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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방학이라 너무 신나들하고...나는 책읽을 틈도 없고...에구 에구 그래도 방학동안 건진건 "대화"와 "죄와벌'뿐이네...
"대화"도 읽는 내내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지만 이책은 나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죄와벌'은 누구나 젊었을 때 한번쯤은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일 것이다.
나역시 20대에 읽으면서 약간의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한 가난한 청년과 그리고 창녀인 소냐의
한없는 사랑뿐이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넘어서 새로 만난 '죄와벌'은 여러면에서 새로운 감흥에 빠져들게 하였다.
이 책속에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가난하지만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라스꼴리니꼬프,..자신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창녀 소냐, 사랑하는 오빠
라스꼴리니꼬프를 위해 결혼을 감행하는 똑한 여동생 두냐와 자신의 아들을 너무나 믿고 의지하고 있는 어머니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없이 표출하고 살인도 서슴치 않으면서 그러면서도 구원을 갈구하는 인물 스비드리
가일로프, 두냐의 약혼자이자 아주 세속적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루쥔...늘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친구를 사랑하는
라주미힌..자유주의자이자 공상가인 레베자뜨니꼬프, 술에 빠져 생활하는 그러나 자신의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퇴역관리
마르멜라도프, 자신의 비참한 삶을 고통속에서 연명해가며 남편을 원망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출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몽쳐져 있는 마르멜라도프의 부인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뛰어난 통찰력과 논리력으로 범인을 궁지로 몰아넣는 예심판사
뽀르피리, 욕심에 가득찬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 한없이 착한 심성으로 묵묵히 일하고 신에 대한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여인 리자베따 등등....
그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태도...그리고 주위사람들의 시선등을 통해 시대를 거슬러 지금의 나를
돌아보기도 한다.
특히 이책은 1860년대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번화가가 아닌 민중들이 초라하게 살고 있는 뒷골목의
모습들을 조명하면서 삶의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이들과 그들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탐하고 나쁜
짓을 서슴치않는 이들의 모습 또한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속에서 새로운사회를 기다리는 젊은이의 기대에 찬 모습역시....
우리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는 아주작은 노란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23살의 대학생(휴직상태)이며 다른이들과는 남다른
성격의소유자로 타인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늘 자신의 생각에 몰두해서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인물이다.
하숙집에서는 그가 가난하기에 식사도 제때 챙겨주지 않지만 한번도 화를 내거나 비굴해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런 그에게 가난을 뿌리칠..그리고 자신의 사상을 실험할 "모든사람들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어지고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야" 그러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기위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이 비범한 사람이기에 해충과 같은
전당포의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하는 것이 자신에게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믿음에 살인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이 물질적인 빈곤에 허덕이는데 반해 돈장사로 욕심을 채우고 있는
노파에 대한 분노에 의해 살인을 결심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도끼로 노파를 죽이고 우연히 그자리에 있게 된 노파의 착한
여동생 리자베따마저 무참하게 살해한 라스꼴리니꼬프는 그후 계속되는 불안과 공포로 고통을 받으면서 가끔씩 혼절하기
까지한다. 그의 혼절은 여러사람에게 의혹을 불러일으키고....라스꼴리니꼬프는 조금씩 자신이 비범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즉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자신은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자각하면서 그점에서 깊이 절망하게 된다. 아마 어쩌면 라스콜리니꼬프는 자신의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우연히 까페에서 만난 술주정꾼 마르멜라도프를 통해 그의 딸 소냐라는 여인을 알게되고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여 죽어갈 때 우연히 장면을 목도하고 그를 집으로 인도하는 선한 역활을 하게 된다. 그후 소냐라는 여인과 더욱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한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그리고 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구원에 대한 확신등에 대해 회의와 기대를
되풀이한다.
그는 소냐에게 자신의 비밀인 살인에 대해 고백하게 되고 자신을 살인자로 확신하는 뽀르피리 빼뜨로비치라는 심판사의
예리한 심리작전에 지치기도 한 그는 소냐의 부탁대로 자수를 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수하기전 자신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려한 여동생 두냐의 잘못된 결혼을 막아주고,,,자신의 친구
라주미힌에게 자신의 여동생을 그리고 어머니를 부탁한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다 죽어간다.
어머니가 죽은 후 두냐는 오빠의 절친한 친구 라주미힌과 결혼을 하고 오빠를 돌보기위해 시베리아로 이사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라스꼴리니꼬프가 유형지로 떠날때 같이 시베리아로 향했던 소냐는 한결같이 변함없이 그에게 면회를 간다.
수많은 죄수들이 그녀를 찬양하고 그녀에게서 기쁨을 느끼지만 유독 라스꼴리니꼬프만이 아직도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없이 단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 죄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며칠간
소냐가 아파서 면회를 오지 못하게 되자 문득 그는 소냐를 한없이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소냐를 다시 만난 날
그녀의 무릎에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소냐에게 부탁해서 받아두었던 성경책을 처음으로 손에 잡게된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심경의 변화..즉 신에 대한 믿음은 오로지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에 기인한 것이다. 자신의 죄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한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소냐라는 구원의 여인상을 통해 어쩌면 한 인간의 구원은 그 어떤 사상과 물질적
풍요보다도 바로 사랑에 기인한다는 것이리라....반면에 두냐를 너무나 사랑하여 자신의 부인을 독살하고 그녀를 따라 온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두냐의 거절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스비드리가일로프역시 자신을 구원해줄
여인상으로 믿었던 두냐에게서 구원의 손길을 받았다면 그는 그렇게 쉽게 자신의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소냐라는 여인을 통해 그려진 구원상은 바로 사랑, 그리고 종교의 귀의라는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과연 인간의 삶의
해답을 종교에서 찾았는지 아니면 그시대적 상황에서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말이었는지 조금은 미심적은 부분이 들기도
했고, 장대한 막이 조금은 통속적인 결과로 끝남에 약간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책속에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이론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환경에 의한, 본성에 의한, 사회구조에 의한...
또한 계속되어 이어지는 꿈을 통한 무의식의 세계....범죄를 조장하는 듯한 어둡고 음습한 주위환경들...삶의 질곡과 죄
그리고 구원....러시아를 바라보는 젊은 지식인들의 모습...빛과 어둠속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각자의 이름속에 담겨져있는
의미들 ..어쨌든 어느하나를 놓고 보더라고 각 주제에 따라 수많은 토론과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이 평탄치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간질병과 계속되는 도박, 사형선고,
시베리아 유형 등 그의 삶속에서 나는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를 엿보기도 했다.
라스꼴리니꼬프에 보여지는 삶의 회의와 사회에 대한 부정,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 끊어질 듯 위태롭기만한 정신세계,
그리고 구원의 기대등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삶이자 러시아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첫댓글 얼마전에 우리아이가 '죄와 벌'이 어떤 내용이야?
하며, 묻더군요.
아~ 그거 죄지으면은 벌받는다는 얘기야!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성의한 답변이죠.
우리아이가 읽기에는 너무 깊이 있는 책이란 생각에 맛보기로 대충 설명해 주자는 마음도 들지 않았죠.
제가 젊었을 때, '죄와 벌'을 읽고 강하게 남은 느낌은 비참함과 삶의 회의였답니다.
좀 더 긍정적인 사회상만을 꿈꾸어서 인지, 가슴에 와 닿는 만큼 책이 싫었답니다.
그리곤 다시는 읽지 않았네요.
내 나이 40.
어찌보면 너무나 평탄한 가정주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은 젊음의 뒤안길에서 삶의 지혜가 더 씌워졌다면은
이 책의 다른면을 이제는 품어 낼 수 있겠지요.
힘내라 힘님! 러시아 사실주의 작가인 고골리의 작품도 적극 추천드려요...고골리의 단편선을 보면서도 와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보고는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ㅎㅎ
또한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고골리와 발자크의 작품에 심취된 적이 있으니 발자크의 "고리오영감"도 시간나는 대로 읽어보세요....이러한 사실주의 작가의 작품을 접하다보면 "사실주의"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수 있답니다..
좋은 책 소개시켜 주셔서 감솨^^
책 읽어보고 글 남기도록 할께요.
인간 심리 묘사와 악마적 인간형 창조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천재성을 보게된다. 난 <악령>이라는 소설에서 그의 천재성에 경탄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