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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저붑의 노래 -
서울에 도착한 인후는 종로 한옥마을에 있는 박오성의 집으로 향했다.
싸움황제가 한옥집 에서 산다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인후는 넙치의 안내를 받으며 대청마루로 올라섰다.
안방에는 이미 지창기 의원도 와 있었다.
“어서오시오 한 선생.”
박오성이 밝은 표정으로 인후를 맞이하였다. 지창기 의원도 인후에게 가볍게 목례를 보냈다.
“박 선생님과 지 의원님을 다시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건강들은 좀 어떠신지요.”
“덕분에 아주 좋아지고 있소만 지 의원님은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라 좀 불만인가 봅니다만”
“그러실 줄 알고 제가 이번에 박 선생님 약과 함께 지 의원님이 드실 약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그제서야 지창기가 반색하는 얼굴이 되었다.
“내가 복용할 약이라면?”
‘보약 중에 보약이라 할 수 있는 명약입니다.
지 의원님의 체질을 최대한 파악하여 만든 약이오니 부작용은 일절 없을 것입니다.
이 약을 만든다고 중국까지 들어가서 약제를 구해왔으니 단 한 팩도 남기지 말고 다 복용하십시오.“
“호오......중국까지 댕겨오셨소? 도대체 어떤 약재를 사용 했길래?”
“150년 묶은 산삼 두 뿌리와 적복령 500그램, 노루궁뎅이 버섯, 백굼벵이 수십마리 등........
총 13가지 약재가 들어간 명약입니다.”
“저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겠는가. 고맙소 한 원장. 약재비는 얼마나?”
“불철주야로 국민들읋 위해 정치에 일로매진 하시는 존경하는 지 의원님께 제가 어찌 약 값을 받겠습니까.
더욱이나 박근혜 대표를 모시면서 신경 쓰실 일도 많으실텐데 약 값은 넣어두시고 지 의원님의 싸인이나
한 장 주시면 집안의 가보로 대대로 전할 생각입니다.”
“허어? 어찌 그럴수야 있겠는가. 약 가격이 상당할텐데 내 멋도 없는 싸인과 맞바꿀 수 있는가? ”
“지금은 제가 손해일지라도 한국당의 다음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가 유력하신 의원님의 친필싸인을 갖고
있으면 그것이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 박근혜 대표께서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시면 지 의원님은 총리까지 하실 분임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더 이득을 보는 것이지요.”
인후의 말이 끝나자 지창기와 박오성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지창기였다.
“껄껄껄. 한 원장. 이제보니 엄청난 아부꾼이었구만. 그래 묻겠네.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 대표께서 통을
먹으리라 확신하는가?”
“제가 약을 구하러 세상천지 어디든 돌아다니며 얻어듣는 건 민심입니다.
말씀드리기 외람되오나 제가 듣기로는 이동박 대통령은 이미 민심을 잃었고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으며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해서 박대표와 빅딜을 할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권이 유력한 정치인들 중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는 박근혜 대표이니 이동박 대통령도 별다른 수는 없을
걸로 봅니다. 이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해 줄 오세운 시장이나 김문세 지사는 참여당 유시문의 지지율에도
턱없이 밀리고 있는 형편이지요.”
“으음.....”
지창기가 한 번 더 박오성을 바라보며 잇새로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박대표 님은 이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호 장관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입니다.
즉, 다음 대선에 박대표께서 통이 된다면 이재호는 가막소 내지는 토사구팽 되어 사회적으로 매장된다는 걸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지요.
따라서 이재호는 박대표를 철저히 경계하며 모종의 수를 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런 이재호를 견제할
세력은 지 의원님 계파 뿐입니다. 아마도 박 대표께서는 다음 정당 대회에서 지 의원님이 대표에 당선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대로 지 의원님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이동박과 그 계파들은
허수아비가 되어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생이라고 해봤자 서울시장 4년 해본 것이 전부이니 계파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지요.
하오니 이번 당 대표에 지 의원님만 당선되면 이동박과 몇 몇 추종자들은 바로 꼬리를 내릴 것입니다.”
인후가 말을 마치자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묵묵히 방 바닥만 내려다 보던 지창기가 박오성을 한번 돌아보고는 인후를 뚫어지도록 응시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으흐...흐흐흐흐......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원장. 대단하군. 방금 말한 것들은 한 원장 본인의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더욱이나 민심이기도 합니다만“
‘흐흐흐.......놀랍구먼. 병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인 줄만 알았는데 정치에도 상당한 내공이 있는 줄 몰랐네. 껄껄“
“그래도 제가 정치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만.......제가 바보같은 말을 했다면 용서하십시오.”
지창기가 바로 앉으며 정색을 했다.
“아닐세. 바로 보았어. 자네가 말한대로 100% 돌아가기야 하겠냐만 정치란 생물이요 럭비공 같은 것이라 해도
자네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한다네 껄껄”
“아. 그렇습니까? 제가 공연한 헛소리나 주절거린 거 아닌가 노심초사 하고 있었습니다.”
지창기가 다시 목소리를 깔았다.
“이보게 한 원장”
‘네 말씀하십시오“
‘이제부터 자네가 내 주치의가 되어주겠나?“
“그러시면 제가 영광입니다. 기꺼이 맡겠습니다.”
“그려 고맙군, 우리 오성이 아우도 잘 돌봐주시고”
‘네 염려 마십시오 두 분 건강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허허......명의로 소문난 제민원 원장이 내 주치의가 되었으니 이렇게 기쁜 날 술이 빠질 수가 없겠지?
이보게 오성이 룸 예약하고 셋이서 오늘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보자고 하하하”
동방제약에 다니는 친구 윤강민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인후는 강민과 함께 해장국 집으로 들어섰다.
“대체 얼마나 퍼마셨기에 인사불성이 다 돼서 온 거냐.”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로소 시작이다.”
“시작? 뭐가?”
“아직은 비밀이니 이해해라. 회장님은 잘 계시고?”
“많이 늙으셨지. 은퇴하실 생각인가 봐”
“그래? 피니쉬 약은 어때?”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
험비를 몰고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던 인후는 휴게소가 보이자 차를 세우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주머니에서 지창기가 써준 싸인 종이를 꺼낸 인후는 여러 갈래로 찢어서 변기통에 버렸다.
제민원에 도착한 인후는 원장실에 들어가서 컴을 켜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형님.
인후입니다.
하늘의 도움인지 박오성을 통하여 지창기에게 접근 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당분간 지 의원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하므로 형님은 물론이며 문 변호사와도 접촉을 끊을
것이오니 그리 아시고 이제부터 계획 1호를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문 변호사에게도 따로 메일을 보내겠지만 우리가 만든 계획 3호까지 완전히 이루어지고 끝날 때까진
빈틈없이 실행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대한민국이 완전한 독립을 찾는 그날까지!!!
이어서 인후는 문 변호사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문 변호사님.
인후입니다.
우물 정(井) 한 개가 비로소 한양으로 날아갔습니다.
시문 형님께도 알렸으니 이제 행동으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숙주는 힌국당 지창기 의원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인후는 야마시타 쥰이치 에게도 메일 한 통을 보냈다.
야마시타상.
모아 두었던 보물들의 대방출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준비하여 주시고 이 메일 보는 즉시 한국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인후-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신문 방송은 대한 참여당 유시문과 재야 시민단체 문재연의 설전을 대서특필 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이유는 지난 주에 있었던 재 보궐 선거에서 참여당이 미는 이봉주 후보가 총리 청문회에서 낙마한 김태오 에게
졌기 때문이았다.
노환경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던 유시문이 내놓은 후보가 낙선하자 문재연이
유시문의 정치 행태를 연일 강도높게 비판한 까닭이었다.
이에 질세라 유시문도 여론조사 1등을 한 이봉주를 시민단체와 민주당 등이 역선택을 하며 제대로 도와주지
않은 결과라 항변하며 그 특유의 날카로운 독설로 비난하였던 것이다.
이에 수구 찌라시 신문 방송 언론들은 진보의 분열 드디어 시작인가? 라는 타이틀로 연일 도배하다시피
일면 톱기사로 장식하기 바빴는데 이 싸움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한국 국민당의 의원들 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쥰이치와 해후한 인후는 쉴 틈도 없이 험비를 대전으로 몰았다.
그리고 차 한 잔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곤 천래강으로 출발했다.
“오빠!”
“오. 후미꼬야.....”
남매는 기쁨의 포옹을 오랫동안 풀지 않았다. 연희의 눈가에 눈물이 넘쳐 흘렀다.
쥰이치가 포옹을 풀며 어렵게 입을 떼었다.
“건강은 어떠니. 많이 좋아진 것 같구나.”
연희가 계속 울먹이며 고개만 끄덕였다.
“인후씨 덕분에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요 살 것 같은 느낌이예요.”
“오, 그래? 다행이다 참 다행이야. 고맙구나 후미꼬”
“아이 오빠두. 전 이제 후미꼬가 아니라 연희라고요 김.연.희!”
“그래 그래.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떠니. 네가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단다”
막 땅거미가 내려오려는 시각에 인후는 쥰이치와 함께 강변 길을 걸었다.
“참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입니다 한 형. 마치 어머니 품 같이....”
“이 참에 쥰이치 상도 일본 생활 정리하고 이리로 오시지요”
‘글세 그게 쉽게 돼야 말이지요. 아직은 할 일도 많고“
“하하하 압니다. 그래서 이번에 긴히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부탁이라뇨? 그냥 말만 하십시오. 할 수 있는 것은 해드리지요”
“일제가 한일합방 후. 강점기에 도굴하고 강탈해 간 문화재 보물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될수록 많이 말입니다.”
‘갑자기 왜......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우물 정 계획이 시작되어서 돈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판매 루트는 확보 하였습니까”
“루트는 많습니다. 정 뭐하면 중국의 왕루이 사장에게 부탁하면 중국의 신흥 갑부들이 줄을 설 겁니다.”
“흠....”
쥰이치도 언젠가 인후한테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한국의 썩은 정치판을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운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세상을 만들려고 인후와 뜻을 같이 하는
몇 몇의 정치인과 계획을 짰다는 것을.....
“그렇다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허나 장애가 있는데.....”
쥰이치가 잠시 난색하는 표정을 하자 인후가 서둘러 물었다.
“장애라면?”
“그동안 나는 거금을 들여 막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지요.
어디 사는 누구의 집에 한국에서 가져온 보물이 있는지 말입니다. 보물들을 상중하로 등급을 매긴 후 중과 하는
제쳐두고 상급의 보물들만 가지고 있는 자들의 명단이 있는데 거의 100명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음...”
“문제는!”
거기까지 말한 쥰이치는 잠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처연한 표정이 되었다.
“내 마지막 작업이 될 듯하니 일본에 있는 동료들은 배제하고 나 혼자서 할 생각였는데 아무래도 혼자는
버거워서 손기술이 좋은 한국의 금고전문가와 함께 했으면 합니다만”
“그렇습니까?”
인후는 순간 박오성을 떠올리고 쥰이치에게 말했다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염려 마십시오.”
“그래요? 한국 사람들이 원래 손기술은 세계 최고가 아닙니까?
한 형이 믿을만한 사람을 추천해 주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만”
“알겠습니다. 이곳에서 연희씨와 며칠 쉬시면서 기다려 보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최고의 기술자를 데려 오겠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간 인후는 서초동의 룸 살롱에서 박오성을 만났다.
“금고 전문가를?”
박오성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가진 금고털이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아니. 갑자기 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어느 신흥 졸부의 집에 귀하디 귀한 약재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는데 그것이
필요해서입니다.”
‘흠? 지 의원님과 내가 복용할 약재 때문인가?“
“하하 아닙니다. 두 분이 복용할 약은 제가 북한에서 가져온 약재로도 충분합니다만
그 약은 다름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께서 복용할 약이라서요”
“뭐야? 박대표께서 복용할 약? 아니......자네 벌써 박대표까지 진찰 했었는가?”
“아닙니다. 박대표님의 안색을 여러 번 살펴본 결과 아무래도 화병의 징후가 포착되기에 거기에 쓸 명약이
베이징에 있다는 정보를 접해서 훔쳐오려는 것이죠”
‘굳이 훔쳐와야 하겠나. 필요하다면 내가 약재값을 주겠네.“
“돈으로 해결될 것이면 벌써 해결 되었죠. 팔지 읺으려니까 훔쳐올 수 밖에요.”
박오성은 재빨리 머리를 굴린 후 인후에게 나즉히 물었다.
“이 일을 지 의원에게 말했나?”
‘아니오. 박 선생님께 처음 말하는 겁니다.“
“좋아. 한국에서 제일가는 신투를 한 명 붙여줄테니 이 일은 지 의원에게 일체 발설하지 말게 그럴 수 있지?”
‘물론입니다.“
박오성의 집을 나오면서 인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박오성, 네깟 놈이 머릴 굴려봐야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이지’
재야 시민단체 문재연과 대한참여당 대표 유시문은 연일 원수처럼 으르릉 거리며 설전을 벌였다.
그러자 찌라시의 대명사 조산일보. 중영일보. 동하일보는 연신 보도자료를 통해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건 필연
어쩌구 하면서 문재연과 유시문을 이간질 시키는 데 중점을 두며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하는 건 유시문 이었으며 각 시민단체들은 유시민의 참여당 탈퇴 또는
백의종군을 요하며 농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유시문도 더는 버틸 수 없었던지 성명서를 발표하곤 참여당을 탈당하여 무당파가 되어 잠적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참여당 최고위원들과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문재연이 참여당 3대 대표가 되어 정치일선에 전면
등장하자 수구 찌라시 언론들은 문재연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였다.
그리고 유시문은 시골에 칩거하여 글이나 쓰겠다며 정치판을 떠난다.
박오성의 사무실은 종로 한복판에 있는 11층 빌딩의 8층에 있었는데 복도에는 건장한 체구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어서오게 한 원장. 한국 제일의 신투이며 금고털이의 신이라 불리우는 사람을 소개하겠네.”
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사십 중후반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벅오성 곁으로 왔다.
“박사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소이다. 대전에서 한약방을 하신다고요?”
“네 한인후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나는 김광호 입니다.함께 잘 해보십시다.”
김광호와 함께 대전 제민원으로 온 인후는 쥰이치를 소개시키곤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아니? 그러면 중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가는 겁니까?”
약간 놀란 김광호가 의심쩍은 눈길로 묻자 인후는 전후사정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흠.....일제 강점기에 강탈해간 보물들을 다시 찾아온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김선생님. 선생님이 한국 제일가는 신투라면 여기 계신 쥰이치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신투라고 자부할 만한
인물입니다.
지금까지 수 없이 작업을 하였지만 단 한 번도 실패하거나 잡힌 적이 없는 신출귀몰한 사람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박사장께 들은 바로는 이게 아닌데.......”
“네. 그러니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거 아닙니까? 보상은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쥰이치는 우리와 같은 핏줄입니다. 임진 난 대 왜구들이 잡아간 도공의 후예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만약 잘못되면?”
“지금 이 자리서 5억을 드리고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5억을 더 드리지요 만약 일이 실패한다 해도 나머지
5억은 김선셍님 가족 구좌로 보내겠습니다.”
“음...합이 십억이라......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요?”
인후가 쥰이치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세요”
“좋소! 한번 해봅시다. 그렇잖아도 손이 근질거리던 참였는데......한국 제일의 신투 기술이 뭔지 보여 드리리다”
박근혜의 집에는 책사를 자처하는 지창기가 박근혜와 독대 중이었다.
가정부가 쌍화차를 다탁에 놓고 나가자 지창기가 입을 열었다.
“이동박 대통령은 절대로 대표님과 빅딜은 안할 것이오.
모션만 취하는 척 하다가 또 거짓말만 늘어놓고 뒤통수를 칠 것이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저씨.”
지창기는 박근혜의 먼 집안 친척뻘이라 아저씨로 부르고 있었다.
“이동박은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잡아 쳐 먹은 천하의 패륜아에 거짓말의 달인이지.
따라서 퇴임 후의 안전 보장에 목을 매야 할 입장이거든.
그런데 그의 최측근 이재호가 대표와 견원지간 사인데 순순히 대표를 밀어줄리 있겠소.
그건 말이 안 되지. 대표를 밀어주다간 이재호가 반란을 하게 되니까”
“그러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대표의 지지율은 30에서 35를 왔다 갔다 하는 데 아무리 거품이 껴있다손 치더라도 이 정도면 그 누구도
깜이 안 되는데 분당에서 강지섭이 손학구에게 깨져버리는 통에 손학구 지지율이 급등세로 올라가는 게 문제란
말이지”
“그래봤자 손학구 지지율은 15%도 못 되잖아요.”
“곧 유시문 지지자들이 손학구에게 붙으면 더 올라간다는 게 문제란말이시”
“유시문 지지자들은 유빠로 불릴 만치 열정적인 지지자들 아닌가요? 그들이 손학구 에게 붙을까요.”
“손학구 아니면 문재연에게 붙겠지만 한 가진 분명하지요 우리 쪽으론 단 한 명도 붙지 않는다는 거”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지창기는 갑자기 답답해졌다.
부모 잘 둔 덕분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금까지 공주로만 살아온 이 여자가 왜 정치판에 뛰어든 건지
도무지 아리송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기사 대구와 경북에선 아직도 박정희 약빨이 먹히니 그럴 만도 했지만 한 개를 가르치면 반 개 밖에 이해
못하는 이 여자가 과연 다음 대선에서 통을 먹을 수 있는지 생각하자 지창기는 회의심을 느끼고 한숨을 뿜어댔다.
“아저시?”
“어/......그려......그게 그러니까......가설라무네”
지창기는 재빨리 낮색을 바꾸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여의도의 카멜레온 으로 불리는 그의 정치력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최악의 경우는 손학구와 문재연이 합치는 경우란 말여.
그 두 사람이 합치면 대표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되지요.”
‘그러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문으로만 말하는 박근혜를 보자 지창기는 짜증기가 밀려옴을 느끼곤 호흡을 조절하였다.
확실히 한인후의 말대로 호흡법을 익히자 엄청나게 도움이 되어줌을 느낀 지창기는 새삼 한인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두 사람을 이간질 시키는 거 외엔......”
‘그건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사람들. 특히 소위 배웠다는 먹물들에겐 이간질이 최고인 게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심 때문이지요.”
“유시문은 이제 끝났지요?”
“그건 모릅니다. 워낙에 럭비공 같은 친구인지라 어느 순간 또 나서서 자신의 열렬 지지자들을 규합하여
우리한테 훼방꾼 역할, 즉, 못먹는 감 짤러나 본다고 고춧가루 라도 뿌리는 심통을 발휘하면 당선은 보장 할 수
없지요”
“그럼 대체 어찌해야 한다는건지......”
박근혜가 약간 짜증기 섞인 소리로 말하자 지창기는 다시 한번 낮 색을 바꾸며 박근혜를 달래는 듯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께선 걱정 말고 지금까지 한 대로만 해요.
홍수덕이랑 내가 인재들을 영입 중에 있고 이재호가 수틀리게 행동하면 찍어 누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지금처럼만 해요 허허......”
그제서야 박근혜가 환한 표정이 되어 소녀처럼 물었다.
“그렇게만 하면 다 되는 거여요?”
지창기는 고개를 끄덕여주곤 양복 상의를 입고 박근혜 집을 나왔는데 자동차에 올라 타자 마자 쌍욕을 뱉어냈다.
“저런 것도 정치한다고 정치판을 기웃거린다니 원 세상에...
지하에 있는 니 애비가 웃고 있겠다. 니미.....기분 엿 같네.”
김광호와 쥰이치가 일본으로 떠나자 인후는 쉴 틈이 없이 바빠졌다.
험비가 서울로 향하면 정치판을 기웃거려야 했고 대전에 있으면 환자들을 보며 처방을 내려줘야 하는 생활을
했다.
그리고 비밀로 지정된 장소에서 문재연과 유시문을 만나면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의논하고 철저히 비밀로
지켜야 했으니 정신적으로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지만 인후는 그럴 때마다 영혼을 똥파리 같은 악마에게 판
벨저붑의 썩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한국의 정치판을 바꿀 각오와 결의로 새롭게 정신무장을 하고는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저 벨저붑의 악마들을 물리치고 한국의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인후는 이런 의문부호가 들 때마다 고갤 세차게 흔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숙희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만들어 물려줘야 한국은 영영 최강국이 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며 정치보복으로 서거한 노환경 대통령을 떠올리며 인후는 눈을 감았다.
별똥별이 수명을 다해서 떨어지는 것은 낙하가 아니라 그저 원을 돌고 있을 뿐이다.
원이라는 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 그러나 생명의 존재는 그 무한대의 가치를 위해 기어이 증명을
해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공존공생 이라는 것을 인후는 알고 있기에 공존공생을 저해하는 악의 무리들에
맞서는 건 자신의 숙명임을 깨닫고 기필코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는 심정으로 이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눈송이 같은 벚꽃이 더러운 세상을 덮겠다는 듯 사방팔방에 회오리치며 아름다운 낙하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짧아진 봄이 아직도 옷깃을 여미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조소를 뿌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낮과 밤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조화롭게 돌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질서를 잃어버리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한국의 정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목숨을 내놓은 세 사람이 있었으니 한인후와 유시문 문재연 이라는 진정한 사나이들 이었다.
대전에서 금산 방향으로 20분 쯤 가면 황토와 초가로 만든 술집이 있는데 천국으로 가고 싶은 지옥의 나그네들
이었다. 이 술집의 뒤쪽에는 아무도 모르는 방 하나가 있는데 술집 사장이 가끔 명상을 할 때 사용하는
방이었다. 이 방에 눈빛이 시퍼런 사내 세 명이 앉아서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문이 형님은 고향 대구로 내려가서 당분간 집필만 하시고 일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인후의 침중한 목소리였다.
“그러지. 이제부터는 나보다 재연이 형의 역할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인맥도 없고 계파도 없는 내가 과연 가능할까? 일단 하라고 해서 하긴 한다만......”
문재연이 자못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인후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십시오. 곧 한명순 이사장님과 이해천 선생님도 도와주실 겁니다.
재연 형님의 역할은 손학구를 띄워주는 역할뿐이니 별로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때가 되면 박근혜를 띄워주고?”
유시문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요. 그러다가 또 때가 오면 박근혜 뒤통수만 치면 됩니다.
어찌보면 야비하달 수 있지만 우리가 영영 도덕군자 행세만 한다면 인구 수가 많은 영남표에 계속 당할 수 밖에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잖습니까?”
마음 약해지지 말라며 인후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두 사람은 머릴 끄덕였다.
“노대통령께서 기적처럼 당선된 것은 막판에 있었던 정명준의 병신같은 삘짓도 한 몫 있었지만 영남
출신으로서 영남표 20%를 가져왔기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재연 형님이나 시문 형님이 호남표 100%를 먹더라도 절대 당선될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지요?
관건은 영남표입니다 영남표를 일정 부분 가져오면 박근혜는 절대 당선 못합니다.
경남 시민들이 이 정권과 한국당에 등을 돌렸으니까요.”
인후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고갤 다시 그덕이며 신음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라고 시문 형님은 제가 드린 보약은 꾸준히 복용하고 계시죠?”
“그래. 덕분에 살이 찌고 있네 그저께 체중계에 올라보니 5키로는 진 것 같더만”
유시문이 멋쩍게 웃으며 말하자 문재연이 실소를 머금었다.
“어쩐지 볼 살이 올라온 것 같더라니....”
“잘하고 계십니다 꼬박꼬박 드시고 15킬로에서 20킬로는 쪄야 합니다. 그래야 마른 몸매가 없어지고 인상이
달라집니다.
시문 형님이 아무리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써도 마른 몸매 때문에 눈도 날카롭게 보이고 우리 국민들 정서상
깡마른 사람에겐 가난한 정서가 연상되어서 호의를 보이지 않으므로 제가 알려드린 운동법 부지런히 하시고
반드시 75킬로 이상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난 정말이지 죽을 맛이란 말야”
문재연이 침통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고......시문이 열렬 지지자들이 내게 곱지 않은 시선들을 던지니 이건 뭐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꼴이 좀 우스워야지”
“하하하. 재연 형님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으세요. 곧 지원군들이 참여당에 속속 입당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숨어있던 친노들이 모두 나타나서 형님에게 힘을 보태 줄 겁니다.
뿐이겠습니까? 올 하반기 쯤엔 경남지사 김두광도 참여당에 입당할 것이니 내년 상반기까진 무조건 인내해
주세요.”
세 사람은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관우 장비처럼 도원결의를 한 모습들 이었다.
문재연이 유비라면 관우는 유시문. 그리고 막내 장비에는 인후같이 보였는데 회의는 막내인 인후가 리드하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인후가 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김해에서 이봉주가 덜어진 것이 더 이득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형님의 지지자들이 열받아서 내년 총선에 두고보자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망해서 이탈하는 지지자들도 만만찮다고 하더군”
“언론이 더들어대는 건 믿을 필요 없고 그래서 지금 형님이 자숙모드로 나가면서 영남에서 젊은이들 상대로
강연과 토론을 부지런히만 해주세요. 영남 젊은이들이 변하면 됩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니 아무리 개나 소가 나와도 직어주고 묻지마 투표를 한다는 영남인들이라 해도
젊은이들은 실업문제와 물가에 예민할 수 밖에 없으니 형님이 부지런히 발품 팔면서 이 막장 정권의 실체와
한국당의 매국노 짓들을 신랄히 비판한다면 영남 젊은이들은 반드시 깨어날 것입니다.
지금 정치인들 중에 트위터 팔로우 지지율 1위는 시문 형님이라는 것이 그 증거이니 다소 피곤하더라도
힘내주세요.”
야심한 시각이었다.
회의를 끝냈는지 세 사람은 비로소 술을 시키고는 잔을 들었다.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내 한 몸 바치는 건 일도 아니지만 나느 무엇보다도 인후 동생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네. 깡마른 몸으로는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없다면서 살을 찌우라는 말을 듣곤 솔직히 충격을 좀 먹었지.
인후 동생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말일세. 그것은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어.
지금까지 아무도 그렇게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허허....나에게는 뭐라고 한지 아는가?”
문재연이 단숨에 한잔 마시고는 빈 잔을 탁자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담이 약하다며 그대로 두면 담낭암에 걸릴 수 있으니 지금부터 담력을 키워야 한다며 담에 이로운 약재들로
만든 약을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나서 나의 팬이라고 말하며 제민원 명함을 불쑥 내밀곤 정성을 다해 만든 약이니
복용해 보십시오 하는데 말야........사람의 눈빛이 어저면 그리도 영롱하고 진지하던지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
허허......”
“하하하 그래서 복용하셨습니까?”
유시문이 익살맞게 웃으며 물었다
“복용했지. 해보니 진짜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지고 겁도 안 나고 뭔가 모를 용기같은 게 샘이 솟듯이
솟아나오더라고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때부터 몸이 좋지 않던 우리 집사람도 제민원으로 데려가서 진찰받고
처방을 받았더니 건강이 좋아지더군”
“하하하 다행입니다 인후 동생과 우리가 엮여진 것은 하늘의 뜻이자 노환경 대통령의 보살핌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해내어야 합니다.”
유시문의 입에서 노환경 대통령 이름이 나오자 세 사람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리곤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말없이 술잔을 들었다.
시나브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유시문이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어. 이 썩어버린 대한민국의 고질병들과 좆중동을 비롯해서 매국노들 척살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팔고말고........
그리고 벨저붑이 되리라. 설령 똥통에 쳐박혀 죽는다 해도......“