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행사를 앞두면 제일 큰 걱정이 날씨 상황이다.
며칠 전부터 입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이 추위는 주말까지 간다는 예보가 있고,
또 간밤엔 눈까지 내렸다.
빙판이 진 길을 출근하며 행사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바람까지 불고.......
아침 뉴스에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한티재가 교통통제를 한다고 걱정어린 전화가 왔다.
걱정이 되어 팔공산 공원관리소에 전화를 하니 제설작업을 하여 소통이 된다고 했으나
큰길은 눈을 치웠겠지만 산방으로 내려가는 내리막 응달길이 걱정이 되었다.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식당에서 국수 한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대금 하나 배낭에 꽂고 산방을 향했다.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행히 길에 눈은 하나도 없이 깨끗하였고
내리막길도 눈이 거의 다 녹았다.
산방에 도착하니 2시 무렵,
벌써 주인장 조선생님은 먼저 도착하여 난로불을 피우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만의 토요일 일과의 시작,
혼자 산행을 출발하였다.
춥지 않겠느냐는 주인장의 염려를 뒤로 하고 등산화 끈을 조였다.
지난번 달빛산행 때, 참 좋았지만 코스가 너무 짧은 것 같아서,
내 나름으로 생각해 두었던 코스를 찾아 나섰다.
바람이 제법 불고, 날씨가 좀 추웠지만 견딜만 했다.
그런데 산에는 군데군데 백설이 쌓여있어 눈을 밟으며 산길을 오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내가 짐작으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코스가 좋았다.
힘들지도 않고, 울창한 솔밭길이 근방에서 보기 드문 경치였다.
한 바퀴 돌아오니 50여분, 약 한 시간 거리다. 시간도 적당했다.
그런데 오르막이 너무 많아 조금 힘들 것 같고,
또 밤길을 안내해야 되는데 혹 길을 놓칠 염려가 있어
반대로 한바퀴 더 돌아 보기로 했다.
시간은 같이 걸렸으나 그렇게 힘들지 않고 운치있는 코스였다.
산방에 도착하니 4시 무렵,
주인장과 술 한잔 나누고 대화를 하는 사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여
대금도 불고, 술도 마시고, 대화도 하고...........
7시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역시 날씨 때문에 올려던 몇 분이 빠졌으나 올 사람은 다왔다.
날씨도 다행히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겨울 날씨란 바람만 자면 포근한 법, 야간 산행의 최적의 날씨였다.
그런데, 초대글에도 분명히 밝혔는데, 야간 산행에 필수인 후레쉬를 가지고 온 분이 없었다.
내가 가진 하나밖에 없어 달이 뜨기 전까지 불 하나로 밤길을 비춰야 했다.
앞에 서서 길을 이끌며 뒤에까지 불을 비추려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앞으로 산행에 참여하실 분은 후레쉬를 꼭 가져오십시오)
그러나 두번이나 답사를 했고, 길도 좋은 길이어서 무리없이 신나게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정사장님의 여섯살 짜리 막내와 조시인의 두 남매도 씩씩하게 앞장을 서서 산행을 하여 보기 좋았다.
솔밭길을 지날 무렵, 뒤돌아 보다 만난 달,
솔가지 사이로 보름달보다 더 크고 멋있게 뜨는 일이레 달!
그때부터는 후레쉬를 끄고 달빛 조명으로 산길을 걸었다.
가다가 보면, 또 달이 뜨고, 또 가다 보면 달이 뜨고.........
원래 산 속에서는 달이 몇번을 뜬다.
숲이 없는 전망 좋은 곳에서는 한참이나 넋을 잃고 달을 보았다.
어둠을 헤치고, 산길을 헤치고, 만난 달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웠다.
처음부터 눈길, 모두 탄성을 질렀다.
산방에 도착하니 7시 반, 예정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참 멋진 산행이었다.
늦은 저녁을 차려 먹으며,
또 술 한잔, 차 한잔, 대금 연주......
그러는 사이에 국악인 김지성 선생이 부군과 공주와 같이 왔다.
10시쯤해서 바로 시음악회 시작.
김지성선생의 거문고 독주로 막을 올렸는데,
생각지도 않은 다섯살짜리 공주의 창을 들었으니......
엄마가 거문고를 치고 다섯살짜리 딸이 아리랑은 부르는데......
당연히 앵콜, 가시버시 사랑과 또 한곡을 더......
참 귀여운 아가씨의 깜짝 공연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산방에서 늘 궂은 일 앞서 하고 대금공부에 열중인 정성교님의 독주,
산방의 웃음감초 오창해님의 유우머와 대금 독주,
산방주인의 대금 배경음악으로,
부군과 남매까지 온 식구가 출동한 조명선시인의 멋진 시낭송,
다시 김지성선생의 거문고 독주, 정악 한곡와 산조 한 곡,
산방에 울려 퍼지는 늦은 밤 거문고 소리는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끝으로 대금반의 합주로 끝맺을 하였다.
시간이 11시 반!
정말 시간의 흐름이 아쉬웠다.
특히,
늘 산방을 지키며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신 주인장님과 부주인장님,
바쁜 스케쥴에도 꼭오셔서 거문고와 창으로 감동을 주시는 김지성선생님,
매번 모일때마다 식사와 간식, 그리고 그 향기로운 보이차를 정성껏 대접해 주신
정성교사장과 지민숙여사님,
그리고 귀한 시간 내어서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