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미남 파이터' 이재선(29, 팀 파시)이 오는 9월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센고쿠(SENGOKU) 제 10진' 대회에 출전,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타키모토 마코토(34, 일본)와 웰터급매치를 치른다.
이재선은 뛰어난 실력에 잘생긴 외모를 겸비한 파이터로, 2005년에는 임재석-최영 등과 함께 격투기 리얼리티 쇼 'GO, 수퍼코리안 1기'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이재선은 작년 4월 '스피릿MC 16' 대회에서 차정환에게 삼각조르기로 패한 후 종합격투기 경기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선은 "꾸준히 운동을 해 아무 지장 없다. 체력 관리도 충분히 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키모토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유도 -81kg급 금메달리스트. 2004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타키모토는 프라이드(PRIDE)와 센고쿠를 거치며 5승 5패를 기록 중이다. 불과 50%의 승률이지만 무릴로 부스타만테-젤그 갈레시치 등을 꺾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파이터다.
이번 경기는 여러 가지로 이재선에게 의미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경기에 결혼이 달려 있다는 것. 이재선은 타키모토를 꺾은 후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다.
또 이번 경기는 이재선의 첫 번째 외국 원정 경기. 이재선은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꼭 1승을 보태 한국 파이터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키모토와 싸우게 됐다. 소감을 말한다면?
▲ 금메달리스트와 싸우게 되어 영광이다. 라이트급을 목표로 하던 차에 웰터급에서 뛰게 되어 약간 아쉽지만,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1승을 보태 한국 파이터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
- 타키모토에 대해 평가한다면?
▲ 왼손잡이에 힘도 세고 끈질기다. 파이터에게 꼭 필요한 근성도 갖고 있다. 많은 영상을 보고 있고 주위에서 조언도 많이 해준다.
- 종합격투기 경기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 작년 4월 차정환戰이 마지막이었으니 약 1년 5개월만이다. 정말 오래 쉬었다.
- 너무 오래 경기를 안 해 기술을 까먹지는 않았나?
▲ 그렇지는 않다(웃음). 선수들과 관원들 지도도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입식 격투기에 출전하기도 했고. 주위에 유도가가 워낙 많아 대비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면?
▲ 필살기를 준비한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 타키모토가 워낙 난전을 즐겨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힘이 좋다는 소리가 있어 걱정된다. 사실 경기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유도가지만 타키모토도 타격을 즐기고, 나도 그래플러지만 타격을 좋아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 타키모토의 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타키모토와 유도를 해봤다는 친구가 말해주기도 했고, 센고쿠에 출전한 선수들도 알려줬다. 사실 타키모토의 힘보다 내가 최근 라이트급 경기를 준비했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열심히 살을 찌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요즘 하루 세 끼 프랑스산 삼겹살을 챙겨먹는다(웃음). 싸고 맛있다.
- 체력전이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자신 있나?
▲ 체력이 일찍 저하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경기 초반 움직임이 너무 많은 것이 원인인 것 같아 이를 고치려고 한다. 타키모토가 4살 가량 많지만, 나보다 체력이 좋을 지도 모른다.
- 객관적으로 볼 때 승률이 어느 정도인 것 같나.
▲ 승산을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어떤 분이 10%라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그것보다는 높을 것 같다.
- 유도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도가로서 타키모토를 평가한다면?
▲ 전국대회 우승만도 대단한데, 세계 최고의 대회인 올림픽에서 우승할 정도면 진짜 엄청난 것이다. 최고의 국가대표이자 전설이다.
- 타키모토는 시드니 올림픽 결승전에서 조인철을 꺾었다. 조인철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무슨 관계인가?
▲ 선배이자 교수다. 교수님의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 조인철에게 많은 지도를 받았겠다.
▲ 교수님이지만 별로 친한 편은 아니다. 유도복 한 번 못 잡아봤다. 물론 부탁한다면 응해주시지만, 내가 그럴 실력이 안 돼서(웃음). 조인철 교수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예전에 노랗게 머리를 염색했을 때 나를 보고 "양키냐?"라고 한 마디 하신 정도다.
- 타키모토의 별명 중 '인간 수면제'라는 것이 있다. 덩달아 지루한 파이터가 될까 두렵지 않나?
▲ 나도 그 점이 걱정이다. 사실 지난 6월 '무신 1' 대회에서 타카기 코지와 대결한 후 영상을 찾아 봤는데, 지루해서 도저히 끝까지 못 보겠더라. 타키모토와 적극적으로 치고받을 계획이지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가 이런 예상을 할 입장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타키모토는 생각보다 공격적인 파이터다. 최근 체육관에 복싱 전문 트레이너를 고용해 훈련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 무신에서 입식 격투기 경기를 가져 승리했다. 경기 후 반응은 어땠나?
▲ 그 경기를 치르기 전 많은 사람들이 나의 패배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기고 나니 '그럴 줄 몰랐다', '실망이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웃음). 재미가 없긴 했나보다.
- 그래도 종합격투기 선수로 입식 격투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 그런가? 고맙다. 사실 당시 경기 중 코뼈가 부러졌다. 6주 정도 회복 기간을 거쳐 최근 완치됐다.
- 코뼈 부상도 굉장히 잦은 것 같은데.
▲ 코만 세 번 부러졌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다. '찌직'하는 소리가 나는 정도랄까.
- 부상을 자주 당하는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파링 강도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체력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 훈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 오전에 삽짐에서 체력 및 근력 훈련을 하고, 오후에 팀 훈련을 한다. 존 프랭클 사범님께 주짓수도 배운다. 주위에서 너무 많이 도와줘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감사드린다.
- 삽짐에서의 훈련 성과는 어떤가? 위승배-남의철 등이 극찬을 하던데.
▲ 사실 삽짐에서 제대로 지도를 받은 지는 이제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간 여러 번 가려고 했지만 체육관 운영 때문에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삽짐에서 집중적으로 체력 훈련을 할 계획이다. 성과가 기다려진다.
- 나이가 서른을 넘었다. 노쇠화의 기미는 없나?
▲ 아직 그렇지는 않다(웃음). 물론 20대 같지는 않지만 적당히 휴식을 병행하면 아무 문제 없다. 더위를 먹은 적도 없다. 물론 신종 인플루엔자는 조심해야지(웃음).
- 첫 번째 외국 경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맞다. 대회장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규모는 정말 엄청나다. 37,0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링에 올라가본 선수들이 '다리와 심장이 후들거린다'고 말한다(웃음). 프라이드(PRIDE)를 구경하기 위해 한 번 가봤다.
많이 긴장될 것 같다. 하지만 나이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잡기 힘들다. 또 중요한 이유가 바로 결혼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 경기 후 결혼할 생각인가?
▲ 이겨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지. 이기고 나서 프로포즈하고 싶은데, 나에게 마이크를 건내줄 지 모르겠다.
- 편파 판정이 있을 수도 있다.
▲ 감안하고 있다. 그래서 판정 전략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KO나 서브미션에 의한 승리를 노릴 것이다.
- 센고쿠에서 한국 파이터들의 성적이 저조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본과 한국의 수준이 다르다. 나도 유도-복싱-주짓수 등 여러 운동을 배웠으나, 그것들을 한데 혼합해 종합격투기에 적용시키는게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시작해 그런지 버무리는 능력이 좋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더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다.
- 센고쿠의 라이벌 단체로 드림(DREAM)이 있다. 두 단체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 드림을 프로레슬링에 비유한다면, 센고쿠는 아마추어 레슬링이다. 드림에서는 이벤트 매치가 많이 열리는 반면 센고쿠에는 알짜배기 경기가 많다. 또 센고쿠의 재정이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센고쿠 파이터 중 싸우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 고미 타카노리와 싸우고 싶다. 고미랑 싸우면 명경기가 보장된다. 죽더라도 파이터의 로망이다. 센고쿠 웰터급 파이터는 잘 모르겠다.
- 오랫동안 몸 담았던 스피릿MC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 홈페이지가 안 되는 것 같더라. 그간 정이 많이 들었는데 힘든 것 같아 안타깝다. 진심으로 부활하기를 빈다. 계약이 묶여 있는 선수가 많은데, 누군가 권리를 인수해 새로 대회를 차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 오늘 인터뷰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타키모토, 유도가로서는 존경하지만 경기 중에 양보란 없다. 반드시 쓰러뜨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