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만 소장이 설계한 별장, 도헌은 강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섬처럼 독립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집이다. 재미난 놀이와 편안한 휴식이 있는 리조트처럼 신나고 환상적인 ‘섬’으로의 초대.
상상하고 꿈꿔왔던 집이 눈앞에서 실제 현실로 옮겨진다면 어떨까. 맘속에 담아두었던 설계도가 하나하나 현실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아마도 흥분의 연속일 것이다.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의 김효만 소장이 설계한 ‘도헌(島軒)’이 그런 집이 아닐까 싶다.
>> 비정형의 공간에서 반듯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커다란 소파와 2층 높이의 천장에서 거
실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 같은 스타일리시한 샹들리에로 장식한 거실. 소파와 테이블
은 스타일리스트 홍희수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며 조명은 아르떼미데 제품이다.
먼저 앞마당에는 남한강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한 수영장과 아웃도어 다이닝이 가능한 테라스를 갖춰놓았다. 마당에서 바로 강으로 내려가 수상스키나 배를 탈 수 있고, 집 옆에는 바지선도 있어 여름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스파 시설과 바까지 갖춘 수영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멋진 것은 자연을 끌어안은 이 집의 구조다. 대지를 감싸듯 건물의 양옆이 살짝 꺾여 있다 보니 집 앞으로 흐르는 강과 산이 마치 내 것인 양 느껴지는 것이다.
>> 옥상정원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바라본 도헌의 외관. 불규칙한 대지의 모양을 따라 리드미컬한 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마당에는 스파 시설을 갖춘 수영장과 야외 테라스가 자리한다.
김효만 소장은 이 집에 섬이라는 뜻의 ‘도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고 불규칙한 땅의 모양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집은 정말 물에 떠 있는 섬 같기도 하고 배 같기도 하다. 건물의 양옆을 안으로 꺾어 외부와 분리하고, 마당 양쪽 계단을 통해 옥상정원으로 연결하는 순환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는 이 집을 더욱 독립적이고 프라이빗하게 만드는 장치. 잔디로 장식한 계단은 마당에서 시작된 자연이 계단을 거쳐 옥상정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계단이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섬세한 발상이 돋보이는 부분. 전체적으로 마름모 형태를 띠는 범선 모양의 외관도 이 집을 더욱 독특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경사면을 따라 철제 블록이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앨리스의 모험이 시작될 것처럼 한껏 호기심을 자아내는 블록은 내부의 방으로 연결되는 야외 통로. 각각의 방은 모두 계단을 통해 옥상정원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굳이 현관을 통하지 않고도 각자의 방에서 바로 야외로 연결되는,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구조다.
>>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당구대가 놓인 1층 입구. 당구대 외에도 카드룸, 바, 홈시어터 룸, 트레이닝 룸 등 홈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는 진정한 휴식을 위한 집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당구대. 큐와 공을 보관하는 벽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복도 형식의 기다란 구조를 따라 당구대를 지나면 지하 벙커처럼 숨겨놓은 공간이 나타난다. 아이의 놀이방으로 사용되는 이곳에는 분홍, 노랑 등 색색의 앙증맞은 주니어 팬톤 체어와 테이블, 각종 장난감들이 놓여 있다.
>> 차가운 콘크리트 베이스의 침실에는 오렌지, 그린, 옐로 등 따스한 컬러로 포근함을 줬다.
집 안의 가구들은 스타일리스트 홍희수가 직접 디자인하고 스타일링해 꾸민 것. 스틸과 콘크리트 등 차가운 소재로 지어진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가구는 내추럴한 나무 소재와 포근한 컬러의 패브릭을 선택했다. 놀이방 옆으로는 자줏빛의 모던하고 편안한 소파 세트가 놓인 거실과 심플하고 모던한 다이닝 공간과 주방이 배치되어 있다. 집을 설계하면서 페치카, 식탁, 수납장, 싱크대 등은 공간에 맞춰 붙박이장처럼 설계돼 실내가 좀 더 통일감 있어 보이는 것도 이 집의 특징. 주방을 지나몇 계단 오르면 강을 배경으로 한 서재가 나타난다. 1층과 2층의 중간에 위치한 서재는 물 위에 떠 있는 듯 자연에 잠긴 듯 고즈넉하고 서정적이다.
>> 좌_2층에서 내려다본 아이의 놀이방. 색색의 팬톤 주니어 체어가 앙증맞다.
우_하얀 상자 같은 침실과 화장실이 늘어서 있는 재미난 발상이 돋보이는 2층.
공간과 공간의 연결과 분리는 모두 계단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재미나다. 반지하에 자리한 놀이방에서 계단을 오르면 거실이 나오고 거실에서 두세 계단 오르면 주방, 다시 몇 계단을 오르면 서재가 나타나고 이어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는 식이다. 마당의 계단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내부의 공간도 단계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 거실에서 다이닝 공간으로 이어지는 넓고 환한 실내. 페치카, 선반, 식탁, 수납장 등을 콘크리트로 제작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줬다. 벽과 문을 두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 있는 실내는 계단으로 공간을 연결하고 분리한다.
>> 식탁, 싱크대, 수납장이 하나로 연결된 일체형 가구가 놓여 있는 주방. 날개 모양의 샹들리에는 아르떼미데 제품이다.
1층에서 보면 여러 개의 화이트 박스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2층에 자리한 침실과 욕실이다. 우주선처럼 공간에 부유하는 상자 속에는 개인 공간이 숨겨져 있다. 이보다 더 개성 넘치는 집이 있을까 싶다.
>>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는 경사면에 볼록 솟아 있는 철제 블록. 문을 열면 각자의 침실로 들어갈 수 있다.
서재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기다란 복도를 따라 일렬로 침실과 욕실이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다. 미래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2층 공간은 탐사를 하듯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아이방을 비롯해 마스터 룸과 게스트 룸으로 나뉜 침실은 오렌지, 그린 등 저마다의 컬러 컨셉트로 꾸몄다. 모든 방에서는 계단을 통해 옥상정원으로 나갈 수 있으며 전면의 창을 통해서도 언제든지 자연과 호흡할 수 있다.
>> 서재에서 바라본 1층. 건물의 양옆을 마당 안쪽으로 살짝 꺾어 전체적으로 대지를 감싸듯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복도를 지나 서재 높이만큼의 계단을 내려가면 서재 반대편에 자리한 헬스 룸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하는 운동은 그 효과도 배가될 것 같다. 이곳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유리 부스가 나타난다. 카드 룸과 바, 홈시어터 룸이 있는 이곳은 유리로 공간을 분리해 외부와 차단되는 것을 막으면서 독립적인 룸으로 꾸며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 2층에서 내려다본 모던한 주방 풍경
당구대, 놀이방, 수영장, 홈시어터 룸, 카드 룸…, 엔터테이닝의 요소를 두루 갖춘 이 곳은 진정한 놀이와 휴식을 위한 집이다. 꿈꿔왔던 공간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완성한 공간, 도헌. 즐겁고 재미난 일이 가득한, 이름처럼 외따로 떨어져 자연과 소통하는 환상적인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