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08 S/S 서울컬렉션 박춘무 디자이너 쇼에 다녀왔다. 박춘무란 디자이너 이름만 알고 있었지 그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게 없었고,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남자인 나에게는 여성복은 여전히 낯선 분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쇼 관람을 통해 박춘무의 패션과 여성복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간 기분이 든다.
쇼 처음부터 의상 컨셉이 올해의 강력한 트렌드였던 퓨처리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대 세트며 음향, 조명 그리고 옷과 모델의 헤어 메이크업이 모두 퓨처리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리믹스가 가미된 신비로우면서 몽환적인 음악은 예전에 패션 TV에서 봤던 디자이너 닐 바렛의 쇼에서 들어본 듯한 음악 같았다. 무대 조명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나 볼 수 있을 법한 분위기가 S/S 시즌에 쓰인 것이 색 다르게 다가왔고 런웨이의 안개가 낀 것 같은 느낌이 우주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돋워주었다.
의상은 대체로 실버 또는 블랙 계열의 컬러였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화이트 계열에 레드를 포인트컬러로 사용한 것이 두드러졌다. 모델들은 짧은 머리로 성별을 알 수 없는 이미지를 자아냈고 머리의 앞과 뒤에 의상의 무늬에 맞춰 흰색으로 무늬를 넣었으며, 메이크업 역시 화이트와 실버 컬러로 베리에이션을 주어 의상과 통일감 있게 전개되었다. 구두 코는 뾰족한 느낌이 없어지고 두꺼운 느낌의 딱딱하고 각진 에나멜 소재로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소재는 쉬폰과 샤, 니트 등이 주로 쓰였으며 피날레의 드레스는 특히나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걸 본 순간 영화 스타워즈가 떠올랐다. 모델 노선미가 입고 캣워크하는 모습은 마치 아미달라 여왕이 영화 속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 그라데이션으로 점점이 진하며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동그라미 무늬가 우주의 어느 행성들처럼 느껴졌고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실루엣은 의상의 조형성을 더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쇼 타임은 불과 20~30분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을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것을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만의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세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쇼가 더욱 뜻 있게 다가오는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