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기자가 만난 사람] 한나라 탈당한 5인, 지역정치에 갇히면 절망밖에
지금 우리나라에 전쟁이 났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사회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우리의 삶과 주변환경은 어떻게 참혹하게 파괴될 것인가? 혹자는 6·25를 떠올리며 전쟁의 참상을 겪었어도 우리는 꿋꿋이 살아남았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6·25 전쟁 당시 우리는 이미 참혹한 삶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전쟁은 비극이었지만 우리의 삶은 그러한 비극을 감지하기엔 이미 너무도 무디어진 비극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전쟁을 상상할 때 그 파괴감과 상실감의 정도는 너무도 끔찍한 것이다.
이러한 정도의 파괴감과 상실감을 이미 서구라파의 국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겪었다. 우리의 6·25전쟁도 이러한 세계대전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전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질 못했다. 그것은 ‘일으켜진’ 전쟁일 뿐이었고 우리는 그 의미를 깨달을 겨를도 없이 잃어버린 세계에 대해 호곡할 뿐이었다. 그것은 레 미제라블, 비참일 뿐이었다. 그러나 서구인들은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전쟁의 의미에 관해 주체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쟁을 일으켜야만 했던 자신들의 존재의 모습과 그 존재가 만들어낸 문명의 업보에 관한 심각한 반성이었다. 이러한 서구인들의 반성을 우리는 실존주의(Existentialism)라 통칭하는 것이다.
실존주의는 우선 과거 헤겔주의적인 관념론(Hegelian Idealism)을 통렬히 비판한다. 관념, 전체, 보편, 객관, 이 따위 말들은 의미없는 픽션이라는 것이다. 관념보다는 일상적 삶의 현실, 전체보다는 개체, 보편보다는 특수, 객관보다는 주관, 이러한 것들이 더 중요한 진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르뜨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라는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나중에 정의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에 앞선 어떠한 본질, 신으로부터 부여된 어떤 속성도 나를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실존 이전도 무(無)이고 나의 실존 이후도 무(無)이다. 오직 나라는 현존재의 선택만이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현존재를 다자인(Dasein)이라고 불렀다. 다자인이란 ‘거기(Da) 있다(Sein)’는 뜻이다. 인간이란 이미 세계로 던져진 존재이며 세계안의 존재(In-der-Welt-sein)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를 던지는(entwerfen) 존재이다. 어디로 던지는가? 미래로 던진다. 우리는 순간순간 우리를 미래로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래란 무엇인가? 미래는 무(無)이다. 미래는 아무런 보장도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무라는 미래로 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마치 미래가 보장되는 그 무엇이라는 집착 속에서 진정한 오늘의 결단의 기회를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실존의 결단의 의미를 깨달을 줄 아는 인간, 그래서 본래적 자아를 회복하는 인간, 이런 인간을 이 땅에서 만나기를 갈구해왔다. 그런데 지난 4일 밤 9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5명의 인간들, 그들은 진정 무(無) 속으로 자기를 던질 줄 아는 그러한 다자인의 인간이었다. 그 이름은 이우재, 이부영,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이었다.
나는 한나라당이 우리나라의 훌륭한 정당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리고 최근 나는 비록 일개 기자이지만 한나라당이 국민의 가슴속으로 가깝게 다가가는데 분명한 몫을 했다. 내가 한나라당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한 이유에는 양칼날이 숨어있었다.
그 한 날은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이 맹목적 수구라는 악명의 구태를 벗고 시대와 호흡할 줄 아는 건전성을 회복해 주기를 갈구하는 마음이요, 또 하나의 날은 이러한 보수의 건전성의 회복이, 진보임을 자처하는 민주당에게 신선한 자극과 동시에 우리사회의 변혁을 추동하는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대표를 뽑고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고 국민의 인기가 상승하고 개혁의 단장을 하기 바쁜 이 마당에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한나라당을 떠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일이다. 분명히 상식적인 계산, 세속적인 득표카운팅을 넘어서는 그 무엇, 앞서 말한, ‘실존적 결단’(Entscheidung)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은 명료하다.
우리사회는 노무현의 등장과 더불어 새로운 개혁신당에 대한 요구가 비등하였다. 노무현의 인기가 높았을 때는 신당의 지지도는 60∼70%를 기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인기하락으로 현재 신당의 지지도는 20∼30%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도의 변화의 폭은 신당에 대한 요구가 또다시 대폭적으로 비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분명하게 우리사회에 한국정치의 실상에 관한 근원적 변화의 갈망이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망은 우리사회의 위기감에 대한 절망과 함께 착종(錯綜)되어 있다. 3일 한반도의 평화와 지역주의의 극복, 그리고 민주개혁을 위한 새로운 주체세력의 결집을 요구한 재야원로들(강원룡, 박형규, 김지하, 함세웅 등 10인)의 시국성명은 절절한 우리시대의 당위성에 대한 강력한 호소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도와서 큰 일을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왜 굳이 탈당의 길을 선택했어야 했습니까?
김영춘(춘): “선생님 저희들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개혁적 이미지가 있는 사람들이며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에서 오는 고정표를 합쳐 계산한다면 17대총선에 당선이 확실시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고민은 궁극적으로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노블레스오블리즈(noblesseoblige, 신분에 합당한 도의적 의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 한번 하면, 재선 욕심, 3선, 그리고 대통령 하고 싶은 욕심에 모든 것을 유보하고…… 물론 누구든지 탈당하면 국회의원에 떨어질 것이라고 저희들을 가로막지요…… 3김시대 후계맹주들이 아직도 영·호남, 충청지역을 갈라 독식하는 그 판에 붙어 국회의원을 해먹는다? 근원적으로 분열의 정치가 통합의 정치로 바뀌고 있지 않는 이 판에서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한 실존적 고민 끝에 걸머지기로 한 작은 십자가, 이 진실을 좀 이해해주십시오.”
그가 다짜고짜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쓴 데는 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고대에서 내가 가르친 학생이었다. 고대 영문과 81학번, 문과대학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꽤 내 강의를 진지하게 수강한 학생이었다. 그는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고 나는 당시 고대학생들의 이념써클을 지도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과 함께 최루탄의 연막 앞에 선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는 감옥으로 가기 위해 고대를 떠났고 나는 양심선언으로 고대를 떠났다. 우리가 이 날 다시 만난 것은 86년 헤어진 이후 17년만이었다.
김부겸(겸):“삼김후계맹주라니? 그들은 맹주 아닌 아류사이비들이죠. 그들은 삼김과 같은 카리스마도 없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민주화의 공적도 없는 쓰레기들이죠. 이런 자들에 의해서 지역정치가 공고화되는 것을 방치한다는 것은 이 시대의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80년 5월 ‘서울의 봄,’ 서울역광장·서울대 아크로폴리스를 뒤흔들었던 대중연설의 귀재, 서울대 정치학과 학도로서 학생운동지도부에서 활약했던 김부겸의 시원한 말이었다.
이우재(재):“우리동네 구멍가게를 하는 분이 얼마전 저를 붙들고 이러더군요. ‘의원님, 국민들은 이 나라가 확 바뀌기를 원해요. 그 어려운 시절에 민중당대표까지 하시고 국회의원 두번 했으면 됐지 뭘 눈치 보세요? 의원님 같은 분 아니면 누가 깃발 들겠습니까? 의연하게 결정을 내리시는 존경스러운 의원님 모습을 한번 더 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반독재투쟁을 할 때는 목숨걸고 했는데……, 빨갱이 소리 듣는 것은 다반사요 분신자살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약해졌나? 일제시대 독립군투쟁보다도 더 장렬하게 했는데 이제 와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먹기 위해 나라를 세쪽 갈라 농단하는 지역정당에 빌붙어 비실거리고 있다니, 겨우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그토록 치열하게 학생운동 했었나? 좀 소름이 끼치더군요. 김선생님 생각나시죠? 고대 사학과에 계시던 김성식교수님. 그 분이 언젠가 학생결혼 주례를 서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젊어서는 의롭게 살고 늙어서는 깨끗하게 살아라.’ 요즈음 그분 말씀이 늘 귀에 쟁쟁합니다.”
왕년의 민중당 호랑이, 이재오와 함께 민중당을 이끌었던 이우재는 예산농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왔다. 이제 나이도 지긋, 세상욕심을 다 버린 평온한 얼굴이다.
이부영(영):“우리가 탈당을 결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물론 한나라당내에서 느끼는 절망감입니다. 우리의 절망이 시작된 것은 2000년 16대 총선직후부터였습니다. 과반수를 육박하는 승리를 거두자마자 곧 영남중심의 극우보수정당으로 회전하기 시작했죠. 저희는 작년 대통령후보경선 때부터 당체질의 민주화를 위해 안깐힘을 썼습니다.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을 시도하는 등. 그리고 대선에 패배하자마자 이회창씨도 물러났으니 지금이야말로 당개혁의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 분권화된 지도부를 만들고, 지구당위원장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근원적인 반성과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개혁은 구호로만 외치고 실내용인즉슨 두달만에 돌아서서 지금이라고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내년총선 문제없다는 식의 기득권 지키기에 또다시 골몰하는 형국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삼당합당 이전의 민정당체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극우보수로의 회귀가 과연 차단될 수 있겠는가? 본질적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남경필, 박진, 김영선, 원희룡, 이런 사람들은 남아서 개혁하겠다는데 왜 그들과 힘을 합쳐 체제내에서의 노력을 좀더 기울여보지 않았습니까? 철새가 되면 어떻게 할려구?
영:“철새라니요? 철새란 본시 추운 지방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가 없는 곳에서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법이죠. 저희들은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먹이가 있는 곳에서 먹이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장대하리라 믿습니다. 한국정치의 변혁의 봉화를 올린 것입니다. 체제와의 적당한 타협이 오늘까지 한국역사의 헛바퀴를 굴리게 된 가장 본질적 이유지요. 우리들의 시도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 한나라당내의 많은 동지들도 결국 우리와 힘을 합하게 될 것입니다.”
춘:“여태까지 신당이 생긴다는 것은 여당이 야당에게 공갈치고 돈주면서 나와라 나와라 이런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야당의원들입니다. 야당이 여당보고 괜찮은 놈들끼리 힘을 합쳐보자고 거꾸로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매우 새로운 시작의 모티브와 에너지가 있어요. 우리나라 정당사의 전무후무한 새로운 실험이지요.”
겸:“노무현이 대통령된 후 오늘날까지 민주당의 신당창당 드라이브가 몇달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고 있다는 이 사실도 우리나라 새로운 정치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시 한번 탈당이유를 함축적으로 말한다면?!
영:“지역구도를 근원적으로 타파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의원낼수 없고, 민주당은 영남에서 의원낼 수 없습니다. 우선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동시에, 그리고 중부권·수도권에서도 당선자를 골고루 배출하는 새로운 정당을 출현시켜야만 한국정치가 정쟁아닌 정책대결의 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역정당의 탈피는 모든 사람이 말해온 클리쉐(흔해빠진 말)가 아닙니까? 지역정당을 진정으로 탈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거족적인 정책적 비젼의 제시가 일어야 할 텐데?!
영:“맞습니다. 예를 들자면, 호남인은 무조건 햇볕정책을 찬성하고, 영남인은 무조건 햇볕정책을 반대한다, 이런 황당한 스토리가 우리나라 정계의 정확한 지도(地圖)라는 것이죠. 지역구도의 탈피라는 문제는 당내개혁·정치질서의 변혁이라는 문제, 그리고 남북화해라는 평화의 문제와 크게 결부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내의 지도층의 대부분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한반도전쟁가능성을 위기로 느끼기보다는 기회로 느껴요.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면 보수적 분위기가 지배적이 되므로 당에 유리하다는 정서를 골수세포 속에 가지고 있어요. 통일이 되려면 남쪽의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망언까지 일삼는 사람도 있어요. 미국의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시인하는 것이죠. 한나라당의 원로라는 사람들과 한번 말씀해보세요. 그들은 미국우파들의 뒷다리잡고 있어야만 안전하다, 그 이상의 발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죠. 남한에 도대체 반미하자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희들의 가장 심각한 절망감은 말이 안 통하는 이런 유치한 발상의 절벽 앞에서 느끼게 되는 것이죠.”
―좋습니다. 그럼 특검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재:“밝힐 것은 밝혀야지요.”
―뭘 밝히겠다는 것입니까?!
영:“박정희가 7·4공동성명 낼때 이후락이 돈 안가지고 갔겠습니까? 전두환이 장세동 보낼때, 노태우가 박철언 보낼때, 김영삼이 김일성과 정상회담 합의봤을때 돈 안줬겠습니까? 그런데 왜 유독 김대중이 돈 준 것만 가지고 이렇게 문제삼겠습니까? 시대적 상황이 변한 것입니다. 우리는 OECD국가가 되었으며 국가의 신인도와 기업의 투명성이 국제적으로 검증받아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뭘 밝히겠다는 것입니까? 신당을 만들어 지역구도를 탈피하겠다는 여러분들이 아직도 남북문제의 구체적 현실에 오면 구태의연한 한나라당의 대북관을 되풀이하는 추잡한 발언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까? 도대체 뭘 밝히겠다는 것입니까? 햇볕정책, 모조리 돈으로 다 산 것이며 DJ정권의 부패의 결실이라고 만방에 선전하시겠다 그 말입니까? 도대체 남북관계에 관하여 국민이 뭘 원하고 있는지 아시기나 하는 겁니까? 남북화해의 미래적 비젼을 위한 구체적 협력의 복안이 무엇인가를 생각키만 해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개성공단착공식 같은 곳에는 단 한 명의 한나라당 의원도 얼굴을 드밀지 않으면서 뭐라구요? 글로발라이제이션의 시대감각에 특검은 불가피하다, 정당하다 이 말씀입니까?!
재:“특검문제에 관한 김선생님의 입장을 저희들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솔직히 그러한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단정적 입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질 못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강정책에 관한 구체적 윤곽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진지하게 토론해서 선생님께 보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겸:“선생님 글을 읽고 있으면 저희들의 무지를 절감합니다. 아마도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시면 오히려 보다 깊은 철학적 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정치인들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뒤져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춘:“선생님! 저희가 부닥치고 있는 하루하루의 현실은 국회의원 한번 더 당선되기 위한 지역구관리의 잡사에 시달리는 장똘뱅이 생활입니다. 이렇게 속세의 인맥잡사에 치여 살다보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국적 비젼에 관하여서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을 모시고 정말 깊게 우리민족의 장래를 고민하는 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탈당하는 가장 깊은 실존적 고민은 바로 이런 일상성을 탈피하려는 데 있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
안영근:“저는 아직 탈당선언을 하기도 전이래서 주제넘게 뭐라 말하는 것이 어색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만 저의 침묵은 결국 국민과 정치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한 항변입니다. 정치인이 뭐라 말해도 국민들은 그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오직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영:“당장 시급한 것은 8월 20일전에 신당추진세력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기존의 양당총무구도를 깨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20명만 되면 교섭단체 만들 수 있으니까 민주당쪽에서 우선 15명만 나와도 됩니다. 9월정기국회가 너무 중요해요. 이 기회를 놓치면 신당추진의 꿈의 실현이 어려워져요! 민주당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때 프레스센타 19층의 불이 나갔다. 자정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김부겸의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비상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 후끈한 열기를 더욱 긴장시켰다: “의원님! 제발 다시 생각하세요. 우리들도 여기서 밤새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탈당하면 지역구가 날라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지구당 당원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어둠속에서도 우리의 열띤 대화는 계속되었다. 젊은 날의 초상을 한번 새삼 되돌이켜보게 만드는 우국(憂國)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첫댓글 한 마디로 멋있습니다. 그림이 그려 집니다.
이 글도 윗 부분의 좀 딱딱한 부분을 빼버리고 인터뷰 내용 중심으로 해서 홍보글로 해도 좋겠군요.
멋진 말씀... 실천으로 보여주십시요...!!
정말 이부영 의원님 생각이 참신하시군요. 아닙니다. 선생님의 비젼과 정책이 시대적 요청으로서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저에게 참신하게끔 다가오게 만드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 섭섭하군요. 서두르지 마십시요. 시대적 요청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