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설치된 세계 최대 탄소 포집 시설 ‘매머드’. photo climeworks.com
기후 변화를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요즘 환경이 주요 관심사인 아이슬란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매머드’를 설립해 대기의 온실가스를 줄여나가고 있다. 바로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DAC)’ 시설이다.
‘매머드’로 탄소 포집 용량 4배 증가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6%를 차지한다. 100개의 공기 분자 중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기온이 100℃에 이를 만큼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게다가 공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문다. 이 때문에 전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비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재산림화, 재생 농업, 광물에 탄소 가두기 등을 통해 탄소를 줄이려는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직접 공기 포집(DAC)’이다. DAC는 재생 에너지원(지열)으로 구동되는 장치를 이용해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세계에서 DAC 분야의 대표적 전문기업은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다. 클라임웍스는 지난 5월 아이슬란드에 세계 최대 DAC 시설인 매머드(Mammoth)를 설립해 가동을 시작했다.
클라임웍스의 DAC 설립은 매머드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아이슬란드에 첫 번째 DAC 시설 ‘오르카(Orca)’를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에 설치해 가동했다. 이산화탄소 제거 능력이 연간 수천 톤에 달하는 오르카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금의 매머드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오르카는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오르카 이후 매머드의 본격 가동은 DAC 기술의 큰 진전을 나타낸다. 이산화탄소 제거 용량이 오르카의 9배나 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산화탄소 포집 진공 용기가 12개였지만 점차 그 수를 늘려 최종적으로 72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모든 작업이 끝난다.
진공 용기의 추가 설치가 완료돼 완전한 가동이 이뤄질 경우, 아이슬란드의 매머드는 매년 3만6000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이 같은 용량의 처리 효과는 7800대의 내연기관차를 없애는 것과 같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포집되는 이산화탄소 양(1만t)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클라임웍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는 DAC를 통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연간 포집 능력을 100만t(메가톤 규모), 2050년에는 10억t(기가톤 규모)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머드도 그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기후 예측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연간 3.5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1.5도는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이다.
그렇다면 DAC는 공기 속 낮은 농도의 이산화산소를 어떻게 선별해 포집할까. DAC의 원리는 간단하다. 매머드의 경우 864대의 거대한 팬(송풍기)을 돌려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와 잘 결합하는 ‘아민’ 성분의 흡착제를 바른 필터로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걸러낸다. 그 뒤 지열을 이용, 100℃까지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농축한 다음 저장소인 800m 지하 현무암질 지층에 주입(저장)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가 걸러진 공기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매머드’는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로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photo climeworks.com
지열 이용해 현무암에 저장
DAC의 원리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공기 속 0.004%의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기술 구현은 상당히 어렵다. 클라임웍스는 공기 속에서 걸러낸 이산화탄소를 현무암질 지층에 영구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땅 밑으로 집어넣는 작업을 아이슬란드 에너지·환경 공기업 ‘레이캬비크 에너지’ 자회사 카브픽스(Carbfix)에 맡겼다. 카브픽스는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를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다공성 암석층 깊은 곳에 주입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땅속 깊은 곳에 고립된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될까. 몇 년에 걸쳐 암석과 반응하여 수천 년 동안 안정적인 고체 탄산염 광물을 형성한다. 즉 현무암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서서히 돌로 변하게 된다는 얘기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반대했다. 그럴 경우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하려는 인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심해지자 DAC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만을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DAC 시설 운영을 위해선 막대한 열과 전력이 필요하고, 탄소 제거 비용 또한 톤당 1000달러에 가까울 만큼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2022년 DAC 기술을 사용해 10억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선 전 세계 총에너지 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하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오르카’나 ‘매머드’는 지열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가동시키고 있다. 활화산이 많은 아이슬란드의 땅 밑 1000~2000m 부분은 보통 180도 이상의 지열이 끓고 있다.
클라임웍스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비용을 2030년 톤당 400~600달러, 2040년 200~350달러, 2050년에는 100달러 선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사업 확장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클라임웍스는 케냐와 미국에서도 DAC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4억t이다. 이에 비해 현재 클라임웍스 매머드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3만6000t)은 이의 0.000096%에 불과하다. 따라서 DAC 시설이 더욱 대규모로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매머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DAC 기술이 성장하고 있다는 유망한 신호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7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