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月荷 여창가곡보존회 제 6 회 정기연주회
故 김월하 선생님 10주기 추모 공연
2005. 12.13 (화) 창작의 밤 장소/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
2005. 12.14 (수) 전통가곡의 밤 장소 / 국립국악원 우면당
월하여창가곡 보존회는 고 김월하 선생님의 이수자와 그들의 제자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가곡의 보존과 전승, 발전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1991년 월하문화재단 설립과 함께 발족되어 월하문화재단의 성악 담당으로 활동해 왔다. 1999년 더욱 적극적인 공연의 필요성을 느낀 바 월하여창가곡보존회로 명칭을 정하였으며, 주체적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해 오고 있다.
선생님께서 물려준 가곡에서 나아가 악보로만 남아 있는 곡들을 무대에 올리는 한편 현 시대와 소통 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가곡의 시도도 함께 하고있다.
이번 음악회의 특징은 무대 공연에서는 최초로 여창가곡 한바탕(15곡)을 빠짐없이 부르는 것이다. 두시간이 넘어 갈 이 무대는 회원들이 선생님과 지낸 시간만큼 추억을 가지는 회고의 시간이 될 것이며, 관객들에게 여창가곡의 진수를 보여 줄 훌륭한 무대가 될 것이다... 또한 20대의 젊은 가객들이 펼치는 창작 무대는 현재와 미래의 가곡이 나아 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14명의 이수자( 전수 과정이 끝나고 졸업한 사람)를 배출 하셨는데 이 중 10명이 꾸준히 활동 중이다
가곡이 명맥만을 이어 가던 1970년대에 오직 한분 여창가곡의 대명사로 불리워진 선생님의 공로는 오늘날 많은 가객들의 견인차 역할이었음을 새삼 일깨운다.
프로그램
창작의 밤 2005.12. 13(화) 오후7시 한국문화의집 코우스
1 . 사슴 작곡-이성천, 시-노천명, 노래-이아미
2. 승무 작곡-길일섭 시- 조지훈 노래-김나리
3. 견적(見跡) 작곡-윤혜진 노래- 정마리
4. 송별 작곡- 채치성 작시-신운희 노래- 이유경
5. 악장 2 (님의 향기) 작곡 - 이만방 작시-이만방 노래 - 이유경, 이아미
6. 추천사 작곡-황병기 시- 서정주 노래- 이선경
7. 하늘 작곡- 홍종진 시-박두진 노래- 박민희
․노래; 정마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이유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장학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이아미/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장학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김나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한양대학교 대학원 수료
박민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이선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수료
작곡자: 이성천/ 전 서울대학교 교수, 황병기/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만방/숙명여자대학교 교수, 홍종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채치성/국악방송 본부장, 길일섭/ 국민대학교 교수
윤혜진/ 서울대학교 출강,
반주팀: KBS국악관현악단연주원 가야금/송안나 거문고/ 장은선 대금/ 김명선 피리 /김효도 해금/ 성의신
아쟁/ 김도연 장고/ 김혜진 타악 /김수정(서울대 음대 졸업)
전통가곡의 밤 2005. 12.14(수)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
1. 우조 이수대엽 (버들은…) 노래-김영기
2. 우조 중거 (청조야…) 이승윤
3. 우조 평거 (일소 백미생이…) 조일하
4. 우조 두거 (일각이…) 변진심
5. 우조 우락 (바람은…) 황숙경
6. 반우반계 반엽 (남하여…) 김지은
7. 계면조 이수대엽 (언약이…) 황숙경
8. 계면조 중거 (산촌에…) 강권순
9. 계면조 평거 (초강 어부들아…) 이승윤
10. 계면조 두거 (임술지…) 변진심
11. 계면조 평롱 (북두칠성…) 신운희
12. 반우반계 환계락 (앞내나…) 조일하
13. 계면조 계락 (청산도…) 김영기
14. 계면조 편수대엽 (모란은…) 최자영 외 합창
15. 계면조 태평가 (태평성대…) 합창 남창: 이동규 , 이정규
여 창: 김영기/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KBS국악관현악단
이승윤/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사
변진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과천문화원 강사
조일하/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원 정악단
황숙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소리앙상블 가향 대표
신운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단국대학교 강사
강권순/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최자영/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아동문학가
김지은/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고등학교 강사
남창; 이동규/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준보유자
이정규 / 수원대 겸임교수,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이수자
반주팀 : 한국전통문화원: 대금- 홍종진(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피리- 홍종선(원광대학교 교수),
해금- 우종양(원광대학교 교수) 가야금- 한진(용인대학교 교수), 거문고-이오규(용인대학교 교수), 장고- 김웅식 (타악 푸리 동인)
회원명단 정회원 (김월하 선생님 이수자 )
김영기/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KBS국악관현악단
이승윤/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사
송윤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진성 국악 무용학원 강사
김은희/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선교사
변진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과천문화원 강사
조일하/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원 정악단
황숙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청주대 강사
신운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단국대학교 강사
강권순/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최자영/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아동문학가
한자이/대전 무혛문화재14호 가곡 보유자, 한자이 정가연구원 원장
경덕명/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대구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이정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주식회사 나리 과장
김지은/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국립국악고등학교 강사
준회원 (이수자들의 제자들)
정마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이유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장학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이아미/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장학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김나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한양대학교 대학원 수료
박민희/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이선경/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자,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수료
김혜경/ 서울대학교 졸업, 국악방송 작가 송진우/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이소정/이화여자대학교 졸업 노정은/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정선애 / 서울대학교 재학 이유라/ 수원대학교 재학
이기쁨/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최슬기/ 서울대학교 재학
하윤주 / 한양대학교 재학 조보람 / 단국대학교 재학
문민주/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민수민/ 한양대학교 재학
이슬기/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최하나/ 단국대학교 재학
.이아름/ 서울대학교 재학 .신소영/ 추계예술대학교 재학
. 김승예/ 국악예술고등학교 졸업
창작의 밤
작품해설
1. 사슴 작곡 이성천 시 노천명 노래 이아미
가야금/송안나 거문고/ 장은선 대금/ 김명선 피리 /김효도 해금/ 성의신
아쟁/ 김도연 장고/ 김혜진
목이 길어 슬픈 사슴이여
언제나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 이었나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 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슬픈 슬픈 모가지를 허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2. 승무 작곡 길일섭 시 조지훈 노래 김나리
아쟁/ 김도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덮고
돌아 설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가이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 허고
이 밤 사 귀또리도 지 새우는 삼경 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갈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3. 견적 작곡 윤혜진 노래 정마리
타악 /김수정(서울대 음대 졸업)
본 작품은 소를 찾아나서는 수행의 과정을 그린 심우도를 그린 작품 <물고기의 숲>을 이루는 악곡 중의 하나로서, 심우도의 네 번째 그림인‘견적(見跡)’을 그린 것이다.
심우도는 심우, 견적, 견우, 득우, 목우, 기우귀가, 인우구망, 반본환원, 입전수수의 수행의 과정으로 그려지는데, 견적은 소의 자취를 보는 단계로서 소리의 자취를 보는 것으로 인식되어 본 작품에서 그려진다.
가사가 붕괴된 모음과 자음의 결합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음악을 이루는 소리의 근본적인 움직임과 소리의 자취를 표현한 것이며, 14박의 긴 호흡 사이클로 형성되어 가객의 호흡과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하나의 커다란 진동 공간을 만든다.
4. 송별 작곡 채치성 작시 신운희 노래 이유경
거문고/ 장은선 대금/ 김명선 해금/ 성의신 장고/ 김혜진
대동강 푸른 물 앞에서의 님과의 이별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운명적인 순간보다 일상적인 이별의 순간이 더 많다.
문득 눈을 뜨는 아침, 그것은 지난 밤과의 이별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매순간마 다 부질없는 인연들을 돌이켜 보게된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있던 정다운 사람들.......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을거나.
만나리라 뉘햇든가 떠나리라 뉘했든가
돌아서는 아픔으로 내밀지도 못한 이 손
중천에 떠있는 달도 달무리에 젖어우네
부질없는 인연들을 꿈으로나 받들어서
타다남은 心思들 강나루에 띄우고서
어느강 어느 나루에 다시 그를 만나리
5. 악장2 (님의 향기) 작곡 작시: 이만방 노래 이아미 이유경
장고/ 김혜진
악장은 종묘제례가 행하여 질때 가무와 함께 독립적으로 불리어지는 성악곡으로 관현악 반주로 이루어져 있다. 악곡의 내용은 선조들의 공덕을 기리며 그들의 후광으로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것으로 조상에 대한 간절안 염원을 담고 있다. 악장2의 시는 기존의 종모제례악에 실려 있는 내용 중 그 뜻을 추려내 스스로 작시한 것으로 악장1이 조상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에 비해 이번 것은 그들의 은혜로움을 기리는 것이다.
신비로운 님의 혼
마음의 문 두드리니
그 향기 가득 고이나이다
물 맑고 사람 맑은 땅
예와 덕
위엄있게 베푸시니
아름다운
님의 얼
온누리에 차오리다
6. 추천사 작곡 황병기 시 서정주 노래 이선경
가야금/송안나 대금/ 김명선 장고/ 김혜진
2001년 5월 이준아의 위촉으로 작곡된 곡으로, 전체적으로는 중중모리 장단으로 되었지만,
4장 머리에 진양조 두 장단이 삽입되었고 특히 첫 장단은 무반주의 소리만으로 시작한다.
언뜻 흥겨운 노래 같지만, 세속적인 즐거움에 안주하지 않고 천국을 지향하려는 고뇌를
표현한 곡이다.
7. 하늘 작곡 홍종진 시 박두진 노래 박민희
가야금/송안나 거문고/ 장은선 대금/ 김명선 피리 /김효도 해금/ 성의신
아쟁/ 김도연 장고/ 김혜진
이 작품은 박두진의 시 “하늘”을 가사로 한 현대적 여창가곡이다.
전부 다섯 단락으로 되어 있지만, 음악의 선율 구조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전통 가곡이 5장으로 되어 있고 전통가곡의 선율구조가 단순한 선율구조로 되어 있음에 착안한 이유이다. 그리고 가능한 여창가곡의 시김새와 창법을 사용면서 현대적 대중화를 모색하였다.
가사: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멀리서 온다
하늘은
멀리서 온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은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초가을
따가운 햇볕에 목을 씻고
내가 하늘을 마신다
목말라 자꾸 마신다
마신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전통가곡의 밤
노랫말 해설 : 신경숙 (한성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1. 평조 이수 대엽 김영기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 삼춘(九十 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 방초(綠陰 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석달 봄빛이 시인에게는 시름일 뿐. 어울어진 버들과 꾀고리, 그 모습조차 마치 실과 북이 시름의 옷감을 짜내는 것처럼만 여겨진다. 여름 한창 때의 꽃보다 봄의 새로이 돋는 방초가 더 좋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온통 시름에 휩싸인 시인은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2. 평조 중거 이승윤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반갑다 님의 소식
약수(弱水) 삼천리(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 온다
우리님 만단 정회(萬端 情懷)를 네 다 알가 하노라
청조: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새. 약수(弱手)삼천리(三千里): 약수는 선경에 있는 물이니, 끝없이 먼 길. 만단정회: 온갖 회포.
님의 소식을 가지고 그 멀고먼 길을 날아온 새, 청조. 님 계신 곳이 삼천리나 떨어진 곳이라 여겨질 만큼 내게 님은 한없이 그립기만한 사람. 아! 님과 나 사이, 그 끝없는 사랑의 깊이를 소식 전한 청조야 오직 너만이 알 것이다.
3. 평조 평거 조일하
일소 백미생(一笑 百媚生)이 태진(太眞)이 여질(麗質)이라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 하였느니
지금에 마외방초(馬嵬芳草)를 못내 설워 하노라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 한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김. 태진: 양귀비. 여질(麗質): 아름다운 모양. 명황(明皇): 당 현종. 만리행촉(萬里行蜀): 머나먼 촉나라로 행차함. 마외방초(馬嵬芳草): 마외역에서 죽은 양귀비의 혼.
태진은 당 현종의 애비(愛妃) 양귀비. 그녀가 한번 웃으면 온갖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안록산의 난으로 장안을 탈출할 때, 현종은 이 고혹적인 태진을 데리고 떠났다. 그러나 마외역에서 반란을 일으킨 군사들은 태진 때문에 국난이 초래되었다 하여 그녀를 죽일 것을 현종에게 강요한다. 마외역에서 이슬로 사라진 태진은 아름다움과 슬픔의 대명사가 되었다.
4. 평조 두거 변진심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리
천리(千里)에 임 이별(離別)하고 잠못이뤄 하노라
일각(一刻): 십오분 곧 한 순간. 삼추(三秋): 세번의 가을 곧 삼년.
님과 이별한지 열흘. 한 순간이 삼년을 지나온 것만 같으니, 열흘이면 도대체 몇 년을 지낸 것처럼 힘들고 긴 시간이란 말인가. 님의 마음은 즐거울 테니, 내 시름을 생각이나 할까. 님을 그리며 잠조차 이루지 못하는 시인의 모습은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5. 평조 우락 황숙경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궂인비는 붓듯이 온다
눈정(情)에 거룬님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하고 판첩처서 맹서(盟誓)받았더니
이 풍우 중에 제 어이 오리
진실(眞實)로 오기 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지동(地動)치듯 : 땅이 움직이듯, 지진이 일듯. 눈정(情): 눈짓. 거룬: 건. 판첩처서: 판을 때려 약속하는 일. 오기곳: 오기만
모처럼 님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바람은 지축을 흔들어대고, 비는 쏟아 붓듯 내린다. 이 경황에도 님께서 오기만 한다면야 우리는 진실로 본디부터 연분 있는 사이임을 알겠다.
6. 반우반계 반엽 김지은
남하여 편지전(傳)치말고 당신이 제오되여 남이
남의 일을 못일과저 하랴마는
남하여 전(傳)한 편지니 일동말동 하여라
님이시여, 소식만큼은 당신이 우체부되어 직접 내게 전해주오. 남이라고 해서 편지 못 전하는 것 아니지마는, 그래도 남을 통해 전달한 것은 그 뜻을 알듯 모를 듯. 님이 직접 편지를 가져오면, 님을 볼 수 있으리라는 속내를 노래하고 있다.
7. 계면조 이수대엽 황숙경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그러나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볼까 하노라
정매화: 뜰 가운데 매화. 유신(有信): 신의가 있음. 경중아미(鏡中蛾眉): 거울 속에 비치는 고운 눈썹.
님과 언약이 있었건만, 어느 새 매화가 다 지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 그 옛말을 그 누가 그대로 믿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간절히 님을 그리는 시인은 아침에 울던 까치를 생각하며, 님이 올 것이라 여기며 거울 앞에 앉아 단장을 한다.
8. 계면조 중거 강권순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먼데 개 짖어온다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개야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짖어 무삼 하리오
시비(柴扉): 사립문.
19세기 전반 천금(千錦)의 작품. 밤이 되면 의례히 더 조용해지는 법. 하물며 산촌에서랴. 고요한 밤 먼데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시인을 사립문으로 이끈다. 그러나 시인은 찬 하늘 가운데 달을 마주할 뿐이다. 불현듯 이 적막감을 마주한 시인은 개짖는 소리가 깨울 수 없는 산촌의 깊은 고요를 노래한다.
9. 계면조 평거 이승윤
초강어부(楚江漁夫)들아 고기 낚아 삶지 마라
굴삼려(屈三閭) 충혼(忠魂)이 어복리(魚腹裏)에 들었느니
아무리 정확(鼎鑊)에 삶은들 익을 줄이 있으랴
초강(楚江): 초의 멱라수로 굴원이 빠져죽은 강. 굴삼려(屈三閭): 삼려 벼슬을 지낸 굴원. 어복리(魚腹裏): 물고기 배 속. 정확(鼎鑊): 큰 솥.
초강 어부들에게 잡은 물고기를 삶지 말라 했으니, 그 이유는 모함으로 억울하게 빠져죽은 굴원의 혼이 물고기 뱃속에 들어있어 아무리 삶아도 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익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으니 굳이 잡을 까닭도 없다. 굴원의 충성이 얼마나 강직한지를 노래하며, 우리의 충성도 그래함을 다짐한다.
10. 계면조 두거 변진심
임술지(壬戌之) 추칠월(秋七月) 기망(旣望)에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손조 고기낚아 고기주고 술을 사니
지금에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이적어 하노라
금릉: 중국 옛 남당의 서울. 손조: 손수.
‘임술지추 칠월기망’은 중국 시인 소동파의 <적벽부> 첫 대목이다. 이 첫 구를 따다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시인은 손수 낚아낸 물고기를 팔아 술이야 사겠지만, 자신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벗이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 옛적 활달하고 여유롭던 시인 소동파가 오늘 더욱 그리울 뿐이다.
11. 계면조 평롱 신운희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분께 민망(憫惘)한 발괄 소지(所持)한장 아뢰나이다
그리든 임(任)을 만나 정(情)옛말쌈 채못하여 날이쉬새니 글로민망(憫惘)
밤중만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없이 하소서
발괄: 관청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일. 소지(所志): 소송을 위해 관청에 내는 글, 소장. 정엣말씀: 정담(情談). 글로: 그것으로. 삼태성: 임금을 상징하는 별인 자미성을 지키는 세 별. 차사(差使): 중요한 임무를 띠고 파견된 사신. 샛별: 금성을 가리키는데, 샛별이 동쪽에 보일 때는 새벽임.
하나의 소장(고소장)으로 된 독특한 노래이다. 모처럼 그리던 님을 만난 날이면 유난히도 새벽은 일찍 온다. 안타까운 시인은 북두칠성에게 소장을 올렸으니, ‘삼태성을 시켜서 새벽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못하도록 하소서“라고. 그러면 새벽은 오지 않고 님은 떠나지 않아도 되리라. 날이 밝으면 떠나야 하는 님을 향한 시인의 절박한 사랑을 읽을 수 있다.
12. 반우반계 환계락 조일하
앞내나 뒷내나 중에 소먹이는 아희놈들아
앞내옛 고기와 뒷내옛 고기를 다 몰속 잡아네 다락기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등에 걸쳐다가 주렴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오매 전할동말동 하여라
앞·뒷내: 앞 시내, 뒤 시내. 몰속: 몽땅. 다락기: 다래끼. 주어드란: 주거든. 전할동말동: 전할지말지.
냇가에서 소먹이는 아이에게 내가 잡은 물고기를 다래끼에 넣어줄 테니, 너 타고 갈 소등에다 함께 얹어 운반해주길 부탁한다. 뜻밖에도 아이는 바빠서 전해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노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별로 바쁠 것 같지 않은 소먹이 아이의 딴청 피는 대답이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13. 계면조 계락 김영기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라도 절로절로 산(山)절로 절로 수(水)절로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우리도 절로절로 자란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청산과 녹수, 이들은 본디부터 이들 스스로일 뿐. 청산․녹수 사이에 있는 ‘나’도 나 스스로일 뿐. 자연의 이치 따라 여기까지 살아온 몸, 이제 늙는 것도 자연그대로이리라. 삼라만상과 인간 사이 아무런 분별없이 살아가는 시인의 철학적 경지가 드높다.
14. 계면조 편수대엽 최자영 외 합창
모란(牧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소인(杏花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한사(梅花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무당(葵花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倡女)이로다
이중(中)에 이화시객(李花詩客)이요 홍도벽도삼색도(紅桃碧桃三色桃)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
가객 김수장의 작품. 인물군상들을 꽃에 비유하고 있다. 모란은 왕, 해바라기는 충신, 연꽃은 군자, 살구꽃은 소인, 국화는 은사, 매화는 한사(寒士), 박꽃은 노인, 패랭이꽃(石竹花)은 소년, 접시꽃(葵花)은 무당, 해당화는 창녀. 그러나 여러 꽃 중 배꽃(梨花)은 시인, 복숭아꽃(三色桃)은 풍류랑이라고 따로 노래한다. 세상 인물 중 ‘시인과 풍류랑’의 멋이 제일이라는자부심을 드러낸다.
15. 계면조 태평가 합창, 남창; 이동규 이정규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저려도 성대(盛大)로다
요지일월(堯之一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니 놀고 놀려 하노라
명종 때의 학상 성수침(1493-1564)의 작품. 그는 조광조의 제자인데 기묘사화로 스승이 처형되자 과거를 단념하고 <대학><논어>를 읽으며 성리학에 몰두. 효성이 지극했던 그는 오직 학문에 전념하며 만년을 파주에 은거하며 보냈다. 난세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았던 그였기에 이 노래에서 태평성대를 노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