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8일 (세계일주여행
319일차 / 고아 빨로렘 2일차)
제가 지내게 된 숙소는 지붕이 기와지붕이고 천정은 나무 대들보에 판자로 얽어놓은
집인데 천정을 큰 비닐로 가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비닐 안에 쥐가 한마리 사는 모양이예요. 밤새 비닐 위를 뛰어다니는 소리에 아주 미치겠더라구요. 쥐와 함께 앞으로 10일을 살아야 할까봐요..
음..
아침에 동호군이 이사를 왔습니다. 23일밤까지 함께
지내게 되겠네요.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좋은데가 있다더군요. 빨로렘 비치 해변 남쪽 뒷길(상가들이 몰려있는 길)에 있는 ‘Brown Bread & Health Food’라는 식당인데 가보니 동호군하고 함께 안주나에서 빨로렘으로 내려왔다는 여자분 두
분이 와 계시더군요. 네 명이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이 집 완전 초강추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좋았던 아침이라면 역시 리시케시의 ‘Bluemoon Café’입니다만
이집에서 오늘 아침에 먹은 50루피짜리 ‘바나나 팬케익’은 제가 여행중 먹어본 1달러짜리 팬케ㅤㅇㅣㅋ 중 최강이고요.. 25루피짜리
카푸치노 커피도 정말 제대로 나오더군요.
그 외에도 다른 음식도 다 적당한 가격에 하이 퀄리티를
가지고 있더군요. 앞으로 아침은 여기로 항상 고정입니다.
아침을 먹고나니 벌써 11시. 해변으로 나갈 시간입니다.
여자분 두분과는 나중에
한적하다는 해변 북쪽에서 오후에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숙소인 Rainbow 레스토랑에서 30루피짜리 킹맥주 한병씩 시켜 놓고 휴식에 돌입했습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이나
태국이나 맥주 많이 마셔 봤지만 맥주값은 고아가 제일 싼 것 같습니다. 아.. 왠지 술독에 빠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침 햇살 속에서 사람들은 벌써 물속에 몸을 담급니다. 저도 물에 한번 첨벙~ 들어갔다 왔는데요.. 뭐랄까… 물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습니다만 바닥은 고운 모래이고 깊지 않아서 수영하기는 좋더군요. 물맛은 역시 짭니다~
저도 나중에 저 야자나무 위에 누워서 사진 한 장 찍어봐야 겠습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오자 해변 북부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해변 입구(해변으로 접근하는 메인 도로 앞)의 포장마차에서 40루피짜리 치킨초우면으로 점심을 먹고 북부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빨로렘 해변의 북쪽을 보면 작은 해변이 하나 있는데 아침 밀물때는 물에 잠겨서 못 넘어가고 점심 후 썰물이 시작되면
길이 드러나서 걸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장사치들도 없고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안그래도 한적하고
평화로운 해변이 더 평화롭습니다.
거의 북쪽해변 끝까지 다 왔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사장 위에는 게들이 파 놓은 작은 구멍들이 많이 드러나 있습니다. 뒤로는 빽빽한 야자수에 둘러 쌓인 2km가 넘는 빨로렘 해변이
펼쳐집니다.
조금 있으니 여자분 두 분이 오셨습니다. (이름을 여쭙지 않아서… 두 분 다 컴퓨터 엔지니어이고회사 선후배 사이인데 한분은 스리랑카에서 2년간 코이카 자원봉사자로 일하셨다가 오셨다고 하더군요) 4명이서 정말 신나게
수영하고 색색깔의 고동도 줍고 저는 해변에 나무도 한그루 심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바닷물이 깊지 않아서 한참 안으로 들어가도 허리 아랫쪽입니다. 바다 위에서 빨로렘 비치를 찍어 봤습니다.
거의 해질녘까지 놀다가 다시 메인비치로 돌아옵니다. 저녁무렵에는 바닷물이 아주 멀리까지 빠져 나가서 완만한 모래밭이 다 드러납니다. 물에 굳어서 단단해져 있고 경사가 거의 없어서 이시간 쯤이면 해변에서 크리켓이나 축구, 배구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어디에서나 크리켓을
한다지만 이렇게 해변에서 하는 운동이야말로 정말 재미있지요. 한국인들이 많다면 여기서 ‘군대스리가’의 위력을 보여 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숙소에 가서 샤워를 하고 다시 해변으로 나와서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여자분 2분은 내일 아침에 함피로 떠나시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이라 식사 후 맥주도 한 잔
마셨습니다. 약간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여자분들 숙소 2층의 Bar로 가서 올드몽크(인도 양주)를 한잔씩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Bar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서 누가 아는 척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돌아봤더니 앗! 드디어 델리에서 저에게 빨로렘으로 오라고 했던 바로 그 분! ‘라다’씨가 완전 아프리카 흑인처럼 새까맣게 타서 서 있더군요.
라다씨는 3년전 맥그로드 간즈에서 만난 영국인
‘아담’과 커플인데 이 커플은 1년에 6개월은 영국에서 살고 5개월은 3년째 빨로렘에서 살고 1달은 한국에서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빨로렘 주민이나 마찬가지인데요.. 한달 전에 델리 ‘인도방랑기’에서 만나서 저에게 빨로렘으로 오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참 우연히도 이제 만났네요! 빨로렘에 살지만 빨로렘 비치보다는 아랫쪽의 ‘빠뜨남비치’나 더 조용한 해변에서 주로 있기 때문에 만나기 쉽지 않았을텐데 참 신기하다면서 함께 술자리에서 1시간 가량 즐겁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분의 여자분들은 두 커플을 한없이 부럽게 쳐다보고… 저와 동호군은 라다씨가 오늘 김치를 4가지나 담궜으니 밥먹으러 오라고
해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또 아담이 오토바이를 3대나 가지고 있는데 저에게 공짜로
빌려주겠다고 해서 완전 기분 좋았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술자리는 거의 12시까지 계속 되었고 내일 아침에 떠나야 하는 두 사람과 아쉽게 작별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밤새 천정에 살고 있는 쥐선생이 소란을 떨겠지만 술 좀 마셨으니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고아에 왔더니 우다이뿌르나 자이살메르에서 장기체류 할 때와는 좀 느낌이 다르네요. 역시 남국의 땅. 한없이 나른하고 늘어지는 나날이 계속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