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대개 댓글이 4-5개를 넘어서면 논지가 확대되고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애초 문제의 발단은 내켜하다/꺼려하다의 위치지움을 찾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지금은 ‘내켜 하다/꺼려 하다’로 발전했군요. 이는 중요한 차이인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요, 우선 다시 한번 환기하면 저 역시 지금 제시되는 여러 사례들이 미세하나마 뉘앙스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심리적으로 모두 수용하고 싶은 것들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이것들을 문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가 곤혹스럽습니다.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자꾸 고치곤 하는데, 이를 글말로 수용하려면 적어도 유권해석을 내릴 근거라도 찾아야 합니다.
애초의 논지를 유지하기 위해 얘기를 좁혀 하겠습니다.
처음에 우리가 ‘내켜하다’에 주목한 것은 이 말이 ‘꺼려하다’와도 좀 다른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즉 내켜하다는 ‘내키다’가 자동사인데 이 말을 인위적으로 타동사화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주목한 것입니다. 반면에 ‘꺼리다’는 원래 타동사인데 여기에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접사 ‘하다’를 붙여 쓴다, 그래서 비규범적이다라고 본 것이고 이는 님께서도 이렇게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내켜하다와 꺼려하다를 구별해 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는 ‘견뎌 한다’로 확대하셨군요. 그렇다면 이 때의 ‘하다’는 보조용언으로 보시는 건지요. 이는 물론 당주님께서 빌미를 제공하시긴 했는데, 아마도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용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사전적으로나 문법서나 어디에도 제가 과문한 탓에 이런 용법을 허용하는 걸 보지 못했기에 이를 비규범이라 해도 좋으리라 봅니다. 만약 이 형태를 받아들이면 우리가 그동안 매일 고쳐왔던 ‘삼가하다/꺼려하다’에 가졌던 견해도 바꿔야 합니다. ‘삼가 하다’ ‘꺼려 하다’꼴로 설명되니까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때의 ‘하다’가 정체가 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다’의 수많은 용법 중에 이런 사례는 아직 없지 않나요? 붙여 쓰면 붙여 쓴 대로 문제가 되는데 역시 접사로 풀이되지 않기에 난감합니다.
화자의 거리이론은 일면 설득적이지만 여기서 온전하게 적용되는지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제시된 예문들이 뉘앙스에 차이가 있음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의 ‘직관’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호응 여부를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가령 다음 두 문장을 통해 주체와의 호응 여부를 결정하셨는데,
마-나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바-그는 돈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여기서 바의 바른 쓰임인 ‘그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잘 호응하지 않는다’라고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문장 바의 근거로 거리이론의 관점을 들기보다는 심리적인 동사성 부여 의지로 풀이하는게 적절하지 않을까요. 가령 우리는 형용사 ‘만족하다’를 동사로 써야 할 때 접미사 ‘하다’를 붙여 ‘만족해하다’로 만들어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물론 규범적 방식이지요.
님께선 ‘내키다’와 ‘내켜 하다’를 구별하기 위해 다음 문장을 드셨는데 이 역시 주관적입니다.
사-나는 거짓말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
아-그는 거짓말하는 걸 내켜 하지 않았다.
저는 문장 사의 ‘변형’인 ‘나는 거짓말하는 걸 내켜 하지 않는다’, 문장 아의 ‘바른’ 꼴인 ‘그는 거짓말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가 각각 문장 사, 아와 어떤 의미적 차이를 주는지 명쾌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뉘앙스에 차이가 있는 것도 같고 어찌 보면 네 개가 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이것은 내키다/내켜하다의 선택에서 주체와의 관계가 지배적인 요소가 아님을 뜻합니다. 오로지 내키다는 자동사, 그 변질인 내켜하다는 타동사로 만들어 쓰는 거기 때문에 선행하는 격조사 ‘...이/ ...을’의 차이가 있을 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제 결론삼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다른 예이긴 하지만 우리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말들은 많습니다. 설레임이니, 목이 메이는이니, 거치른 벌판이니 하는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꺼려하다, 삼가하다도 마찬가지고요. 남한에서는 아직 정상적 언어체계에 있는 말이 아니지요. 차라리 북에서처럼 설렘/메는/거친/꺼리다/삼가다와 함께 이들을 표준어로 수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저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flexible하게 접근하되 보수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은 지켜줘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