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주일학교 탐방기] (2)상도제일교회 청소년부
더뎌도 ‘스스로 결단’ 단단해지는 신앙 근육
예배 집중 위한 ‘휴대폰 호텔’, 개근 유도하는 ‘무지개 주일’ 통해 자발적 훈련 강화
정기적 기도회로 기본 신앙생활 습관 잡아주며 ‘선한 삶의 예배’ 정립에 사역 초점
벽에는 ‘호텔’이 ‘걸려’있다. 이른바 ‘휴대폰호텔’이다. 아이들의 서로 다른 개성만큼이나 알록달록, 울긋불긋 각기 다른 모양과 빛깔의 온갖 휴대폰들이 마치 한 나무에서 자란 열매들처럼 나란히 어울려 있다.
상도제일교회(조성민 목사) 청소년부 학생들이 주일아침 교회당에 나와 맨 처음 하는 일은 휴대폰호텔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 헌금봉투를 빼고, 그 자리에 자신의 휴대폰을 예배가 마칠 때까지 꽂아두는 것이다. ‘예배시간에는 휴대폰도 좀 쉬게 하자!’고 아이들을 설득한 결과이다.
중고등부 또래의 아이들에게 예배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예배 그 자체가 억압적이고 지루한 느낌으로 다가와서도 그러하겠지만, 늦잠 과외 TV 그리고 요즘은 스마트폰까지 예배로 오는 길을 가로막는 무수한 유혹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휴대폰호텔은 그 장애물 중 하나를 걷어내기 위해 고안한 ‘첨단 장치’이다.
오늘은 상도제일교회 청소년부의 ‘무지개주일’이다. ‘무지개’는 영아부에서 고등부까지 상도제일교회의 일곱 개 주일학교 부서를 아우르는 브랜드 ‘RAINBOW’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지각과 결석이 없이 개근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무지개 주일 아침에는 각 반 담임교사들의 손놀림이 유난히 바빠진다. 일주일이면 두 세 차례 ‘문자심방’ ‘카톡심방’을 하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는 더욱 자주 그리고 글자 하나에까지 세심하게 메시지를 보낸다. 예배가 시작되기 1시간 전 미리 나와, 교사기도회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소위 ‘묵념자세’로 폭풍 같은 문자공세를 벌이는 교사들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혹시 주중에 학생 전화심방 안 하신 분들 없으시죠?”라는 질문에 곧바로 “실례되는 질문이십니다!”라며 ‘발끈’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한 번 해 본 소리지.” 그리고 한 차례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웃음. 긴장이 풀린다.
교사들의 이런 독려 속에서 예배의 자세가 잠시 흐트러졌던 아이들도 무지개주일을 통해 스스로를 추스를 기회를 얻는다. 학기가 시작되고 주춤한 듯 보였던 고3들까지 이 날에는 제법 많은 얼굴들이 일찌감치 나타났다. 지난 토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부터 조조영화를 보고, 점심파티를 열며 응원해주고자 애를 썼던 고3 담임선생님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청소년부 담당 문정윤 목사는 “올해에는 우리 아이들이 공동체예배를 통해 은혜를 체험하고, 그 은혜로 세상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삶의 예배로 나아가도록 사역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우선 예배를 비롯해 기본 신앙생활의 습관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주는 것이죠. 억지로 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결단에 의해서 습관을 형성하도록 노력중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청소년부의 이와 같은 노력은 주중에도 이어진다. 굿모닝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아침 7시에 모여 기도훈련을 하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매일 같이,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기도회를 진행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중학생들이,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고등학생들이 굿모닝기도회에 참여한다. 주로 집에서 교회까지 거리가 가까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일찍 교회당에서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기도회를 마친 후에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음식을 먹여서, 교회에서 학교까지 차로 등교시킨다.
주일학교 전 부서가 다 같이 참여하는 스파크기도회는 매월 첫 주 금요일 저녁 9시에 진행된다. 스파크기도회는 장년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금요기도회를 한 달에 한 번씩 주일학교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기도제목들을 가지고 합심기도하는 전체 집회가 마친 후에는, 모든 학생들이 강단으로 올라가 부서별로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2년 동안 진행된 스파크기도회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이제는 기도회 단골멤버가 된 학생들의 수도 많이 늘었다.
모든 훈련과 노력들이 한꺼번에 열매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휴대폰호텔에는 많은 방이 비어있고, 무지개주일에도 설교가 끝날 때쯤에서야 나타나는 지각생들의 습관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열정적인 설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반응은 미지근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빈틈들은 결국 서서히 채워질 것이다.
청소년부 부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집사는 “빠르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예배태도나 신앙자세가 조금씩 변해가는 긍정적 신호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더욱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상도제일교회 다음세대에 이렇게 투자한다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 교육부서에는 일곱 명의 교역자가 배치되어있다. 각 교역자들은 해당 교육부서의 사역에만 전념하면 될 뿐, 다른 사역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문정윤 목사도 마찬가지다.
문 목사는 주일사역 외에도 토요일의 제자훈련과 아웃캠퍼스,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이어지는 굿모닝기도회, 그리고 학교심방까지 청소년부에서 이루어지는 갖가지 사역들을 모두 감당한다. 주말사역은 장년층 교사들이, 주중사역은 청년대학생 교사들이 돕고 있어도 사실상 교역자가 책임지는 몫이 절대적이다.
특히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내내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전도사역은 강행군 수준이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주로 교회 아이들이 많이 재학 중인 주변 학교들 위주로, 금요일에는 비교적 원거리학교들 위주로 방문사역을 펼친다.
사실 상도제일교회가 대형교회 사이즈를 가진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부서별 전담사역자를 둘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다음세대에 교회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당장은 모험이고 부담일 수 있지만 조성민 담임목사는 ‘하나님나라와 은혜의 지경을 넓혀가기 위해서’ 다음세대 교육체계를 견고히 세워나가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힌다.
다음세대를 향한 상도제일교회의 적극적 후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은 전도지이다. 통상 복음의 개요를 설명하고, 교회를 소개하는 형태로 제작되는 일반 전도지들과 달리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의 전도지는 쿠폰북 형태로 만들어진다.
교회와 제휴를 맺은 주니어의류점, 패스트푸드점, 키즈카페, 예체능학원 등으로부터 최대 20%까지 할인혜택을 볼 수 있는 쿠폰들을 모아 책자로 만들고, 여기에 주일학교 각 부서를 중간중간 소개하는 형태이다. 여간해서는 버리기 아깝고, 두고두고 들여다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 출신으로 현재 인기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주연으로 출연 중인 박세영씨와 프로농구 삼성썬더스 선수로 활약 중인 유성호씨 등 인기스타들을 모델로 활용해 전도지는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 교회가 전도지 제작을 위해 함께 뛴 결과이다.
상도제일교회 주보에는 장년중심의 예배 순서와 소식 뿐 아니라 주일학교 각 부서의 주요일정과 기도제목들까지 두루 담겨있다. 청소년부를 비롯한 주일학교의 행사나 중요한 소식들이 주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이 아이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 지는 명약관화하다. ‘애들아, 우리는 너희에게 관심이 있어. 항상 너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 중이야!’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 아이들은 외로울 겨를이 없다.
핵심가치는 ‘하영이행’ 비전 찾기는 공격적으로
‘하영이행(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은 상도제일교회의 영구표어이자 주일학교를 끌고 가는 가치이기도 하다. 청소년부에서는 그 가치를 학생들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상반기에 진행되는 해외 단기봉사나 아웃캠퍼스(Out Campus)와 같은 사역이 대표적이다. 아웃캠퍼스는 주5일제 도입 이후 본격화된 주말 프로그램이다. 봉사활동 체육대회 현장체험 등 다채롭게 꾸며지는데, 모든 계획과 일정 그리고 예산까지도 학생들 스스로 구상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더십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단기봉사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비전트립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인도네시아로 해외 봉사를 떠난 중학생 멤버들은 한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오카리나를 비롯한 악기들을 직접 가르치고, 선교센터의 청소와 장식까지 맡아 섬겼다. 요즘에는 여름방학 기간 한국으로 초대할 고아원 아이들의 항공권을 마련해주기 위해 용돈을 모으느라 여념이 없단다.
문정윤 목사는 “복음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소금으로서 삶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깨달은 복음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이나 SNS를 통해, 그리고 몸으로 섬김을 통해 나타내도록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한다.
‘레인보우’는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를 상징하는 브랜드이자 일종의 개념도이다. 레인보우(RAINBOW)의 영어철자 하나하나는 각 부서의 특성을 뜻하는 머리글자로, 교육학에서 말하는 ‘발달과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예를 들어 A에 해당하는 영어부는 ‘안정감을 주는(Area of comfort)’로, N에 해당하는 유년부는 ‘기초를 다지는(New grounding)’으로 표현한다.
현재는 청소년부라는 하나의 부서로 통합되어 있지만 당초 중등부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자기정체성과 비전을 발견하는 O(Open your eyes)의 과정이고, 고등부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교회와 세상을 섬기는 W(We’re impacting)의 과정이다. ‘나비 잡아라’라는 타이틀로 대표되는 청소년부의 하반기 사역은 여기에 초점을 둔다.
나비는 ‘나의 비전’을 뜻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장차 자신의 삶을 드려 헌신할 하나님나라의 영역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주일에는 4주 동안 직업과 사명 등에 대한 설교와 분반공부가 이루어지며, 토요일에는 직업체험, 멘토와의 만남, 나의 재능 찾기 등의 일정이 운영된다.
상도제일교회 주일학교를 거쳐 자란 젊은이들이 더욱 능동적이고 도전적일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정성을 다해 투자하는 교회의 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기독신문 2014년 07월 12일 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