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매년 12월만 되면 사람들은 은근히 망년회를 준비한다.
망년회란 무었인가? 그 해의 온갖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그해를 정리하자는 뜻에서 베푸는 연회가 망년회 이지만, 망년(忘年)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일 뿐 우리말에는 가는해를 잊는다는 망년이란 말은 없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철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술소비지출액은 4조5백억원에 달하고, 음주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액 9조7840억원을 더하면 우리나라 GNP의 3.9%인 13조 8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2. 우리의 음주문화
술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참으로 신성하고 고고한 것이다. 아무계산 없이, 아무 목적없이, 그저 순수한 인간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했을 때 술은 참으로 성스럽기 까지 한 것이다. 술은 피로회복제역할을 하기도 한다. 농사일 도중 막걸리 한사발은 힘이 생기게 하고 출출한 배를 채워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선술집에서 기울이는 소주잔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이런 상태를 주탄(酒呑)현상이라고 표현하는데 法華經에 나오는 初則人酒呑,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렇게 곤드레 만드레 고주망태가 되어 곯아떨어진 다음날에는 명치가 쓰릴정도의 숙취(宿醉)로 고생을 할 때도 있다. 그런 때에는 과음한 것을 후회하고 앞으로는 술을 절제하겠다고 맹세를 하지만 그것은 작심 3일이요, 허울좋은 넋두리에 불과하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가듯, 조합업무를 핑계삼아, 친구들 등쌀을 핑계삼아, 이틀이 멀다하고 다시 한잔을 기울이는게 우리 조합장님들의 현실이다.
<술꾼들의 일과표>
월요일은 원없이 마시는 날
화요일은 화끈하게 마시는 날
수요일은 수다 떨면서 마시는 날
목요일은 목적없이 마시는 날
금요일은 금방 취하도록 마시는날
토요일은 토할 때 까지 마시는날
일요일은 일부러 마시는 날
3. 술의 기원
술은 언제부터 생겨 났을까? 술의역사가 바로 인류의 역사였다.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길고, 인류가 가진 특권중의 하나가 술을 빚어먹는 능력이라고 한다. 간혹 원숭이도 술을 빚어 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원숭이가 정말로 술을 빚어먹는 것이 아니고 자연발효된 과실주를 발견하여 마시고는 술에 취하여 야단을 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술의 유래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고증할 수는 없으나 고대의 제천의식에 군무(群舞)놀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술을 하늘에 바치고 기분을 돋우는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상에게 제사 지낼 때에도 정성들여 술을 담아 바쳤으며, 제사때 젯상에 올렸던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절차가 바로 조상과 후손을 잇는 결속행위 였던 것이다.
옛날 사람들의 술에대한 관념을 살펴보기 위해 술을 뜻하는 주(酒)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주(酒)자는 수(水)자와 유(酉)자가 합쳐진 글자이고, 유(酉)자는 항아리 속에 들어있는 액체를 잘 보존하기 위하여 뚜껑을 잘 덮은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유(酉)자는 의술을 뜻하는 의(醫)자의 아랫부분을 부분을 이루고 있어 술은 잘마시면 약(藥)이되고 잘 못 마시면 독(毒)이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유(酉)자는 12간지중 10번째이고 하루중 유(酉)時는 오후 5시에서 7시까지 이므로 술은 보통 유시(酉時)인 저녁무렵부터 마시기 시작한다.
4. 향음주례(鄕飮酒禮)
세상에는 물에빠져 죽는 사람보다 술잔에 빠져죽는 사람이 더 많다. 과음, 난음은 물론이고 추태로 인한 인격의 파탄도 죽음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선현들은 예로부터 주도를 아끼고 사랑햇다. 상하의 법도가 따로있고 노소의 예법이 분명하다. 노소의 분별이 없이 살구씨나 깨물어 먹는 서양의 음주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유가에선 관례, 혼례, 상례, 제례, 상견례와 마찬가지로 주례를 율례의 하나로 꼽았다. 손님을 청해서 술을 마시고 손님이 돌아가기 까지에는 무려 13단계의 예의절차가 필요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에도 손님을 위한 시조한수를 읊는 운치를 잊지 않았다. 선비들의 사교파티였던 향음주례에선 요즈음처럼 상의를 벗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고, 술 한잔을 권한는 데에도 손님과 주인은 무려 1백여번의 절을 했다 한다. 주인은 반드시 대야와 물을 들고와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술잔을 씻는다. 또 술을 권할 때 마다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은 손과 술잔을 정갈한 물에 씻어야 한다. 술자리의 사람들이 첫순배가 돌고나서 자리를 바꾸어 않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예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술자리가 시종 예의를 지키는 자리가 되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는 것을 스스로 삼갈 줄 알았다. 향음주례의 일관된 정신은 첫째, 의복을 단정히 하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 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을 분명하고 의젓하게 할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 때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할 것 등이다.
술을 마심은 벌써 사교의 자리이다. 말로 의사를 표현 할 때에는 예로부터 세 번을 권하여 요청하고 세번을 사양한다. 처음 요청하는 것을 예청(禮請)이라하고, 이에 대하여 처음 사양하는 것을 예사(禮辭)라 하며, 거듭 청하는 것을 고청(固請), 이에 대하여 거듭사양하는 것을 고사(固辭)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청하는 것을 강청(强請)이라고 하는바, 이에 대하여 끝까지 사양하는 것을 종사(從辭)라 하며 종사에 이르면 더 이상 권하거나 요청하지 않는 법이었다. 아마 요즈음에도 이와같은 주례를 요구한다면 그까짓 술한잔 마시는데 무슨 법도가 이리 요란하느냐고 하면서 십리는 도망갈 것이다.
5. 오늘날의 음주예절
1) 술자리의 좌석배치
술자리에도 상석이 있다. 보통 방의 아랫목이나 출입문에서 먼쪽, 병풍이 쳐진 쪽의 중앙이 상석이고 상석의 맞은편이 차석이다. 그리고 상석의 왼쪽이 3번째 주빈이고, 차석의 왼쪽이 4번째 주빈이다.
오늘날과 같은 평등시대에 무슨 상석이 필요하느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일품, 종일품 하는 식으로 벼슬의 품계를 매기고, 동급이면 장유유서를 따졌으며, 두사람만 모여도 나이를 물어서 서열을 따지는 서열문화가 우리들 마음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상석은 보통 서로 앉으라고 권하다가 마지못해 상석에 앉는 것이 예의이다. 그런데 연하인 사람이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면 분위기가 서먹서먹 해 지고 직장예절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따라서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은 직장상사 또는 모임의 주최자를 위한 상석을 미리 확보해 놓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내에서의 술자리에서는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 상사나 주최자, 연장자, 선배, 송별회나 환영회라면 그 중심인물을 상석의 옆자리에 앉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석을 제외한 그 밖의 자리는 너무 서열을 따지지 말고 골고루 섞어 안도록 하는 것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 방법이다.
2) 술을 따를 때
술좌석이 마련되면 서로가 서로의 잔을 상대방에게 권하게 되는데, 술 잔을 권할 때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관심을 표시하며 "건강하십시오"라든가 "지난번에는 고마웠습니다"라든가 간단한 덕담을 곁들이면 좋다.
술을 권하는 순서는 직장내에서 공식적으로 모인 술좌석이라면 직위가 높은 분부터 권해야 하지만 사적인 만남이라면 웃어른 또는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권하는 것이 예의이다. 예로부터 연장자와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깎듯이 예를 지켜 왔듯이 술자리에서도 예를 지켜 예외적으로 직위는 아래이지만 나이가 10살이상 차이가 날 때에는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두손으로 주고 받아 존경을 표시한다. 항렬이 복잡한 집안친척들이 모인자리에서는 나이많은 조카님이 있듯이 항렬이 낮더라도 나이가 많으면 서로 예를 갖추어야 한다. 부부끼리도 두손으로 예의를 갖추어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예의이다. 집안어른이나 스승 등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한손으로 권해도 실례가 되지 않지만, 서로 평교할 수 있는 5살 안팍의 연령이더라도 경어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두손으로 따르고 받아야 한다. 그 밖에도 서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처지이거나 처음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두손으로 권하는 것이 예의이다.
술잔을 권할 때에는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 술잔을 받쳐서 두손으로 공손하게 권하여야 하며 술잔을 왼손으로 권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된다. 술을 따르는 법을 보자면 왼손으로 술을 따른다거나 오른손으로 따르더라도 손을 뒤로 젖혀서 손바닥이 위로가게 하고 따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 간혹 술잔은 오른손으로 권하면서 술병을 왼손에 들고 따르는 경우를 보게 되는 데, 이 경우에는 오른손의 술잔을 상대에게 권한다음 왼손에 있는 술병을 오른손으로 옮겨잡고서 따르는 것이 예의이다.
술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어 앉은자세로는 술잔을 권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한후 가까이 앉은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으나, 깎듯이 예의를 차려야 할 처지라면 일어서서 술을 권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서 직접 권한다. 이 때에 술잔을 받는사람의 오른쪽에 서서 권하게 되면 술잔을 받는 사람이 오른손을 뒤로 젖혀서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왼쪽에 가서 권하는 것도 술 잔을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술잔을 권하는 사람이 부득이 일어서서 따르게 될 경우, 같이 예의를 차려야 할 자리라면 술잔을 받는 사람도 함께 일어서서 받는 것이 예의이나, 앉아서 받아도 될만한 자리라면 "앉아서 따르시지요"라고 사양하는 것도 겸양의 미덕이다.
<왜 술을 오른손으로 따라야 할까?>
왜 우리나라는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한 번쯤 가진적이 있을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로서 오른손을 언제든지 칼을 뺄 수 있는 위치에 두기 위해 왼손으로 술을 따른다. 한국과 중국은 예의를 중시 여기는 문화로서 오른손에 무기가 없으니 안심하고 마시라는 뜻에서 오른손으로 술을 따른다. 서양은 양손에 총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양손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고 한다. 과연 믿어도 좋을 지는 모르지만 흥미있는 분석임에 틀림 없다.
(필자가 일본연수중 농림중앙금고 총합연구소 조사제1부의 甲斐用光 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3) 술을 받을 때
술을 받을 때에도 따를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따르는 이의 연령과 지위들을 고려하여 공손히 받아야 한다. 술잔을 받을 때에도 반드시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 술잔을 받쳐들듯이하여 반드시 두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한다. 다만 아랫사람으로부터 술잔을 받을 때에는 한손으로 받아도 무방하나 이 때에도 오른손으로 받도록 한다.
술잔을 받을 때에는 술을 다 따를 때까지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시하고 술을 다 받고나면 반드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표시를 한 후 한모금 이상을 마신 다음에 술 상위에 내려 놓는 것이 상대방의 기분을 흐뭇하게 한다. 상대방이 술잔을 따르는 도중 다른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된다.
본인이 술을 먹고 싶지 않을 때에는 조용히 사양하는 것이 좋지만, 초면에 술을 권하는 술이거나 첫잔인 경우에는 예의상 잔을 받고나서 양해를 구한 뒤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웃어른이나 직장상사를 모시고 술을 마실 때에는 어른이나 상사에게 먼저 술을 올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예의이다. 일본 사람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술잔을 하사하는 사배(賜杯)가 예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을 공양하는 의미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술을 올리는 헌주(獻酒)가 예의이기 때문이다. 어른과 함께하는 대작인 경우에는 어른이 먼저 마신 후에야 비로소 잔을 비우며, 웃어른으로부터 술잔을 받을 때에는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하고 공손하게 두손으로 잔을 받을 것이며, 어른에게서 먼저 술을 받았으면 술잔을 오래가지고 있지말고 곧바로 마신후 어른에게 정중히 되올리는 것도 바른 격식이다. 또한 대작하기가 어려운 웃어른과의 술자리라면 어른앞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이므로 돌아앉거나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우는 것도 예의중의 하나이다.
같은 직장내에서의 술자리는 이렇게까지 예를 갖출 필요는 없겠으나, 이제 막 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자식들이 있다면 자식에게는 꼭 이와같은 예절을 지키도록 가르칠 일이다. 술은 할아버지에게서 배워야 처음부터 예의를 차리는 습관이 들고 술버릇이 나빠지지 않는다.
< 왜 우리는 돌림술이 기본인가? - 수작(酬酌)문화와 자작(自酌)문화>
서양사람들처럼 자기술잔에 자기가 먹고 싶을 만큼 따라 마시는 음주문화를 자작(自酌)문화라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동구 사람들처럼 잔을 맞대고 건배를 하고 마시는 것을 대작(對酌)문화,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마시는 문화를 수작(酬酌)문화라고 한다.
오늘날 세계제일의 주례(酒禮)를 가지고 있다는 중국인들은 대작(對酌)문화를 가지고 있는 데 자기잔을 권하는 일은 전혀 없고, 마신 뒤에 "깜뻬이(건배)"하면서 빈잔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 함께 들자는 인사말로 '깜뻬이" 하지만 조금만 마시고 싶을 때에는 '스이'라고 화답하고 조금만 마셔도 된다. 술은 강제로 권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술잔을 비울 때까지 기다려 주며 극성을 부리지 않는다. 술잔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술의 분량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일본도 예전에는 수작(酬酌)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대작문화에 속한다.
자작(自酌)문화를 가진 서양사람들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술을 선택하여 원하는 양을 대접하고 함께 술을 마실 때에도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는 건배정도에 그치며 술잔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술의 종류와 분량이나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우리의 수작(酬酌)문화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과 사람을 정신적으로 결속시키는 숭고한 수단이었다. 죽음으로써 약속한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을 때 한잔에 쏟아부은 짐승의 피를 나누어 마시며 혈맹을 다짐하였다. 포석정의 본 뜻도 환락의 현장이 아니라 군(君),신(臣), 장(將), 졸(卒)이 한잔의 술을 나눠마시며 일심동체를 다지는 의리를 다지는 자리였다.
큰 바가지를 뜻하는 대포(大匏,大飄)도 이러한 일심동체 관념에서 비롯되었다. 여러사람이 한잔술을 나눠 마시려면 잔이 커야 했고 서로 나눠마시는 술잔이 바가지 였기 때문이다. 혼례식에서 합근례라하여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신부가 입을 맞대고 마시는 절차가 있었다. 이러한 돌림술의 규모를 줄인 것이 수작(酬酌)문화인 것이다. 상하의 차별없이 대포한 잔을 돌려 마심으로써 일심동체를 확인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풍습인가.
그런데 요주음에는 우리의 수작(酬酌)문화에 대하여 비판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우리의 수작(酬酌)문화는 일심동체형 술문화이고 돌림술 문화이기 때문에 술 잔을 돌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을 똑같이 마시게 되고, 술의 종류나 분량을 선택할 수 없다.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은 술자리가 괴롭고, 과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위생상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우리의 수작(酬酌)문화의 기본정신까지 잊어버려서는 안되겠다.
4) 반배는 주법(酒法)의 기본이다.
반배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음주문화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볍게 잔을 부딪친다든지, 첨잔을 하는 것으로 예의를 갖추지만 우리나라는 자기가 마시고 난 잔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것으로 예의를 갖춘다. 반배를 할 때에는 자기가 마신잔을 완전히 비우고 나서 반드시 자기에게 잔을 준 사람에게 반배하도록 하며, 만약 입에 대었던 부분에 음식물이 묻었으면 닦은 후 권하도록 한다.
잔을 권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관심의 표명이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모처럼 잔을 올리고 나서 그 잔이 되돌아 오기를 기다리는데, 그 잔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다든가, 순서가 바뀐다든가, 아예 반배를 안해버리면 잔을 권한사람은 또다른 사람에게 잔을 권할 기회를 잃게되어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으로부터 잔을 받았을 때에는 우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잔을 입에다 살짝대어 관심을 표시한후 상에다 내려 놓은 후, 잠시 후 반배를 해도 무방하다.
조합장의 경우에는 부하직원이 많기 때문에 미쳐 반배를 하지 못한 채 술잔이 수붂이 쌓이기 십상이다. 일시에 잔이 집중된다거나 다른 이유로 반배가 늦어질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시간을 끌어도 좋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끔 미안함을 표시하고 순서가 뒤바뀌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반배를 하도록 한다.
5) 주기(酒器)에 따른 주법
어른에게 술을 권하고 따를 때 酒器가 술병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윗부분을 잡고 왼손은 술병의 아랫쪽 밑을 받쳐들고 천천히 조심 스럽게 따라야 한다. 술병을 한손으로만 잡고 따르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상대방에게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오른손으로 상표를 감싸쥐고 따르는 것이 좋다. 酒器가 주전자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뚜껑을 누르며 잔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따라야 한다. 만약 잔이 조금이라도 넘쳐 흐르게 되면 사과를 드려야 하고 처음부터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용기가 불투명하여 술이 어느정도 남았는지 모를 경우에는 미리 술병을 열어보든가 흔들어 보아 남은양을 짐작하면 흘러넘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술을 두손으로 따르는 이유>
예로부터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술을 따를 때에 도포의 도련이 음식물에 닿을까 보아 왼손으로 옷자락을 쥐고 오른손으로 따르는 풍속이 생겼다. 이런 예법은 소매가 넓지 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을 오른팔 아래에 대고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6. 적당한 음주량(주량)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말초 순환이 촉진되기 때문이며 술의 세기와는 별 관계가 없다. 술이 얼마만큼 취했는가는 중추신경에 대한 알코올의 농도에 의해 결정 되는데 보통 혈중알코올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보통 소주 반병(한홉), 맥주 한병, 위스키 두 잔을 마신 정도)가 되면 경미한 언어행동장애, 평형장애, 시력저하, 능력과신, 감각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바로 음주운전의 기준이 혈중알코올 농도 0.05%이상이다. 0.1%(소주1병)에 이르면 행동장애가 두드러지고 걸음걸이, 말 등이 바르지 못하고 모든일이 서툴고 환경에 조화하기 힘들게 된다. 0.2%(소주2병)에 이르면 정서장애를 초래하여 분위기에 맞지 않게 울고 웃는 것을 볼 수 있고 잠재적 콤플렉스가 폭발하여 시비를 벌이기 쉽다. 0.3%(소주3병 이상)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호흡의 불규칙, 구토, 의식혼탁, 보행불능의 만취상태가 된다. 0.4%(소주4병 이상)에 이르면 마취상태에 빠져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0.5%(소주5병 이상)에 이르면 호흡이 마비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박수근, 술, 그것의 전부를 밝힌다. 90면)
보통사람이 한시간에 간장에서 분해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체중 1킬로그램당 0.1∼0.15그램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중이 60킬로그램인 사람은 한시간당 6∼9그램(소주 1잔)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를들어 소주 2홉들이 한병을 마셨다면 200그램(2홉)×25%(알코올도수) = 50그램의 알코올을 마신 것이 되므로, 소주한병의 코올을 처리하는 데에는 9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음날 아침 출근에 지장이 없도록 하자면 아무리 늦어도 최소한 밤12시 이전에는 술자리를 끝내도록 해야할 것이다.
각자가 술을 어느정도 까지 마시면 적정한가를 술실력을 "주량"이란 말로 표현하는데, 주량은 체중이라든가 개인차에 의하여 센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소에 자기가 어느정도의 양을 마시면 적정한 양인가 하는 주량을 알고 있으면서 주량이상으로 마시지 않도록 노력하면 술로인한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도 있다
7. 음주습관
술버릇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술을 마셨다 하면 한 두잔 먹고도 혀가 꼬부라지고 주정을 부리는 형, 술한잔을 가지고 마시지는 않고 잔소리만 늘어 놓는 형,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는 주비형(酒悲型),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꽤꽥 노래를 불러대는 고성방가형, 닥치는 대로 벗어제끼고 양말까지 벗는 노출증, 시중드는 아가씨를 괴롭혀 울기까지 하게 하는 새디즘형(加虐症),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술버릇이 있다. 아마 나는 지금까지 술먹고 실수해본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이 몇분이나 될까? 우리 조합장님들은 술버릇이 나쁘다던가 술로 인한 실수가 잦아지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된다. 왜냐하면 지역의 지도자이고 공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술버릇을 미리 알고 대처하면 술로인한 실수를 줄일 수 있게된다.
8. 건강음주 비법
알코올을 입에 넣으면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서 그대로 흡수작용을 일으킨다. 우선 위벽이 전체의 20%정도를 흡수하고, 십이지장에서 공장(空腸)에 이르는 소장의 윗부분에서 60%를 흡수하고, 소장의 아랬부분인 회장부분에서 나머지 20%를 흡수한다. 이렇게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을 통하여 간장을 거쳐 전신에 두루 퍼진다.
술로인한 건강상의 피해로는 역시 간장의 손상을 첫째로 치는데,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과 간경변을 일으키는 원인이되고, 위에서는 폭주로 인한 위점막파괴와 위염, 위궤양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알코올로 이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병, 만성췌장염에 걸리기 쉽고, 장기간 음주할 경우 손발마비, 지각장애 영양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즈음 '적정음주'란 말을 많이 쓴다. 적정음주란 한 사람이 건강하게 음주하는 방법인데 우선 알코올의 90∼98%가 간장에서 처리되는 것을 고려하여 간장의 능력에 알맞는 음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간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의 양이라면 소주반병, 가정용 맥주 한병, 정종으로는 한컴(180cc)정도이다.
알코올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음주법으로는 역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만, 다음과 같은 건강음주법을 소개하니 꼭 지켜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첫째, 술을 매일 마셔서는 안된다. 한번 마시고 나면 간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휴식기간을 두어야 하는데 그런 기간을 휴간일(休肝日)이라고 하며 3일이 이상적이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3일간격으로 두 번 마시게 되면 한번에 좀 많이 마시더라도 별지장없이 한평생 술을 즐길 수 있다.
둘째, 술은 될수록 천천히 마셔야 한다. 술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가 유지되게 마시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 0.1%에서는 얼큰하게 세상이 내세상처럼 보이고 아내의 얼굴이 예쁘게 보이는 농도이다. 0.1%의 농도를 유지 하려면 처음 한시간 동안은 소주 한 잔에 10분, 맥주 1컵에 10분 걸려서 마시면 되고, 한 시간 이후부터는 그 절반으로 줄이면 된다.
셋째, 술을 마실 때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다. 담배의 니코틴이 술이 간에서 분해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넷째, 가급적 한가지 술을 계속마시도록 한다. 섞어 마시는 술은 위나 간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부득이 혼주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알코올 도수가 약한 술부터 마시도록한다. 우리의 음주 습관은 1차에서 소주를 먼저 마시고, 2차에서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3차에서 양주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알코올의 체내분해가 역행되어 더욱 부담을 주는 음주방법이다.
다섯째, 술안주는 푸짐하게 먹어야 하며 술을 마신 후에라도 반드시 식사를 하도록 한다. 간경화증이 생기는 원인이 알코올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도 음주에 의해 간속의 비타민, 단백질 등이 결핍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섯째, 음주중 공적인 일을 화제로 삼아서는 안된다. 술을 마시면서 공적인 일을 화제로 올리면 갑자기 간이 커져서, 회사와 상사를 성토하게되고 국가다 사회를 횡설수설하다가는 결국 실언을 하기쉽고 언쟁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그저 술자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덕담이나 운치있는 재담으로 스트레스를 풀일이다.(박수근, 술 그것의 전부를 밝힌다, 30면)
< 음주십계명(飮酒十誡命) >
1. (일)차에서 끝내고
2. (이)차 이상 가지 맙시다
3. (삼)차 이상 가는 사람은
4. (사)람잡을 사람입니다
5. (오)직 자신의 주량대로 마셔서
6. (육)체를 보호합시다
7. (칠)칠치 못한 술핑계 대지말고
8. (팔)팔하게 살아 갑시다
9. (구)차한 이유 달지말고
10. (십)계명으로 건강을 지킵시다
9. 숙취해소법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할 때 어떠세요? 칡차를 마시거나 콩나물국을 잡수세요? 그거 좋지요. 술마신 다음날 새벽에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는데 이는 술을 마시는 동안 몸안의 수분이 전체균형과 상관없이 밖으로 빠져나간 때문이고 이때 염분도 함께 빠져 나갑니다. 또한 술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알코올이 간장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숙취의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땀흘림, 심박 수 증가 등이 나타나며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 저혈당증,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증가 등이 동반된다. 대체로 과음한 다음날은 몸이 괴롭기 때문에 나름대로 술이 빨리 깨는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술에서 빨리 깨어나게하는 특요약이나 방법은 없다. 일반인들이 흔히 술깨는 방법으로 진한 커피마시기, 찬물로 샤워하기, 사우나 목욕하기, 이뇨제 복용 등으로 땀을 흘리거나 소변량을 늘리는 방법을 쓰지만 일시적으로 정신이 반짝하는 데에 그칠 뿐 땀흘리기와 소변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은 간에서 분해작용이 끝나는 시간이 지나야 숙취에서 깨어나게 되므로 결국 시간이 약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술을 마신 뒤 찬우유, 뜨거운 된장국이나 해장국, 차, 꿀물,과일 등을 권유한다. 술마신 다음날 뜨거운 된장국이나 해장국은 땀을 흘리게하고 잃어버린 수분과 염분을 공급해주어 좋다. 흔히 해장국으로는 선짓국, 북어국, 콩나물국, 우거짓국, 매운탕, 두부, 동치미가 즐겨 애용된다. 북어국은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콩나물은 뿌리에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숙취해소에 좋다. 차(茶)는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을 잘 보게한다. 꿀물등을 복용하는 것은 꿀속의 과당에 의한 알코올의 분해촉진을 도와준다. 그 밖에도 당분과 비타민 C를 함유한 구기자차, 유자차, 모과차, 인삼차, 주스등을 마셔도 좋다.
10. 장수하는 약술
술을 마시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기 전에 술은 적당히 마실 수 있다면 건강에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식욕을 돋우며 잠이 잘오게하는 작용이 있다. 뿐만아니라 적당량의 알코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생체에 이롭게 작용하여 약주(藥酒)라 불리우기도 한다.
우선 술마시는 노인을 모시고 있는 집에서는 불로장수와 건강에 좋다고 하는 약용주를 가용주로 담가서 비치하면 좋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의 홍문화(洪文和) 교수와, [라디오 동의보감]으로 유명해진 신재용(申載鏞) 한의사가 추천하는 약용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강정 강장제로는 [녹용주]가 좋다. 노인의 원기회복에는 [개소주]가 좋고, 요통에는 [부추술]이 좋다. 중풍후유증에는 [진달래 꽃술]이 좋고, 장수의 술로는 [오디술]이 좋다. 밤에 성능력이 떨어지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는 분은 [산수유]술을 한 잔씩 마시면 좋다. 불면증이나 정력증강에는 [달갈술]이 좋은데 달걀을 거품이 날 정도로 풀어서 따끈하게 데운 청주에 타서 마시면 된다. 여성 미용에는 [개나리술] 또는 [개나리 열매술]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