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후기] 2월 셋째주 바름폭
등반지 : 명성산 바름폭[24년도 정승권 등산학교 동문빙벽 축제]
날짜 : 2024년 2월 18일
날씨 : 오전 -4 ° 맑음, 오후 +6° 흐리다 비
참석자 : 김연숙, 박정호, 박종관, 송진철, 송청용, 엄재원, 윤창섭 이상 7명
[2024년도 동문빙벽축제]
며칠 전 카톡방이 개설됐다(2/13일).
'24년 동문 등반대장 방' 주관산악회인 산빛산악회 등반대장님이 5개 산악회 등반대장을 모아 만든 단체톡이다.
집행부는 소속회에 봉사하는 자리이고, 나아가 동문행사가 있을 때 행사 등의 진행을 위해 의견을 조율해야하는 사람들이니 진작에 등반대장 간 커뮤니티가 있었어야 했다(바름이 주관일 때..., 그 전 동문회가 주관일 때 왜 단체톡이 없었을까? 생각해본다).
동문 빙벽 축제를 바름폭에서??
올 해 동계시즌 등반은 너무 짧았다.
판대는 개장한지 약 1주일만에 폐장할 수 밖에 없었고, 기타 다른 빙장들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설악산도 동계 시즌 빙벽 허가를 3주만에 종료했고,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양구 용소빙벽장은 이용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어서 주말클라이머인 동문들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해진 곳이 '바름폭'이라고 생각했다.
올 해 주관회는 산빛회이다.
내가 첫 빙벽축제를 경험했던 시기가 2014년 경이었으니,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후 코로나 등 이유로 빙벽축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 시기에 입회한 회원들은 빙벽축제의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고 치뤄지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을 것이다.
[2014년도 동문빙벽축제]
당시 판대의 상황은 이랬다.
2014년도 2월, 당시 내가 본 판대의 아침은 각 회의 대장님들이 빙벽 상단에 로프를 고정하고,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좌우로 오가며 락카로 문제를 출제하고 있었고, 동문 회원들은 빙벽 앞 자갈밭에서 서로의 사이트를 구축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전날 새벽까지 열심히 들이킨 술로 타들어가던 속을 다시 술로 해장하며 왁자지껄 축제 준비를 시작했다.
[바름폭]
'월간산' 기사에 소개된 바름폭은 아래와 같다.
명성산 바름폭포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992.6m)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험한 산으로 사면이 급하고 짧아 겨울이면 여러 개의 빙폭이 형성된다. 그중 바름폭포는 바위와얼음산악회가 인공빙폭으로 개발해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안고개 동쪽 골짜기 안에 위치한 폭포로 높이는 15m 정도다.
본래 이 폭포는 절벽 오른쪽으로 3~4m 정도 좁게 어는 빙폭이었으나, 물길을 돌려 얼린 결과 훌륭한 인공빙폭이 되었다. 수량이 좋고 날씨가 좋으면 80~90도 각도의 약 20m 폭의 넓은 빙폭이 형성된다. 맨 왼쪽 루트는 초보자 프런트포인팅 훈련에 적합하며, 중간 및 우측 루트는 중급자, 가장 우측 루트는 고급기술을 연마하기에 적합하다.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그렇다, 바름폭은 매년 바름산악회가 얼린다.
바름폭에 도착하려면 약 40여분 정도의 어프로치와 얼어붙은 경사 구간을 로프를 잡고 올라야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병풍처럼 펼쳐진 빙벽에 도착하게 된다.
바름폭은 매년 12월 첫째주 1차로 폭포 물길을 돌려 호스작업을 마친 후 회원들과 함께 매 주 찾아 보수작업을 거친다(감독 : Blue Dragon. Song).
물의 흐름이 끊기거나 낙엽 등이 들어가면 호스 중간이 얼어버리기 일쑤였고, 가재가 들어가 호스를 막아 얼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얼어버린 호스를 녹이기도 해야했고, 교체하기도 해야했기에 두터운 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매 주 찾아와 보수작업을 해둬야했다.
그렇게 약 4~5주간의 호스작업을 마치면 아래와 같은 멋찐 빙벽이 만들어진다(만세 만세 만만세!!!^, 저작권? : 등반사랑 이두언 형님).
그러나, 바름폭도 2024년도의 따뜻하고 들쭉날쭉했던 겨울을 이겨내지 못했고, 매년 단단하게 얼었던 빙벽은 뜨끈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2월 초순의 명성산 산안고개의 기온은 영상이었고, 늘 눈이 수북히 쌓여 있던 등산로는 질퍽질퍽한 진흙길로 변해버렸으며 어프로치 중 볼 수 있는 계곡에도 얼음이 아닌 세찬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주관산악회]
정승권등산학교는 5개의 동문 산악회를 낳았다.
[골수산악회, 늦뫼산악회, 등반사랑, 바름산악회, 산빛산악회]
과거에는 등산학교를 졸업하면 학교에서 동문회에 공평하게 학생을 배정해 주었지만, 현재 동문회에 가입 여부는 학생의 선택이다. 주관회는 매년 돌아가면서 맡고, 이듬해에 다음 회로 넘겨준다. 그래서 작년에 바름회였고, 올 해 산빛회가 주관산악회를 맡게 되었다.
산빛회는 등반열정도 좋고, 교육열도 좋아 신입회원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행사 준비가 일사분란하고 짜임새 있게 되고 있었다. 빙벽축제 전야에는 펜션을 통째로 빌려 산빛회에서 준비한 돼지 바베큐와 주류 및 음료로 동문 화합의 장을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얼핏 얼굴만 알고 있거나 초면이던 동문들과 통성명 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빙벽 루트 세팅]
우리는(등반대장팀) 등반대장 톡에서 공지한 바와 같이 토요일 11시에 바름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도착해보니 며칠전 내린 습설이 벽에 수북히 쌓여 있었고, 날씨가 따뜻해서 얼었다 녹기를 반족헸는지 표면의 눈이 달라붙어 있었다. 등반사랑 최성중 대장과 둘이 주마로 올라 빙벽에 붙은 눈을 쓸어내니 이내 깨끗하고 몽글몽글한 빙벽이 모습을 드러났다.
이제는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기록한 내용과 같이 코로나 시기에 입회한 회원들은 빙벽 루트 등 세팅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경험이 있는 동문들도 있겠지만, 오늘은 이 자리에 없었다. 가급적 주관산악회의 의견을 따르려고 했지만, 단순히 오르는 직상 루트는 초심자들에게는 완등의 기쁨을 줄 수 있지만, 그레이드가 있는 동문들에게는 심심한 루트가 될 수 있었기에 루트세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이 또한 등반대장들끼리 미리 상의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쩔 수 없이 바름산악회 박종관 회장님께서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빙벽에 얹혀 있던 눈을 제거하고 나니 14시, 회장님이 올라오셨다. 기존 직상으로 계획했던 루트를 설명드리니 맘에 들지 않는 눈치다;;. 나도 최대한 주관회의 의견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했지만 이미 올라오면서 루트를 생각하고 온 눈치다(우리의 의견을 귓등으로 들으시는 것 같았다^^).
루트는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하단에 이어진 빙벽에 구멍을 내어 오버행처럼 보이게 만든 후 좌측부터 우측으로 우상향하게 이어진 루트를 만들기 시작했다(내 주식이 이 그림이어야 하는데...).
노랑루트와 파랑루트
노랑루트는 남자 개인 예선과 여자 개인, 파랑루트는 남자 개인 결승 루트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단체전 루트는 일요일 당일 주관회에서 계획한대로 직상해서 시간을 재는 스피드 형식으로 치뤘다(3인 1조, 남여구분 없이, 개인별 시간 합산해서 최소 시간을 기록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
[일요일]
09:30
바름폭이 어렴풋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이미 주관회에서 올라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대회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랜만에 치르는 행사 답지 않게 주관산악회는 대회방식, 안내 및 진행 등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의 출전 선수는 고작 4명 그 중 루트를 세팅한 회장님은 남자 개인전에 참가할 수 없었다(합당한 기준이었다).
첫댓글 정호형 청용형 회장님 진철 엄대장 총무님 이현이 다들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글구 이케 멋진 형들이 있어 너무 뿌듯한 날이었어요 감사합니다~~^^
형도 즐거웠지?^^, 울릉도 잘 다녀오시고~
@재원[무눈] 바름폭 정리 잘 부탁혀~~^^
바름 만세!
참 재미있게 잘써~~ 주식ㅎㅎㅎㅎ 고생많았습니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