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서
1월 중순경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던 차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반석 총무님의 전화였는데 내용은 이번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총회가 열리는데 한국측 스튜어드(Steward)로서 참여해 줄 수 있겠냐는 거였다. 솔직히 당시에는 가서 무슨 일을 해야 되며 어떤 일들이 진행될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몸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를 주체 못해 냉큼 가겠다고 말했다. 3월말이 되어 다니던 학교를 2주간 빠지고 태국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도착하자마자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공기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숙소인 로터스 호텔로 가면서 만난 현지 스튜어드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룸메이트와 서로에 대해 얘기 하며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부터는 스튜어드들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어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말이 오리엔테이션이지 나에게는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 것보다 더 고된 시간이었다. 당장 다음날부터 오리엔테이션에서 말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반 정도밖에 못 알아들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자 뭘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던 나를 동료 스튜어드들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고 챙겨주어 무척이나 고마웠다. 역시 만국 공용어인 Body language를 잘 써 먹었던 게 2주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같다.
스튜어드의 일정은 의외로 빡빡하게 이루어졌다. 모든 일정이 아침 식사 후 잠시의 여유를 갖고 바로 시작해 공식 일정이 저녁 9시쯤 끝났고 10시에는 거의 매일같이 다음날에 있을 회의 준비와 지난 하루의 보고 등으로 마무리 됐다. 아무리 회의 도우미로 태국에 갔다고 하더라도 여행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2주간 거의 매일같이 10시 이후의 치앙마이 거리를 떠돌며 올빼미 생활을 했다. 그래도 치앙마이의 야경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처음 1주간은 Youth Forum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은 스튜어드나 델리게이터(Delegator)의 구분 없이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문화 교류와 친분을 쌓았다. 이 자리에서 각 나라의 교회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시련들을 들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와 일본 같이 나라간의 이해관계에서 오는 분쟁들이 다른 나라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어 갈수록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지만 현 사회가 당면한 문제 들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나와 똑같은 청년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Youth Forum의 마지막 장은 문화의 밤이었다. 각 나라의 민속의상을 입고 전통적인 음악이나 춤 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우리는 사전에 미리 연습했던 영남사물놀이를 공연 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몇몇은 우리가 공연 중에 조금 틀린 걸 눈치 챈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르겠거니 하며 열심히 한 결과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다른 나라사람들도 자국의 민속춤 등을 보여주고 가져 온 선물도 나눠 주며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 주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아시아 총회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스튜어드들 모두 바쁘게 움직였고 이번 회의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자각하며 행동했다. 총회기간내의 스튜어드가 하는 일은 주로 다른 Delegator나 Visitor들의 길안내와 회의 도우미 역할이었다. 회의 도우미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CCA의 앞으로의 동향과 계획들을 들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CCA의 활동들을 알 수 있었다. 총회 기간 내내 모든 스튜어드들은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피로가 많이 쌓였었다. 총회 기간 중 나의 룸메이트 중의 한 명은 과로로 갑자기 쓰러지다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머리에 몇 바늘 꿰맨 일 외엔 아무 일 없이 병원에서 하루 종일 쉬었다가 돌아와 다른 동료 스튜어드들의 부러움 섞인 걱정을 받았다.
무척이나 길 것 같던 2주간의 행사를 마치고 서로 헤어지는 마지막 날이 되자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간절했다. 스튜어드들 모두 지난 2주간의 노고를 서로 격려 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나와 인사한 스튜어드들은 모두 꼭 한번은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을 해 주었다. 서로 잡은 손을 놓아주기 아쉬워하며 스튜어드들은 그렇게 각자의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태국에서의 지난 2주간을 되돌아보며, 서로 다른 언어와 얼굴빛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일을 이루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었던 것이 어쩌면 하나님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신 사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의 경험으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자각하게 되었고 내 삶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에 스튜어드로서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신경 써주신 기청 식구들과 EYC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첫댓글 박중서 청년은 매주 월요일 마다 진행되는 국제협력 영어모임 에 참석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북 양광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