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에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창세기 28:15)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오후 2시 대구 50사단 강철신병교육대에 입대한 아들의 옷과 신발, 아들 사진이 담긴 대대장의 편지, 그리고 바쁜 와중에 쓴 아들의 편지 1장이 도착했다.
어머니 모시고 마니산 등반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현관 한 쪽에 놓여 있는 국군 장병 그림의 상자.
등반 후 너무 피곤해서 얼른 집에 들어가 누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들어 선 나는 큼직막한 상자를 보자 피로를 잊어 버렸다.
아들 소식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은 아들 옷과 신발을 보고 대성통곡을 한다던데 나는 상자 뒤지기에 여념이 없다.
뭔가 아들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었다. 편지봉투가 나왔고 그 속에서 대대장이 보낸 편지 속에 아들 모습이 인쇄되어 실려 있었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들은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것 같기도 하고, 햇빛에 얼굴을 찡그리다 만 표정이기도 했지만, 군기가 바짝들어 차려 자세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부대에서 많이 신경써 주는구나. 내 아들 이름까지 적어가며 편지를 보내 준 정성에 안심도 되고 감사했다.
또 한장을 넘겨 안내문을 읽고, 또 한장을 넘겨 면회 신청서와 부모의견서를 훑어 보고, 마지막 작은 사이즈 종이에 눈이 가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 아들의 편지가 나를 울렸다. 작은 편지지 않에 빼곡히 적은 손편지! 악필인 아들의 글씨가 날아갈 듯이 씌어져 있지만, 오늘은 그 글씨도 잘 알아볼 수 있었다.
너무 바빠 불침번 근무 때 짬을 내서 쓴다는 내용에 마음이 짠했다. 얼마나 힘들까?
그러나, 아들은 견딜만 하다고 적었고, 잘 견디겠다고 의젓하게 소식을 전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또 눈물이 난다.
수료식 때 꼭 핸드폰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마, 수료식 면회 때, 우리 부부는 아들이 대학 친구들과 통화하는 소리만 듣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요즘 괜시리 싱숭생숭해서 잠을 못 자 피곤한데, 우리 아들도 그렇단다. 옆에 자는 동기가 코를 골아서 잠을 잘 못잔다며 귀마개를 보내달라고 적었다.
눈물이 쏙 들어간다. 지금 울고 있을 게 아니라, 어서 준비해서 보내 줘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면회 신청서, 부모 의견서에 빼곡히 아들 상태 적고,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적어 밀봉했다. 급히 차를 몰고 알파문구에 가서 귀마개를 좋다는 거 하나, 그저그런 거 하나 해서 두가지 종류를 샀다.
우체국은 5시면 마감인데, 부지런히 가서 준비한 작은 상자에 넣어 우편물과 함께 등기로 보냈다.
등기는 보내지 말라고 입영 때 부대에서 설명했었는데...
택배가 너무 작아 우체국에서 소포는 안된단다. 어쩔 수 없이 등기로 보내고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혹시 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염려스러워 사단교육대 카페에 들어가 이러저러해서 등기를 보내 미안하다고 글을 올렸다.
아들 군대 보낸 엄마 심정이 다 이런가 보다.
항상 염려는 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평안하다. 주님께서 항상 지켜 주심을 믿기 때문이다.
울 아들 믿음으로 잘 이겨내며 씩씩하게 훈련 잘 마치고 돌아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