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홍익대를 출발한 3일. 1번국도를 어느새 놓쳤는지 대전 시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쩐지 길이 좁더라니....월드컵경기장을 스쳐지나 가면서 대전의 중심을 가로질렀다. 대전의
외곽 금산 초입쯤에서 고픈배를 느끼면서 어떤 여고 근처에 있는 작은 분식점에 발을 들여
놨고, 생에 가장 맛있은 콩국수를 먹는 행운을 얻는다. 그 콩국수는 양에서부터 나를 만족
시켜주었다. 주인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보시곤 시키지도 않는 고운 짓을 하신 것. 그 콩국
수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콩국수는 좀 느끼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NEVER DIE.
난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고,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다. 가는 길까지 상세히 알려주시
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 아저씨.....고맙습니다.
든든히 채우고 금산을 향해 gogo.. 하지만
단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역풍과 오르막길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밀려오는 짜
증......하루 만에 익어버린 손등의 아픔...아마 얼마 안가 벗겨지리라......멀리 보이는 아무것
도 없는 길들.......잘만한 곳이 나오기만 하면 짐을 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발 한발을 힘
겹게 딛고 있었다. 간혹 딸기밭을 지날 때면 그 진한 딸기향에 나도 모르게......
딸기를 서래해 먹었다. 어찌나 달콤하던지.....(버릇들어서 그후 자주....)금산을 여차 여차
해서 넘자 대둔산이 버티고 있었다.... 씨바! 날 죽여라!......
다행이도 경찰서도 있을 정도로 조금만 작은 진산면에 닿아서 거기서 자기로 정했고, 지도
는 구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잘 곳은 경찰서가 정식이었겠지만, 초저녁이고 너무 불편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살릴 겸 진산 중학교 뒤쪽에 열려있는 창을 통
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미친짓이였다.) 당연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내 아지트를 건설..... 그때시
간 6시 30분 8시에 잔다는 목표아래 씻기, 학교탐사, 빨래, 짐 풀기, 전화하기, 등을 해치우
고 중학교 교과서와 아이들의 낙서를 보며 잠시 향수에 젖었다. ‘아~~ 나도 늙었구나!’
빨래를 널고 잠을 청했다. 가끔 깨어나 뒤척이기도 했고 천장에서 뭔가 빨간 불이 반짝이
기도 했으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이들과 선생들이 오기 전에 나가
야겠단 생각에 교과서를 제자리에 놓고 짐을 싸는데 다 싸가는 시기에 차 소리가 났다........
‘아니 벌써 선생님들이...’6시도 안된 이른 시간 문이 열리고 복도로 사람이 들어오는 삐걱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아직 1명일거야. 이번에 안 들키고 조용히 나가면 만사 OK’나
는 잘 안 보이는 곳에 아지트를 잡았기에 자신이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소리는 멀어졌다.,,
그러나 소리가 다시 커지더니 내가 있던 조리실의 문이 열렸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
데 들리는 한마디..“고생한다.”
고개를 들고 위를 보니 선생이 아닌 짭새 2마리가 있는게 아닌가? 시큐리티 경보가 울려서
오셨댄다.
‘아! 그 빨간불이 그거였지. 참. 바보!’ 나는 장장 30분 동안 짐을 다 풀어놓고 심문을 받았
으나, 별일 아니니 곧 풀려나겠지 하는 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 잘 목적도 이뤘겠다.
빨래도 말랄겠다. 이제 몇 마디 잔소리 듣다가 길 떠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상부에 전황
을 알리는 소리도 들리고, “네가 무슨짓을 한진알아?”고 소리치기도하고....덜컹 겁이 났다.
“여행 왔다가 3일 만에 짭새한테 붙들리는 결과가.....이 쪽을 어떻게 하나?” 물었다.
‘어떻게 되는 거죠?’
!무단 가택 침입죄!
하지만 전모가 별 시덥지 않은 무전여행객의 바보 같은 가택침입인걸 알고는 그냥 가랜다.
--; 되는 데로 짐을 되쑤셔 넣고, 급히 자전가있는 곳으로 왔다. 바로 경찰서 앞. 아마도 상
기됐을 얼굴을 돌리고 급히 자전거를 모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잘 가, 임마!”
“예?” “잘 가라고!” ‘아, 예~’난 그대로 달렸다. 후담이지만 씨큐리티 작동은 저녁 11시에
시켰고 내가 빨래 마르라고 열어 논 창문 때문에 새벽 3시에도 한번 왔었댄다. 결국 1번은
안 들킨셈....^^그렇게 새벽에 진산면을 떠나 대둔산으로 향하면서 방금 전의 일은 꿈이었
단 기분이 들면서 금세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