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위기철 지음
- 출판사
- 청년사 | 2010-01-2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MBC 느낌표 선정도서『아홉살 인생(양장)』. 진실한 거짓말쟁이...
아홉살의 인생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고난한 삶이 숨어있다. 주인공은 잉크공장에서 일을 하다 한쪽 눈을 실명한 엄마와 채석장
일을 하는 아버지..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산동네 제일 윗쪽의 판잣집을 마련한다. 어렵게 장만한 집이기에 그들에게 그집은
너무나 소중했다. 그리고 맞은 편에는 울타리가 쳐진 "그들만의 숲"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야기는 주로 산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주위에는 절망에 빠진 이웃들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어둡고 침울한 것만은 아니다.
"지지리도 가난한 이 산동네에는 더더욱 많은 슬픔과 절망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정작 그 당사자들은 슬픔과
절망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슬픔과 절망은 기쁨과 희망이라는 거울에 비출 때만이 실감이
나는 법이다. 거울이 없었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얼굴을 알 수 있었으랴. 기쁨과 희망의 거울을 갖지 못한
산동네 사람들은 슬픔과 절망이 마치 자신의 얼굴처럼 달려 있는 것으로만 여겼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그려진다.
친구 기종이만 보더라도 기종은 부모를 여의고 공장에 다니는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챙겨주는 이도 없기에 늘 꾀째째하고
더럽게 해다니며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학교에서는 늘 선생님에게 매질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 기종이지만 늘 자신만의
공상의 세계가 그를 감싸고 있어 기종은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여민은 그런 기종이와 단짝이 되어 산지기몰래 숲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놀이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씩 동네아이들과 짱을 놓고 다투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단지 숲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 주인공의 일과속에 이웃들이 하나둘씩 비쳐진다.
어느날 사랑의 편지를 전해달라고 지나가던 자신을 부른 골방철학자 총각을 만나기도 하고, 귀신처럼 언제부터인가 산동네에서 살아왔다고 전해지는 토굴할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늘 입으로만 으르렁대는 금은방부부의 모습도 보게 되고, 세상을 원망하며 가족들을 괴롭히는 검은제비 아버지의 서글픈 삶도 보게 된다.
어느새 아홉살 여민의 주위에는 제각각 다른 삶의 색깔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밝고 명랑하다. 그것이 바로 아홉살 여민의 눈으로 그려진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
이다. 여민의 눈은 그런 이웃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어느 틈엔가 아홉살의 사랑이 싹을 틔운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신경쓰이는 존재,,,그것은 바로 새침떼기이며 허영심에 가득찬 반 친구 우림이라는 여자아이였다. 그렇게 점점 여민의
관심은 우림에게로 향하고 어느날 우연히 제출한 그림한장이 최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그 일로 인해 여민은 자신의 엉터리그림에 자신만의 가짜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에게 으시댄다.
그와 더불어 그동안 기종과 함께 했던 사소한 재밋거리들이 시들해지고 그런 여민의 변화가 달갑지 않았던 기종과도 사이가
소원해지던 무렵 기종이의 누나가 외팔이 하상사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곁을 떠난다.
혼자 남은 여민은 끊임없이 자신의 입맛대로 자기를 바꾸려하는 우림이의 행위에 조금씩 지쳐가며 갈등하게 된다.
그렇게 방황하던 여민은 무작정 학교를 결석하고 숲속에서 자신의 방황을 계속하려하지만 산지기에게 들켜 수모를 당하고
어머니에게마저 학교를 가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어 호되게 매를 맞게 된다. 그리고 기종이 떠나간 그 자리를 여민이 대신한다.
자신 역시 기종이 처럼 선생님의 매질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히 받아내며 자신이 제자리를 찾아왔음을 느끼며 안도해
한다.
아홉살 어린나이에 비쳐진 인생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 주게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동심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또한 비참하고 암울하게 살아가는 산동네사람들의 절망의 모습도 보여주며 가슴을 아프게도 하지만
여민의 부모님과 같은 따뜻한 이웃의 모습을 통해 삶이란 그렇게 오손도손 서로 정을 붙이고 서로 기댄 채 살아가는 것이라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특히 여민에게는 누구보다 자상하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아들을 감싸고 이해해주는 아버지가 있어
그 아홉살의 인생이 더욱 찬란히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불쌍한 것은 아니야. 가난한 것은 그냥 가난한 거야. 가장 불쌍한 사람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우리네 인생살이에는 종종 느닷없는 행운이나 불행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느닷없이
우리 삶을 뒤흔들어, 우리를 전혀 다른 존재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우리는 바로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 '예전의 나'와 '느닷없이 바뀌어 버린 나'-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혼란에 빠져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해주든 못해 주든, 한번 떠나 버린 사람한테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슬픈 거야............."
"여러분, 검은제비는 잘 있습니까?
슬픔과 외로움과 가난과 불행의 정체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은 채, 제 피붙이와 제 자신을 향해
애꿎은 저주를 퍼붓고 뾰족한 송곳을 던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도저히 용서해선 안될 적들은
쉽사리 용서하면서 제 피붙이와 제 자신의 가슴엔 쉽사리 칼질을 해대고 있지는 않습니까?
여러분, 검은제비는 잘 있습니까? 혹시, 당신이 검은제비 아닙니까?."
"아아,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꾼들 무슨 소용 있으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욕망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고 썩고 응어리지고 말라비틀어져, 마침내는 오만과 착각과 몽상과 허영과 냉소와
슬픔과 절망과 우울과 우월감과 열등감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때로는 죽음마저 불러오기도 한다. 골방속에 갇힌 삶,
아무리 활달하게 꿈꾸어도, 골방은 우리의 삶을 푹푹 썩게 하는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구?
-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