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니 심정이 착찹합니다.
저는 함양에 있는 녹색대학에 시설관리 전직원으로 학교 리모델링을 담당했었답니다.
그리고 청미래마을(녹색대학에서 만든 생태마을-실제는 그린네트워크 사업) 초창기 대표를 맡았었고,
더불어 당시에는 관계가 모호한 그린네트워크에서 얼마간의 대가(사랑화라는 이상한 종이)를 받고 관여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가는 일의 문제점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장대표보다 더 잘 알고 있지요. 알면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겠지요)
그가 관여했던 녹색대학, 청미래마을이 아직도 초기의 부적절한 여파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답니다.
저는 녹대를 관두고 2년 가까이 기반을 잡으려고 애쓰다보니 녹대일이나 마을일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그러다 두어달전에 우연히 녹대 홈피에 들렀다가 이상한 글을 읽고 다시 진흙탕에 발을 담그게 되었답니다.
그기에서 누가 올린 안티신시카페가 있단 글을 보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모르고 그냥 살았으면 모르겠으되 보고 나니 안타까운 마음과 그냥 지나치면 방조하는 죄(미필적 고의라고 하던가)책감이 들어 글을 올립니다.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은 '유기농 가게'는 하지 마세요.
신시가 아니더라도 어떤 대기업이 하는 유기농 가게는 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그 이유로 먼저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 지론입니다만 '장사를 운동에 이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운동을 장사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는 곳은 함양이지만 전에 살던 대구에 있는 '대구,경북 녹색연합'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운동도 이젠 신념만 가지고 배 곪으면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요. 그 곳에 있는 일하는 상근직은 최저 생계비에 가까운 돈을 받고서 일하고 있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운동가가 소신을 가지고 보람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되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을 가지고 사무실을 운영하기는 벅찹니다. 이를 위한 수익사업은 운동의 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신시는 이게 바뀌어 있습니다. 녹색대학 일도 그렇게 시작했고, 청미래마을이나 지금 여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의 문제시초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곳곳에 보면 신시 홈피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 글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왜 운동을 장사에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지 아실겁니다. 참고로 저는 신시 카페에 들어가 본적이 없습니다만 그동안의 스타일로 충분히 짐작가고도 남습니다.
둘째, 유기농가게는 농촌, 농업을 살리는 길이 아닙니다. 또 제 지론입니다만 우리 농촌, 농업이 살길은 '유기농, 소농, 직거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기농을 하려면 어차피 대농을 불가능합니다. 적은 생산물을 가지고 생존이 가능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직거래를 해야합니다.
올 초 녹색연합 총회 자리에서 천규석 선생님을 만나 한참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하신 굳은 신념에서 나오는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쟁쟁하네요. 그 때 말씀 가운데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았던 말입니다. 유기농 먹거리 찾는다고 생협회원 하더니 지역에 구색이 없다고(아마 서울쪽에서 바다 생선도 취급하는 모양이던데) 서울에 택배 시켜 먹는게 현실이라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보신주의자'라고 하더군요. 저하나 좋은거 먹고 건강하면 그만이라는 말이지요. 암담한 농촌 현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이젠 기업가치적인 측면에서 말해 보겠습니다.
참고적으로 제 말의 신뢰를 위해서 경력 한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대구에 있을 때 삼성 SS패션 대구,경북 협력업체인 인테리어회사에서 이사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프렌차이즈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 인테리어 회사를 하면서 초기 붐이 일던 PC방 체인점, 분식 체인점, 제과점 체인점 일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립니다.
첫째, 사업, 또는 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도덕'이란게 있어야 합니다. 장사도 신념이 있는 사람이 해야 성공합니다. 자신의 업적을 위해 과대포장되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초창기 유기농 가게라고 이름 붙였다가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로 간판을 바꾼 적이 있지요. 당시 유기농 김장배추를 절여서 아주 많이 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거 김장배추일지는 몰라도 유기농이라고는 절대 장담 못합니다. 그 배추 키우고 절인 사람 잘 압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데 있으니까요. 나중에 잘팔려서 모자라니까 딴데서 긁어 모우더군요.
장사에 신념을 가진 이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검사하고 감시해서 한치의 거짓이 없도록 노력해야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사치'입니다. 배추 절인 사람, 판 사람 다 생태하고는 거리 멉니다.
둘째, 수익 구조가 터무니 없습니다. 처음 가맹점 모집 할 때 본사 마진은 10%정도로 잡는다고 들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본사가 그 정도의 이익만을 남기고 장사를 하는 것 보니 뭔가 공익적인 측면도 있겠다고 여길지 모르겠지요. 하지만 어떤 기업(대기업은 제외)도 10% 마진 가지고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세후(세금 내고 난 뒤) 인건비, 유지비 제한 수익이 그 정도라면 몰라도. 제 경험으로는, 그저 먹고 살 정도가 되려면 20%, 저축도 조금 하고 살려면 25%, 짭짤하다고 여길 정도면 30% 정도 마진은 되어야 합니다.(이건 신시와 같은 소규모 상점을 기준으로 하는 말)
SS패션 예전에 제일 싼 '카운터 다운' 만원짜리 티 하나 팔아도 마진은 30%입니다. 하지만 세일기간(세일에 따른 손실도 7대 3으로 본사와 매장이 분담)을 감안하면 전체 평균마진은 25% 정도입니다.
여기 품목별로 마진을 올려 놓을 글을 보니 드릴 말씀이 없네요.
더구나 식품은 마진이 50%가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옷이야 물류도 쉽고 관리도 쉽습니다. 팔다 남은 것은 반품도 100%입니다. 이런 것 가져가서 상설 할인해서 또 팝니다.(이코노 샾) 여기서 남은거는 다시 땡처리로 무게 달아서 팝니다. 버리는거 하나도 없으니 그 정도 마진이면 괜찮지요.
제가 유정란을 하기 때문에 잘 압니다. 신시에 납품하는 완주에 있는 농장주와도 초창기에 만나 잠깐 이야기 나눈 적도 있지요. 그 농장 전량 신시에 납품하기로 계약하고 일을 벌렸다고 하더군요. 둘이 이억 가까이 투자했다고 하던데 걱정이 되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해 보시라구요. 여기 올리는 이야기 대부분을 해 드렸답니다.
시중에 나오는 이름 꽤나 있는 회사들 유정란은 전부 이런데서 납품 받아서 팔지요.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풀무원 유정란 한팩에 4300원 하는데 생산자 납품가는 반도 안됩니다.
저는요 한팩에 3000원 받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직거래를 원칙으로 합니다. 집집마다 한팩씩 직접 가져다 드립니다. 규모로 따진다면야 완주의 10분의 1도 안되는 구멍가게 수준입니다만 배짱은 제가 훨씬 편할겁니다.
셋째, 물류 시스템이 없습니다. 대표 스타일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모든 일을 거꾸로 하더군요. 뭐든지 기초부터 구축해 놓고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일부터 저질러 놓고 수습을 합니다. 카드로 치면 돌려막기, 윗돌 빼서 아랫도 괴고 그러니 마치 달리는 자전거와 같답니다. 멈추면 쓰러지니까 하던 행태를 그만 두지 못합니다.
처음 사업의 말로를 예측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게 이겁니다. 직거래가 살길 이라고 하지만 사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생산자가 배추 몇포기 들고 배달할 수는 없으니까요. 기업도 마찬가지지요. 물류가 이루어지려면 어느 정도 물량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초기에 주문받은거 생산자에게 연락해서 택배로 보내는 형태는 봉이 김선달이 물팔아 먹는거 하고 같습니다.
특히 식품은 물류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유기농은 더하지요. 차도 그냥 차는 안됩니다. 냉장차가 있어야겠지요. 많은 야채와 과일들이 유통과정에서 떨어지는 신선도를 보존하려고 약을 치는 형편인데 유기농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직접 물류를 합니다. 콜롬버스란 냉장 물류회사 한화 손자회사지요. 빙그레 제품 물류하려니 필요해서 만들었는데 자기 것만 해서는 타산 안나오니까 따로 차린 회사지요.
넷째, 지속가능하고 긴 안목을 가진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프렌차이즈란 말은 88년 올림픽 즈음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군소 업체들이 생겨났지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몇군데 안되지요. 망하는(기업가는 안 망함) 프렌차이즈와 지속하는 프렌차이즈의 차이점은 이렇습니다. 먹튀라고 압니까. 먹고 튀자는 말이지요. 이런 프렌차이즈는 단기간에 가맹점을 모집하고 나서 그 외형을 미끼로 다른 곳에 팔아 넘기거나 아니면 아예 정리해 버리지요. 이런 업체는 가맹비만 챙겨도 기십억은 됩니다. 그러니 수익구조란게 애초부터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어떻게든 간에 가맹점만 늘리면 되니까요.
지속하고 있는 업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광고도 거의하지 않습니다. 그 취급품에 대한 확고한 경쟁 자신감과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업체는 물류만 가지고도 지속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프렌차이즈로서 가장 인상 깊은 업체는 '투다리'라는 구이 전문점입니다. 이 업체는 거의 프렌차이즈란 개념이 생길 당시부터 시작했지만 아직도 조용하게 가맹점을 늘려 나가고 있더군요.
더 쓸게 있지만 시간이 늦어서 줄입니다. 다음 기회에 또.... 내일 배달가야 하거든요. 아니 오늘이네요.
황금같은 나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