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교구
다락골 ‘줄 무덤’ 순교성지
-37위 순교자들의 묘
충청남도 청양군 화성면 다락골길 78-6
성지 연락처 041-943-8123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 나들목에서 나와 바로 우회전 후 직진하면 4차선 새 고속도로가 갑자기 좁은 2차선 시골길로 바뀐다. 이 길을 곧장 따라가면 청양군 화성면 다락골 ‘줄 무덤’ 순교성지가 나온다. 시골길 도로에 들어서면 포장도로마다 여지없이 벼를 말리고 있었다. 인심이 좋은지 동네 앞 도로에 널어놓은 벼는 며칠씩 밤새워 말리는 것 같이 보였다.
길가 감나무에 익은 감 홍시들이 먹음직스레 유혹하고 있다. 빨간 감 홍시들을 주인이 거두고 나면 달랑 까치밥만 대롱대롱 나무에 썰렁하게 남아 어디선가 날아올 까치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청량 다락골 줄 무덤 순교성지에 도착하니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가더니 순식간에 사방에 어둠이 깔린다. 대전의 해는 일찍 넘어가는 듯 느껴졌다. 일몰이 되니 객지에 나온 나그네의 마음이 조금 쓸쓸해지는 것 같다. 성지 내에 있는 줄 무덤은 1866년 병인박해 때 홍주(홍성)와 공주에서 순교한 교우들의 무덤이다. 소나무 사이로 오솔길을 오르면 줄 무덤은 세 구역으로 되어 있는데 총 37기(본래 40기)를 만난다. 이 줄 무덤은 병인박해 시 천주교를 신봉하다가 홍주 감옥에서 순교한 이곳 출신 교우들의 묘다.
야음을 이용해 이곳에 시신을 옮겨 매장했다고 하는 천주교인의 줄 무덤이다. 이 마을은 경기도 과천에서 순교한 최경환 성인과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1982년 11월 23일 청량 천주교회 방윤석 신부에 의해 묘지가 정화되고 무명 순교자의 묘지가 세워졌다고 한다.
병인박해 때 치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무덤 안에 한 가족이 모두 묻혀 있다고 전해내려 오고 있다. 무덤 하나에 세 명이 묻혀 있다고 보아도 순교자는 100여 명이 넘는 전국 최다 순교자 묘지가 된다. 무덤의 봉분이 100여 년이 지났지만 보통 무덤보다 유난히 크다. 가까운 해미성지가 무명 순교자를 제일 많이 낸 땅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의 무덤이 있는 곳이 이곳 다락골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줄 무덤 성지를 둘러보니 순교의 핏물이 흘러 이 산자락에 진달래꽃으로 피어난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 피의 꽃잎들은 골고타의 십자가에서 흘러내려 이 어둠의 세상을 밝히는 거룩한 성혈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