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 아침 풍경을 보여주는 텔레비전의 단골 화면 중 으뜸은 뭐니뭐니 해도 한복을 곱게 입고 함께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조상에게 인사하고, 올 한 해의 잘 보살펴 달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만의 문화이다.
그러나 제사라고 하면 대부분 유교문화 혹은 봉건적인 가부장제를 연상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가능하면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왔으니 습관적으로 올해도 제사는 지내지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내의 푸념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그만 지냈으면 싶은 것이 제사이다.
하지만 또 무턱대고 안 지내자니 왠지 불효자가 된 것 같고, 집안에 우환이 발생할 것도 같다. 또한 집안에 어른이라도 계시면, 그 분의 눈치 때문에라도 제사는 반드시 지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막상 제사를 지내려고 하면, 이게 참 만만치가 않다. 상 차리는 법부터 시작해서 지방 쓰는 것, 그리고 제례에 따라서 제사를 지내는 방식 등은 어렵기 그지없다. 왜 상을 저렇게 차려야 하는지, 한문으로 쓰인 지방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모두가 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왜 한 사람만 절을 하는지, 그리고 절을 할 때마다 젓가락을 어느 음식에 놓아야 하는지 그것도 알 수 없다.
또한 제사는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종교적 중압감 역시 제사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돌아가신 영혼에 대한 의식이므로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제사가 기독교의 교리와 배치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피치 못하게 참여하는 경우 그 심적 부담감은 매우 크다.
이래저래 제사는 부담되고 무겁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치고 이것을 쉽게 비켜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기독교인들마저도 절을 안 할 뿐, 상 차리는 방식에 따라서 제사상을 차려 놓고는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기도 한다. 한국사람에게 제사는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런'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이는 제사가 우리의 일상적 문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옛날 조상들이 제사를 왜 지냈고, 또 왜 그러한 방법으로 지냈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무감만 남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에 그 의미를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변용한다는 것도 무리가 되므로, 결국은 결국은 어쩔 수 없이 한해 한해 때운다.
이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경우라도 제례에 관해서 써 놓은 책을 펴놓고 그곳에 쓰여져 있는 대로 지방을 쓰고 상을 차리고 절을 한다. 그나마 집안에 그것에 대해서 잘 아시는 어른이라도 계시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억지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우리 제사의 현주소이다.
그리고 제사가 끝나면 긴장되었던 마음을 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일 년 동안 이 문제를 잊어버리고 산다. 그래서 매년 제사 때만 되면 부담되어서 지내기 싫고, '제사를 왜 지내야 하지?'라는 의구심만 증폭시키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제사의 많은 형식들 또한 우리의 일상 생활을 반영시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양식이라기 보다, 그것을 만들 당시의 생활 양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조금만 세밀하게 신경을 써서 살펴보면, 제사를 왜 지냈고 왜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즐거운 제사, 그리고 우리 시대에 맞는 제사는 과연 가능할까? 여기에 대한 필자의 성급은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선행조건이 있다. 제사를 '우리의 문화'로 이해하고, 그 문화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호의적으로 이해해 가려는 마음 자세가 그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해된다면, 현대에 제사를 지낼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형식 역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건 혹은 현대적 의미로 바꾸건 그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이 때문에 제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코드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사를 왜 지내야 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 현대적으로 유용한 것이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설날은 다가오고, 대부분의 가정에선 조상 전래의 명철 차레[차례, 제사]를 올립니다.
이 즐거운 잔치인 설날이 상당수의 주부들에겐 크다란 짐으로 자리매김으로,
젊은이들에겐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채 한자용어로 어려운 절차와 상차림 등 때문에 더욱 과연 그것을 계속해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게 하고,
일부 기독교인들은 우상숭배라며 배척하기도 하는 제사!
그러나 사단법인 한배달의 우리차문화원에서는
“차례는 귀찮은 의전절차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정산과 참회’의 자리라는 본래의 위상을 찾아가야 한다”고 종합정리를 했습니다.
이런 정신을 살려 집집마다의 실정에 맞는 현대화가 이루어져 신나는 잔치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책임연구자 : 김대성 님
1. 제사의 의미와 어원
2. 제상- 상위에 재현한 자신의 세계
3. 축문은 내일을 위한 반성문
4. 주의해야 할 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