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인생(43)
피카소의 모조 그림과 우리나라 어머니들
송현(시인. FX칼럼니스트)
1.
어느 날 , 피카소의 그림 한장이 1백만 달러에 팔렸다. 어떤 귀부인이 그 그림을 샀다. 그녀는 그것이 혹시 진품이 아니고 모조품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생겼다. 여러 날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감정을 받고자, 한 미술 비평가를 찾아 갔다. 그림을 유심히 보던 미술 비평가가 말했다.
"이 작품은 진품이 틀림없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마침 내가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는 피카소의 친구였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피가소가 이 그림을 그릴 때, 내가 현장에 있었으므로 이것이 진품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조금도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진품입니다."
그러나 귀부인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피카소를 직접 찾아가 말했다.
"나는 이미 이 그림을 샀으므로 그것이 모조품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단지 정말로 이것이 진품인지 알고 싶을 따름입니다. "
피카소는 그 그림을 보더니 이상한 대답을 했다. 그 미술 비평가도 그 그림을 그릴 때 그 자리에 있었고, 피카소와 동거하던 애인도 그 곳에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그림은 진품이 아닙니다. "
그러자 피카소 애인이 말했다.
" 내가 보는 앞에서 당신은 이 그림을 그렸어요. 이 비평가 선생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진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피카소가 말했다.
" 내가 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리지날이 아닙니다. 나는 과거에도 그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똑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렸을 뿐입니다. 오리지널은 지금 파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가서 확인해 보세요. 이것은 그 사본에 불과합니다. 누가 사본을 만들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자신이 그 사본을 만들었다고 해서 사본이 진품이 되지는 않습니다. 나에게는 첫번째 그림이 오리지날이었습니다. 그것은 내 존재의 침묵으로부터 탄생하였습니다. 그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무심의 경지여서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그릴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마음의 산물이지만 ,첫번째 그림은 마음을 초월한 곳에서 탄생하였습니다."
이 말은 그림을 샀던 귀부인게는 대단히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어머니들에게는 적지 않은 교훈이 될 보석처럼 빛나는 명언이라 생각한다.
2.
이땅의 욕심장이 엄마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가장 위대한 교육자로 불리는 페스탈로치는 제 자식에게 12살 때까지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왜 패스탈로치는 제 자식에게 12살까지 글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페스탈로치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어린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게 그리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글자를 배우는 일보다 매일 즐겁게 뛰놀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자는 천천히 가르쳐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땅의 욕심장이 어머니들은 한 술 더 떠, 귀저기 벗긴지 얼마 되지 않은 애기에게 피아노 가르칠 궁리하고, 미술 학원 보낼 궁리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지나친 욕심이 아이의 일생을 망치게 하는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학 입시 부정 사건의 주역의 한사람인 장군의 부인이, 남편의 별도 떨어트리고, 아들의 신세도 망치고, 스스로 쇠고랑을 차게 된 것도 좋게 말하면 교육열이 높아서이지만, 까놓고 말하면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욕심은 대부분의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것은 매 한가지이다.
3.
이땅의 적지 않은 어머니들이 욕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 욕심을 좋게 말해서 교육열이 라고 한다. 젊잖게 말하여, 욕심이 많다고 하지 않고, 교육열이 높다고 한다. 아무리 젊잖고 고상한 표현을 해도 까놓고 말하면 욕심이지 별 수 없다.
피카소가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하는 기준을 이렇게 말했다.
"그 그림(진품)을 그릴 때는 나는 무심의 경지여서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땅의 욕심장이 어머니들은 아직 귀저귀 차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앞으로 무엇을 만들겠다고 욕심을 품고 뭘 빨리 못 가르쳐서 안달을 하는 것이다.그런데 분명한 것은 욕심의 산물로 키운 아이는 결국은 모조품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인간은 진품이어야 하고, 삶도 오리지널이어야 한다. 인간의 최대 비극은 모조품 인간이 되는 것이고, 모조품 삶을 사는 것이다.
최근에 대대적인 대학 입시 부정 사건이 터진 것이나, 유치원 입학을 위해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시대 교육이 썩고 병들었음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에 대학 입시 부정 사건이 김 영삼 대통령이 취임 전에 터진 것은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새로 출범하는 김 영삼 정부에게 가강 중요한 과제를 제일 먼저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리 강력한 정부가 등장한대도 이땅의 욕심장이 어머니들의 의식이 고쳐지지 않으면 바로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4.
광적인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일찍부터 억지로 피아노를 가르쳐, 나중에 명성을 떨치는 피아니스트가 된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다.그러나 그런 경우는 그야말로 극소수이다! 이런 극소수 즉 인류 역사에 손꼽을 만한 극소수의 경우를 보고 착각에 빠져서 아무 죄 없는 어린이를 놀이터에서 마음 껏 흙장난하고 놀 어린이에게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에를 강제로 보내는 한심한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날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커다란 대리석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는 가게 주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가게 주인이 대답했다.
"그 대리석은 돈을 받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그것을 팔려고 시도했지만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가게는 비좁은 데 그것이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어 아주 골치입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냥 가져가도 좋습니다. 그러면 나는 다른 대리석을 몇개 더 전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대리석은 정말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그 대리석을 가져 갔다.1년이 지나, 그 가게 주인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미켈란젤로가 말했다.
" 이제 보십시오. 그 대리석이 꽃피어났습니다."
그것은 미켈란젤로의 걸작 중의 걸작이었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의 상이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십자가에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껴안고 있는 상이었다. 예수는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있고,그녀는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것은 세계에서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의 중의 하나였다.
가게 주인이 물었다.
" 어떻게 이러한 조각품을 탄생 시킬수 있었습니까?"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그것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이 대리석 앞을 지나갈 때 예수가 나를 불렀습니다. <나는 지금 이 대리석 속에 누워 있다.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하여 내 모습이 드러나게 하라!> 대리석 안을 들여다본 나는 십자가 옆 어머니 무릎에 누운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조각상이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 대리석은 그코록 기묘한 모습이었든 것입니다. 나는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냈을 뿐인데, 이러한 기적이 탄생한 것입니다. "
미술에 소질이나 재능은 커녕, 관심도 흥미도 없는 어린 것을 잡아다가 강제로 미술학원에 보내봐야 미켈란젤로가 될 확률은 1%도 없다.
5.
오늘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빨라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다 그것에 걸맞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것은 또한 자연의 이치이기도 하다. 씨를 뿌렸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빨리 할려고 서두르는 것은 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이기 쉽다. 자연의 이치에 거역하면서까지 빨리 서두르는 것은 싹이 난 것을 빨리 자자라게 하려고 위로 뽑아 올리는 것과 같다. 미켈란젤로에게 대리석 속에서 예수가 나타난 것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기적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자격이 구비되었을 때 그것이 보이는 것이다. 배울 준비가 된 자에게 스승이 나타는 법이다.
특히 젊은 어머니들이여!
아이들을 순수하게 키우기 바란다. 출생신고서에 도장밥도 마르지도 않은 애를 놓고, 앞으로 의과대학이나 법과 대학 보낼 궁리를 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애를 키우면, 오리지널이 되지 않고, 복사품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끝)
첫댓글 두번째 그림을 마음의 산물이라고 한 피카소의 말이 짜릿합니다.
첫번째 그림은 '마음을 초월한 곳'에서 탄생하였습니다.라는 말은 더 솔깃하구요.
저도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면 공부 열심히 하게 할까? 목숨걸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올린 글을 읽고 또 읽어 보니 모조품 인생을 살게 하고 있구나 싶어 걱정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 낼수 잇는 미켈란젤로의 용기와 지혜.......................................
저도 그런 부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라던 도예선생님께서는 빚 다 갚으셨나요!
이 글 읽다가 갑자기 생각 났어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라는 성구처럼
모든것이 욕심으로부터 시작되어지는 것인즉
그 마음을 다스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 어떻더라 말하여도 본인이 느끼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
지나고 나니까 아하! 하고 무릎을 치니....참 어리석은 짓이였지요.
마구 찔리기도 하면서 마구마구 감동도 되면서....불순한 목적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하겠습니다.-맹세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욕심의 산물로 키운 아이는 결국은 모조품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인간은 진품이어야 하고, 삶도 오리지널이어야 한다.
인간의 최대 비극은 모조품 인간이 되는 것이고, 모조품 삶을 사는 것이다." 맞습니다. 그리고 아멘입니다.
어떤삶을 살든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수 있도록 도와줄수있는 부모가 먼저되어야 할것같습니다.
진품도 있고 가품도 있고 어울어져 살아야지요. 무슨일을 하든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