어도 겉으로는 웃음 지어 보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외로움과 상실감에 허덕이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지난한 몸부림 말이다. 굴곡으로 얼룩진 그이의 삶이 본디 그렇다.
최진실처럼 질곡 진 인생을 산 연예인도 드물 것이다. 각종 루머와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최진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40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처음 10년동안은 가파른 상승곡선이었다. 출연하는 것마다 히트했고, 최진실표 밝고 당찬 미소는 금세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국민요정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이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광고카피처럼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 절정에서 그를 흠모하는 한 남자를 만나 밀레니엄의 해에 '세기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것이 그이 인생의 정점이었다. 인기,명예,돈,사랑 등등 모든 면에서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그 였었지만..... ,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과 더불어 그이는 깊은 나락 속으로 빠져 들었다. '행복 끝, 불행 시작'이란 말 그대로였다. 요정의 귀여운 얼굴은 난폭한 피멍으로 물들었고, 톱스타의 품위는 이혼과 연관된 추한 잡음과 함께 휴지처럼 구겨졌다. 우울증이 찾아온 건 그때였다. 그럼에도 그이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버텨냈다. 자기에게 남겨진 두 자식을 생각하며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오랜 방황 끝에 마침내 그이는 강인한 아줌마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 왔다.
그이는 TV드라마 <장미빛 인생>에서 혼신을 다한 연기를 선보여 연기대상을 거머 쥐었다. 방송사를 바꿔 출연한 <내 인생의 마지막 스캔들> 드라마를 통해서는 씩씩하고 당찬 '줌마렐라' 신화를 창조했다. 브라운관에 비친 그이는 늘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 남모를 아픔과 외로움이 암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실상 그이의 하루하루는 이를 악물고 싸워야만 하는 전쟁과도 같았다. '최진실 사단'이라 칭하는 지인들과의 만남에 몰두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영혼의 깊은 병까지는 공유할 수 없는 법. 그이는 여전히 혼자였고 외로움에 시달렸다. 거기에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압박과 부담감까지 더해지면서 연약한 몸은 점점 쇠약해져갔다. 그런 그에게 9월 초에 터진 안재환의 자살과 뜬금없는 사채 관련 루머는 카운터펀치나 마찬가지였다. 이혼의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엄마로서 생활인으로서 그리고 연기자로서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이였지만 느닷없이 덧씌워진 사채업자 루머는 '똑순이' 최진실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그럼에도 그이는 잡초처럼 일어서고자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어서고자 몸부림쳤다. 그이가 루머 유포자를 잡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이런 몸부림의 일환이었을 터다. 그 와중에 CF 촬영을 강행하고, <내 인생의 마지막 스캔들 시즌.2> 출연을 결정한 것이 그를 반증한다. 그러나 계속된 악플과 전날 걸려온 최초 유포자와의 전화통화는 삶의 끈을 모질게 쥐고있던 그이의 손에서 기어이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근거없는 악성루머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해 놓고도 외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해 선처를 부탁하는 인간의 어둠 앞에서 31kg의 가녀린 그이의 육체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결국 그이는, 우리가 아다시피, 술기운으로 우울증이 한층 더 깊어진 상태에서 이른 새벽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죽기 직전, 아무도 없는 텅 빈 화장실에서 그이는 홀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는 허무함, 인생이 참으로 고단하다는 자괴감, 남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 루머로 더렵혀진 자기 인생에 대한 연민, 앞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세상에 대한 원망과 섭섭함... 등등, 필경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 절망의 순간에도 그러나 그이는 마지막까지 손을 내밀었다. 살고 싶다는, 이렇게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기 싫다는, 누가 나를 붙잡아 달라는 무력한 몸짓 같은 것. 그이가 죽기 전에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오랜 전화통화로 죽음을 시사한 것을 달리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이의 손을 붙잡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이는 수첩에 적힌 대로 '외톨이'요 '왕따'였다. 이 세상에 자기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 탓에 그이는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압박붕대로 목을 맨 것과 다를 것 하나 없는 빈틈없는 질식 그대로였다. 그렇게 그이는 힘겹게 붙잡고 있던 삶의 끈을 놓고 돌연 저 세상으로 훌쩍 건너가고 말았다. 아! 눈물로 호소하던 그이의 통곡을 조금만 더 주의깊게 들어 주었더라면, 그이가 "죽겠다"고 호소했을 때 그 위험성을 알아차리고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그이는 아직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을....., 그날 최진실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어찌보면 엄연히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죄에 성립이 될 수도 있다. 자살을 방조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살릴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죽고싶다’라는 말들을 했을 지언정 한번쯤은 체크 해 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녕 최진실 말고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이 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사람들이..., 외롭고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헤어나올 수 없는 질곡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슬피 우는 사람들이..., 왕따의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고 주저앉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미래를 거세당한 사람들이 어찌 최진실씨 혼자 뿐이겠는가.
이젠 우리 국민들도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그 고귀함을 인지했으면 한다. 우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 나오지만, 우리의 선택으로 새 생명을 만들어 낸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 개개인은 위대한 존재이며, 존경받을 존재이다.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힘들게 하고 많은 역경들을 가져다 놓아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결코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산에 태종대라는 공원이 있다. 부산의 바닷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경치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는 자살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팻말이 하나 있는데 이렇게 적혀있다. "자살 금지" 이 말을 거꾸로 읽어보자. "지금 살자" 죽음과 삶, 종이 한 장 차이다. 어떠한 역경과 고통도 우리의 생명을 가져갈 수는 없다. 자살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예와 인성을 중요시한 나라였다. 경제적인 부(富)보다는 사회적 존경이나 지위가 중요했으며, 무엇보다도 인성이 인간의 으뜸가는 필수조건 중의 하나였다. 명확한 사실은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강한 의지력이 필요해 보이지만, 가장 나약한 의지의 사람이 선택하는 자살은, 생명에 대한 최고 수준의 모독이라고 감히, 필자는 언급하고 싶다.
유명인들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도 무섭다.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하루 만에 베르테르 효과로 추정되는 자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18세기 유럽에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인 베르테르를 흉내 낸 자살이 급증한 데서 유래된 말로, 유명인을 흉내 낸 모방자살을 뜻한다. 지난달 탈랜트 안재환씨의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 이후에도 부산, 울산, 강원 고성군, 전남 담양군 등지에서 모방자살로 보이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었다.
이따위 악플을 엄단하는 ‘최진실 法’을 제정하려는 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악성 댓글 처벌강화, 사이버 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확대 등 인터넷 관련 제반 규정을 담는다고 한다. 우리들의 영원한 국민여배우 고(故) 최진실씨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부디 고통없는 나라에서 행복누리시고 평안히 잠드소서......, i love you
첫댓글 촛불되고 미래지향적이고 공명심이 대단한 승병아 칼럼방을 수시로 방문하지만 댓글을 자주 올리지 못해 미안하구나 보고싶은 마음이야 한결같지만 동영상 으로만 위안이로다...인격도량의 일상 올곧은 삶 자체 글이라 생각한다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