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초계탕’ - 톡쏘는 맛의 닭고기 냉국,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여름 닭은 주로 인삼·황기 등 한약재를 넣고 삼계탕을 끓이지만 우리 조상은 닭고기를 차게 해서 먹는 이냉치열(以治熱) 보양식도 여름철 별식으로 즐겼다. ‘초계탕’이 그중 하나다.
초계탕은 본래 옛날 궁중음식으로 시원하게 만든 닭고기탕의 일종이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으나 근래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초계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문을 열어 색다른 맛을 전하고 있다.
주재료는 닭과 오이, 고추, 파 등이다. 또 초계탕에는 7~8개월된 산란계를 쓴다. 기름기가 적기 때문이다. 닭을 삶은 후 고기를 발라내면서 남은 기름도 전부 걷어 내 차가운 육수로 활용한다. 닭 육수는 느끼하거나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초계탕은 쫄깃쫄깃한 닭고기와 아삭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식초와 겨자의 톡 쏘는 맛을 가미한 시원한 육수를 마시고 나면 머릿속까지 상쾌해진다.
●충남 금산 ‘어죽’ - 민물고기 푹 고아 죽 쒀…지친몸에 생기
‘어죽’은 강이나 냇가 근처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름 음식으로 꼽혔다. 여름철 더위에 지친 기력과 단백질을 보충하는 강장 음식이었다.
지방마다 양념만 조금씩 다를 뿐 만드는 법은 엇비슷하다. 피라미·붕어·모래무지 등 민물고기를 큰솥에 넣고 끓여 소쿠리나 체로 억센 뼈를 걸러 내 걸쭉한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불린 생쌀을 넣고 쌀알이 잘 퍼지도록 끓인다.
쌀 대신 수제비를 뜨거나 국수를 넣기도 한다. 죽이 완성될 쯤 고추장 양념과 깻잎 등 채소를 넣고 끓이면 먹음직한 어죽이 완성된다.
어죽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고 맛을 내는 비법도 각각이다. 민물새우를 넣으면 맛이 더 담백해 진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들깻잎·마늘·청양고추 등 향이 강하거나 매운 채소와 소주를 넣기도 한다. 충남 금산·예산, 충북 옥천·영동·보은, 전북 무주 등에서 어죽을 맛볼 수 있다.
●전북 남원 ‘추어탕’ - 걸쭉한 국물에 영양듬뿍…허한 기력회복에 ‘으뜸’
요즘처럼 무더위와 싸우며 약해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음식으로 ‘추어탕’만한 음식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는 소화기인 장과 위의 기운을 돋우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원기를 돌게 하고 양기를 도와주며 술독과 갈증을 풀어 주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본초강목〉에서도 ‘추어탕은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한다’고 할 정도로 단백질·철분·회분·칼슘·비타민이 풍부해 숙취해소와 환자들의 회복식 및 체력보강을 위한 강장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추어탕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전북 남원이다. ‘남원 추어탕’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이 전국적으로 430개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남원 광한루원 주변에만 추어탕 전문 음식점이 30개나 밀집해 있다. 올해 휴가철에는 대한민국 명산인 지리산의 정취를 만끽한 뒤 남원의 추어탕으로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남 나주 ‘곰탕’ - 맑은 국물·부드러운 고기…밥알에도 육수향 배어나
곰탕은 양지머리와 사태, 소머리 등을 가마솥에 넣고 하루정도 푹 곤 것으로 국물 맛이 구수하고 시원해 여름철 속을 푸는 데 그만이다. 곰탕은 집에서 적은 양을 끓여서는 제맛이 안 난다고 한다. 구색 맞춰 고기 고르기가 어렵고 많은 양을 한꺼번에 푹 고아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곰탕 국물 맛은 양곱창·곤자소니 등 내장을 많이 넣느냐, 양지머리·사태 등 육고기를 많이 넣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음식점에 따라 곰탕을 끓일 때 넣은 사태 등의 고기는 먹기 좋을 만큼 썰어 양념간장이나 초장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전국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곰탕은 40~50년 대대로 이어 온 전남 ‘나주 곰탕’과 대구 달성 ‘현풍 곰탕’. 나주 곰탕은 육고기를 많이 사용해 국물이 맑은데 비해 현풍 곰탕은 고기와 뼈를 고아 국물이 진하고 우윳빛을 띠는 게 특징이다. 또 나주는 밥을 만 장터국밥 스타일이지만 현풍은 밥을 따로 내놓는 것이 다르다.
●대구 ‘양푼 찜갈비’ - 고춧가루·마늘 조화…매콤·담백한 맛 향수불러
대구 중구 동인동은 ‘양푼 찜갈비’의 본고장이다. 고춧가루와 마늘로 버무려 맛을 내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인 양푼 찜갈비는 서민들에겐 최고의 음식. 양은그릇에 담겨 나오는 찜갈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군침을 삼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양푼 찜갈비는 30여년 전 1970년대 초 동인동에 있던 한 선술집에서 공사장 인부들의 술안주 겸 반찬으로 찜갈비를 내놓은 것이 시작이다. 현재 동인동 골목엔 10곳의 찜갈비집이 성업중이다.
양푼 찜갈비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갈비를 찌고 담아내는 용기. 우리들에게 친숙한 양은그릇이다. 불 조절이 중요한 갈비의 특성상, 열전도율이 빨라 음식이 잘 졸여지는 반면 빨리 타지 않는 양은그릇이 찜갈비의 안성맞춤 조리기구로 변신한 것. 찌그러진 양은그릇 덕분에 더욱 눈길을 끄는 양푼 찜갈비는 그 투박한 모습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근한 음식이다.
●제주 ‘자리돔 물회’ - 뼈째 씹히는 자리돔 속살…자연 맛 ‘혼저 먹어봅서예’
자리돔만큼 제주도민들과 친숙한 어류는 없다. 자리돔은 회는 물론 젓갈·조림·구이·무침 등 예로부터 다양한 입맛을 선사해 왔다. 그 가운데 여름철 별미는 단연 ‘자리돔 물회’다.
된장으로 맛을 내고 채소와 함께 싱싱한 자리돔을 썰어 얼음을 둥둥 띄운 자리돔 물회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자리돔 자체의 고소한 맛까지 어우러져 한번 맛보면 다른 회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다.
자리돔 물회의 맛은 된장과 고기의 신선도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몇가지 안되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손맛’보다는 다른 제주 음식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맛’에 가깝다. 또 자리돔은 뼈째 먹는 생선이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자리돔은 4~7월이 제철이며, 자리돔 물회는 여름철 제주 여행 중 꼭 맛봐야 할 음식 가운데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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