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림절 음악피정과 음악미사 초청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본당 성가대 지휘자와 나눈 소통 내용을 올립니다.)
지휘자님께 드립니다.
가을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12월 17일 청학성당 초청행사의 일환으로 계획된 음악미사와 관련하여 지휘자님께서 카톡으로 보내주신 견해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가톨릭교회 전국 여러 교구행사와 본당 행사에서 헤아릴 수 없이 진행되어 왔던 ‘생활성가 음악미사’에 대해 지휘자님께서 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셔서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김정식 로제)와 지휘자님과 그 동안 나눈 대화를 여기 옮겨 보겠습니다.
2013년 10월 13일(금)
김정식 로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정식 로제입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전번 주셨습니다. 12월17일 교중미사를 생활성가 미사로 하기로 했기에 성가대에서 선창을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반주음악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주시면 선곡(시안)표와 악보파일을 보내어 드리겠습니다.
지휘자 : 신부님께 아직 하달은 받지 못했으나 단장님이 어제 밤에 전화를 해서 들었습니다. 주일. 미사 후에 신부님 뵙고 더 자세한 말씀 듣고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2013년 10월 16일(월)
김정식 로제 : 잘 지내셨는지요? 신부님과 잘 의논되셨는지요? 확인해 주시면 미리 연습해 보실 수 있도록 선곡과 악보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지휘자 : 신부님과 면담을 했습니다만 교중미사에서부터 생활성가로 부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냐고 말씀은 드렸는데요. 악보를 보내줘 보세요. 교중미사 전례 안에서 사용해도 좋을지 검토를 해보고요. 신부님과 더 상의를 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 성가대는 성탄대축일곡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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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과 악보를 보내기에 앞서 의아한 점이 있어 저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파리음악원(고등국립음악원)에서 초청유학으로 그레고리안과 지휘법 그리고 교회음악을 공부했습니다. 60평생을 가톨릭교회에서 살았고, 지난 2015년에 ‘척박한 한국가톨릭교회의 성음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어 가톨릭대상(문화부문)을 받았습니다. 그런 제 입장에서 외람되이 나누고 싶은 말씀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1. ‘교중 미사전례 안에서 사용해도 좋을지?’ 라는 말씀은 전체교회 전례음악위원회의 현재 상황을 잘 모르고 하신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지금 까지 ‘공식성가집’이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교회적 입장에서 보면 모두 일단 불러보는 ‘시안’이었을 뿐입니다. 한국의 문화적 상황을 고려하고 토착화된 사목을 장려하기 위하여 사목책임자에게 매번 한시적 권한을 주어 사용토록 묵인된 것입니다.
그렇게 한시적인 묵인(허락)과 시행을 거친 결과, 교회는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공식성가집 발간계획’을 5~6년 전부터 해 왔습니다. 지난 수 년 간 전례위원회 여러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음악인들이 연합하여 각고의 고심과 노력 끝에 이제 곧 최초의 공식 성가집(가톨릭 성가집) 출간을 앞두고 있고, 12월 17일(일) 교중미사에 부르려고 하는 성가들은 이미 가톨릭성가로 대부분 선정되었기에 ‘생활성가’이기도 하지만 미리 불러보는 ‘가톨릭성가’인 셈입니다.
오래전에 ‘미사전례에 사용되어도 좋다’고 주교위원회가 허락한지 20여년 가까이 되었구요. 실제로 전국 모든 성당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사용해도 좋을지’ 검토해 보시겠다는 것은 재고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2. 또 한 가지는 그날 교중미사에서 쓰일 전례음악에 대해 사목책임자와 의논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전례에 사용해도 되는지’와 ’사용 결정‘에 대해서는 의논내용을 참고삼아 사목책임자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그럴 수 있느냐? 없느냐?‘ 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가톨릭교회의 공식입장이 그렇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 현재 청학동본당 성가대가 성탄대축일곡들을 준비하는 일 때문에 준비나 연습할 시간이 없으시다면 성가대는 돕지 않으셔도 무방하리라고 여깁니다. 성가대와 선창을 연합으로 하는 것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겨져서 그리 성가대에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또한 성가대원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30여 년 동안 가톨릭교회 안에서 애창되어 왔기에 일반 회중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노래들입니다.
4. 마지막으로 ‘교중미사에서 생활성가를 부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냐?‘는 말씀에 대해서는 지금 까지 전국 모든 교구의 본당공동체의 요청에 의하여 그렇게 해 왔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꼬 교황님께서 집전하신 시복미사에서도 ’봉헌성가‘로 ’나를 따르라‘가 쓰였고, 여러 교구 전체 행사 중 대주교님 집전미사에도 이번에 청학성당에서 계획된 생활성가 미사곡(시안)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김태헌 신부님께서 예전에 사목하셨던 본당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리 했습니다만, 김태헌 신부님 뿐 아니라 전국 모든 교구의 수많은 본당의 사목책임자께서 ’그리 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해주면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고 요청을 해주셔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사목책임자이신 본당신부께는 교회에서 그런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음악에 관한 전문성‘ 여부와 아무 관련이 없고, ’본당공동체의 사목활성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청학동 성당 성가대에서 ‘부르고 싶지 않다’거나 ‘성탄성가 연습 때문에 다른 연습할 시간이 없다’라고 하신다면 그냥 그날 교중미사는 어쩔 수 없이 성가대의 도움을 포기한 채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교중미사에서 ‘해도 되는지?’ 와 ‘하면 안 되는지?’를 성가대에서 검토하고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모든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권유해 드린 것이고 사목책임자이신 본당신부님께서 본당 공동체와 의논과 협의 후 결정하실 일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지휘자님께 교회 안에서의 일반적인 사목상황에 대해 도움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모쪼록 수 천 년 간 하나로 이어져온 우리 가톨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서로 다른 것을 잘 수용하고 융합하는 안목 때문이었으며, 기회만 닿으면 쇄신하고 회복하려는 원 영성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나와 다른 것이나 내가 알고 있지 않은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것’이라고 여기는 귀한 마음이 있을 때, ‘새로운 노래를 주께 불러드려라(이사야42.10)’는 말씀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노래(창작성가)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성가대의 원만한 수용이 이루어져 성가대를 포함한 청학성당 공동체 가족들이 어쩌다 한 번은 활기 있고 신선한 미사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속이 다~~~~~ 시원합니다.
로제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